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혼(黃昏). 직감의 소유자-42화 (42/211)

00042  第 5 話  =========================================================================

第 5 話 “5일째”

‘아, 차라리 여기 보스나 잡아볼까?’

그 생각과 함께 내 시선은 한쪽 방향을 향했다. 이쪽 길로 계속 걷다보면 어떤 거대한 문이 나오는데, 아마 그곳에 보스가 있을 거 같았다.

‘분명 아이템도 좋은 게 떨어질 텐데.’

푸른 돌 골렘에게서 나오는 아이템의 수준은 상당히 높았으니 보스는 그보다 더 좋은 아이템을 줄 가능성이 높다. 거기다 오늘이 지나면 다시는 이 던전에 들어올 수 없다는 생각이 자꾸 날 유혹하고 있었다.

‘만일 내가 보스를 잡는다면 혼자서 독식하는 건데.’

독식.

이 얼마나 멋진 단어인가?

반대로 내가 죽는다면 세트 아이템이 떨어져 지금까지 고생한 게 헛수고가 될 수도 있다. 위험이 큰 만큼 얻는 것도 크다고 할까? 그렇기에 쉽게 결정을 내리기도 힘들었다.

[친구 '라즈'님께서 접속하셨습니다.]

“응?”

잠깐 생각에 빠져있는 사이, 내 앞에는 하나의 메시지가 생겨났다. 접속했다고? 그녀의 접속으로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이 활을 만들어주겠다고 한 약속이었다.

‘솔직히 세트 아이템도 다 구했고, 활만 만드는 건 그리 오래 걸리지도 않지만.’

[친구 '라즈'님께서 대화를 요청하셨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거참 빠르네.”

접속하자마자 나를 찾는 그녀의 의지에 감탄하며 대화에 수락했다.

[대화에 연결되었습니다.]

그리고 연결이 됐다는 메시지 창에서는 익숙한 라즈의 목소리가 들렸다.

-재료 다 구했어. 어디야?

“사냥 중.”

-아, 그래? 바빠?

“딱히 그렇지도 않아. 넌 어딘데?”

짧은 시간 동안 이런저런 고민을 했지만, 이미 만들어주겠다는 약속까지 했으니 최대한 빨리 해결할 생각이다.

-나야 당연히 마을에 있지.

“곧 갈게. 북쪽 성문에서 봐.”

-북쪽 성문? 알았어. 기다리고 있을게.

[대화가 종료되었습니다.]

“쩝.”

뭐, 오히려 잘된 건가?

이왕 마을로 돌아가게 됐으니 회복약이라도 준비해서 도전하는 편이 좋을 듯싶다. 회복약만 있다면 좀 더 승률이 확실해질 테니 말이다. 따지고 보면 마나 물약 없이는 거신의 질주 몇 번 사용하자마자 지구력이 바닥이었다.

“마나 물약이 얼마쯤 하려나.”

그렇게 난 머리를 긁적이며 던전 밖으로 향했다. 여기서 마을까지는 그리 먼 거리가 아니었으니 대충 라즈의 활만 만들어주고 다시 돌아오면 끝나는 일이지만…….

‘보스까지 공략하기엔 시간이 아슬아슬하겠는데.’

연장을 해야 되나?

어찌 됐든 던전에서 빠져나온 난 한참을 걸어 북쪽 성문에 도착했다. 북쪽 성문은 생각보다 플레이어가 적었던 탓에 기다리고 있던 라즈의 모습도 비교적 쉽게 찾을 수 있었고, 그건 라즈 또한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어? 하루 만에 장비를 싹 바꿨네? 멋있다.”

“멋있긴.”

이런 대답과는 별개로 정말 고생해서 얻은 장비였기에 뿌듯한 마음도 없지 않았다.

“재료나 줘. 다시 돌아가야 되니까.”

“아, 사냥하다가 온 거였지.”

고개를 끄덕이며 내게 거래를 건 라즈는 이내 지금껏 보지 못했던 재료들을 하나씩 올려놓기 시작했다. 뭔 재료가 이리도 많아? 그리고 거래가 완료되자마자 난 라즈가 건네준 재료를 하나씩 살펴볼 수 있었다.

[마력이 깃든 강철 주괴] (Magic)

설명:마력이 깃든 특수한 광물을 제련한 주괴. 단단하면서 마력이 깃든 것이 특징이다. 이 주괴로 만든 무기와 방어구는 광물 고유의 마력이 깃들 확률이 높다.

*재료 가치 14.

[바람석] (Magic)

설명:바람 속성이 깃든 특수한 광물. 이 재료로 만들어진 무기와 방어구는 바람 속성을 지니게 된다. 또한 제작에 포함된 바람석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 바람 속성이 강해지는 성질마저 있다.

*재료 가치 15.

[합성된 질긴 끈] (Normal)

설명:각종 줄을 꼬아 만든 합성 끈. 질기면서도 끊어지지 않는 게 특징이다. 이 재료로 만들어진 활이나 석궁과 같은 무기는 추가 능력치가 붙을 가능성이 높다.

*재료 가치 5.

[집중력의 비약] (Normal)

설명:심신을 안정시키고 집중력을 높여주는 비약. 일시적으로 기술 능력치를 올려주는 역할을 한다.

*5분간 기술 능력치 10 상승.

“…….”

더럽게도 많이 모았네.

난 조금 질린 눈빛으로 라즈를 보았다. 하루 만에 이런 재료를 구했다면 분명 사람들에게 구매했을 것이다. 대체 얼마를 쓴 걸까? 이런 내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라즈는 싱글벙글 웃는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이거 산다고 1골드 넘게 썼어.”

뭐 어쩌라고?

아무튼 대단하긴 했다. 1골드라면 거의 20만 원에 해당하는 돈이 아니던가? 지금 내가 들고 있는 장검도 그 정도 돈은 들지 않았다.

“아, 근데 너 제작 랭크가 몇이야?”

“……?”

내가 말 안 했나?

“C랭크.”

“뭐? C랭크?!”

내 제작 랭크에 놀란 듯 외치는 라즈를 내버려둔 채 아이템 창에서 망치와 모루를 꺼냈다. 문득 이 망치와 모루도 좋은 걸로 바꾸면 내 제작에 좋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언젠간 기회가 되면 바꿔야지.’

아무튼 망치와 모루를 꺼낸 난 슬슬 라즈가 건네준 물약을 마신 뒤, 활을 제작하기로 했다.

[비약 '집중력의 비약'을 마셨습니다.]

[5분간 기술 능력치가 10 증가합니다.]

좋아, 이젠…….

“스킬 사용. 드워프식 무기 제작.”

[드워프식 무기 제작 스킬을 사용합니다.]

[제작할 무기를 선택하여 주십시오.]

“장궁.”

[사용할 재료를 모루 위에 올려주십시오.]

그러고 보니 장궁의 재료 개수는 얼마지? 일단 바람석과 질긴 끈을 올려두고 그 뒤에 강철 주괴를 하나씩 올려놓았다. 그리고 정확히 11개를 올리자 모루에서는 푸른빛이 생겨났다.

[재료가 올려졌습니다. 올려진 재료의 등급에 따라 망치질 횟수가 결정됩니다.]

[관련 능력치 근력(222)이 보정됩니다.]

[관련 능력치 기술(32)이 보정됩니다.]

[망치질을 할 횟수가 줄어듭니다. 최종 횟수 1회.]

‘직감을 사용할까?’

이런 재료에다 내 직감까지 더해진다면 상당한 물건이 나올 것이다. 하지만 거기까지 해줘야 될까? 나는 잠깐 라즈를 보았고, 뭔가 기대어린 눈빛으로 날 바라보는 그녀의 시선에 잠깐이나마 한숨을 내쉬었다.

“웬 한숨이야?”

“글쎄.”

당연하지만 내 한숨의 의미를 알지 못한 라즈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 이걸로 빚을 지게 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그것과 더불어 어떤 물건이 나올지 궁금하기도 했다.

까앙!-

[망치질이 끝났습니다. 완성하시겠습니까?]

무시하고 다시 두들긴다.

까앙!-

노란색에서 기다렸다는 듯이 터져 나오는 황금빛. 내 직감을 이용해서 만든 무기였기에 최고의 확률로 띄운 무기이기도 했다. 또한 여기서 사용된 재료를 보면 내가 든 장검보다도 좋은 무기가 탄생할지도 몰랐다.

“완성한다.”

[꿰뚫는 혼의 장궁이 완성되었습니다.]

이름 한번 좋군.

“확인.”

[꿰뚫는 혼의 장궁] (Magic)

설명:마력이 깃든 강철과 바람석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장궁. 강철에 깃든 마력과 바람석의 힘이 서로 어울러져 완벽한 조합을 이룬 이 장궁에는 장인의 영혼까지 깃들어져 있다.

<근력(6), 체력(5), 민첩(18)>

공격력:150  마법 공격력:61

내구력:129/129

*관통 확률 25p 상승.

‘흐음.’

뭐라고 해야 될까? 바람석이라는 재료를 넣어서 바람과 관련된 능력치가 생길 줄 알았는데, 의외로 관통 확률만 붙었다. 그래도 능력치는 들어간 재료가 워낙 뛰어난 탓에 내 장검보다 좋았다. 일단 공격력만 봐도 내 장검보다 32 더 높지 않은가?

‘역시 재료가 좋아야 되나?’

당연하지만 능력치도 괜찮게 올라갔다.

근력과 체력이 올라가는데다, 민첩은 무려 18이나 올라갔으니 말이다. 이 능력치만 보더라도 내 장검보다 뛰어난 무기인 셈이다.

“어때? 괜찮게 나왔어?”

“나쁘진 않아.”

그 대답을 하며 거래를 걸어 활을 건네주었다. 그렇게 내가 건넨 활을 받은 라즈는 황급히 아이템 창에서 꺼내 능력치를 확인하더니 이내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꺄! 고마워!”

“자, 잠깐.”

갑작스런 라즈의 행동이 당황스러웠다. 고마운 건 둘째치더라도 왜 껴안는 걸까.

[삐- 상대방이 과도한 접촉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경고 메시지를 보내시겠습니까?]

“…….”

경고 메시지가 이런 식으로 뜨는 거였군.

내가 그 경고 메시지를 보는 사이, 어느새 내게서 떨어진 라즈는 아이템 창에서 뭔가를 꺼냈다. 뭔가 수정 같이 생긴 물건이었는데, 그 물건을 꺼낸 라즈는 기분 좋은 목소리로 말했다.

“무기 강화석이야.”

“강화하려고?”

“응. 강화는 이런 무기에다 해야지.”

새삼스레 돈도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료값에다 강화석 비용까지 합치면 못해도 6골드였다. 설마 던전을 팔아 얻은 돈을 골드로 바꿔버렸나? 그럼 이해가 가지만…….

“강화 시작.”

팟-

그와 함께 빛이 나는 강화석. 라즈는 그 빛나는 강화석을 내가 만든 활에다 가져갔고, 곧이어 활에서도 빛이 생겨났다.

‘그냥 확 깨져라.’

하지만 이런 내 바람에도 라즈의 활은 은은한 빛을 비추고 있었다. 아무래도 강화에 성공한 거 같았다.

“아싸! 성공했다!”

‘설마 성공하다니.’

“너도 볼래?”

강화에 성공시킨 활을 내미는 라즈. 솔직히 강화된 능력치가 궁금하긴 했던 난 그 활의 능력치를 확인했다.

[+1 꿰뚫는 혼의 장궁] (Magic)

설명:마력이 깃든 강철과 바람석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장검. 강철에 깃든 마력과 바람석의 힘이 서로 어울러져 완벽한 조합을 이룬 이 장궁에는 장인의 영혼까지 깃들어져 있다.

<근력(6+2), 체력(5+1), 민첩(18+3)>

공격력:165(+15)  마법 공격력:67(+6)

내구력:129/129

*관통 확률 25p 상승.

*강화 옵션:공격 속도 5 증가.

‘생각보단 나쁘진 않군.’

하지만 강화석 비용을 생각하면 그리 좋다고는 보기 어렵다. 만일 강화석의 가격이 50실버만 됐어도 이런 생각도 하지 않았을 텐데, 5골드. 그러니까 현금 20만 원을 써서 한 강화치고는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다시 한 번 말할게. 고마워.”

“뭐, 만들어주겠다고 했잖아.”

뭔가 진심을 담아 고맙다고 하는 라즈의 태도가 부담스러웠다.

“그나저나 이제 뭐할 거야? 괜찮으면 같이 사냥이라도 할래?”

“아니, 일이 있어서.”

“일? 나도 도와줘?”

“내가 뭐하는 줄 알고 도와줘?”

“그야 사냥하러 가는 거잖아?”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하는 라즈. 그나저나 사냥을 도와준다고? 무기 하나를 바꿨더니 눈에 보이는 게 없나보다. 어쨌든 내가 가려던 던전은 로이나의 소유였으니 내 마음대로 라즈를 데려갈 수는 없었다.

어차피 데려갈 생각도 없었지만.

“도와줄 필요는 없으니 던전이나 공유해줘.”

“던전? 아, 응. 찾으면 곧바로 연락줄께.”

난 연락을 준다는 라즈에게 수고하라는 말을 남긴 뒤, 보스를 잡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후우.”

라즈와 헤어진 난 마을에서 각종 회복 물약과 반지. 그리고 벨트를 구매하고 다시 던전으로 돌아왔다. 생각보다 비싸다고 할까? 연금술사 길드에서 판매하는 회복 물약은 10실버. 하급 마나 물약은 20실버였다.

고작 200 채워주는 주제에.

마나 물약을 5개만 구입해도 1골드다. 비싸도 너무 비싸다는 생각에 난 사람들이 판매하고 있는 회복 물약으로 시선을 돌렸고, 결국 마나력 400 채워주는 회복 물약을 단돈 15실버에 구매할 수 있었다.

추가로 마나력까지 올려주는 반지와 벨트를 40, 30실버에 구매.

‘이게 잘한 짓인지 모르겠네.’

난 무려 70실버나 주고 구매한 장비를 바라보았다.

[수정 반지] (Magic)

설명:소량의 마나가 깃든 수정으로 만든 반지. 착용 시 반지에 깃든 마나가 사용자에게 전달해주는 신비한 힘을 가지고 있다.

<지능(4), 마력(8)>

내구력:30/30

*마나력 150 상승.

[마력의 가죽 벨트] (Magic)

설명:버클 중앙 부분에 마력을 활성화하는 주문이 새겨진 벨트. 착용자의 마력을 한층 더 높여주는 효능이 있다.

<마력(10)>

내구력:25/25

*물품 보관창 수량 +5.

‘어차피 마나력도 부족한 상태였지만.’

그나마 이 반지와 벨트로 인해 내 마나력은 900을 넘길 수 있었다. 제이어의 수호방패를 사용하면 마나가 900 날아가니 이젠 지구력 2배 소모를 없앨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어쨌든…….

아이템에서 눈을 뗀 나는 로이나의 던전으로 향했다. 중간중간 푸른 돌 골렘으로 인해 시간이 지체되긴 했지만 무사히 거대한 문이 있는 곳까지 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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