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46 第 5 話 =========================================================================
第 5 話 “5일째”
남자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꼼짝도 못한 녀석들이 지금은 미쳐 날뛰고 있었다. 그런데 길마? 길드 마스터? 뭐, 나 또한 길드 마스터라는 생각을 했으니 놀랍지도 않다.
어쨌든 내가 뭐라 한마디 하려는 그때, 남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
“…….”
“…….”
단 한마디였다. 조용한 그의 한마디에 주위에 길드원들은 당황하며 입을 다물었다. 이야~ 이렇게 보니까 신기하다. 어떻게 이게 가능하지?
“모든 길드원에게 알리겠습니다. 이 던전은 제외하십시오.”
제외?
“……예.”
“알겠습니다.”
길드원들은 정말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한눈에 딱 봐도 정말 싫다는 기색이 절실히 드러났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다행이군요. 그럼 돌아가셔서 다른 곳을 지원하시길 바랍니다.”
“예.”
지원? 뭔가 알 수 없는 단어가 계속 들려왔지만, 결국 길드 마스터를 제외한 모든 길드원들은 던전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넌 왜 안 가냐?’
길드원에게는 나가라는 말을 했으면서, 정작 본인만 남아있는 그 남자를 난 의아하게 바라보았다. 무슨 볼일이라도 있는 건가? 그런 내 시선에 그는 뜬금없이 자신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소개가 늦었군요. 저는 엠페러 길드의 마스터를 맡고 있는 아이젠이라고 합니다.”
‘엠페러 길드?’
딱히 이름 따위는 알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엠페러 길드라는 단어와 마스터라는 단어를 들은 나의 머릿속에는 어제 영상 게시판에서 봤던 장면이 떠올랐다.
S랭크 스킬인 세피언의 멸살검.
그리고 그 멸살검을 휘두른 플레이어가…….
‘아, 그게 저 녀석이었군.’
어디서 봤다는 생각을 했지만 이제 확실해졌다. 지금 내 앞에 서 있는 플레이어는 어제 영상에서 나온 플레이어인 것이다.
그래도 확인차 물어보기로 했다.
“S랭크 스킬 보유자?”
“예. 그렇습니다.”
부정하지 않는다. 그는 끄덕이며 그 사실을 인정했다. 역시 멸살검을 습득한 사람인가? 솔직히 영상에서 봤던 사람을 여기서 직접 볼 수 있다는 게 신기하기는 했다.
“대단한데. S랭크 스킬을 뽑다니.”
“별로 대단하진 않습니다. 1천 번? 그 정도 사용하니 나오더군요. 한 8억 정도는 쓴 거 같지만.”
“…….”
8억? S랭크 스킬 때문에 8억이라는 돈을 썼다고?
어떻게 생각하면 또 대단하기도 했다. 내가 직감으로 S랭크 스킬을 뽑았다면, 그는 현금으로 S랭크를 뽑았다는 말이 아닌가?
둘 다 자신이 가진 능력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보다…… 음, 아직 이름을 물어보지 않았군요.”
“루딘.”
“예, 루딘 님. 혹시 용병 일을 하십니까?”
“용병?”
“돈을 받고 사냥이나 퀘스트를 도와주는 사람을 뜻합니다.”
나 말고도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이 있었나? 솔직히 나 또한 로이나에게 돈을 받고 도와달라는 제안을 받았지만, 그걸 주목적으로 하는 사람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것도 그럴 것이 이제 시작한 게임에서 무슨 용병이란 말인가?
‘아니, A랭크 스킬이 떴다면 가능하겠군.’
난 유일하게 붙었던 A랭크 곰탱이를 떠올렸다. 그 곰탱이가 가진 힘이라면 충분히 용병 일도 가능할 거 같았다.
“미안하지만 용병 일은 하지 않아.”
“그렇군요. 그럼 아까 이 던전을 돕기 위해 접속했다는 말은…….”
“그거야 이 던전에서 사냥하고 싶었거든. 그 대가로 도와주는 거고.”
무슨 의도인지 모르겠지만 대답은 해준다. 어느 정도 충분히 대답이 가능한 수준의 질문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난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고, 그 대답을 들은 아이젠은 이제 알겠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루딘 님께서는 탐색 스킬이 없으시군요.”
“뭐, 그렇지.”
“루딘 님도 아시겠지만 던전의 효율은 엄청납니다. 필드에서 사냥하는 것과 비교해도 경험치나 아이템 면에서 절대 따라올 수 없죠.”
“…….”
그 말은 맞다. 던전에서는 세트 아이템이 나왔고, 또 오늘과 같은 경우라면 경쟁자가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내가 별다른 말을 하지 않는 이유는 그 말을 내뱉은 녀석의 목적이 궁금했던 탓이다.
뭔가 목적이 없고서야 지금처럼 대화를 할 리가 없다. 아마도 내게 어떤 목적이 있을 거라 판단한 나는 거기에 대해 물었다.
“하고 싶은 말이 뭐야?”
“더 많은 던전에서 사냥하고 싶지 않습니까?”
더 많은 던전? 거기까지 들은 나는 이 자식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수 있었다.
“나보고 길드로 들어오라?”
그도 부정하진 않았다.
“예. 만일 길드가 없으시다면 루딘 님이 다른 던전을 찾기란 상당히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내가 스킬을 배우면 돼.”
“랜덤 스킬북으로 말입니까? 제가 해봤는데 C랭크 이상의 탐색 스킬은 나오지도 않았습니다. 또 혼자서 찾으실 생각인 거 같은데, 그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설사 발견하더라도 다른 길드가 뺏을 가능성이 높죠. 그들은 개인 소유의 던전을 어떻게든 차지하려고 하니까요.”
‘으음.’
뭐, 던전을 뺏기는 거야 신경 쓰지도 않았다. 감히 내 던전을 뺏어? 그럼 모조리 몰살하면 된다. 하지만 아이젠이 C랭크 이상의 탐색 스킬은 나오지도 않았다는 말이 신경 쓰였다.
‘그래도 던전에서 사냥할 수 있다는 말은 끌리는데.’
막말로 오늘 이후로는 내가 갈 수 있는 던전은 없다. 이곳은 로이나의 길드였고, 전에 검은 갈기 전사가 나온 던전은 다른 길드에게 팔았다고 했으니 내일부터는 필드에서 사냥을 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걸 생각한다면 녀석의 제안은 흥미가 생겼다.
“그렇게 말하는 그쪽 길드에는 던전이 몇 개나 있는데?”
“저희 길드가 독차지하고 있는 던전만 8개가 됩니다. 그리고 그 던전에는 400명의 인원이 투입되어 있죠.”
400명?
“무지하게 많네.”
“많지 않습니다. 길드원만 2천 명이니까요. 또 그 정도 인원이 투입된 것은 다른 길드에게 던전을 뺏기지 않기 위해서죠. 아마 이 황혼이라는 게임은 한 달 정도 지나면 던전을 쟁탈하는 게임으로 변질될 겁니다.”
그런가? 던전 쟁탈 게임으로 변질된다면 길드간의 전투가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었다. 설마 일개 파티가 던전을 뺏는다고 덤비겠는가? 적어도 길드 단위로 몰려와야지.
“던전 쟁탈이라면 그쪽 길드가 유리할 텐데, 뭔 걱정이야?”
엠페러 길드는 길드원만 2천 명. 그리고 길드 마스터는 S랭크 스킬을 보유하고 있었다. 어느 미친 길드가 덤벼들겠는가?
“길드간의 전투는 1:1이 아닙니다. 저라도 30~40명 몰려오면 죽을 수밖에 없죠.”
너희 길드원은 노냐? 2천 명이나 되는 길드원을 데리고 전쟁 한 번 일으키면 다른 길드들은 죄다 몰살일 텐데? 그런데 따지고 보면 엠페러 길드가 제일 막강한 거 아닌가? S랭크 스킬을 보유했다는 홍보만으로 2천 명이 몰려왔을 정도고, 던전도 계속해서 찾으니 그 인원은 점점 늘어날 테니 말이다.
‘후, 길드라…….’
탐색 스킬도 없는지라 끌리긴 한다. 사실 오늘 라즈에게 직감을 사용해 무기를 만들어준 것도 빚을 지게 하기 위해서다. 그래야 라즈가 던전을 찾은 뒤에 내게도 연락을 할 거 같았으니까.
“물론 인원이야 점차 늘어날 테니 걱정하지 않습니다. 다만 제대로 된 실력자가 필요하죠. 거기에 루딘 님이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 그럼 내가 들어가서 얻는 건 뭐지? 단순히 던전 밖에 없다면 다른 길드로 가도 되잖아?”
“아까도 말했듯이 이 게임은 던전을 쟁탈하는 게임으로 될 겁니다. 반대로 말하자면 길드만이 던전을 차지할 수 있다는 말이죠. 그런 상황에서 다른 길드로 들어가신다면……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루딘 님을 의존할 겁니다.”
‘내가 선봉에 서서 싸워야 된다는 말인가?’
또 엠페러 길드와 싸우게 된다면 앞에 있는 저 녀석과 붙게 될 가능성이 높았다. S랭크 스킬인 멸살검을 습득한 자. 내가 질 거 같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반대로 이길 거란 생각도 들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엠페러 길드에 들어가면 그럴 걱정이 사라진다. 솔직히 다른 플레이어야 내가 압도적으로 이길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러니 저희 길드로 들어오는 편이 좀 더 편하게 게임을 하실 수 있지 않겠습니까?”
“…….”
아무튼 그 물음에는 고개를 끄덕인다. 엠페러 길드를 적으로 두지 않는 것만으로도 던전 쟁탈은 편해질 것은 분명한 사실이니까.
“음, 표정을 보니 아직도 고민 중이시군요. 그럼 이건 어떻습니까?”
“뭘?”
“임시 가입입니다. 가입해서 일주일만 지내보고 마음에 들지 않으시면 다시 탈퇴하셔도 됩니다.”
“너무 파격적인데?”
내가 마음만 먹으면 던전에 나오는 아이템은 하루 만에 얻을 수 있다. 그런 내게 일주일이나 준다고? 던전을 하루에 하나씩만 돌아도 엠페러 길드에 있는 대부분의 던전을 도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분명 마음에 드실 테니까요.”
‘길드가 그리 좋은 건가?’
사실 난 온라인 게임을 할 때에도 길드에는 가입한 적이 없었다. 단순히 아이템만 사고파는 게임에서 길드까지 가입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길드 가입이 처음인 이 황혼은 뭐라 판단하기가 어려웠다.
“……좋아. 대신 나중에 딴말하면 재미없을 줄 알아.”
“알겠습니다.”
그 말과 함께 손을 내미는 아이젠. 난 내밀어진 녀석의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고는 곧 마주 잡았다.
아마 잘 부탁한다는 의미겠지?
[플레이어 '아이젠' 님께서 길드(엠페러) 가입을 신청하셨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응?
“수락하시면 됩니다.”
“아, 응. 수락한다.”
[길드 '엠페러(Emperor)'에 가입하셨습니다.]
[상태 정보창의 내용이 갱신됩니다.]
[길드 문양이 새겨집니다.]
메시지와 함께 내 왼쪽 가슴에는 문양이 그려졌다. 새하얀 한쪽 날개와 칼이 그려진 문양. 이게 바로 엠페러 길드의 문양인 거 같았다.
‘그런데 상태 정보창이 갱신됐다고?’
의아해진 난 곧장 확인부터 했다.
[이름:루딘]
[칭호:수호의 방패]
[레벨:29]
[명성:129]
[길드:엠페러(Emperor)]
[생명력:3394/3619]
[마나력:151/1100]
[지구력:57.3%]
[공격력:397] [마법 공격력:84]
[방어력:541] [마법 방어력:460]
[능력치]
근력(279) 지능(55) 민첩(108)
체력(190) 마력(51) 기술(32)
[습득한 스킬:12/30]
확인해보니 별거 없었다. 단순히 길드라는 단어가 생겨났을 뿐이다. 그렇게 상태 정보창에 새겨진 길드를 바라보던 사이, 또 다른 창이 내 시야에 나타났다.
[길드 마스터 '아이젠' 님의 권한으로, '루딘' 님이 길드 부(副)마스터가 되셨습니다.]
[부(副)마스터의 권한으로 길드 가입 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부(副)마스터의 권한으로 길드 강제 퇴출을 할 수 있습니다.]
[부(副)마스터의 권한으로 길드 전언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길드 가입의 권한으로 같은 소속의 길드원과 파티 시, 5%의 추가 경험치를 얻습니다.]
‘어? 부마스터?’
그저 가입만 하면 끝인 줄 알았는데, 갑작스레 뜬 창에는 내가 부마스터가 됐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갑자기 무슨 부길마를 줘? 난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아이젠을 보았다.
“별거 아닙니다. 루딘 님의 무력을 일반 길드원과 동일하게 취급할 수는 없으니 그보다 위로 올려야만 했고, 그러다 보니 현재 공석인 자리가 부마스터 밖에 없더군요.”
아이젠은 정말 별거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부마스터가 하찮게 느껴졌을 정도로 말이다. 그로 인해 나는 '그냥 내게 준 건가?' 라고 생각할 뻔했지만,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부길마라는 직책이 무력만 높다고 해서 그냥 던져주는 자리인가?’
생각해보니 그럴 수도 있을 거 같았다. 조금 전에 했던 아이젠의 말을 떠올려보면 나중에 던전 쟁탈전이 일어날 거라 했으니 무력이 가장 우선시가 될 수밖에 없을 거란 생각이 든 것이다.
“그보다 가입을 축하드립니다. 루딘 님.”
“음? 아, 뭐. 축하할 필요는 없어. 임시 가입이니까.”
“예.”
알고 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 아이젠은 주위에 동굴을 둘러보다 이내 뭔가가 생각났는지, 아이템 창에서 한 장의 종이를 꺼냈다.
“이걸 깜빡했군요.”
“이게 뭔데?”
“귀환 스크롤입니다. 사용하면 마을에 있는 저희 길드 아지트로 이동하실 수 있는 아이템이죠.”
“신기하네.”
귀환 스크롤도 있었나? 이 게임을 하면서 한 번도 못 본 거 같았는데. 어쨌든 주는 거니 감사하게 쓰기로 했다.
“그런데 이제부터 어쩌실 건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나? 글쎄. 여기서 로이나를 기다려야지.”
“로이나라…… 예, 알겠습니다. 그럼 전 이만.”
내게서 로이나라는 이름을 들은 녀석은 이제 모든 볼일이 끝났다는 듯이 몸을 돌려 이 던전에서 빠져나갔다.
“…….”
대체 뭘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