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혼(黃昏). 직감의 소유자-47화 (47/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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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6 話 “6일째”

“게임 시작.”

팟!-

[황혼이 비추는 거리에서 당신이 원하는 것을 찾기를…….]

어제 엠페러 길드에 가입하고 1시간 정도 기다린 난 조심스레 던전 안으로 들어오는 로이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녀의 말을 들어보니 접속하자마자 엠페러 길드원에게 죽고, 그 패널티로 1시간 뒤에 접속해 다시 이곳으로 왔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녀에게서 몰랐던 사실도 들을 수 있었는데, 그건 그녀가 영혼 상태에서 지금까지의 내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는 점이다.

덕분에 엠페러 길드원과 한참 싸웠던 내 모습이 그녀에게서 많은 의심을 덜어낸 듯했다. 신기한 것은 대화 내용을 들을 수 없었다는 건데, 영혼 상태가 되면 기존의 살아있는 플레이어의 목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뭐, 내가 죽었을 때는 남은 플레이어가 한 명도 없었으니 몰랐다고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니지만.

덧붙여 엠페러 길드의 가입은 그쪽 조건이 좋았다는 말로 끝내버린 난 로이나의 사냥을 도와주면서 레벨 31까지 올릴 수 있었다. 정확하게는 2레벨이 오른 건데, 이건 인원 10여 명이 넘는데다 사냥하는 속도도 내가 혼자서 하는 것보다 느려서 생긴 일이기도 했다.

‘나중에는 마나력이 없어서 한 마리만 잡고 쉬었지.’

그래도 게임 시간 내내 스킬 레벨은 올릴 수 있어서 좋았다. 거신의 질주는 10레벨을 찍었고, 굳건한 방어는 5레벨을 찍었으니 말이다.

여기서 만일 내가 적극적으로 나섰다면 로이나의 길드에게도 확실하게 도움이 됐을 테지만…….

‘다신 만날 일도 없을 텐데 뭐하러?’

라는 생각으로 내 스킬 수련에만 전념했다.

아무튼 황혼에 접속한 나는 주변부터 둘러보았다. 접속 종료 메시지가 뜬 이후에 마을로 돌아온 터라 주변 배경은 항상 보던 마을이었다. 또 평일이라 그런지 주말에 비해 비교적 한산하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여전히 북적이는 장소도 있었다.

“의뢰 길드인가?”

그러고 보니 어제는 던전에만 붙어 있었던 탓에 의뢰를 하지 못했다. 아쉽기는 했지만 이번 의뢰로 명성 150을 넘기면 명품관이라는 곳에 들어갈 수 있다고 하니 그렇게라도 하는 게 가장 무난할 듯싶었다.

‘그 뒤에는 랜덤 스킬북만 펼치면…….’

대충 오늘 할 일은 끝나지 않을까?

그렇게 천천히 의뢰 길드로 향하던 난 어제 획득한 랜덤 스킬북으로 어떤 스킬을 배울지 고민했다.

‘황혼에서 가장 이상적인 스킬 조합은 뭘까.’

S랭크라고 마냥 좋은 건 아니다. 환영이동 같은 경우는 잘 사용하지도 않았고, 아이젠의 멸살검 같은 경우에는 패널티가 심했다. 아마 30초간 탈진한다고 했었나? 그걸 생각하면 A랭크인 거신의 질주가 훨씬 좋다고 말할 수 있었다.

‘아님 패시브 스킬?’

공격은 거신의 질주로도 충분하다. 그러니 남은 모든 스킬은 패시브로 도배하는 것이 가장 좋지 않을까 싶었다. 어차피 쿨타임도 없는 게임이 아닌가? 그러니 데미지를 확실히 줄 수 있는 스킬을 두세 개 정도만 배우고, 나머지는 패시브 스킬로 도배하는 게 가장 이상적인 조합이 아닐까 싶다.

“문제는 그것도 힘들다는 거지만.”

직감으로 패시브 스킬만 뽑아볼까? 그럼 F랭크 스킬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내 직감은 단 하나의 경우에만 '나온다', '나오지 않는다'를 선택하는 방식이었으니 말이다.

'S랭크 스킬'이 나온다, 나오지 않는다. 이 경우는 된다. 그러나 'S랭크 스킬' 중에서 '패시브 스킬'을 고른다. 이건 예전에 온라인 게임에서 아이템 박스를 뽑는 도중에 실험을 해보니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뭐랄까?

한 가지의 결과는 느껴지는 감정으로 파악할 수 있는데, 중복으로 할 수 없다고 할까? 만일 S랭크 스킬을 고른 뒤에 직감을 멈추면 이 S랭크가 어떤 스킬인지도 파악할 수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취소하지 않는 이상 직감은 멈출 수 없었다.

웅성~ 웅성~

‘……도착했군.’

의뢰 길드의 풍경은 여전했다. 파티를 구하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는 뜻이다. 그러나 파티가 없어도 홀로 D랭크 의뢰를 할 수 있는 내겐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그보다 좀 이상한데.’

왠지 모르게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나를 향하는 듯했다. 실제로 근처에 있는 플레이어는 나를 보며 뭐라 수군거렸는데, 아마 내가 입고 있는 장비 때문인 거 같았다.

“와~ 저 장비 뭐지?”

“세트 아이템 아닐까?”

“세트 아이템이라면 던전…… 아, 길드가 있구나.”

“근데 저 문양이 익숙하지 않아?”

음?

문양이라면 내 왼쪽 가슴에 그려진 길드 마크를 말하는 거 같았다. 아무래도 엠페러 길드의 마크였으니 어디서 봤다고 해도 이상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래도 저 장비면 엄청 강할 거 같은데.”

“같이 의뢰하자고 해볼까?”

“…….”

안 되겠네. 빨리 의뢰를 받고 떠나던가 해야지.

[친구 '라즈'님께서 대화를 요청하셨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라즈?’

막상 의뢰 길드로 들어가려던 내 발걸음은 갑작스런 메시지로 인해 멈추고 말았다. 뭐랄까? 어제는 꽤 늦게 접속하더니 오늘은 나보다도 일찍 접속한 모양이었다.

근데 무슨 일이지?

‘무기도 만들어줬는데.’

아님 하루 만에 던전을 발견한 건가? 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라즈의 대화 요청을 수락했다.

[대화에 연결되었습니다.]

-안녕? 뭐하고 있어?

“의뢰 길드에서 의뢰나 하려고. 근데 왜?”

-혹시 의뢰 받았냐고.

“아직 받진 않았는데.”

그런 내 대답에 라즈는 들뜬 목소리로 답했다.

-아, 그럼 내가 받은 의뢰를 도와주면 안 될까? 보상으로 랜덤 스킬북을 주거든. 어떻게든 성공시키고 싶어.

‘랜덤 스킬북?’

이게 찾으라는 던전은 안 찾고 뭐하는 걸까? 하지만 랜덤 스킬북이라는 단어는 끌리긴 했다. 아직 내가 습득해야 될 스킬이 18개나 되니 말이다.

‘근데 여기서 랜덤 스킬북이 한 권 더 추가된다면…….’

오늘은 하루 종일 랜덤 스킬북만 펼쳐야겠네.

뭐, 그게 나쁘다는 뜻은 아니지만 피곤한 하루가 될 거 같았다.

“어딘데?”

-의뢰 길드 안에 있는데? 넌 어디야? 내가 그쪽으로 갈게.

“의뢰 길드 앞.”

-앞이라고? 잠깐만 기다려. 금방 갈게.

[대화가 종료되었습니다.]

대화가 종료되고 몇 초도 지나지 않아 의뢰 길드 안에서는 라즈가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내 주변에는 수많은 플레이어가 있었지만 워낙 튀는 장비를 입고 있었던 탓에 라즈는 어렵지 않게 날 찾아냈고, 그렇게 날 찾은 그녀는 곧장 다가와 반가운 척을 해왔다.

“오, 방패 바꿨네. 좋은 거야?”

“좋긴 좋지. 그보다 의뢰 등급은?”

“D랭크야.”

“D랭크라…….”

적당하군.

고개를 끄덕인다. 어차피 D랭크의 의뢰를 받을 생각이었으니 겸사겸사 라즈의 의뢰로 대신하면 될 거 같았다.

덤으로 랜덤 스킬북까지 얻고.

“근데 이게 좀 까다로워서 사람을 모아야 될 거 같아.”

“사람을 모아야 된다고?”

“응. 적정 인원이 8명이나 돼.”

D랭크의 8인 의뢰라면 만만치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난 내가 지닌 능력을 믿었기에 별다른 걱정은 하지 않았지만 라즈의 입장에서는 또 다른 모양이었다.

“최소 5명은 구하는 게 좋지 않을까?”

“구할 사람은 있고?”

“지금부터 구해야지.”

‘이건 뭐…….’

감탄이 나올 정도로 대책이 없었다. 그러나 그걸 가지고 뭐라 말하진 않는다. 어차피 이번 의뢰가 끝나면 랜덤 스킬북을 펼쳐야 되는데, 그때 고생할 걸 생각하면 괜한 말다툼으로 체력을 소비하기 싫었기 때문이다.

“그래, 잘 구해봐.”

“넌 안 돕고?”

“글쎄? 사람을 구하는 거라면 나보다 네가 더 나을 거 같은데?”

이런 내 대답에 라즈의 표정은 묘해졌다. 막말로 예쁜 외모를 지닌 라즈가 사람을 구하는 편이 더 쉽지 않겠는가? 이런 내 대답을 라즈는 어떻게 해석했는지 모르겠지만 이내 끄덕이며 근처에 있는 플레이어에게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인원은 당연하다는 듯이 금방 모였다.

플레이어에게 다가간 라즈가 사근사근 웃으며 이야기를 하니 대부분이 알아서 파티에 가입을 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얼마 지나지도 않아 적정 인원 8명을 전부 모은 라즈의 모습에 내심 한숨이 나왔다.

‘아깐 5명 정도 구한다더니.’

아님 어떻게든 성공하겠다는 의지인가?

‘뭐, 나쁠 건 없지.’

나와 라즈. 이렇게 둘이서 가는 것보다 이 정도로 모여 가는 것이 전투에서도 여유가 생길 듯했다. 또 이건 랜덤 스킬북을 구하기 위해 가는 거였으니 몇 명이 모이든 아무래도 좋았다.

“이제 출발할까요?”

“예.”

“그러죠.”

라즈의 물음에 곧장 대답하는 플레이어. 잘 대답하는 걸 보니 그렇게 큰 문제를 일으킬 거 같진 않았다.

“그럼 시작해요. 의뢰 시작.”

[의뢰를 시작하셨습니다. 의뢰 장소로 이동하시겠습니까?]

그렇게 라즈를 비롯한 모든 플레이어가 의뢰 장소로 이동했고, 나 또한 그런 그들을 따라 의뢰를 시작하도록 했다.

“의뢰 시작.”

[의뢰 장소로 이동합니다.]

파밧!-

의뢰 장소로 이동된 곳은 넓은 평원. 그런데 날이 좀 어두웠다. 눈앞에 있는 플레이어는 문제없이 볼 수 있지만, 먼 곳에 위치한 지형은 제대로 볼 수 없을 정도.

나야 접근해서 싸우는 스타일이니 별다른 문제가 없다. 하지만 라즈의 경우에는 조금 곤란할 수도 있을 상황이었다.

‘그나저나 의뢰는 뭐지?’

난 여기서 가장 중요한 의뢰 내용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즉각 의뢰부터 살펴보았다.

[오크 부락에 갇힌 상인 일행을 구출하라.] (D랭크)

내용:물품을 팔기 위해 하르페 제국으로 향하던 상인 일행은 갑작스런 오크의 기습으로 전원 잡혀버린 상태. 상인을 지키기 위해 고용한 용병들은 이미 오크들의 손에 죽어버렸지만, 그 중 한 명만이 간신히 살아남아 곧장 의뢰 길드에 도움을 요청했다.

*자동으로 오크 부락 근처로 이동.

*제한 시간 2시간.

*최소 5명 이상 구출해야 됨.

보상:8명 전원 구출 시, 명성(60), 금화(3골드), 아이템(랜덤 스킬북)

5명 이상 구출 시, 명성(40), 금화(1골드), 아이템(랜덤 스킬북)

적정 인원:8명

‘상인 구출?’

랜덤 스킬북이 아니더라도 무조건 5명 이상 구출해야만 하는 의뢰다. 그리고 설명을 읽어보니 포로로 잡힌 상인은 총 8명. 붙잡힌 위치도 모르는 상황에서 8명이나 구출하라는 건 조금 무리가 아닐까 싶었다.

‘의외로 어렵겠는데.’

마냥 싸우기만 의뢰가 아니다. 구출해야만 하는 의뢰인 것이다. 차라리 전에 봤던 호베였나? 그 녀석과 싸우는 편이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기가 오크 부락인 모양이네요.”

“생각보다 큰데요?”

“그래도 날이 어두우니 어떻게는 될 거 같아요.”

“흩어져서 찾아야 될까요?”

내가 난감하다고 생각할 무렵, 다른 이들은 한쪽에 위치한 오크 부락을 보며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난 왜 혼자 해결하려고 했지?’

아마도 지금까지 모든 걸 혼자서 해결한 탓인 듯하다. 어쨌거나 이번 의뢰는 나 혼자 어떻게 할 수 없었으니 저들의 대화를 주의 깊게 듣기로 했다.

“양동작전 어떨까요?”

“한쪽이 난동피우면 다른 쪽에서 구출하는 거요? 그럼 난동피우는 쪽은 그쪽이 하실래요?”

“구출하다가 들키면요? 모두가 위험하지 않을까요?”

‘쯧.’

제한 시간이 존재하는데도 의견은 좁혀들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렇게 보고 있어도 되는 건가? 난 먼저 그들에게서 시선을 떼며 오크 부락을 쳐다보았다. 오크 부락에는 여기저기 횃불이 켜져 있어 꽤 환한 모습이었는데, 저런 곳에 함부로 들어갔다간 곧바로 들킬 것만 같았다.

그때.

“예. 좋습니다. 제가 미끼가 되죠!”

‘응?’

누군가가 자신 있는 목소리로 외쳤다. 대단한데? 내가 다시 그들에게로 시선을 돌리니 모두가 의외라는 듯이 그 플레이어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플레이어는 뭔가 자신이 대단한 일을 했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저 표정만 없다면 조금 더 괜찮았을 거란 생각은 괜한 기분 탓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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