소설리스트

황혼(黃昏). 직감의 소유자-64화 (64/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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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9 話 “9일째”

“후아암~”

피곤하다. 그 생각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시계를 바라봤다. 시간은 10시 40분. 어째 이 기상 시간은 줄어들지가 않는다. 특히 직감을 사용한 날에는 지금처럼 피로가 사라지지 않는 탓에 평소보다도 힘들었다.

뭐, 그렇다고 해도…….

“돈을 벌기 위해서니까.”

스스로 납득한다. 어제 유아와 같이 시나를 도우며 약초 채집을 거들어준 나는 서로간의 접속 시간을 정하고 은행으로 향했다.

당연히 투루에게서 얻은 아이템을 팔기 위해서다.

또 그냥 팔면 예상보다 가격이 낮을 거 같다는 생각에 강화석으로 3강까지 만든 지팡이를 경매 진행으로 올려뒀고, 그 뒤로는 남은 시간 내내 랜덤 스킬북을 펼쳤다.

아쉽게도 원하는 스킬은 나오지 않았지만 그래도 레어급 아이템을 얻었다는 점에서 만족할 수 있는 하루였다고 말할 수 있었다.

“얼마까지 올라갔을까.”

못해도 1천만은 넘겠지? 레어 아이템에다 3강까지 했으니까. 만일 내 직업이 마법사였다면 당장 썼을 정도로 좋은 능력치를 보유한 아이템이었다. 그러니 1천만은 넘어야 되지 않겠는가?

‘그나저나 11시에 유아와 만나기로 했는데.’

어차피 내가 접속하는 시간도 10~11시 사이. 그에 비해 유아는 아침 9시에 접속한다고 했나? 나도 직감을 쓰지 않고 플레이를 한다면 9시에 일어날 자신이 있었다.

……아마도.

“후, 아무튼 시간도 다 됐으니…….”

접속해볼까? 원래라면 인터넷에 올라온 새로운 정보라도 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애매했다. 어쩔 수 없이 접속하기로 마음을 먹은 나는 캡슐로 향했다.

[황혼이 비추는 거리에서 당신이 원하는 것을 찾기를…….]

“일단 가격부터 확인해봐야지.”

황혼에 접속한 난 경매장에 올려둔 지팡이부터 확인했다. 황혼에서 최초로 성공한 레이드 보스 아이템이기에 거금 40실버를 써서 경매 시간을 24시간으로 맞춰둔 상태.

과연 어떨까?

[+3 고블린 족장의 주술 지팡이]

[경매 시작가:5,000,000]

[현재 진행가:21,750,000]

[남은 시간:5시 32분 13초] (현실 시간으로 적용)

“……어?”

이게 대체 얼마지? 2천만 원? 다시 확인해봐도 2천만 원이다. 여기서 수수료를 제외한다고 해도 1,700만 원 정도? 이야, 아무리 레어급 아이템이긴 하지만 이렇게까지 가격이 올라갈 수 있나?

‘역시 황혼을 시작한 게 정답이었어.’

고작 일주일 조금 넘는 시간에 이 정도 돈을 벌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 이 기세로 가면 1년 안에 10억도 거뜬히 모을 거 같았다.

예전 온라인 게임 때에는 2년 동안 고생해서 2억을 모았는데 말이다.

“레이드에 또 가야 되나?”

만일 레이드를 뛴다면 사냥이고 던전이고 죄다 필요가 없다. 비록 어제는 운 좋게 살아남았지만, 단 한 번의 전투로 1,700만 원을 벌 수 있다면 그것도 나름대로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다만 지금은 투루를 상대로 확실하게 이길 수 있을 거 같지가 않다. 괜히 도전하다가 입고 있는 장비마저 떨어뜨릴 수 있었으니 투루에 대한 도전은 다음으로 미뤄두기로 했다.

‘그러고 보니 내 능력치가…….’

한번 확인해본다.

[이름:루딘]

[칭호:수호의 방패]

[레벨:41]

[명성:279]

[길드:엠페러(Emperor)]

[생명력:4345/4345]

[마나력:3160/3160]

[지구력:100.0%]

[공격력:483] [마법 공격력:148]

[방어력:545] [마법 방어력:463]

[능력치]

근력(365) 지능(119) 민첩(166)

체력(244) 마력(230) 기술(32)

소환(40)

[습득한 스킬:14/30]

[동료 NPC:1명]

확인해보니 투루의 목걸이와 반지로 인해 마나력이 3천을 넘어섰다. 이 정도면 전투 초반에는 마나력 걱정 없이 싸울 수 있을 않을까? 거신의 질주도 마나력은 고작 400 밖에 소모하지 않으니 말이다.

그야말로 7번 연달아 사용할 수 있는 마나력!

“며칠 전까지만 해도 어떻게 올려야 되는지 고민하던 마나력인데.”

이렇게까지 상승한 마나력을 보니 왠지 모르게 기분마저 좋아…….

[친구 '라즈'님께서 대화를 요청하셨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응?”

라즈?

갑작스레 대화를 요청한 사람의 이름을 확인한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설마 또 의뢰를 같이 하자고 연락한 건가?’

그거 말고는 딱히 떠오르는 게 없었다. 실제로 그녀를 도와 의뢰를 해결한 적이 있었던 만큼 이런 내 생각도 어쩔 수 없었다.

어쨌든 대화는 수락한다.

[대화에 연결되었습니다.]

-안녕? 뭐하고 있어?

“방금 접속했는데 하긴 뭘 해?”

-역시 그렇지? 어때? 오늘은 안 바빠?

얘가 왜 이래?

묘하게 기분이 좋은 듯한 목소리로 묻는 라즈였다.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었던 모양이다. 길가다 아이템이라도 주웠나? 난 거기까지만 생각하고는 본론부터 꺼냈다.

“의뢰 도와달라고?”

-아니야! 던전 때문이야! 찾으면 연락해준다고 했잖아!

“던전?”

그러고 보니 전에 무기를 만들어준 대가로 던전에 관한 걸 약속받은 적이 있었다.

“설마 찾은 거야?”

-당연하지. 어때? 이제 내 대단함이 느껴지지?

“루딘 님. 일찍 접속하셨네요.”

“응?”

그때 날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유아가 있었다. 언제 접속한 거지? 벌써 20분이 지났나? 만나기로 한 시간은 11시였지만 난 10시 40분에 접속했으니 20분의 여유 시간이 있었다는 뜻이다.

그리고 아직 20분이 됐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으니 아마 유아가 보다 일찍 접속한 듯싶었다.

-왜 못 들은 척이야? 뭐, 어쨌든 던전도 찾았으니 같이 사냥이나 하자고 연락했어. 혹시 마을에 있으면 내가 그쪽으로 갈게.

‘사냥이라…….’

어쩌지?

사냥을 간다면 유아와 헤어져야 될 거 같았다. 던전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했던 라즈의 성격을 추측해보면 다른 이가 던전에 들어가는 걸 원치 않아 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미안. 지금 일행이 있어서 사냥은 힘들 거 같아.”

-일행? 네게도 일행이 있었어?

“…….”

뭐야? 이 사람을 무시하는 듯한 말투는?

-그러지 말고 사냥가자. 확인해보니까 늑대 나오는 던전보다 훨씬 세. 너도 여기서 레벨업도 하고, 장비도 구하면 좋잖아.

“그럼 일행이랑 같이 가도 돼?”

-에? 같이?

혹시나 해서 물어보니 역시나 싫어하는 기색이 느껴졌다.

“안녕~ 빨리 접속했네?”

그러던 사이, 시나까지 접속한 것을 볼 수 있었다. 오전에는 유아와 마찬가지로 시나 또한 같이 다니기로 결정을 내린 탓이기도 했다. 조금 더 자세히 파고들면 오전에 같이 행동하는 대가로 물약을 받기로 한 것이다.

원래는 돈으로 사고 싶었는데 돈은 됐다나? 대부분의 재료는 자신이 직접 자급자족하는 탓에 돈이 필요가 없다는 것이 시나의 의견이었다.

“루딘 님도 반가워요.”

“예.”

간단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그런 내 태도와 멀뚱히 바라보고 있는 유아에게서 이상함을 느낀 시나는 의아한 표정으로 유아에게 말했다.

“근데 왜 멀뚱히 서 있는 거야?”

“아, 루딘 님이 누구와 이야기하고 있거든.”

“이야기? 혹시 여자?”

‘이상한 곳에서 예리하네.’

뭐, 이러나저러나 기다리고 있으니 라즈의 대답이 들려왔다.

-알았어. 대신 이번만이야.

“진짜?”

-이런 상황에서 농담할 거 같아? 그쪽으로 갈 테니 위치나 불러.

그 말에 잠자코 내 위치를 말해준다. 솔직히 거절할 줄 알았던 라즈가 이렇게까지 나오니 뭐라 할 말도 없었다. 아무튼 내 위치를 들은 라즈는 곧 간다는 말과 함께 대화를 종료했고, 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유아와 시나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야기는 끝나셨어요?”

“예. 그보다…….”

라즈와 나눴던 대화를 간략하게 설명한다. 던전을 발견했고, 그 던전에 사냥하러 가자는 말이었는데, 그런 내 설명에 유아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시나는 입이 귀에 걸릴 듯한 표정으로 좋아하고 있었다.

“던전이요? 당연히 좋죠! 유아, 너도 괜찮지?”

“응, 괜찮아.”

시나는 어제 첫 만남부터 던전에 가고 싶은 눈치였기에 좋아하는 거야 이해가 갔다. 던전에서만 나오는 약초가 있다고 했었나?

“아, 근데 그거 봤어? 인터넷에 레어 아이템으로 시끌벅적해. 들리는 소문으로는 투루를 잡아서 나온 아이템이라던데?”

‘그런가?’

들리는 내용을 보니 내 이야기 같다. 내 이야기 같긴 한데, 오늘은 접속 시간을 맞추기 위해 컴퓨터도 켜지 않았다. 즉, 인터넷에 무슨 글이 올라왔는지 알 수 없다는 뜻이다.

‘나중에 봐야겠다.’

“레어 아이템? 그건 또 어떻게 알았어?”

“경매장에 올라왔다는 글을 봤거든. 잠깐 확인해볼게.”

시나는 곧장 현금 거래창을 소환하더니 내가 올린 레어급 지팡이를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지팡이를 찾아낸 시나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말했다.

“와~ 가격이 얼마야? 2천 1백만? 엄청나다. 이걸 올린 사람은 대체 무슨 생각이지?”

“…….”

무슨 생각은? 돈을 벌려는 생각이지.

“아~ 나도 연금술 관련 장비를 레어로 얻고 싶다~”

“언젠간 얻을 수 있을 거야.”

‘음?’

생각해보니 유아는 내가 레어 아이템을 얻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거기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 건가? 아님 일부러 모르는 척 넘어가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도착한 라즈를 볼 수 있었다.

“오래 기다렸어?”

“아니, 별로.”

“그래? 그럼 다행이고. 근데 네 일행은?”

간단하게 옆에 있는 유아와 시나를 가리킨다. 그녀들은 설마 오기로 한 사람이 여자일 줄은 몰랐는지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고, 라즈 또한 내 일행이 여자라는 사실을 몰랐는지 전혀 의외라는 표정을 보여줬다.

그럼에도 먼저 움직인 건 라즈였다.

“만나서 반가워요. 라즈라고 불러주시면 돼요. 루딘 님 일행이시죠?”

“아, 예. 반가워요. 유아라고 해요.”

이어서 시나까지 소개가 끝나자 라즈는 웃는 얼굴로 잘 부탁한다는 말을 건넸고, 그렇게 한차례 소개가 끝나자 유아는 그런 라즈에게 질문했다.

“루딘 님과는 어떻게 아시게 되셨어요?”

“글쎄요? 가면서 설명해드릴게요.”

라즈는 거기까지만 대답하고는 내게 다가왔다.

“자, 일단 이동하자.”

“거리는?”

“조금 멀어. 이미 웬만한 장소는 길드가 점령했잖아. 그러다 보니 조금 먼 곳에서 던전을 찾을 수밖에 없었어.”

“……고생했겠네.”

라즈의 말대로 모든 길드에서 눈에 불을 키고 찾는 게 던전이다. 그러니 새로운 던전을 찾으려면 거리가 먼 곳이라던가, 혹은 플레이어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으로 가는 게 맞다.

하지만 그게 어디 쉽겠는가?

더군다나 라즈는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홀로 던전을 찾아낸 것이다. 길드에서 찾는 것보다 몇 배는 힘들지 않았을까?

“당연하지. 그보다 일행이라며? 같이 다니는 거야?”

“응? 아, 응. 같이 다녀.”

“와~ 미녀 둘이랑 같이 게임을 즐기다니. 다른 누가 들었으면 부러워 미치겠는데?”

뭐랄까? 살짝 가시가 돋친 말투로 느껴졌다.

“그보다 이번에 발견한 던전도 팔아넘길 셈이야?”

“팔면 돈이 되잖아. 단지 이번 던전은 좀 강하니까 70~80만 원 정도는 받을 생각이야.”

‘늑대 던전보다 강하다고 했나?’

반대로 해석해보면 늑대 던전은 70만 원 이하에 팔았다는 뜻이다. 가격이 낮은 거 같은데? 그래도 라즈는 팔아넘긴 던전을 자유롭게 입장할 수 있다고 했으니 사냥에는 그리 큰 지장이 없는 거 같았다.

‘그럼 사냥은 얼마 못하겠네.’

기껏해야 1~2일 하려나?

어쨌거나 라즈의 안내는 대략 1시간 조금 넘게 이어졌다. 이 정도 거리라면 나중에 마을로 가는 것도 힘들다고 판단할 그때, 라즈는 작은 호수가 보이는 곳에서 입을 열었다.

“이곳이야.”

“이곳?”

“응, 입구는 저기 풀숲에 있어.”

호수 주변에 풀숲은 내 허리까지 오는 길이를 지녔기에 입구는 보이지도 않았다. 잘도 숨겨놨군.

“아아~ 던전에 간다고 좋아했는데 왜 이렇게 멀어.”

“괜찮아?”

“실제로 걷는 것도 아니니까. 그보다 라즈라고 했나? 루딘 님이랑 꽤 친해 보이지 않아?”

“그, 글쎄.”

“한번 물어봐. 어떤 사이냐고.”

문득 뒤를 돌아보니 시나가 유아에게 무슨 말을 건네고 있었다. 방금 했던 대화 때문인가? 그나마 가까스로 그 대화를 들은 난 별거 아니라는 듯이 답해줬다.

“라즈와는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

“그래요? 그럼 왜 던전까지 소개시켜 주는 거예요?”

이때 기회다 싶었는지 시나가 잽싸게 질문을 던져왔다.

“전에 무기를 만들어준 대가로 던전을 소개해준다고 했거든요.”

이걸로 대답이 됐겠지?

그녀들을 보니 조금은 납득됐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원래라면 이런 말도 하지 않았을 테지만, 어제의 고백으로 유아가 나를 좋아하는 정도는 알고 있었기에 대답해준 것이다.

물론 그게 연예 감정으로 이어질 거란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아마 유아가 좋아하는 대상도 현실에서의 내가 아닌 루딘이라는 캐릭이지 않을까?

난 그런 생각을 하며 라즈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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