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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黃昏). 직감의 소유자-48화 (48/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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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6 話 “6일째”

“하지만 저 혼자서는 힘들 거 같군요. 누군가 도와주시면 좋겠습니다.”

“저도 가죠. 회복 스킬이 있거든요.”

그렇다고 해도 한 명이 나온 탓에 다른 지원자도 금방 나타났다.

‘두 명이라…….’

하긴, 구출보다는 싸우는 편이 내게도 좋았다.

“저도 참여할게요.”

결정을 내린 것과 동시에 내가 손을 들어 말하자, 먼저 미끼가 되겠다고 말한 플레이어는 뭔가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아마 이 중에서 내 장비가 가장 튀었기에 내심 내가 높은 레벨의 소유자라 생각한 거 같았다.

“야, 너도 은신 있잖아.”

문득 잠자코 가만히 있던 라즈의 목소리. 은신? 아마도 환영이동을 말하는 모양이다.

뭐, 구출로 가도 문제가 없긴 하지만…….

“그냥 이쪽이 편해.”

난 그 대답과 함께 다른 플레이어를 둘러보았다. 아무래도 미끼가 되는 인원은 세 명이 한계인 듯싶다. 솔직히 나 혼자 미끼가 되더라도 문제는 없겠지만.

“시간이 없으니 빨리 가죠.”

“아, 예.”

내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움직였다. 라즈도 뭔가 투덜거리면서 움직이기 시작했고, 난 그렇게 먼저 움직이는 이들을 보고는 남은 두 명의 플레이어와 함께 부락 쪽으로 이동했다.

“후, 미끼가 된다고는 했지만, 그래도 긴장되네요.”

“앞만 잘 지켜주신다면 제가 뒤에서 힐 넣어드릴게요.”

“힐 랭크가 높나 봐요?”

“이래 봬도 D랭크입니다.”

“오.”

나를 제외한 그들이 그런 대화를 나누는 사이, 어느 샌가 오크 부락 근처에 도착할 수 있었다. 다만 정면에서 당당하게 걸어간 탓에 망루에 있던 한 마리의 오크가 이쪽을 향해 뭐라 소리치기 시작했다.

“들킨 모양이네요.”

그럼 들키겠지, 안 들킬까?

어쨌든 기다리고 있으니 입구에서는 대략 20~30마리의 오크가 뛰쳐나오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도끼 부족의 오크 전사]

‘오크 전사인가?’

“회복 부탁드리겠습니다!”

동시에 옆에 플레이어가 검과 방패를 든 채 뛰쳐나간다. 아니, 20~30마리가 있는데 뛰쳐나가서 뭘 어쩌려고? 그래도 생각이 있으니 저런 행동을 하는 거라 판단한 난 그 플레이어의 행동을 지켜보기로 했다.

“바람 칼날!”

촤악!-

난 그가 허공에 칼질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의 칼에서는 초승달 모양의 빛이 쏘아지며 오크를 명중시켰다.

‘오, 원거리 스킬인가 보네.’

“바람 칼날! 바람 칼날! 바람 칼날!”

[전투 경험치 84 획득!]

연달아 쏘아대는 스킬. 그리고 죽어나가는 오크. 분명 효과는 있었다. 못해도 두 마리의 오크는 죽었으니 말이다. 또 랭크가 낮은 스킬이라 그런지 마구잡이로 쏴댄다.

뭐, 그것도 얼마 지나지 않아 멈췄지만.

“젠장! 못해도 10마리는 죽일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옵니다.”

난 그 말을 내뱉으며 제일 먼저 접근한 오크부터 베어냈다. 오크 전사의 민첩이 나보다 낮아서 그런지 몰라도 의외로 공격은 쉽게 성공시킨 거 같았다.

[적중 데미지! 203.]

‘더럽게 약하군.’

어제 온종일 골렘을 상대했기 때문일까? 지금의 오크가 너무 약하게 느껴졌다. 아니, 실제로도 약했다. 아무런 스킬도 사용하지 않았는데 200이 넘는 데미지를 주다니?

쾅!-

[압도적인 방어력! 데미지를 받지 않습니다!]

‘뭐, 공격력도 이 정도라면.’

아무래도 여유가 생길 수밖에 없다. 난 대충 근처에 있는 오크를 베어내고는 옆에 플레이어를 살펴보았다. 느긋한 나와는 다르게 그는 정말 진지한 자세로 오크를 상대하고 있었다.

“회복! 회복!”

“에, 예! 생명의 회복!”

‘흐음.’

그냥 이 기회에 다른 스킬 레벨이나 올려?

거신의 질주는 이미 10레벨을 달성했기 때문에 의미가 없다. 난 이왕 이렇게 된 김에 능력치나 올리기로 결정하고는 곧 적당한 스킬을 골라 사용하기로 했다.

“회전 치기!”

촤아악!-

[스킬 데미지! 406.]

[스킬 데미지! 411.]

[스킬 데미지…….]

내 몸을 한 바퀴 돌며 사방으로 공격하는 스킬. 어찌 보면 지금의 상황에선 가장 효율적인 스킬이 아닐까 싶었다.

“회전 치기!”

[전투 경험치 84 획득!]

[전투 경험치…….]

한 번에 세 마리의 오크가 쓰러진다. 이 기세를 몰아 오크들의 진형으로 좀 더 파고든 나는 연달아 회전 치기만 사용했고, 대략 6~7번 정도 사용하니 대부분의 오크들이 정리된 것을 볼 수 있었다.

[전투 경험치…….]

[띠링!~ E랭크 스킬. '회전 치기'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능력치 근력 2, 민첩 1 증가합니다.]

‘이제 2레벨이군.’

이번 의뢰로 5레벨까지는 올릴 수 있으려나?

또 E랭크 의뢰라 그런지 마나력이나 지구력 소모가 거의 없다. 마나력만 400을 잡아먹는 거신의 질주나, 900을 잡아먹는 제이어의 수호방패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을 정도였다.

‘대신 데미지가 낮지만.’

만일 거신의 질주를 날렸다면 한번에 10여 마리는 잡지 않았을까? 전에 고블린 무리에게 써서 20~30마리 정도 죽였으니까.

“후우, 루딘 님이라고 했나요? 대단하시네요.”

“뭐, 장비가 좋은 탓이죠.”

[상인 1명을 구출했습니다.]

“음?”

문득 내 앞에 생겨난 메시지. 그 메시지를 읽어보니 라즈 쪽에서도 어떻게 잘해나가고 있는 거 같았다.

“다른 쪽도 순조로운 거 같네요.”

“그러게요.”

“엇?! 입구 쪽에서 또 몰려와요!”

“……?”

또 몰려온다고?

고개를 돌려보니 이번에는 40~50마리의 오크들이 이곳을 향해 달려오는 게 보였다. 그나저나 이번에는 종류가 다양하다? 난 기존의 오크보다 머리 두 개 정도 더 큰 오크를 바라보았다.

[도끼 부족의 오크 대전사]

‘오크 대전사?’

덧붙여 대전사 뒤에는 활을 든 오크까지 있었다. 오크 궁수였다.

“어쩌죠? 오크 대전사가 두 마리나 되는데.”

“잡아야죠.”

저 오크 대전사가 아무리 강하더라도 어제 싸웠던 골렘보다 강하진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난 자신만만하게 앞으로 걸어갔고, 그런 나와는 다르게 옆에 플레이어는 걱정 한가득한 표정으로 전투를 준비했다.

[상인 1명을 구출했습니다.]

‘뭐, 이대로 버티기만 해도 끝나겠군.’

예상외로 상인을 구출하는 속도가 빠르다. 아마 부락에 있는 오크들이 이곳으로 몰려오는 바람에 경계가 좀 허술해진 듯했다.

‘근데 저것들을 죽이면 다음에는 뭐가 튀어나오지?’

“주제도 모르는 저 침입자를 처단하라!”

“어? 말도 하네?”

“공격!”

오크 대전사의 외침을 시작으로 수십 마리의 오크들이 나를 향해 달려왔다. 수십 마리가 오크가 도끼를 든 채 달려오는 모습. 용기는 가상했지만 이들의 공격력은 내 방어력보다 터무니없이 적었다.

[압도적인 방어력! 데미지를 받지 않습니다!]

“회전 치기!”

싸운다.

쉬지도 않고 눈앞에 있는 오크를 베어낸다.

생명력이 3천이 넘어가는 탓인지, 이런 움직임으로는 지구력이 거의 소모되지 않았다. 아니, 조금만 더 오랫동안 움직인다면 그때부터 지구력이 소모될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 정도 오크들은 손쉽게 상대할 수 있을 정도다.

[적중 데미지! 203.]

[전투 경험치 84 획득!]

[스킬 데미지! 416.]

[띠링!~ E랭크 스킬. '회전 치기'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능력치 근력 2, 민첩 1 증가합니다.]

‘3레벨!’

“루딘 님! 오크 대전사가 옵니다!”

“뒤로 빠져요!”

조금 전 전투에서 회복 지원에도 힘겨워하던 그가 대전사를 상대로 버틸 리가 없다. 그러니 내가 상대하는 게 맞다. 지금도 그는 외각에서 오크 전사를 한 마리씩 상대하는 반면, 난 수십 마리의 오크를 상대로 전혀 밀리지 않았다.

“비켜라! 이 한심한 것들!”

옆에 있는 오크를 베어내는 순간, 어느새 내게 다가온 오크 대전사는 나를 향해 도끼를 내리찍었다. 물론 반응하지 못할 속도는 아니다. 난 침착하게 왼쪽에 방패를 들어 그 도끼를 막아냈다.

쾅!-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1.]

별거 아니군.

‘역시 이제는 C랭크 의뢰를 해야 될 거 같은데?’

고작 일주일 만에 C랭크 의뢰를 해도 될 정도로 성장한 내 자신에게 뿌듯함을 느끼며 오크 대전사를 상대한다.

하지만…….

[파티원 '절대무적' 님이 죽었습니다.]

[영혼 상태로 전환합니다.]

[파티원 '쿨박스' 님이 죽었습니다.]

[영혼 상태로 전환합니다.]

[상인 1명이 죽었습니다.]

“음?”

[상인 1명이 죽었습니다.]

“어라?”

뭐야? 순식간에 파티원 2명과 구출해야 될 상인 2명이 죽었다는 메시지가 생겨났다. 라즈 쪽에서 무슨 일이 생긴 건가? 동시에 또 다른 메시지가 내 앞에 생겨났다.

[친구 '라즈'님께서 대화를 요청하셨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수락한다.”

[대화에 연결되었습니다.]

“너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미안, 한 명이 병신 짓을 하는 바람에 오크 족장이 우릴 발견했어.

“오크 족장?”

-응. 엄청 강해. 은신도 먹히지 않고. 어떻게 건물 뒤에서 숨어있긴 한데 오래 버티지는 못할 거 같아.

난감하게 됐군.

그리고 오크 족장이라는 말에 떠오른 단어가 있었다. 바로 레이드용 보스 몬스터. 투루도 고블린 족장이지 않은가? 그러니 오크 족장도 레이드용 보스가 아닐까? 아무리 내 능력치가 높더라도 아직 투루와 싸울 정도는 아니다.

‘근데 이런 퀘스트에 레이드 보스가 나오나?’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닌 듯싶다. 레이드용 보스가 튀어나오면 누가 이 퀘스트를 하겠는가? 그것도 D랭크 의뢰인데.

‘레이드가 아니라면 일반 몬스터란 말인데.’

-어쩌지? 포기하고 돌아가는 게 좋지 않겠어?

“포기는 개뿔. 계속 숨어 있어.”

일단 랜덤 스킬북은 놓치기 아깝다. 그리고 오크 족장이 레이드용이 아니라면 충분히 상대가 가능할 거란 생각도 들었다. 난 옆에서 깔짝거리는 오크 한 마리를 없애버리고는 근처 플레이어에게 외쳤다.

“죄송한데, 여기 좀 맡겨도 되겠습니까?!”

“예?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에요!”

“이대로 오크만 상대해서는 실패할 게 뻔해요! 지금이라도 빨리 부락 안으로 들어가야만 해요!”

“하지만 저희 둘이서는 무립니다!”

젠장.

그냥 놔두고 가버려?

고작 이런 곳에서 묶여 퀘스트를 실패할 수는 없었다. 차라리 나 혼자 부락으로 들어가면 여기 있는 두 명은 죽겠지만, 퀘스트 그 자체는 성공시킬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냥 내가 잠입했어야 했나?’

“인간! 내 도끼에 쪼개져라!”

“미친.”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1.]

이 데미지로 내가 쪼개지겠냐?

아무튼 재빨리 여길 정리하고 라즈가 있는 곳으로 가야 될 거 같았다. 하지만 일부러 미끼가 되겠다고 남은 두 명을 죽게 놔둘 수도 없었기에 최대한 빨리 이곳을 정리하기로 하며 내가 지닌 최강의 스킬을 사용했다.

“거신의 질주!”

콰콰콰콱!!-

휘몰아치는 붉은 폭풍과 질주하는 푸른빛 갑옷.

고작 이런 오크들 따위가 막을 수 있는 공격이 아니다!

콰아앙!- 콰콰쾅!!-

[스킬 데미지! 856.]

[스킬 데미지…….]

“헛?!”

“뭐, 뭐야 저건!”

[전투 경험치 126 획득!]

[전투 경험치 84 획득!]

[전투 경험치…….]

단 한 번에 내가 상대하고 있던 오크 대전사와 뒤쪽에 있던 궁수들까지 쓸어버린다. 그 뒤로 쭉 올라오는 경험치 메시지. 못해도 10여 마리는 죽인 거 같다. 또 일직선상에 있는 모든 오크들을 죄다 정리한 난 다시 다른 오크들이 모여 있는 곳을 향해 거신의 질주를 사용했다.

“거신의 질주!”

콰아아앙!!-

‘이제 남은 오크가 10여 마리도 안 되나?’

이 정도면 저들에게 맡겨도 될 듯싶다.

“그럼 전 부락으로 가보겠습니다.”

“아, 예. 다녀오십시오!”

내 압도적인 무력(?)을 본 플레이어는 뭔가 얼떨떨하면서도 놀란 표정으로 대답했고, 그 플레이어의 대답을 들은 난 재빨리 부락으로 달렸다.

‘제발 내가 도착할 때까지 얌전히 있어야 될 텐데.’

라즈도 생각이 있다면 오크 족장이 찾아다니는 도중에 움직이거나 하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오크 족장이 숨어 있는 라즈를 찾아낸다면 생각보다 일이 복잡하게 될 거란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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