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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黃昏). 직감의 소유자-43화 (43/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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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5 話 “5일째”

아마 이 문 너머로 보스가 있겠지?

또 여기까지 왔으니 물러난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붙어볼까.’

철커덕-

문을 열고 들어간다. 들어간 곳은 원형으로 이뤄진 넓은 공간. 예전에 젤드와 싸웠던 장소와 비슷한 느낌이다. 다만 이 넓은 공간 중심에는 대략 10미터가 넘는 거대한 석상이 존재한다는 게 다를 뿐이다.

‘설마 저 석상이…….’

보스는 아니겠지?

이건 커도 너무 컸다. 눈앞에 있는 거인 석상은 상체만 있는데도 10미터가 넘어가는 크기를 지니고 있었다. 또 그런 석상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때, 나를 향한 메시지 창이 생겨났다.

[보스 몬스터 '네르타스'가 낯선 침입자를 인식했습니다.]

[보스 몬스터 '네르타스'가 잠들었던 의식에서 깨어납니다.]

쿠오오오!-

설마 보스라 생각했던 거대한 석상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여기까지 오면서 상대한 푸른 돌 골렘과 비슷한 모습. 하지만 그 크기가 10미터가 남으니 위압감마저 느껴지는 듯했다.

“……이건 삽질을 해도 못 이기겠는데.”

[네르타스와의 전투가 시작됩니다.]

쿠쿵……쿵!-

순간 저 거대한 석상의 오른쪽 팔이 서서히 올라갔다. 거의 이곳 천장까지 닿을 정도로 높이 올린 그 손을 바라보고 있으니, 이내 그 손은 파리 잡듯이 나를 향해 내리쳤다.

“미친!”

탓!-

네르타스의 팔이 떨어지자마자 재빨리 옆으로 몸을 날렸다. 푸른 돌 장비로 바꿨어도 내 민첩은 100이 넘는 상황. 어떻게 떨어지는 네르타스의 손보다 더 빠르게 움직인 난 가까스로 피할 수…….

콰아아아앙!!-

“……!?”

뭐지?

엄청난 소음과 함께 내가 딛고 있던 땅이 흔들린다.

가까스로 네르타스의 공격은 피해낼 수 있었지만, 이 땅이 흔들리는 현상은 내게 적지 않은 정신적 충격을 줬다.

“와…….”

저걸 잡을 수는 있을까?

장비와 물약을 챙겨 생겨난 자신감이 팍 사라지는 광경이었다. 저거 한 대만 맞아도 그대로 즉사하겠는데? 그렇다고 해도 공격 패턴이 저거 하나밖에 없다면 승산이 없는 것도 아니다.

쿠오오오!-

“응?”

첫 공격이 빗나간 탓인가? 마치 분노하듯이 포효를 지르는 네르타스. 또 그런 내 앞으로는 하나의 메시지 창이 생겨났다.

[네르타스가 바위를 떨어뜨리기 시작합니다.]

바위?

반사적으로 고개를 든다. 천장에는 수십 개를 넘어서는 거대한 바위들이 생겨났고, 또 그 바위들은 내가 있는 위치와는 전혀 관계도 없는 장소까지 떨어지기 시작했다.

“씨발.”

이딴 공격까지 하다니!

어떻게든 떨어지는 바위를 하나씩 피해내며 네르타스에게 접근한다. 이대로 공격 한 번 못하고 물러서기엔 자존심이 상했다. 또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네르타스는 접근한 나를 향해 다시 손을 들어올렸다.

“제이어의 수호방패!”

파밧!-

[S랭크 스킬. 제이어의 수호방패가 활성화됩니다.]

콰아아아앙!!-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302.]

“큭.”

‘데미지가…… 302?’

생각했던 것보다 데미지가 적다.

물론 푸른 돌 장비로 바꾸고, 제이어의 수호방패까지 쓴 지금의 방어력은 700을 넘어섰다. 그걸 생각하면 네르타스의 공격력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지만 버티지 못할 정도는 아닌 것이다.

“물품 보관창.”

할 수 있겠어.

지금의 일격으로 왠지 해볼 만하다는 생각을 가진 난 아이템 창을 열어 마나 물약을 꺼내 마셨다.

[마나력이 400 회복합니다.]

“거신의 질주!”

마나 물약을 마시기가 무섭게 네르타스는 다시 팔을 올렸지만, 그보다 더 빠르게 달려든 내 방패는 네르타스의 몸을 적중시켰다.

콰아아앙!!-

[스킬 데미지! 930.]

공격에 성공시킨 난 즉시 고개를 들었다. 내 머리 위로는 나를 향해 떨어지는 네르타스의 손이 보였다. 아니, 손이라고 보기도 그렇다. 크기가 워낙 컸기 때문에 거대한 바위가 떨어지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럼에도 난 당황하지 않으며 왼손에 든 방패를 들어올렸다.

콰아아아앙!!-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303.]

‘대략 600 정도 깎였나?’

600의 데미지가 깎였어도 딱히 걱정하지 않았다. 지금의 난 제이어의 수호방패를 사용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6레벨로 올라간 제이어의 수호방패는 초당 회복력이 20이다. 이대로 조금만 피해 다닌다면 소모된 생명력을 거의 채울 수는 있었다.

[네르타스가 바위를 떨어뜨리기 시작합니다.]

쿠오오오!-

그러는 사이, 네르타스는 다시 수십 개의 바위를 떨어뜨리며 내게 팔을 휘둘렀다. 떨어지는 바위에다 휘둘러지는 팔. 제대로 피할 곳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내 몸은 공격이 닿지 않는 위치를 찾아 움직였다.

쾅! 콰콰쾅!!-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198.]

떨어지는 바위의 데미지도 만만치는 않다. 어쨌거나 그 공격들을 피한 난 아이템 창에서 마나 물약을 마시고는 다시 공격을 시도했다.

“거신의 질주!”

콰아아앙!!-

[스킬 데미지! 927.]

‘그나저나 이 녀석의 생명력은 얼마나 되는 거지?’

일단은 마나 물약을 계속 마시며 거신의 질주를 사용한다. 마나 물약을 마시지 않으면 지구력이 두 배로 소모되니 어쩔 수 없는 상황. 따라서 거신의 질주를 한 번 쓸 때마다 마나 물약이 하나씩 사라지고 있었다.

콰아아앙!!-

[스킬 데미지! 930.]

[네르타스가 격렬한 지진을 사용합니다.]

응?’

격렬한 지진?

대략 5~6번의 거신의 질주를 날렸을까? 문득 내 앞에는 새로운 메시지 창이 나타났고, 그 효과가 어떤지도 곧장 알 수 있었다.

쿠쿠쿠쿠쿵-

“이, 이런 미친!”

서 있던 땅이 흔들린다. 균형을 잡기 위해 어떻게든 자세를 유지하지만 지금까지 움직인 것처럼 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내 머리 위로는 다시 네르타스의 팔이 떨어졌다.

콰아아아앙!!-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301.]

한차례 공격을 했음에도 네르타스가 일으킨 지진은 끝나지 않았다. 계속해서 흔들리는 땅. 네르타스는 이때가 기회라는 듯이 계속해서 팔을 휘둘렀고, 난 그런 네르타스의 맹공에 방어밖에 할 수가 없었다.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305.]

[S랭크 스킬. 제이어의 수호방패의 지속시간이 끝났습니다.]

‘진짜 미치겠네.’

콰아아아앙!!-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511.]

제이어의 수호방패가 풀리자마자 심각한 데미지가 들어왔다. 지진을 일으킨 뒤에 공격으로 생명력 1천이 훌쩍 빠져버린 상황.

‘이대로는 안 돼.’

이대로 방어만 하다가는 죽을지도 모른다. 그 생각이 든 나는 억지로나마 옆으로 뛰었고, 곧이어 내가 있었던 자리에서는 네르타스의 손이 찍혔다.

콰아아아앙!!-

“상태 정보창.”

[생명력:2375/3366]

[마나력:394/930]

[지구력:40.5%]

‘지금 지구력을 보면…….’

제이어의 수호방패를 사용한다고 치면, 거신의 질주는 4번 정도 사용할 수 있다. 이 4번으로 보스를 잡을 수 있을까? 4번이라면 데미지를 3천 이상 뽑아낼 수도 있지만, 그걸로 보스가 죽을지 알 수 없었다.

‘적어도 보스의 생명력만 알면 좋을 텐데.’

지금까지 준 데미지만 해도 6천이 넘었다. 여기서 3천의 데미지를 준다면 거의 1만에 해당하는 데미지를 준 것과 다름이 없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죽지 않는다면 나로서도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다.

쿠오오오!-

[네르타스가 바위를 떨어뜨리기 시작합니다.]

‘저런 개자식!’

가뜩이나 움직이기도 힘든데 바위까지 떨어뜨리다니!

“오냐, 누가 죽나 해보자.”

이대로 시간만 끌면 불리한 건 다름 아닌 나였다. 이러나저러나 녀석과 끝을 봐야만 성이 풀릴 거 같았다. 그렇게 결정을 내린 난 아이템 창에 남아 있는 마나 물약을 계속 꺼내 마시며 스킬을 시전했다.

“제이어의 수호방패!”

파밧!-

[S랭크 스킬. 제이어의 수호방패가 활성화됩니다.]

“거신의 질주!”

처음에 당황스럽던 지진에도 이젠 익숙해졌다. 전력으로 움직일 정도는 아니지만 앞으로 돌진할 정도는 되는 것이다. 따라서 난 나를 향해 내리찍는 네르타스의 공격은 무시한 채로 거신의 질주만 사용했다.

콰아아앙!!-

[스킬 데미지! 930.]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304.]

거신의 질주를 시전한 뒤, 난 뒤로 한 걸음 물러나 다시 마나 물약을 마셨다. 지구력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마시는 거지만, 이런 내 행동은 네르타스의 공격을 허용하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302.]

“큭, 거신의 질주!”

“거신의 질주!”

콰아아앙!!-

[스킬 데미지! 928.]

‘씨발!’

이로써 네 번의 거신의 질주 모두 사용한 나는 짧은 욕을 내뱉었다. 이제 남은 지구력은 1% 남짓. 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상태창을 열어 남은 생명력과 지구력을 확인했다.

[생명력:2515(+1000)/3366]

[마나력:116/930]

[지구력:1.7%]

‘도망쳐야 되나?’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그게 옳다. 지구력이 없으니 더 이상의 공격은 힘들었고, 네르타스의 남은 생명력이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내가 망설이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미친, 지금까지 쓴 돈이 얼만데…….’

사용한 물약 값만 해도 만만치 않았다. 거의 전 재산을 투자한 거나 다름이 없었기에 이대로 물러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공격으로 죽일 수 있을까?’

눈앞에 거대한 네르타스를 노려보며 그렇게 생각한 순간.

“……!?”

어떤 기묘한 감각이 느껴졌다. 희미하긴 하지만 왠지 모를 상쾌한 기분. 난 본능적으로 이게 직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 직감을 느낀 난 도망친다는 선택지를 과감하게 버린 뒤, 다시 거신의 질주를 사용했다.

“거신의 질주!”

[마나력이 부족합니다.]

[지구력이 두 배로…….]

콰아아앙!!-

[스킬 데미지! 934.]

내 모든 일격을 쏟아부은 일격. 느꼈던 직감이 맞는다면 이 일격으로 네르타스는 죽을 것이다. 하지만 난 네르타스가 쓰러지기도 전에 모든 지구력을 소모한 대가를 치렀다.

[모든 지구력을 소모하셨습니다.]

[탈진 상태가 됩니다.]

[모든 능력치가 절반으로 감소됩니다.]

[기술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큭.”

한순간 몸이 무거워진다. 근력과 민첩이 떨어진 탓인가? 어쨌거나 기술도 사용할 수 없는 이런 상태에서 네르타스를 상대하긴 힘들다.

물론 그럴 필요도 없지만.

쿠어…어어…….

쿠쿵- 쿠쿠쿵!-

네르타스의 몸이 조각조각 떨어져 나간다. 그 모습에 뒤로 몇 걸음 물러선 나는 서서히 쓰러지는 네르타스를 지켜보았고, 곧이어 내 앞에는 네르타스가 죽었다는 것을 증명하듯 엄청난 숫자의 메시지 창이 생겨났다.

[보스 '네르타스'가 쓰러졌습니다!]

[전투 경험치 11,000 획득!]

[레벨이 올랐습니다!]

[띠링!~ 3골드 50실버를 획득하셨습니다!]

[띠링!~ '네르타스의 심장'을 획득하셨습니다!]

[띠링!~ '푸른 기운의 돌 반지'를 획득하셨습니다!]

[띠링!~ '장신구 강화석'을 획득하셨습니다!]

[띠링!~ 'D랭크 스킬북'을 획득하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당신은 자신이 가진 레벨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보스를 혼자서 쓰러뜨린 위대한 업적을 달성하셨습니다!]

[전투 중 사용했던 스킬의 수련치가 다시 한 번 적용됩니다!]

[띠링!~ A랭크 스킬 '거신의 질주'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능력치 근력 6, 민첩 6 증가합니다.]

[위대한 업적으로 '랜덤 스킬북'을 획득하셨습니다.]

“드디어…….”

끝난 건가?

위대한 업적으로 받은 보상이야 놀랍지도 않았다. 도르겐을 잡아 얻었던 적이 있었으니 말이다. 그래도 랜덤 스킬북을 얻었다는 사실 하나는 나를 기분 좋게 만들었다.

이걸로 또 S랭크 스킬이나 뽑아볼까?

‘정작 여기서 사용한 건 거신의 질주가 주력이었지만.’

또 다른 S랭크 스킬인 환영이동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그건 사용해봐야 지구력만 낭비랄까? 만일 플레이어와 1:1로 싸우는 도중이라면 괜찮은 스킬임을 부정할 수 없지만, 이런 보스에게는 딱히 좋다고 말하긴 어려웠다.

차라리 거신의 질주나 한 번 더 날리고 말지.

“어쨌든 아이템 확인 시간이군.”

결국 나 혼자 보스를 잡았으니 보스에게서 나온 아이템은 내가 독식한 셈이다. 때문에 올라가는 입꼬리를 내버려둔 채 아이템 창에서 내가 얻은 아이템을 하나씩 살펴보았다.

어디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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