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혼(黃昏). 직감의 소유자-57화 (57/211)

00057  第 7 話  =========================================================================

第 7 話 “7일째”

“우워어어어!”

파칙! 파치칙!-

‘또 번개인가?’

이번에는 맞지 않는다! 그 다짐으로 시선을 위로 향한다. 위에는 노란색 스파크가 이리저리 생기는 것이 보였다. 아마 저기서 번개가 떨어지는 거겠지? 알고만 있다면 피하는 건…….

쾅!- 콰콰쾅!-

‘음?’

그런데 번개는 엉뚱한 방향으로 떨어졌다. 그것도 한두 방이 아닌 무더기가 사방에 떨어졌는데, 그 번개는 떨어지고 나서도 계속 지상에 남아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시작됐나. 루딘 님. 죄송하지만 마수를 맡아주실 수 있습니까?”

“마수요?”

맡는 거야 어렵지 않지만 문제가 있다.

“전 도발 스킬이 없는데요?”

“네? 도발 스킬이 없으십니까?”

“예.”

“그, 그럼 대신 저것들을 처리해주시길 바랍니다.”

뭔가 당황한 헤론의 말투를 무시한 난 주변에 번개가 떨어진 곳을 살펴보았다. 지상에 떨어진 번개는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있더니 이내 사람의 형태로 변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번개의 중급 정령]

‘번개의 중급 정령?’

정령이라…….

따지고 보면 정령을 제대로 본 적은 처음이다. 예전에 고블린 족장 투루와 싸웠을 때 언뜻 본 적도 있었던 거 같지만 지금처럼 제대로 본 건 처음이라는 뜻이다.

때문에 정령이 가진 특성에 대해 모르지만.

‘뭐, 싸우다보면 알겠지.’

나타난 번개의 정령 숫자는 20여체가 넘는다. 최대한 빨리 처리하는 편이 좋겠다고 판단한 순간, 나보다 한 발 더 빠르게 움직인 사람이 있었다.

촤악!-

순식간에 칼질로 번개의 정령을 없애버린 아이젠. 지금까지 구경만 한 주제에 정령에 대한 대처는 신속하다. 어쨌든 하나의 정령을 없앤 아이젠은 다음 정령을 찾아 움직였고, 그 모습에 나 역시 움직였다.

서걱!-

[적중 데미지! 241.]

의외로 방어력도 낮다?

이 정도면 할만하다. 난 아이젠과 마찬가지로 몇 번의 칼질로 정령을 없애버리고는 슬쩍 아이젠을 보았다. 아이젠은 벌써 3마리의 정령을 없애버리는 중이었다.

‘이 자식, 엄청 빠르잖아!’

자세히 보니 아이젠은 세 번의 칼질로 정령을 없애버렸다. 그에 비해 난 네 번의 칼질을 해야 정령이 없어졌는데, 이건 나보다 아이젠의 공격력이 더 뛰어나단 뜻이다.

아니, 생각해보면 당연했다.

아이젠은 나와 마찬가지로 S랭크 스킬을 습득했다. 또 멸살검이라는 칭호는 공격력 10%. 검 계열 데미지는 30% 올려준다. 마지막으로 스킬 30개를 꽉꽉 채운 녀석이었으니 데미지 면에서 내가 밀리는 것도 이해하지 못할 정도는 아닌 것이다.

‘아마 스킬도 자기 입맛에 맞는 걸로 맞췄겠지?’

처음 인터넷에서 S랭크 스킬을 얻었다는 글을 봤을 때, 그래도 내게는 안 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비교해보니 아이젠은 나보다 월등히 앞서나가 있었다.

대체 왜 이런 차이가 벌어진 걸까? 답은 간단하다. 난 랜덤 스킬북으로 인해 소모한 시간이 많았으니 아마 거기서 차이가 벌어진 듯했다.

‘씨발!’

뭐, 아이젠에 대한 이야기는 넘어가더라도 상황은 별로 좋지 않았다. 소환된 정령은 다른 길드원까지 공격했기 때문이다. 헤론이야 어찌 버티겠지만 남은 사람들은 정령이 하는 공격에 피해 다니기 바빴다.

그나마 힐러인 에리스가 멀찌감치 떨어진 게 다행일 정도다.

쾅!- 콰쾅!-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148.]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또한 번개의 정령이 해대는 공격은 나조차 데미지가 들어왔다. 에리스는 홀로 마수를 막고 있는 헤론을 치료하는데 바빴으니 그녀의 지원도 기대할 수 없다.

‘그래도 이기지 못할 정도는 아니군.’

정령의 숫자는 상당했지만 아이젠이 무서운 속도로 줄여나가고 있다. 거기에 나까지 없애고 있었으니 시간문제인 셈이다.

“우웡! 우워어엉!!”

파칙! 파치칙!-

‘설마?’

심상치 않은 마수의 울음소리.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린 난 마수의 몸에서 일어나는 스파크 현상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후에는 미칠 듯한 번개 줄기가 쏟아진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물론 나야 죽진 않겠지만…….’

번개 정령의 의해 이리저리 방황하는 로우나 유크의 경우는 달랐다. 아무리 물약을 마시더라도 단번에 모든 생명력이 깎여나가면 죽을 수밖에 없었다.

‘방어력을 위주로 맞춘 내가 500이 넘는 데미지가 들어오니 다른 사람들은 700 정도 들어오려나?’

같이 싸우는 이들도 엠페러 길드에서 최고로 뽑힌 플레이어겠지만 그래도 나보다 방어력이 높을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나야 S랭크 칭호의 힘으로 방어력이 100. 추가로 10% 더 올라간 상태니 순수 방어력으로는 아이젠조차 이길 것이다.

“우워엉!”

‘일단 무시하고 정령부터 없앤다.’

마수에게서 쏟아지는 번개 줄기는 무시한 채, 계속해서 정령을 없애버린다.

콰콰쾅!!-

[적중 데미지! 240.]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442.]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내 몸을 때리는 번개. 덩달아 생명력도 무서운 속도로 깎여나갔다. 아주 잠깐 사이에 1천 가까이 깎여나간 생명력이지만 계속해서 공격한 탓에 결국 두 마리의 정령을 없애버릴 수 있었다.

[파티원 '유크' 님이 죽었습니다.]

[영혼 상태로 전환합니다.]

‘죽었나?’

유크가 있는 위치를 확인해보니 그의 몸은 회색으로 되어 쓰러지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 쓰러진 방향을 보고 있는 세 마리의 번개 정령. 아마 마수의 번개와 정령의 합공으로 쓰러진 듯했다.

‘이제 10마리도 남지 않았는데.’

남은 정령은 7마리. 이 정도 숫자면 나와 아이젠이 30초 안에 죽일 수 있을 거 같았다. 그때까지만 헤론이 버텨준다면 다시 안정적인 공략이 가능할지도 몰랐다.

“광기의 파괴!”

‘아이젠?’

마수의 번개 공격이 끝나는 순간, 아이젠은 어떤 스킬을 발동하더니 곧장 남은 정령을 난도질하기 시작했다. 확인해보니 그의 검은 검붉은 빛으로 번들거렸고, 세 번의 칼질로 죽인 정령을 이젠 두 방에 없애버렸다.

‘속도도 더 빨라진 거 같은데.’

감탄하는 사이, 결국 모든 정령을 없애버린 아이젠은 곧장 마수에게로 몸을 돌렸다.

“바람의 상급 정령 소환!”

휘이이잉!!-

‘정령?’

정령이라고 외친 아이젠의 앞에는 녹색의 바람이 뭉치는 것을 볼 수 있었고, 또 뭉친 바람은 번개와 마찬가지로 사람의 형태를 취했다.

그리고 아이젠의 스킬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정령 융합! 격노! 예리한 칼날!”

소환된 바람의 정령이 아이젠의 칼에 머문다. 육체에 붉은색 빛이 일렁인다. 정령이 머문 칼에는 검 모양의 빛이 칼을 감싼다.

한눈에 봐도 범상치 않은 보조 개념의 스킬이 아이젠의 몸에 깃드는 것을 바라보고 있을 때, 아이젠은 마지막 스킬을 사용했다.

“멸살검!”

파밧!-

원래 아이젠의 검에는 각종 색깔의 기운이 머물고 있었다. 하지만 멸살검을 사용하자 모든 빛이 사라지고 오로지 황금색 빛만이 생겨났다. 그 황금색 빛은 2미터나 되었고, 또 그 황금색 빛을 손에 쥔 아이젠은 그대로 마수에게 휘둘렀다.

촤악!-

“우워엉!”

‘각종 보조 스킬로 멸살검의 위력을 키운 건가?’

멸살검은 무조건 관통 데미지로 뜬다. 즉, 상대가 지닌 방어력 같은 건 아무런 상관도 없이 무조건 최대 데미지로 뜬다는 것이다.

과연 저 데미지는 어느 정도일까?

모르긴 몰라도 1~2천은 아닐 거 같았다. 3천? 아니, 잘하면 4천 이상일 수도 있었다. 각종 보조 스킬로 멸살검의 위력을 키웠으니 4천 이상의 데미지가 마수에게 들어간 거 같았다.

“후.”

그러나 멋지게 멸살검을 성공시킨 아이젠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마수가 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 뒤를 부탁드립니다.”

“맡겨주십시오!”

‘아, 멸살검을 쓰면 탈진 상태가 되나?’

지구력을 전부 소진하면 생기는 탈진 현상. 저 멸살검이 대단하긴 하지만 한 번 사용하면 탈진이 되는 패널티가 있었다. 그에 비해 내 제이어의 수호방패나 엘시크의 환영이동은 멸살검 같은 패널티 없이도 계속 사용할 수 있고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멸살검도 장단점이 있군.”

조금 전까지는 내가 아이젠에게 밀릴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멸살검을 잘만 이용하면 어떻게든 내가 이길 수도 있을 거 같았다. 환영이동으로 회피하기만 하면 그 뒤에는 내가 압도할 테니 말이다.

‘어쨌든 마무리는 해야지.’

이러나저러나 아이젠의 공격이 상당한 데미지를 줬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여기서 지금까지 했던 누적 데미지를 생각하면 남은 생명력도 얼마 남지 않았다고 판단한 나는 곧장 마수에게 달려들었다.

“거신의 질주!”

콰아아앙!!-

[스킬 데미지! 446.]

나와 헤론. 로우의 공격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싸우다보니 마수의 움직임이 이전 같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이것도 아마 멸살검의 능력 중 하나인 듯했다.

그리고…….

“우워어어어…….”

쿠웅!-

모든 생명력이 다 한 마수의 그 육중한 덩치는 서서히 무너졌다. 다들 지친 기색이 여력 했지만 그들의 비해 난 딱히 힘들다는 느낌이 없었다.

그나마 힘들었던 게 정령을 없애버린 정도?

[보스 몬스터 '상처 입은 고대 마수'가 쓰러졌습니다!]

[전투 경험치 18,000 획득!]

[띠링!~ 2골드 40실버를 획득하셨습니다!]

[띠링!~ 파티원 아이젠 님께서 '고대 마수의 대검'을 획득하셨습니다.]

[띠링!~ 파티원 아이젠 님께서 '고대 마수의 핵'을 획득하셨습니다.]

[띠링!~ 파티원 루딘 님께서 'C랭크 스킬북'을 획득하셨습니다.]

[띠링!~ 파티원 헤론 님께서…….]

“오, 스킬북.”

동시에 올라오는 메시지들. 다들 각종 아이템을 얻었지만 내가 얻은 거라고는 C랭크 스킬북이었다. C랭크 스킬북이라도 지금 시세라면 꽤 높은 아이템인지라 불만은 없었다.

‘그럼 어떤 스킬북인지 볼까.’

나름 C랭크 스킬북인지라 기대는 됐지만…….

[번개의 중급 정령 소환] (C랭크)

설명:번개의 속성을 지닌 중급 정령을 소환하는 마법이다. 소환된 정령은 소환자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며, 레벨이 점차 올라가면서 사용할 수 있는 스킬 또한 늘어난다.

<상승 능력치:마력(2), 자연(5)>

‘번개의 정령?’

웬 정령이야?

아마 방금 전에 마수가 소환했던 정령을 불러내는 스킬 같았다. 하지만 내게는 어울리지 않는 스킬이랄까? 정령이 있다면 쓸모야 있겠지만 관련 능력치가 없는 나로서는 딱히 끌리지가 않았다.

‘뭐, 팔면 몇십만 원은 나오겠지.’

“후,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길마님도 수고하셨습니다. 아, 무기는 어떤가요?”

“나쁘지 않습니다.”

대답하는 아이젠의 손에는 아까 마수가 들고 있었던 대검이 있었다. 크기야 마수가 들었던 것보다 작았지만 그래도 1.5미터가 넘는 듯한 그 크기는 누가 봐도 대검이라 할만 했다.

“나쁘지 않다면 설마…….”

“아뇨, 안타깝게도 매직급입니다.”

“그렇군요.”

‘이런 마수를 잡아도 매직급 아이템이 떨어지는 건가?’

딱 봐도 공격력이 상당한 무기 같이 보였는데도 매직급이라 하니 뭔가 허탈하긴 했다. 이놈의 게임은 언제까지 해야 레어급이 떨어지는 걸까? 아마도 레이드를 뛰어야 나올 거 같다는 생각이 들긴 들었지만.

“에리스 님. 유크 님을 살려주십시오.”

“예.”

그때 본인이 획득한 아이템을 감정하고 있던 에리스는 아이젠의 말에 퍼뜩 정신을 차리며 유크가 죽은 자리로 다가갔다.

“생명의 소생.”

팟!-

황금색으로 반짝이는 빛이 솟구친다. 그와 함께 죽었던 유크의 시체가 다시 나타나더니 원래의 색을 되찾는다. 또 그 모습은 나도 살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런 회복과 보조 마법을 갖췄는데 부활까지 있다고?’

그렇게 부활한 유크를 바라보고 있을 때, 아이젠이 내게 다가왔다.

“루딘 님도 수고하셨습니다.”

“응? 아, 수고는. 별로 한 것도 없는데.”

이 전투에서 난 S랭크 스킬을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고 끝냈다. 남은 지구력도 30% 정도였으니 여유롭게 진행한 셈이다.

“그보다 어떤 스킬북인지 볼 수 있습니까?”

“안 될 건 없지.”

스킬북을 내민다. 아이젠은 그 스킬북에도 손을 가져가 정보를 확인했고,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은 스킬이군요.”

‘달라는 소리는 안 하겠지?’

뭐, 공정한 거래만 이뤄진다면 주지 못할 것도 없다. 한 100만 원 정도? 그 정도라면 충분히 거래를 할 수 있었다. 딱히 정령 스킬을 습득하고 싶은 것도 아니었으니 말이다.

“이만 돌아가도록 하죠.”

음? 달라는 소리는 하지 않는 건가? 갸웃거리며 아이젠을 바라봤지만 아이젠은 다시 몸을 돌려 다른 길드원에게 걸어갔다. 따지고 보면 아이젠은 상급 정령을 가지고 있었으니 중급 정령이야 관심이 없을지도 몰랐다.

“다들 아이템 확인이 끝났다면 돌아가도록 하겠습니다.”

“예.”

대답과 함께 한 명씩 사라지는 길드원. 그 모습을 본 나 역시 원래 장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이동한다.”

[원래 있던 장소로 이동합니다.]

파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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