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혼(黃昏). 직감의 소유자-53화 (53/211)

00053  第 6 話  =========================================================================

第 6 話 “6일째”

“쿠오오오!”

‘저건 뭐야?’

[바무트 교단의 합성 마물]

육중한 소리를 내며 나타난 것은 리자드맨…… 같았다. 확신할 수 없는 이유는 기존의 리자드맨과 너무 다른 외형을 지녔기 때문이다. 일단 가장 특징적인 것은 머리가 두 개였다.

기존 리자드맨의 덩치보다 더 큰 녀석은 특이하게도 두 개의 머리를 달고 있었고, 또 그 양쪽 머리의 입에서는 작은 불꽃을 토해내고 있었다.

화륵-

“합성 마물?!”

그 리자드맨을 보며 놀란 듯이 외치는 레이안. 난 혹시나 이 몬스터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물어보기로 했다.

“아는 녀석이에요?”

“자세히는 모르지만 바무트 교단에서는 지배한 마물을 서로 합칠 수 있는 기술이 있다고 합니다. 아마 저 마물이 그 결과겠죠.”

“얼마나 강한가요?”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

별로 도움이 안 되는군.

“키에에!”

‘칫.’

그 사이, 리자드맨은 기분 나쁜 소리와 함께 불꽃을 쏘았다. 화염방사기처럼 쏘아진 형태의 불꽃을 본 나는 재빨리 앞으로 나와 방패를 내밀었다.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48.]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51.]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리자드맨의 불꽃은 정확히 3번의 데미지를 주고 사라졌다. 지속형 데미지인가? 내가 지닌 방어력까지 생각하면 화염 공격력은 상당한 수준이었다.

“엘시크의 환영이동.”

팟!-

일단 분신을 남기고 리자드맨 뒤로 이동한다. 그리고는 곧장 방패를 들고 돌진!

“거신의 질주!”

콰아아앙!!-

[스킬 데미지! 612.]

비교적 높은 데미지였으나 이 리자드맨의 근력이 나보다 높은지 튕겨내지는 못했다. 그저 잠깐 움찔한 리자드맨은 즉각 은신이 풀려버린 나를 향해 칼을 휘둘렀다.

‘칫.’

칼은 덩치에 맞지 않게 상당히 빠른 속도로 휘둘러졌기에 피한다는 선택지를 과감하게 버렸다. 그저 방패만 들어 올릴 뿐.

콰앙!-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257.]

“큭.”

방패로 막았음에도 몸은 뒤로 밀려난다. 아마 근력에서 차이가 난 탓에 이런 결과가 벌어진 듯싶다. 그렇게 거리가 벌려진 틈을 타 리자드맨의 입에서는 다시 불꽃이 쏘아졌다.

화르르륵!!-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50.]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물론 내 분신과 레이안도 보고만 있진 않았다. 리자드맨 시선이 내게 향함과 동시에 달려들었으니 말이다.

“크르르…….”

‘응?’

화르륵!-

그 기척을 눈치챈 걸까? 리자드맨의 남은 머리 하나가 레이안을 향하더니 순식간에 불꽃을 쏘아댔다. 거의 사각이 없는 몬스터가 아닐 수 없다.

‘상대하기 까다롭네.’

웬만한 몬스터는 분신과 내가 앞뒤로 공격하면 정신도 못 차리고 죽어버린다. 근데 이 쌍두 머리 리자드맨은 각각의 방향으로 공격까지 하니 상대하기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불가능은 아니지만.’

데미지가 들어간 시점에서 내가 상대할 수 없는 몬스터란 없다. 저 리자드맨도 데미지가 들어간다는 걸 확인한 이상,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다.

“거신의 질주!”

콰아아앙!!-

[스킬 데미지! 520.]

“키익!”

휙!-

거신의 질주로 충돌 이후, 고개를 숙여 리자드맨의 공격을 피해낸다. 보고 피하는 건 힘들었지만 지금과 같이 공격을 미리 알고 행동한다면 어떻게든 피할 수는 있다.

“거신의 질주!”

콰아아앙!!-

[스킬 데미지! 518.]

아놔, 더럽게도 안 죽네!

총 1,500이 넘는 데미지를 줬음에도 리자드맨은 죽지 않았다. 오히려 분노한 얼굴로 내게 칼질을 할 뿐이다. 그러나 저 칼질이 몇 번 맞는다고 해서 죽을 내가 아니었기에 무시하고 다시 거신의 질주를 사용했다.

콰아아앙!!-

[스킬 데미지! 521.]

[전투 경험치 900 획득!]

[띠링!~ 'D랭크 스킬북'을 획득하셨습니다.]

“후.”

지구력의 절반 이상을 사용해야 될 만큼 강한 놈이었다. 보스 몬스터를 제외하면 제일 강한 녀석이 아니었을까?

‘그보다 D랭크 스킬을 주네.’

지금까지 내가 얻었던 D랭크 스킬은 죄다 보스급 몬스터를 잡아 나온 것이다. 도르겐과 네르타스. 그런데 지금은 보스급 몬스터가 아닌데도 D랭크 스킬북이 나왔으니 뭔가 신기하기도 했다.

[화염 방사] (D랭크)

설명:전방을 향해 지속적으로 불꽃을 내뿜는 마법이다. 사거리가 짧다는 단점이 있지만, 사용하면서 이동도 가능한 종류의 마법이기 때문에 공격과 회피를 동시에 할 수 있다.

<상승 능력치:지능(3), 민첩(1), 마력(1)>

‘호? 이건 꽤…….’

비싸겠는데?

지속 공격과 이동이 가능한 스킬. 효율성이 상당한 스킬이다. 이런 스킬이라면 현금으로 팔아도 꽤 많은 돈을 받을 것만 같았다.

“운이 좋군.”

“운이 좋다뇨?”

“아뇨, 그보다 구슬을 다시 보죠.”

“예? 하지만 또 함정이라면…….”

“괜찮아요.”

이젠 직감으로 함정을 구별하면 된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몬스터가 튀어나오는 함정은 구별할 수 있는 거지만 그게 어딘가? 그리고 저 구슬을 건드려야 다음으로 진행이 될 거 같았다.

‘첫 번째 구슬은 아니고.’

차례대로 구슬에 손을 가져간 뒤, 직감을 사용한다. 직감을 사용해보니 네 번째 구슬도 몬스터가 나온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문제는 두세 번째 구슬인가?’

꾹-

두 번째 구슬을 눌려본다. 그러자 이전과 마찬가지로 구슬 주변의 마법진에서 빛이 생겨나더니 이내 막혀 있던 벽이 서서히 위로 올라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쿠쿠쿵-

‘정답인 모양이군.’

올라간 벽 너머로 보이는 또 다른 길. 이제 아무런 걱정도 없었다. 구슬이 박힌 벽이 나오면 직감으로 찾으면 되니 말이다. 또 내가 길을 찾아내자 뒤에서 묵묵히 지켜보던 레이안의 감탄한 말투가 들려왔다.

“대단하군요. 대체 어떻게 찾으신 겁니까?”

“감이죠.”

거의 사실을 말해줬음에도 레이안의 표정은 볼만했다. 내 말을 믿어야 될지 농담으로 넘겨야 될지 고민하는 표정이랄까? 내가 어떻게 말을 하든 받아드리는 사람이 저래서야 진실 따위는 의미가 없는 듯하다.

저벅- 저벅-

‘그보다 꽤 넓은 던전이네.’

던전이 아니라 신전인가? 어쨌든 상당히 넓었다. 더군다나 무작정 길 따라 걸어가기만 하니 이게 함정이라는 느낌도 들었다.

‘내가 제대로는 가고 있는 거겠지?’

“아, 저기 또 막다른 곳입니다.”

“……그러네요.”

막다른 길에는 아까 봤던 구슬 4개가 똑같이 붙어 있었다. 때문에 난 별다른 걱정도 하지 않으며 그곳으로 다가가 직감을 사용했다.

‘이번에는…… 세 번째 구슬이군.’

쿠쿠쿵-

구슬을 누르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열리는 벽. 나야 직감을 사용해 미리 알고 있었기에 이런 상황은 당연하게 여기고 있었지만, 뒤에서 지켜보던 레이안은 그게 아닌 모양이었다.

[거듭되는 행운으로 레이안이 감탄합니다.]

[레이안의 호감도가 1 올라갑니다.]

[현재 레이안의 호감도 11.]

‘호감도?’

근데 나머지 5는 어디서 올라간 거야?

어쨌든 호감도가 올라갔다는 메시지는 내게 나쁠 게 없었다. 동시에 이성 NPC간의 호감도를 최대치로 올리면 성행위를 할 수 있다는 게시판 글이 떠올랐다.

‘레이안도 가능하려나?’

뭐, 가능하다고 해도 언제 호감도를 100까지 찍겠는가? 물론 퀘스트를 완료하면 40 더 올라가니 불가능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혹시 구슬의 위치를 아시는 겁니까?”

“설마요.”

“그럼 어떻게…….”

“구슬 근처에 그려진 마법진의 문양을 보고 추측한 거예요.”

“아.”

실제로 내가 보기에는 모두 같은 문양이었다. 하지만 이런 내 말에 납득한 레이안은 고개를 끄덕였고, 그 모습은 사람 한 명 속이는 게 참 쉽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쿠쿠쿵-

길은 계속 이어졌다. 난 세 번째, 네 번째 벽까지 모두 열었으나 딱히 변화는 없었다. 또 이쯤 되면 아무리 나라도 짜증이 절로 솟구쳤다.

‘미친, 대체 길이 어디야?’

진짜 제대로 가고 있는 건가? 다행스러운 건 레이안이 아무 말도 없이 따라오고 있다는 거였다. 보통 다른 사람이라면 이게 맞는 길인지 물어보기라도 할 텐데, 레이안은 그런 게 없었다.

나 자신조차 불안한 이때, 말없이 믿어주는 레이안이 고맙다고 할까?

그것도 NPC라서 가능한 거겠지만.

저벅-

‘……또 벽이군.’

한숨을 내쉬며 직감으로 열어버린다.

쿠쿠쿵-

“음?”

이번에도 여지없이 길이 나올 거라 생각한 내 눈에는 색다른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거대한 홀. 홀 구석에 위치한 거대한 마법진. 그 마법진 안에 갇힌 기사와 병사. 마지막으로 마법진 외각에 서 있는 검은 로브를 입은 사제까지.

드디어 도착한 듯했다.

“설마하니 이곳까지 도착하다니. 보기보단 제법이구나.”

“…….”

어? 움직이지 않는다.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는 걸 보면 일종의 이벤트가 발동된 모양이다.

어쨌거나 내 입은 내 의지와 관계없이 절로 떠들기 시작했다.

“심상치 않은 마법진이군. 대체 뭘 할 생각이지?”

“큭큭, 우리 교단을 위한 제물이지. 마물을 소환하기 위해서는 인간만큼 좋은 제물도 없으니까.”

“가능할 거라 보나?”

“솔직히 지금 이 상황은 예상 밖이군. 원래라면 함정에 걸리는 동안 소환 의식을 끝냈어야 했는데…….”

‘함정? 소환 의식?’

무슨 말이지? 내가 함정에 걸리면 소환 의식이 진행된다는 건가?

내 예상이 사실이라면 지금까지 함정에 걸리지 않고 진행한 것이 행운이었던 거 같았다.

“그렇다고 문제가 있는 건 아니지. 고작 너희 둘이서 뭘 할 수 있겠느냐.”

파밧!-

그 말이 끝나자마자 주변에 있던 네 명의 사제가 마물을 소환했다. 소환한 마물은 리자드맨. 쌍두 머리 리자드맨이 아니라 그냥 리자드맨이었기에 속으로 안심할 수 있었다.

‘고작 리자드맨으로 뭘 어쩌려고.’

“시작해라.”

“예.”

뭘 시작해?

지금 이 순간에도 내 몸은 움직이지 않았다. 이벤트가 끝나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앞에 상황을 지켜보는 정도였다.

“마물 합성!”

‘……미친.’

왜 마지막인 이 부분에서 쌍두 머리 리자드맨이 나오지 않았는지 알 수 있는 광경이다. 마물 합성을 외친 사제들의 명령에 답하듯이 리자드맨은 빛으로 변해 서로 합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쿠오오오!”

그리고 그 합친 빛이 서서히 사라지자, 두 마리의 쌍두 머리 리자드맨이 튀어나왔다.

‘두 마리라면 꽤 힘들겠는데.’

“큭큭, 아직 놀라긴 이르다. 마물 중첩 합성!”

파밧!-

순간, 두 마리의 쌍두 머리 리자드맨은 다시 빛으로 변해 서로 합쳐지기 시작했다. 설마 저기서 또 합체하는 건가? 어차피 이벤트로 인해 움직이지 않는 내가 할 수 있는 건 가만히 지켜보는 것 이외에는 없었다.

“크라라라라!”

‘쌍두 머리가 삼두 머리로 변했군.’

놀랄 겨를도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커다란 덩치를 자랑하던 쌍두 머리 리자드맨에서 다시 한 번 커진 덩치를 보니 어떻게 상대해야 되는지 고민하기 바빴으니까.

“자, 얌전히 바무트님의 제물이 되어라!”

[바무트 교단 사제와의 전투가 시작됩니다.]

메시지와 함께 몸이 움직이지 시작했지만, 그렇다고 순식간에 뛰쳐나가지는 않았다. 딱 봐도 이길 수 있을지 의문인 저 리자드맨을 상대로 무작정 뛰쳐나갈 수는 없었던 것이다.

“제가 저 마물을 상대하겠습니다. 루딘 님께서는 제 동료의 구출을 부탁드립니다.”

“…….”

뭐래? 이 약골 기사가?

장담하건데 레이안이 상대한다면 1분도 되지 않아 죽어버릴 것이다. 반대로 말하면 내가 리자드맨을 상대하고, 레이안이 동료의 구출을 맡아야 된다는 뜻이다.

“역할을 바꾸죠. 동료 구출은 그쪽이 해요.”

“예? 하지만…….”

“옵니다.”

잠자코 레이안의 의견을 들을 틈이 없었다. 난 이쪽으로 돌진하는 리자드맨을 맞서 싸우기 위해 레이안을 밀치며 앞으로 달렸다.

“크라라랏!”

“칫.”

휘둘러지는 검. 리자드맨의 검은 엄청날 정도로 빨랐다. 빨랐지만 궤적까지 보이지 않을 정도는 아니다. 난 내 목을 쳐내기 위해 다가오는 칼날을 아래에서 위로 쳐올렸다.

채앵!-

아슬아슬하게 내 머리 위로 빗겨가는 리자드맨의 칼날. 맞지 않았기에 데미지도 없다.

“거신의 질주!”

콰아아앙!!-

[스킬 데미지! 311.]

‘역시 밀리지 않는군.’

이미 예상한 일이다. 일단 데미지를 줬다는 것에 만족한 나는 재빨리 뒤로 빠지려고 했지만 리자드맨과 너무 가까이 붙어버렸다.

콰앙!-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557.]

“……!?”

뭐야? 이 데미지는?!

미친 데미지였다. 데미지도 엄청난데, 그 속도까지도 빠르다. 만일 이대로 한 대씩 치고받으면 패배하는 것은 내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거리를 벌려야 되나?’

화르르륵!-

“…….”

그래, 저 녀석에겐 저게 있었지.

난 옆으로 달려 쏟아지는 화염을 피해냈다. 그러나 내가 상대하고 있는 건 머리가 세 개나 달린 리자드맨이다. 피하자마자 다른 머리의 리자드맨이 불꽃을 쏘아댔고, 급히 움직여 자세가 무너진 난 이번 공격만은 막을 수밖에 없었다.

“굳건한 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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