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45 第 5 話 =========================================================================
第 5 話 “5일째”
“게임 시작.”
팟!-
어렵지 않게 던전 입구로 돌아온 나는 곧장 접속을 종료한 뒤, 적당한 휴식을 취하고 다시 황혼에 접속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때까지만 해도 기분이 좋았다.
비록 이번 접속은 로이나를 도와줘야 되는 도우미의 입장. 그러나 보스를 잡아 얻은 소득이 상당했기 때문에 그 정도야 아무렇지 않았다. 또 푸른 돌 장비도 두 개가 더 있었으니 그걸 현금 거래에 팔면 어느 정도 수익을 거둘 수 있을 듯했다.
황혼을 시작한 이후, 계속해서 짭짤한 수익을 거뒀기에 기분이 좋지 않을 리가 없었던 것이다.
물론.
[황혼이 비추는 거리에서 당신이 원하는 것을 찾기를…….]
동굴 안에 수많은 사람들을 보기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웅성~ 웅성~
“……왜 이렇게 사람들이 많아?”
시끌벅적한 소리가 내 귀를 울린다. 주변을 둘러보니 수많은 플레이어가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숫자는 못해도 40~50명은 될 거 같았다.
설마 이 사람 모두가 로이나의 길드원인가?
‘그런데 로이나가 안 보이네.’
의아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는 내게, 몇몇 플레이어가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날 쳐다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외쳤다.
“엇?! 길드원이 아니다!”
“어떻게 들어왔지? 입구를 막았잖아.”
길드원?
그 단어를 들은 나는 그들에게 공통적으로 새겨져 있는 문양을 볼 수 있었다. 왼쪽 가슴에 있는 새하얀 한쪽 날개와 칼이 그려진 문양. 아마도 소속된 길드를 나타내는 듯싶었다.
‘근데 어제는 저 문양을 못 본 거 같은데?’
아직도 상황판단이 되지 않는 나를 향해 그들이 말했다.
“은신으로 몰래 들어온 건가? 어떻게 할까요?”
“어떻게 하긴? 침입자는 죽여야지.”
응? 죽여?
“아, 잠깐! 난 로이나의 부탁으로 이곳에 온 사람입니다!”
다행스럽게도 저들의 행동이 주춤거린다. 내 외침이 효과가 있는 모양이었다.
“로이나? 로이나가 누구야?”
응?
“빨리 죽여. 괜히 시간 끌려고 저러는 거야.”
‘뭐지? 로이나를 몰라?’
로이나는 길드 마스터다. 자신이 직접 길드를 만들었다고 했으니 길드 마스터가 분명할 터. 그런데 저들은 로이나의 이름조차 모른다. 설마 로이나의 길드원이 아닌가?
‘설마…….’
난 접속을 종료하기 전에 이곳에 침입한 플레이어를 떠올렸다. 이 녀석들은 그놈과 같은 소속의 길드원인가? 아무튼 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갈 때, 저들 중 누군가가 공격을 시도했다.
“화염탄!”
화륵!-
공격을 시도하는 누군가의 손에서는 주먹보다도 큰 화염이 생겨났다. 내가 그 화염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으니, 화염은 생각했던 것보다 빠르게 날아들며 나를 직격했다.
콰아앙!-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32.]
“어?”
[플레이어 '달빛바다'에게서 공격을 받았습니다!]
[정당방위가 성립됩니다.]
[달빛바다가 포함된 파티 전원에게 정당방위가 성립됩니다.]
“뭐야? 왜 그래?”
“데, 데미지가 50도 안 들어가요.”
“무슨 농담이야? 네 데미지는 300이 넘잖아.”
“아무래도 입고 있는 저 장비 탓인 거 같아요.”
나를 가리키며 말한다. 정확히는 내가 입고 있는 장비겠지. 전신이 푸른 빛깔로 된 모습. 비록 매직 아이템이지만, 그래도 평범한 장비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씨발, 기분 다 망쳤네.’
접속하기 전까지만 해도 좋았던 기분이 지금은 썩어가고 있었다. 그때 나를 미행했다는 그 자식을 어떻게든 족쳤어야 했는데.
‘로이나가 없는 것도 이 자식들 때문인가?’
라고 생각하자마자 내 앞으로는 수십 개의 창이 생겨났다.
[육체 약화에 걸렸습니다.]
[방어력이 10 감소됩니다.]
[부패하는 육체에 걸렸습니다.]
[반지의 힘으로 무효화 됩니다.]
[플레이어 '소소재미'에게서 공격을 받았습니다!]
[정당방위가 성립됩니다.]
[소소재미가 포함된 파티 전원에게 정당방위가 성립됩니다.]
[압도적인 방어력! 데미지를 받지 않습니다!]
[영혼의 상처에 걸렸습니다.]
[물리 공격 데미지가 7% 추가됩니다.]
…………
……
엄청난 숫자의 저주가 내 몸을 덮친다. 반지의 힘으로 몇몇 저주는 무시하더라도 수십 명의 인원이 작정하고 달려드니 내 능력치는 무섭게 깎여나가기 시작했고, 그렇게 모든 저주를 건 그들은 곧장 나에게 달려들었다.
오냐, 다 죽여주마.
“거신의 질주!”
콰콰콰콱!!-
내 몸을 기준으로 휘몰아치는 붉은 폭풍과 함께 달려 나간다. 저주로 능력치가 깎였어도 거의 미미한 수준. 그렇게 거신의 질주로 돌진한 난 전방에 위치한 플레이어와 충돌한다!
“젠장! 다들 방어 스킬을…….”
콰아아아앙!!-
[스킬 데미지! 814.]
[스킬 데미지! 850.]
[스킬 데미지…….]
그럭저럭 괜찮은 데미지가 뜬다. 800이 넘는 데미지. 하지만 내 생명력과 비교하면 이 800이라는 데미지도 부족할 수 있다. 지금의 난 3천이 넘는 생명력을 지니고 있고, 제이어의 수호방패와 그 수호방패로 얻은 칭호를 제외하더라도 1600 정도의 생명력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 1600도 푸른 돌 세트를 적용한 수치지만.
그러나 내 앞에 있는 플레이어들은 800의 데미지로도 충분한 모양이다. 그 증거로 최소 8~9명이 사방으로 튕겨나가며 회색으로 변했으니까. 그리고 다시 한 번 수십 개의 창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적대 세력의 플레이어를 죽였습니다.]
[적대 세력의 플레이어………]
[적대 세력의………]
[보상 경험치 270 획득!]
[보상 경험치………]
[보상 금액 42실버 71코퍼 획득!]
[보상 금액………]
보상 경험치, 금액, 아이템까지. 미친 듯이 쏟아진다. 단 한 번의 충돌로 믿기지 않을 이득을 취한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남은 놈들은 수십 명이나 있다.
“덩굴 속박!”
“스킬 사용! 불꽃 난사!”
콰드득!
‘응? 덩굴?’
거신의 질주가 끝나자마자 바닥에서는 나무 덩굴이 솟아올라 내 몸을 휘감았다. 투루랑 비슷한 스킬인가? 어쨌든 그러게 속박하는데 성공한 나에게 몇 개의 마법이 날아왔지만…….
쾅!- 콰쾅!-
[압도적인 방어력! 데미지를 받지 않습니다!]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15.]
데미지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의 공격이다. 거의 어린애가 툭툭 치는 정도? 이런 데미지로 날 죽이려면 온종일 걸릴 듯했다.
“데미지가 안 들어가?!”
“미친! 무슨 방어력이 저 따위야!”
보고도 믿기지 않는다는 외침.
원래 내 마법 방어력을 생각하면 데미지는 들어올 리가 없다. 그런데도 미약한 데미지가 들어오는 건 속성 데미지 때문인 듯하다. 이러나저러나 데미지를 주기에는 마법이 적합하다는 뜻이기도 했다.
“거신의 질주!”
덧붙여 계속 맞아줄 생각은 없다. 난 거신의 질주로 상승된 근력을 이용해 속박하던 나무 덩굴을 억지로 끊어내고는 곧바로 달렸다.
콰아아아앙!!-
[스킬 데미지! 812.]
[스킬 데미지! 790.]
[적대 세력의 플레이어를 죽였습니다.]
[적대 세력의 플레이어………]
[보상 경험치………]
떠오른 메시지 창을 무시한다. 이제 몇 명 남았지? 몸을 돌려 확인해보니 전혀 줄어든 느낌이 아니었다. 기껏해야 15명 죽였나? 고작 15명으로는 줄어든 티도 나지 않는 느낌이었다.
‘많기는 더럽게도 많군.’
콰쾅!- 콰콰쾅!!-
[압도적인 방어력! 데미지를…….]
날아드는 마법. 그것들을 무시한 채 계속 공격을 시도한다.
“거신의 질주!”
[마나력이 부족…….]
콰콰콰콱!-
“온다! 옆으로 피해!”
“일직선 공격이니 옆으로 피하면 충분히…….”
콰아아아앙!!-
피하려면 얼마든지 피해봐라!
현재 내 민첩은 111. 두 배로 적용하면 222.
거기에다 추가로 더해지는 민첩 17까지 생각하면 내가 달리는 속도는 무려 239의 민첩이었다. 모르긴 몰라도 황급히 피하는 저 플레이어들보다 두세 배는 높지 않겠는가?!
그 증거로 플레이어들은 미처 피하기도 전에 나와 충돌했다.
[스킬 데미지! 711.]
[스킬 데미지! 842.]
[스킬 데미지………]
“저 미친 새끼! 지금 몇 명 죽었어?!”
“20명이요! 하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무슨 헛소리야?! 돌진만 막으면 저 새낀 그냥 끝나!”
“…….”
아, 그래? 어디 막을 수 있나 보자!
“거신의 질주!”
나는 돌진만 막으면 된다고 떠들었던 녀석을 향해 거신의 질주를 사용했다.
“어, 엇?! 막아! 막으라고!”
맹렬한 나의 돌진에 그는 당황하며 주변 플레이어에게 외쳤지만 움직이는 플레이어는 아무도 없었다. 평소에 인덕을 안 쌓은 모양이군. 어찌 됐든 내 방패는 그의 몸을 들이받았고…….
콰아아앙!!-
“크아악!”
[스킬 데미지! 811.]
[적대 세력의 플레이어를 죽였습니다.]
[보상 경험치 280…….]
그는 깔끔하게 뒤로 날아가며 회색으로 변했다. 이걸로 시끄러운 녀석은 없어진 건가? 고개를 돌리니 나와 눈이 마주친 모두는 움찔거리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다들 겁먹었나? 왜 저래?
뭐, 좋은 일이었다. 막무가내로 덤벼드는 녀석도 좋지만, 겁에 질린 녀석들을 잡는 것도 어떻게 보면 손쉬운 일이니 말이다.
‘남은 지구력을 생각하면 거신의 질주도 아껴야 되니.’
현재 남은 지구력은 57% 정도다. 마나력이 가뜩이나 부족했기 때문에 세 번째부터는 지구력을 두 배로 소모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계속 거신의 질주로 상대할 수는 없었다.
이젠 평타로 싸워야 되려나?
“무슨 일이십니까?”
흠칫-
그때 나와 대치 중이던 플레이어들은 한층 더 놀라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갑자기 왜 또 저럴까? 생각하던 그때, 플레이어들 사이로 누군가가 걸어오고 있었다.
‘응? 어디서 본 얼굴인데?’
난 앞으로 걸어 나온 한 명의 남자를 바라보았다.
일단 준수한 외모다. 그러나 외모를 고칠 수 있는 이곳에서는 조금 떨어지는 외모랄까? 참고로 이 황혼에서는 대부분의 플레이어가 미남미녀다.
몇몇 특별한 개성을 지닌 사람들도 있지만…….
“무슨 일이냐고 물었습니다.”
“아…… 아, 침입자와 싸우고 있었습니다.”
침입자는 개뿔.
난 그 대답을 한 플레이어를 노려봤다. 그러자 그 플레이어는 살짝이나마 흠칫거리는 행동을 취했다.
“침입자라…….”
그는 혼잣말로 중얼거리더니 이내 나를 보았다.
“어떻게 된 일인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뭘? 이 던전 원래 주인이 도와달라고 해서 접속했는데 이들이 날 침입자라면서 공격한 거? 그러고 보니 나도 궁금하네. 왜 이곳에 사람들이 모여든 거지?”
“제보가 있었습니다. 던전을 발견했다는 제보 말이죠. 그 제보를 받고 여길 공략하기 위해 모여든 겁니다.”
“아, 역시 날 미행한 그 새끼가 말했던 건가?”
“미행?”
의아하다는 듯이 말한다. 미행했다는 말을 빼고 제보한 건가? 나라도 그렇게 했겠지만…….
“아무튼 난 어제부터 이곳에 있었어. 어떻게 보면 너희들이 침입자지.”
“그렇군요.”
고개를 끄덕인 그는 문득 나를 향해 입을 들썩였다. 뭐지? 뭐라고 말하는 거 같긴 한데, 그 소리가 너무 작아서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오죽했으면 주변에 있는 다른 사람들도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그나마 정면에서 보고 있는 나였기에 알 수 있었다.
설마 나를 욕한 건가? 하지만 이 상황에서 욕을 할 리가 없으니 뭔가 다른 것이 있는 거 같았다.
내가 그런 생각을 할 무렵…….
“대충 이해했습니다. 아무래도 저희 잘못인 거 같군요.”
‘어?’
놀랍게도 그는 순순히 잘못을 인정했다. 내 예상과는 좀 다른데? 예상했던 내용은 '그래도 던전은 내꺼다!' 하면서 한바탕 싸울 줄 알았다.
당연하지 않은가?
이쪽은 아무리 잘 봐줘도 나 혼자다. 그에 비해 저쪽은 아직도 수십 명의 플레이어가 자리 잡고 있었다. 힘으로 밀어내면 분명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의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지금 그거…… 인정하는 거?”
“예. 길드원에게는 제가 직접 말하도록 하겠습니다.”
“…….”
어째 이야기가 너무 쉽게 풀리는데? 나야 좋지만.
‘그런데 자신이 직접 말한다라…….’
주변 길드원들의 반응과 그 이야기를 추측해보면 아마 길드에서 영향력이 있는 녀석 같았다. 또 이런 내 예상은 주위에서 외치는 길드원들 탓에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길마님! 그게 무슨 소립니까?!”
“고작 한 명 때문에 던전을 포기하다뇨?!”
“저 녀석이 죽인 길드원만 몇 명인데!”
“지금이라도 당장 저 자식을…….”
이것들이 단체로 미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