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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黃昏). 직감의 소유자-56화 (56/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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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7 話 “7일째”

파밧!-

새하얀 빛과 함께 이동된다. 여기는…… 동굴? 생각보다 어두운 탓에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완전히 어두운 것도 아닌지라, 어렴풋이 사물 정도는 구분할 수 있을 정도?

그렇다고 해도 전투에 지장이 생길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아~ 이거 너무 어두운데.”

“빛의 구슬.”

번쩍-

‘호?’

어두웠던 동굴이 순식간에 환해진다. 덕분에 시야의 제약까지도 없어진 나는 감탄했다는 표정으로 그 구슬을 시전한 에리스를 보았다.

저 스킬은 꽤 쓸만한데.

“이번 의뢰 등급은 C급. 의뢰 내용은 동굴 끝자락에 위치한 고대 마수를 처리한 뒤, 핵을 가져가는 겁니다. 간단하게 고대 마수만 잡으면 끝나는 의뢰죠.”

C급 의뢰치고는 꽤 단순한 내용이다. 그런데도 어제 이 의뢰를 실패했다면 답은 간단하게 나올 듯하다.

‘고대 마수라는 놈이 생각보다 센 모양이군.’

보스급이지 않을까?

현재 내 능력치를 기존 플레이어와 비교하면 최상위에 있을 것이다. 그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S랭크 스킬만 2개를 습득하고 있고, 아이템 또한 나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보스와의 전투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지금까지 상대한 보스급 몬스터 중에 어느 하나 쉬웠던 상대는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만만치 않겠지?’

“그럼 이동하시기 전에 음식부터 먹겠습니다.”

“……?”

웬 음식?

음식이라는 단어에 조금 의아했지만 다들 아이젠의 말에 따라 각자 음식을 꺼내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가 그런 그들을 바라보고 있을 때, 옆에 있던 아이젠은 내게 한 종류의 음식을 건넸다.

“드십시오.”

“아, 응.”

건네준 음식은 고기가 들어간 비프스튜였다. 신기하게도 숟가락까지 있었다고 할까? 먹어보니 고기의 육즙과 특유의 소스가 어울러져 상당한 맛을 내고 있었다.

‘맛있는데?’

문제는 양이 얼마 되지 않았다. 덕분에 몇 분 걸리지도 않아 다 먹은 난 이내 하나의 메시지를 볼 수 있었다.

[음식 '천상의 비프스튜'를 먹었습니다.]

[60분간 근력과 체력이 10% 증가합니다.]

“어?”

고작 음식을 먹었을 뿐인데도 상승하는 능력치가 엄청나다. 근력과 체력이 상승했다는 말은 공격력과 생명력 상승을 뜻하니 전투에서도 상당한 도움이 될 듯하다.

“이것도 드십시오.”

“또 있어?”

“예.”

다음으로 건네준 것은 물약. 아마 음식과 비슷한 효과가 있을 거라 생각한 나는 망설임 없이 그 물약까지 마셨다.

[비약 '중급 활력수'를 마셨습니다.]

[30분간 근력28, 민첩28 증가합니다.]

‘이야~ 이럼 내 능력치가 얼마야?’

왠지 이 정도라면 C급 의뢰의 보스도 잡을 수 있을 거 같았다. 나만 이런 능력치 상승을 받은 게 아니라, 여기 있는 모두가 받았을 거 아닌가? 덧붙여 이들이 음식을 만들었을 거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아마 길드원이 만들어서 주지 않았을까?

새삼스레 길드의 힘이 유용하다고 느껴졌다.

‘사냥할 때마다 이런 보조를 받는다면 대단하겠는데.’

“준비가 되셨다면 이동하겠습니다.”

문득 아이젠은 그 말과 함께 천천히 이동했고, 난 그런 아이젠의 뒤를 쫓았다. 그때 '로우'라는 활을 든 플레이어가 내 옆으로 다가와 말했다.

“루딘 님은 스킬 형식이 어떻게 되죠?”

“스킬 형식이요?”

“모르세요? 이 황혼에서는 배울 수 있는 스킬이 제한되어 있잖아요. 그래서 플레이어들은 자신이 배울 스킬 계열을 따로 정하고요. 전 활 계열 스킬과 이동 계열 스킬. 그리고 몇 개의 마법 스킬을 배웠죠.”

그런 거였군. 직업이 없는 게임이라 그런가? 그나저나 내 스킬은…….

“검과 방패 계열……인가?”

제이어의 수호방패와 거신의 질주만 생각하면 난 방패 계열이다. 어차피 제이어의 수호방패를 얻자마자 내 길은 방패 전사로 정했지만.

“방패 계열이라면 다행이네요. 전방은 항상 헤론 님만 맡으셔서 불안했거든요.”

‘헤론 혼자서?’

혼자서 전방을 맡을 정도면 실력이 있는 모양이다. 하긴, 실력이 없는 것도 이상하다. 여기에 있는 사람들은 몇 천 명이나 되는 길드원 중에서 실력이 가장 뛰어난 사람들만 모였을 테니 말이다.

괜히 어중이떠중이를 데리고 C급 의뢰를 하진 않을 거 아닌가?

“이제 곧 도착합니다.”

그 말을 들은 난 고개를 돌려 전방을 바라봤다. 전방에는 밝은 빛이 자리 잡고 있었다. 거의 햇살과도 같은 빛? 아무래도 동굴 안으로 들어가는 게 아니라 밖으로 나가는 거 같았다.

‘밖이라…….’

물론 걸음은 멈추지 않는다.

그렇게 동굴 바깥에서 비추는 빛을 따라 동굴에서 벗어나니 꽤나 보기 힘든 광경이 펼쳐졌다.

까마득한 높이의 절벽. 그 절벽은 둥근 원 형태를 이루고 있었고, 중심에는 5미터 정도의 크기를 지닌 거대한 마수가 쓰러져 있었다. 거의 소와 비슷한 형상을 지닌 얼굴에 기형적으로 굽어진 뿔. 칠흑 같은 피부에 붉은 안광이 누가 봐도 심상치 않은 괴물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상처 입은 고대 마수]

“상처 입은?”

“각자 위치 사수. 루딘 님은 헤론 님과 함께 괴물의 시선을 끌어주시면 됩니다.”

의외로 간단한 지령이군. 그렇게 생각하며 검과 방패를 고쳐든다. 헤론은 조금 긴장한 채 마수에게 달려들었고, 난 그런 헤론의 뒤를 이어 마수에게 달렸다.

“우웡?”

이쪽에서 달려드는 기색을 눈치 챘는지 마수의 몸은 서서히 일어나기 시작했다. 몸을 일으킨 마수의 덩치는 예상했던 대로 엄청나게 컸으며, 오른손에는 거의 내 크기만 한 대검이 있었다.

‘공격력이 엄청날 거 같은데.’

“방어 강화! 방패 돌진!”

잠깐 마수에 대해 생각한 그때, 헤론은 자신이 가진 스킬을 사용해 마수에게 돌진했다. 마치 지금의 한 방으로 마수를 끝장내겠다는 듯이 말이다.

나도 헤론을 따라서 돌진해야 되나?

‘일단 지켜보자.’

콰앙!-

“우어엉…….”

“도발의 외침!”

쾅!-

순간, 헤론의 몸에서는 붉은색 기류가 퍼져나갔다. 그와 함께 마수의 시선은 완벽하게 헤론에게로 고정되었고, 헤론은 들고 있던 방패를 휘두르며 외쳤다.

“와라!”

멋진데.

어쨌든 시선을 붙잡아둔 헤론의 외침을 시작으로 다들 각자 맡은 역할을 수행했다. 활을 든 '로우'와 양손 단검을 든 '유크'라는 플레이어는 마수의 뒤를 점령했고, 에리스는 준비했던 마법을 펼쳤다.

“생명의 재생! 단단한 육체! 보호의 갑옷!”

그 마법의 첫 번째 대상자는 헤론. 난 두 번째였다.

[파티원 '에리스' 님께서 생명의 재생을 시전합니다.]

[생명력이 초당 12씩 회복됩니다.]

[파티원 '에리스' 님께서 단단한 육체를 시전합니다.]

[방어력이 42 증가합니다.]

[파티원 '에리스' 님께서 보호의 갑옷을 시전합니다.]

[내구력 220을 지닌 보호막이 형성됩니다.]

‘와…….’

이건 아무리 나라도 감탄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황혼을 하면서 보조 마법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게 없어도 충분히 강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인데, 지금의 이 보조 마법은 그러한 인식이 깨뜨릴 정도였다.

“회전 화살!”

“급소 찌르기!”

이어서 로우와 유크의 연이은 공격. 마수의 등 뒤에서 이뤄진 공격이라 그런지 멋지게 명중시켰다.

“우어엉!!”

“도발의 외침!”

쾅!-

‘호?’

뒤쪽에 충격으로 고개를 돌리려는 마수. 그러나 다시 헤론의 도발에 시선은 정면으로 고정된다. 어떻게든 시선을 붙잡은 것이다.

동시에 난 도발 스킬이 파티에서 필수라는 걸 깨달았다.

‘나도 도발을 배워야 되나?’

헤론의 모습을 보니 도발 스킬도 흥미로웠다. 하지만 그게 배우고 싶다고 배워지는 게 아니었고, 또 언제까지 감탄만 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던 난 슬슬 본격적으로 움직이기로 했다.

“거신의 질주!”

콰아아앙!!-

[스킬 데미지! 407.]

방어력은…… 그럭저럭 높군.

모르긴 몰라도 어제 상대했던 삼두 머리 리자드맨보다 높은 듯하다. 리자드맨도 보통이 아니었는데, 이 녀석은 대체 어떻단 말인가? 그나마 다행인 점은 나 혼자 싸우는 게 아니라는 거였다.

“우웡!”

“옵니다! 막지 말고 피하세요!”

순간, 마수는 대검을 뒤로 젖히는 모션을 취했다. 누가 봐도 공격이라는 의미. 거기에 맞춰 헤론은 피하라고 했지만 난 그럴 생각이 없다.

콰아앙!-

[보호의 갑옷이 충격을 대신해서 받습니다. -220.]

[보호의 갑옷이 깨졌습니다.]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195.]

‘별거 아니군.’

보조 효과의 힘인가? 아니, 들어오는 데미지를 계산하면 보조 마법이 없어도 될 거 같았다. 대신 근력만은 높은지 내 몸은 두 걸음 정도 밀려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파티원 '에리스' 님께서 기적의 치유를 시전합니다.]

[생명력이 285 회복합니다.]

[일시적으로 방어력이 30 증가합니다.]

동시에 내 몸을 회복해주는 빛. 보조 마법으로 예상했지만 회복 레벨도 상당한 수준이었다.

쾅!- 콰쾅!!-

“도발의 외침!”

이어서 로우의 화살. 유크의 투척 단검이 연달아 작렬한다. 둘 다 민첩이 상당한 모양인지 5초도 되지 않아 10번 이상의 공격을 했고, 분산되는 시선은 헤론이 계속 붙잡았다.

뭐랄까.

‘이 정도라면 내가 없어도 되겠는데?’

아이젠은 분명 실패했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 상황을 보니 실패할 수 없는 상황이다. 언뜻 보조와 회복을 담당하는 에리스를 보니 자리에 앉아 지구력을 회복하면서 물약을 들이키고 있었다.

아마 마나 물약이겠지.

마나력과 지구력을 동시에 회복하는 저 모습. 아마 포션이 전부 소모되기 전까지는 회복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거신의 질주!”

콰아아앙!!-

[스킬 데미지! 405.]

“우웡! 우워어어엉!!”

“시작합니다! 루딘 님! 뒤로 피하세요!”

뭐가 시작인지 모르겠으나 뒤로 피하라는 말은 알아들을 수 있었다. 덕분에 늦지 않게 뒤로 피한 나는 곧 마수에게서 일어나는 변화를 목격했다.

파칙! 파치칙!-

“번개?”

“루딘 님! 에리스 님을 지키셔야 됩니다!”

‘에리스?’

현재 내 위치는 에리스의 앞. 보호하라는 말은 여기서 움직이지 말라는 뜻이다. 여기서 힐러가 죽어버리면 전투는 어제처럼 실패할 가능성이 높았기에 난 고개를 끄덕이며 에리스의 앞을 지켰다.

“우워엉!”

동시에 내게 쏘아지는 번개 줄기. 정확하게는 사방팔방으로 번개 줄기가 쏟아졌다. 더군다나 쏟아지는 번개 줄기의 속도는 눈으로 따라잡기 힘들 정도라 보고 피한다는 건 애당초 무리였다.

쾅!- 콰쾅!-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448.]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439.]

“큭.”

운이 나빴나? 번개 줄기는 두 번이나 나를 명중시켰다. 그래도 이 정도 데미지라면 못 버틸 정도는 아니다.

“기적의 치유!”

[파티원 '에리스' 님께서 기적의 치유를 시전합니다.]

[생명력이 285 회복합니다.]

[일시적으로 방어력이 30 증가합니다.]

더군다나 회복까지 있는 상황. 문득 다른 길드원을 보니 각자 아이템 창에서 물약을 꺼내 마시는 것이 보였다. 이 중에서 나만 에리스의 회복을 받고 있는 것이다.

‘뭐지? 이상하게 짐짝 취급당하는 느낌인데?’

지금껏 사람들과 했던 파티 사냥에서 대부분 활약했던 나였기에 뭔가 신선한 기분이기도 했다. 물론 좋다는 건 아니지만.

“우워웡!”

“이제부터 번개도 떨어집니다. 주의하시고 움직이세요!”

“예.”

혹은 한 번 싸워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점일 수도 있다. 다들 번개 공격이 끝나자마자 주저 없이 뛰어들어 각자 맡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거의 톱니바퀴가 맞물리는 행동이 아닐 수 없었다.

“도발의 외침!”

그리고 다시 펼쳐진 전투는 처음과 비슷한 형상을 띄었다. 헤론이 시선을 붙잡고, 나머지 인원이 공격을 퍼붓는. 이걸 좋게 말하자면 안정적인 사냥이라 말할 수 있을 듯했다.

“거신의 질주!”

콰아아앙!!-

나쁘게 말하자면 뭔가 어색했다. 내 마음대로 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과의 호흡을 맞춰야 된다. 문제는 이 고대 마수의 패턴을 모르니 호흡을 맞추려고 해도 맞출 수 없다는 정도일까?

“우워웡!”

파치칙!-

“루딘 님!”

“어?”

콰아앙!!-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524.]

잠깐 다른 생각을 한 사이, 내 머리 위로 떨어지는 번개를 미처 피하지 못했다. 거의 정면으로 맞은 공격이었다.

“기적의 치유!”

[파티원 '에리스' 님께서 기적의 치유…….]

‘이거 미안한데.’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실수. 이런 실수를 하고 나니 나 스스로도 어처구니없었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었기에 애써 무시하고는 좀 더 진지하게 마수를 상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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