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52 第 6 話 =========================================================================
第 6 話 “6일째”
파밧!-
던전으로 이동한 난 주변부터 둘러보았다. 다행스럽게도 이 던전은 어둡지 않았다. 그리고 신전이라 그런지 내부는 벽돌로 이뤄진 길로 이뤄져 있었다.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어떤 함정이 있을지 모르니.”
“그러죠.”
메시지 창에는 1인 던전이라고 했지만 옆에는 레이안이 함께 있었다. 아마 이 던전은 레이안과 함께 깨야 되는 던전인 모양이었다.
‘문제는 함정인가?’
탐색 스킬만 있었어도 함정 따위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텐데.
아무튼 조심스레 움직인다. 어떤 함정이든 걸려버리면 일이 힘들어질 것이다. 또 이건 내 예상인데 옆에 레이안이 죽어버리면 보상도 날아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크르르.
키륵.
“……?”
왠지 익숙한 소리인데?
고개를 갸웃거리며 조금 더 가까이 가보니 웬 두 마리의 몬스터가 이쪽을 바라보며 경계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
“웨어 울프와 리자드맨이군요.”
“저것들이 왜 여기에 있죠?”
“바무트 교단은 마물을 지배하는 힘을 지녔습니다. 아마 이 신전 주변에 있는 몬스터를 지배해 이곳 신전을 지키는 용도로 사용하고 있겠죠.”
‘그럼 몬스터와 싸워야 된다는 말인가?’
별거 아니겠군.
웨어 울프와 리자드맨은 지금도 쉽게 잡을 수 있는 녀석들이다. 물론 다섯 마리 정도 모였다면 말이 다르겠지만 고작 두 마리라면 나 혼자서도 잡을 수 있었다.
‘그전에 이 여기사의 실력도 봐야 되고.’
빠르게 생각을 정리한 나는 곧장 레이안에게 말했다.
“한 마리 맡아주세요.”
“알겠습니다.”
한 마리만 맡아달라고 했거늘 레이안은 곧장 앞으로 뛰어갔다. 그런 레이안의 행동과 동시에 두 마리의 몬스터는 괴성을 지르며 달려들었고, 난 적당히 웨어 울프 한 마리만 처리하기로 했다.
“엘시크의 환영이동.”
팟!-
“방패 치기.”
환영이동으로 웨어 울프의 뒤로 이동한 나는 방패로 머리를 후려쳤다.
[스킬 데미지! 397.]
“깨갱!”
머리를 맞은 웨어 울프는 개소리를 내며 즉시 내게 손톱을 휘둘렀다. 맞자마자 반격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지만 이전에 리자드맨을 상대해본 나는 아무런 걱정도 없이 그 공격을 받아냈다.
[압도적인 방어력! 데미지를 받지 않습니다!]
‘이게 푸른 돌 세트의 힘이지.’
현재 내 방어는 543. 이런 웨어 울프는 물론이고, 옆에 리자드맨까지 나를 때려도 그리 큰 타격을 입히지 못했다. 또 내가 웨어 울프를 공격한 탓에 만든 분신조차 웨어 울프에게 달려들었다.
서걱!-
[환영 적중 데미지! 228.]
[전투 경험치 250 획득!]
‘자, 그럼.’
레이안의 실력을 볼까?
챙!- 채챙!-
웨어 울프와 비교하면 리자드맨이 더 강하긴 했다. 거의 두 배 정도? 하지만 레이안은 어렵지 않게 리자드맨을 밀어붙였고, 리자드맨은 수차례 레이안의 공격을 막아내다 결국 그녀의 칼에 쓰러졌다.
‘경험치는 안 주네.’
그렇다고 해도 레이안의 실력은 의외로 괜찮았다. 홀로 리자드맨을 없앨 정도라니? 이 정도면 방해는 안 될 거 같다는 생각에 난 속으로 끄덕이고는 본격적으로 이 던전을 진행하기로 했다.
“대단한 실력이시군요.”
문득 나를 향해 놀랐다는 말투로 말을 건네는 레이안.
“별거 아니에요. 그보다 길은 알고 있어요?”
“아뇨, 길까지는 모릅니다.”
“그럼 일일이 찾아봐야겠네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갈림길조차 보이지 않았다. 이대로 길 따라 가도 된다는 말이겠지? 뭔가 던전치고는 단순하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레이안도 이곳에 대해 모르니 일단 보이는 길로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몇 분 정도 길을 걷자.
크크크…….
“응?”
“누구냐?!”
누군가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주변을 둘러봐도 그 웃음의 주인공은 찾기 힘든 상태. 반대로 웃고 있는 자식은 현재 내 위치를 파악하고 있는 듯했다.
-누군가 했더니 조금 전에 필사적으로 도망친 여기사였군. 고작 한 명의 동료를 데려오기 위해 도망친 거였나?
“숨어있지 말고 정체를 보여라!”
-그럴 수는 없지. 대신 적절한 선물을 주겠다.
웅웅-
‘뭐지?’
순간 근처 바닥이나 벽에서 어떤 빛이 생겨났다. 뭔가 거슬릴 정도로 짙은 보라색을 띈 빛이었는데, 난 그 빛을 보며 경계했지만 이미 늦은 모양이었다.
[함정이 발동됩니다.]
[바무트의 권능이 당신의 몸을 일부 지배합니다.]
[권능에 저항할 능력치가 없습니다.]
[근력과 민첩이 20% 하락합니다.]
“상태 정보창.”
근력과 민첩이 하락됐다는 메시지에 난 재빨리 상태 정보창으로 근력과 민첩을 확인했다. 확인해보니 실제로 근력과 민첩이 20% 하락되어 있었다.
근력(248)(-63) 지능(59) 민첩(105)(-27)
붉은색으로 표시된 마이너스 표시. 인상이 절로 찌푸려졌지만 이내 마음을 가다듬었다.
‘……아직까지는 괜찮다.’
이 정도라면 싸우지 못할 능력치는 아니다. 지금의 능력치로도 리자드맨은 처리할 수 있었다. 다만 이게 던전이라면 보스 몬스터도 있을 텐데, 그 보스가 걱정될 뿐이었다.
“젠장! 이 비겁한 놈!”
-크크크. 마음 같아서는 너희 둘도 사로잡고 싶지만, 재물이 충분해서 말이지.
파밧!-
‘마법진?’
둘러보니 전방과 후방에 마법진이 생겨났다. 개수는 대략 20여개. 그리고 그 마법진에서는 웨어 울프와 리자드맨이 튀어나왔다.
-이만 죽어주길 바라마.
목소리는 그 말을 끝으로 없었다. 대신에 마법진에서 튀어나온 웨어 울프와 리자드맨이 이쪽을 노려보고 있었다.
‘이거, 위험한가?’
당연히 내가 위험할 거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능력치가 감소했지만 내 방어력은 멀쩡하니까. 하지만 레이안이 죽으면 이 퀘스트가 실패가 될 가능성이 있었다.
“큭, 옵니다!”
“크엉!”
“엘시크의 환영이동!”
팟!-
제일 먼저 달려드는 웨어 울프의 옆으로 이동해 베어낸다. 당연하지만 내가 있던 자리에는 분신이 있었고, 그 분신은 후방에서 달려드는 몬스터를 막아냈다.
촤악!-
[적중 데미지! 166.]
첫 공격은 은신 상태였기에 무리 없이 성공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내 모습이 드러나자마자 왼쪽 편에 있던 리자드맨이 칼을 휘둘렀고, 난 즉각 방패를 들어 그 공격을 막아냈다.
[압도적인 방어력! 데미지를 받지 않습니다!]
그러나 아주 잠깐 리자드맨에게 시선을 향한 탓에 반대편은 전혀 보지 못했다.
콰득!-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450.]
“……!?”
보고도 믿겨지지 않을 데미지. 오른쪽 발에 느껴지는 미약한 고통에 시선을 향하니 한 마리의 웨어 울프가 내 다리를 물고 있었다.
관통 데미지?
‘미친.’
“회전 치기!”
[스킬 데미지! 221.]
[스킬 데미지! 342.]
검을 든 채로 한 바퀴 돌린다. 빠르게 회전한 내 검으로 인해 주변에 있던 몬스터들은 미처 피할 생각도 못한 채 베어졌고, 그 뒤에는 내 다리를 물고 있는 웨어 울프를 향해 검을 내리찍었다.
[관통 데미지! 366.]
[전투 경험치 250 획득!]
“방패 치기!”
[스킬 데미지! 278.]
방패로 쳐내며 검으로 견제한다. 이대로 계속 진행된다면 이기는 거야 문제는 없다. 관통 데미지만 조심한다면 이들의 공격쯤이야 무리 없이 받아낼 수 있는 수준이니 말이다.
촤악!-
[전투 경험치 500 획득!]
‘이제 두 마리 해치웠나?’
“아악!”
“응?”
고개를 돌린다. 그곳에는 두 마리의 몬스터에게 협공 당하고 있는 레이안의 모습이 보였다. 아무래도 능력치가 하락된 상태에서 두 마리의 몬스터를 상대하는 건 힘든 모양이었다.
“젠장. 거신의 질주!”
콰콰콰콱!!-
일단 레이안을 구출할 생각으로 거신의 질주를 사용한다. 목표는 레이안을 공격하고 있는 두 마리의 몬스터. 또한 감소된 민첩이 무색하게도 내 몸은 순식간에 그 몬스터에게 쏘아졌다.
콰아아앙!!-
[스킬 데미지! 701.]
[스킬 데미지! 619.]
[전투 경험치 500 획득!]
[띠링!~ '리자드맨의 가죽'을 획득…….]
“뒤로 빠져요!”
“그, 그럴 수는 없습니다.”
하긴, 뒤에도 몬스터가 바글거리는 상황에서 빠지라는 말은 너무 생각이 없었나? 뒤쪽에는 내가 만든 분신이 아주 화려하게 몬스터를 해치우고 있었다. 검술과 방어력이 워낙 뛰어나니 몬스터들은 제대로 된 공격조차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차라리 분신 숫자를 늘려?’
남은 지구력을 생각한다면 3명의 분신을 만들 수 있었다. 3명이라면 그럭저럭 수월하게 몬스터를 상대할 수 있겠지만, 반대로 내가 쓸 수 있는 공격에는 제한이 생겼다.
하지만…….
‘그래, 오늘 10레벨까지 찍어보자!’
거신의 질주로 쓸어버려도 괜찮다. 다만 10레벨을 찍은 상태였기에 되도록 쓰고 싶진 않았다. 오늘 접속한 목표는 스킬 수련이었으니 말이다.
“엘시크의 환영이동!”
[마나력이 부족합니다.]
[지구력이 두 배로 소모됩니다.]
서걱-
엘시크의 환영이동으로 근처 리자드맨에게 이동하자마자 칼로 베어낸다.
“엘시크의 환영이동.”
그리고 다시 이동. 순식간에 분신이 3명이 생겼다. 하지만 여기서 만족할 수 없다. 난 마지막으로 엘시크의 환영이동을 사용했고, 결국 분신은 총 4명이 된 상태에서 전투를 치룰 수 있었다.
또 그 분신들은 각각의 스킬을 사용했다.
힘껏 치기. 방패 치기. 회전 치기.
“…….”
거신의 질주나 제이어의 수호방패는 너무 기대한 건가? 어쨌거나 분신이 늘어난 탓에 전투는 수월해졌다. 몬스터가 차례대로 쓰러지는 게 눈에 보일 정도로 말이다.
[환영 적중 데미지! 47.]
[환영 적중 데미지! 169.]
[환영 적중 데미지…….]
[전투 경험치 250 획득!]
콰아앙!-
[스킬 데미지! 289.]
[전투 경험치 500 획득!]
한참을 싸우다 지속 시간이 다 된 분신은 폭발을 일으키며 근처 몬스터를 휩쓸었고, 그 폭발은 내게 경험치를 가져다주었다. 분신들이 싸우는 모습을 보니 뭔가 자동 사냥 같다는 생각은 착각일까?
‘확실히 편하긴 하군.’
어쨌거나 분신들 덕분에 수월하게 전투를 끝낸 나는 자리에 주저앉아 휴식을 취했다. 소모된 마나력과 지구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다.
“하아, 하아.”
뭐, 레이안이 지친 것도 있고 말이다.
“도움이 되지 못해 죄송합니다.”
“뭐, 괜찮아요.”
한차례 싸워보니 이 던전의 난이도는 그리 높지가 않았다. 나 혼자였다면 무리 없이 싸워 이길 수준? 다만 레이안이라는 변수가 마음에 걸렸다.
‘회복 스킬이 있다면 좋을 텐데.’
덧붙여 레이안의 생명력이 어느 정도 남았는지도 알 수 없다. 순전히 감으로 레이안의 생명력을 추측하며 이 던전을 끝내야만 했다. 그리고 능력치가 떨어진 레이안의 실력은 리자드맨보다 아주 약간 높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그나저나 이 저주는 풀릴 생각을 안 하는군.
후우.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몇 분 정도 쉬니 마나력과 지구력이 최대치로 채워졌다. 솔직히 지금까지는 마나력이 제대로 채워지지도 않았지만, 반지를 맞춘 지금은 마나력이 잘만 채워졌다.
‘진짜 10강을 만들어야 되나?’
강화석만 있다면 만드는 거야 문제도 아닐 텐데.
“슬슬 움직이죠.”
하지만 던전에 들어온 지금은 방법이 없다. 아니, 정확하게는 단 하나의 방법이 있지만 사용하기는 싫다. 그저 이대로 진행하면서 별다른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그렇게 한참을 걸은 나와 레이안은 어느 순간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여긴…….”
“막다른 길이네요.”
막다른 길이지만 그곳에는 네 개의 구슬이 박혀 있었다. 구슬 주변에는 각각의 마법진도 그려져 있었는데, 아마 이 네 개의 구슬을 어떻게 해야 될 거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만져볼까?’
뭔가 애매할 때는 만져보는 게 낫지 않겠는가? 난 그런 생각을 하며 구슬 쪽으로 다가갔다.
“뭐하시는 겁니까?”
“벽에 있는 구슬이 수상해서요.”
간단한 대답과 함께 구슬을 만져봤다. 만져보니 안으로 쏙 들어갈 거 같은 구조로 된 거 같았다.
‘눌려봐야 되나?’
이 던전이 구슬을 눌려서 진행되는 구조라면 뭐가 어떻게 됐든 눌려보는 것이 정답이라 판단한 나는 곧바로 첫 번째 구슬을 눌려보았다.
꾸욱-
“서, 설마 누르신 겁니까?”
“예.”
“함정이면 어쩌시려고…….”
어지간히 불안한 모양이네.
팟-
“음?”
난 안절부절 못하는 레이안에게 괜찮다는 말을 하려는 순간, 눌렸던 구슬 근처의 마법진에서 심상치 않은 빛이 생겨나는 걸 목격할 수 있었다.
쿵! 쿵! 쿵!-
“뭔가 옵니다!”
동시에 반대편에서 뭔가가 다가오는 육중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어차피 이곳은 막다른 길이었기에 지금 다가오는 뭔가를 피할 수는 없었다. 뭔지는 몰라도 이곳에서 대처해야만 되는 상황인 것이다.
“쿠오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