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40 第 4 話 =========================================================================
第 4 話 “4일째”
“자, 빨리 와서 밀어! 둘, 셋! 둘, 셋!”
“…….”
아~ 너무 안쓰럽다. 도와줘야 되나?
그러나 내가 나설 필요도 없었다. 바위는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고, 결국에는 바위 밑에 숨겨져 있던 계단이 드러났다.
덕분에 모두가 헉헉대고 있었지만.
“하아, 하아. 자, 루딘 님. 들어가요.”
“…….”
조금은 쉰 다음에 들어가도 되지 않을까? 아무래도 그러는 편이 좋을 거 같은데? 그래도 의뢰인이 하는 말이니 따라야지. 난 고개를 끄덕이며 밑에 계단으로 내려갔고, 나머지 길드원들도 나를 따라 내려왔다.
들어선 던전은…….
‘오, 꽤 멋진데.’
푸른색이 은은하게 비치고 있는 넓은 동굴이었다. 천장에 붙은 종유석에서는 물이 똑똑 떨어지고 있었고, 기분 좋은 향까지 나고 있었다.
던전보다는 관광지 같은 느낌이다.
“근데 여긴 어떤 몬스터가 나오죠?”
“몬스터는…….”
쿵- 쿵-
그때 땅이 살짝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리니, 푸른색의 돌덩어리가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나의 시선은 자연스레 그 돌덩어리 위를 향했다.
[푸른 돌 골렘]
간결해서 좋군. 푸른 돌 골렘.
진지하게 살펴본다. 인간과 비슷한 형태를 지닌 푸른 돌 골렘은 그 크기가 상당했다. 2미터를 훌쩍 넘는 키와 덩치. 엊그제 싸웠던 도르겐보다 조금 더 큰 느낌이었다.
쿠쿠쿵-
이름을 보며 생각하는 사이, 푸른 돌 골렘의 손에서는 커다란 바위가 생겨났다.
저건 또 무슨 스킬이야?
“위험해요!”
순간 로이나가 외쳤고, 푸른 돌 골렘은 손에 쥔 바위를 던졌다. 던진 그 바위의 속도는 엄청난 속도로 내게 날아왔다. 그리고 정확하다. 난 급한 대로 들고 있던 방패로 그 바위를 막아냈지만…….
콰아아앙!-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269.]
“크윽!”
엄청난 데미지와 충격으로 뒤로 비틀거린 나는 어떻게든 다시 자세를 잡고 푸른 돌 골렘을 바라보았다.
꽤 데미지가 높은데?
체감상 검은 갈기 야수보다 더 강한 거 같았다. 아니, 확실히 강하다. 지금의 난 검은 야수 세트로 인해 방어력이 더 상승했는데도 이런 데미지를 받았으니 말이다.
쿠쿠쿵-
그렇게 내가 잠깐 당황하고 있을 때, 푸른 돌 골렘은 다시 한 번 바위를 만들어냈다.
“후, 거신의 질주!”
콰콰콰콱!-
이렇게 된 이상, 던지기 전에 죽여야 된다. 2배의 민첩 효과로 발동되어버린 거신의 질주는 붉은 섬광처럼 쏘아지며 푸른 돌 골렘을 적중시켰다.
콰아아앙!!-
[스킬 데미지! 325.]
죽지 않는다. 공격력이 뛰어난 만큼, 생명력도 뛰어난 모양이었다.
‘그리고 이런 데미지라면 F~E랭크 스킬은 안 봐도 뻔하겠군.’
데미지 자체가 들어가지 않을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거신의 질주가 아니라면 내가 가진 스킬 중에 그 어떤 스킬도 데미지를 주긴 어려울 듯싶었다.
그때 뒤쪽에서 플레이어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때다! 전원 골렘을 공격해!”
“스킬 사용!”
콰콰쾅!- 콰쾅!!-
플레이어들은 각자 스킬을 사용하며 골렘을 공격했고, 화살과 각종 마법이 날아가 골렘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주는 듯싶었다.
“거신의 질주!”
콰아아앙!!-
[스킬 데미지! 328.]
‘더럽게도 안 죽네.’
제이어의 수호방패를 써야 될까? 그걸 쓴다면 꽤 높은 데미지를 기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쓴 지구력만 해도 13% 정도였고, 또 마나도 없었으니 일단 발만 묶어보기로 했다.
콰콰쾅!-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157.]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오래 걸리는군.’
내 뒤에 12명이 집중 공격을 하는데도 푸른 돌 골렘은 죽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차라리 거신의 질주를 한 번 더 쓸까? 라는 고민을 떠올렸을 때, 내 앞에 있는 푸른 돌 골렘이 쓰러지는 광경이 보였다.
쿵!-
[전투 경험치 182 획득!]
어찌 푸른 돌 골렘은 쓰러뜨린 거 같았다. 또 경험치는 182. 13명이 나눠가진 경험치치고는 엄청난 양이었다. 하지만 거신의 질주를 두 번 사용해도 잡지 못할 정도면 기껏해야 2~3마리와 싸운 뒤, 휴식을 취해야 될 듯싶다.
‘확실히 던전 수준이 높군.’
뭐, 로이나가 수준 높은 던전이라 했고, 또 사냥을 위해 현금까지 동원해 나를 고용했을 정도니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다만 두 마리 이상 나타난다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는 정도?
“역시 대단하시네요. 이렇게 쉽게 잡은 적은 없었는데.”
그때 로이나가 다가와 말을 건넸다.
‘쉽게 잡았다고?’
13명이 집중 공격해서 잡은 게 어딜 봐서 쉽게 잡았다는 건지 알 수가 없었지만, 예의상 고개를 끄덕여줬다. 솔직히 푸른 돌 골렘의 생명력과 공격력을 생각하면 쉽게 잡은 게 맞을지도 몰랐다.
‘그러고 보니 로이나가 힐러였지?’
들어오는 데미지는 적지 않지만 힐러인 로이나가 잘만 회복해준다면 어떻게 사냥은 될 듯싶지만…….
“보스까지는 힘들 거 같네요.”
“보스요? 괜찮아요. 사냥만 도와주셔도 돼요.”
‘음?’
그 대답에 난 잠깐 생각했다. 이 던전의 수준은 상당히 높다. 그러니 나오는 아이템도 상당하지 않을까? 뭔가 흔쾌히 보스를 포기하는 로이나를 보니 아마 푸른 돌 골렘에게서 나오는 아이템을 기대하는 거 같았다.
‘아이템이라…….’
거기까지 생각한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걸음을 옮겼고, 1분도 되지 않아 새로운 푸른 돌 골렘을 발견할 수 있었다.
쿵-
‘저기 또 한 마리 있군.’
쿠쿠쿵-
“쯧.”
거리가 떨어진 탓인지 푸른 돌 골렘의 손에서는 바위가 생겨났다. 멀리 있을 때는 무조건 바위만 던지는 모양이다. 아무튼 그걸 본 나는 푸른 돌 골렘을 향해 달렸다.
“거신의 질주!”
[마나력이 부족합…….]
콰아아앙!!-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179.]
[스킬 데미지! 327.]
힘껏 달렸지만 바위는 이미 날아오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급한 대로 방패로 막아냈다. 그리고 거신의 질주 데미지로 푸른 돌 골렘의 시선이 내게 향하자, 로이나와 그녀의 길드원들은 곧장 푸른 돌 골렘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쾅!- 콰콰쾅!!-
‘이제 발만 묶어두면 되겠지?’
거신의 질주를 계속 사용하면 좀 더 빨리 잡을 수도 있겠지만 이젠 마나력도 없는 상황이니 무리하지 않기로 했다.
쾅!-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168.]
[띠링!~ F랭크 스킬 '기초 방패 수련'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능력치 근력 1, 체력 1 증가합니다.]
‘응?’
푸른 돌 골렘의 공격을 한 번 막아내니 기초 방패 수련 레벨이 올랐다는 메시지가 생겨났다. 기초 방패 수련은 패시브 스킬이라 올리기가 힘들어 이제 4레벨이 됐는데, 잘만하면 오늘 안에 5레벨까지도 올릴 거 같았다.
‘그래봐야 F랭크 스킬이지만.’
[파티원 '로이나' 님께서 생명의 회복을 시전합니다.]
[생명력이 120 회복합니다.]
“젠장! 왜 이렇게 안 죽어!”
“계속 공격해! 근데 다들 데미지가 얼마나 뜨는 거야?!”
“20~30 정도? 거의 속성 데미지밖에 안 떠.”
뭐, 20~30 데미지라도 10명이 하는 공격이다. 어느 정도 기다리고 있으니 푸른 돌 골렘은 쓰러졌고, 또 거기에 대한 경험치도 얻을 수 있었다.
[전투 경험치 182 획득!]
[띠링!~ 파티원 루딘 님께서 '푸른 돌 신발'을 획득하셨습니다.]
“엇?!”
“아이템이다!”
‘나한테 들어온 건가?’
돌아보니 다들 부럽다는 눈빛으로 날 보고 있었다. 하긴, 이런 던전에서 나온 아이템이라면 평범할 리가 없지. 그렇기에 아이템 창을 열어 획득한 푸른 돌 신발을 꺼내 확인부터 했다.
[푸른 돌 신발] (Magic)
설명:신발 형태를 띤 신비한 색깔의 광물질. 웬만한 강철보다 단단하면서도 가벼운 게 특징이다. 만일 이것을 제련하면 어떤 종류의 광석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근력(10), 체력(6), 민첩(3)>
방어력:50 마법 방어력:35
내구력:50/50
*대지 속성 저항력 1% 상승.
*세트 효과(1/5)
-2부위 장착 효과:체력 10 증가.
-3부위 장착 효과:방어력 50 증가.
-4부위 장착 효과:마법 방어력 50 증가.
-5부위 장착 효과:대지 속성 5% 상승.
‘오.’
현재 내가 착용하고 있는 검은 야수 세트와는 정반대의 아이템이다. 검은 야수 세트가 속도 계열이라면 이건 방어 계열의 세트 아이템인 것이다. 그리고 방어는 내게 꼭 필요한 아이템이기도 했다.
방어력이 올라야 거신의 질주 데미지도 올라갔으니 말이다.
‘민첩이 떨어지는 게 흠이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민첩보다는 방어력이 좋을 듯했다.
“어떤 아이템인가요?”
“직접 보세요.”
난 아이템에 대해 묻는 로이나에게 신발을 내밀었다. 로이나는 내가 내민 신발에 손을 얹어 확인했고, 곧이어 놀란 표정으로 답했다.
“와, 상당한 아이템이네요.”
“그렇죠?”
“예. 특히 대지 속성이 붙어 있는 게 좋아요. 이 정도면 아무리 못해도 50만 원에 팔릴 걸요?”
‘50만 원?’
그 정도라면 내가 오늘 도와주고 얻는 돈 아닌가? 액수를 들으니 대단하단 생각이 들었다. 뭐, 이 신발만 보면 방어력이 50이나 올라갔으니 이해하지 못할 건 아니다.
간단하게 말해서 레벨 1짜리 초보자가 이 신발을 끼면 고블린에게도 데미지를 입지 않는 것이다.
“근데 대지 속성이 뭐죠?”
“음,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대지 마법을 쓰면 거기에 속성 데미지가 붙는 거예요. 1%라면 데미지의 1%는 속성 데미지로 적용이 되는 거죠. 또 이 속성 데미지는 마법 방어력을 무시하는 효과가 있어요.”
“……마법사 전용이라는 말이네요.”
“예. 일단 마법에만 적용이 되니까요. 만일 다른 속성이라면 가격이 더 뛰었을 수도 있겠지만.”
다른 속성이라면 불이나 얼음 계열을 말하는 듯하다. 생각하면 대부분의 마법사들이 그쪽 계열의 마법을 습득하고 있었으니 이해하지 못할 건 아니다.
‘그래도 방어력 하나는 쓸만하니.’
이 대지 속성을 제외하더라도 쓸 가치는 충분하다. 오늘 여기서 모든 세트 아이템을 얻었으면 좋겠는데…….
“그럼 계속 갈까요?”
“뭐, 그러죠.”
사냥은 계속 진행되었다. 대략 2~3마리의 골렘을 잡은 뒤, 휴식을 취하고 다시 2~3마리의 골렘을 잡는 반복적인 사냥이었지만 다들 거기에 대해 아무런 불만도 드러내지 않았다.
그것도 그럴 것이 나오는 아이템이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띠링!~ 파티원 케인 님께서 '푸른 돌 장갑'을 획득하셨습니다.]
“아싸!~ 얻었다!”
‘쩝.’
파티원이 13명이나 되다보니 내게 돌아오는 아이템은 거의 없었다. 정확하게는 아이템이 잘 나오지 않았다. 지금까지 나온 아이템은 딱 4개. 이 중에서 1개는 내가 얻었고, 나머지 3개의 아이템은 로이나의 길드원이 각각 나눠가졌다.
‘스킬 레벨은 올라갔지만…….’
만족스럽진 않았다. 장비를 한 개밖에 건지지 못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생각이다. 적어도 2~3개는 건져야 될 텐데.
‘어떻게 하지?’
이곳에서 나오는 세트 아이템은 꼭 구하고 싶었다. 신발만 하더라도 방어가 20이나 더 올라갔으니, 갑옷은 그보다 더 올라갈 것이고, 그럼 내 전력도 상승하는 셈이다.
‘50만 원 대신 이 던전을 이용하게 해달라고 할까?’
그럼 로이나가 길드에 가입하라는 말을 할 거 같았다. 음, 가입해야 되나? 솔직히 던전 대부분은 길드 소유였으니 가입한다고 해도 손해를 볼 건 없었다.
[플레이 시간을 전부 소모하셨습니다. 현실에서 휴식을 취한 뒤, 다시 접속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1분 후, 자동으로 접속이 종료됩니다.]
[장소의 문제가 있으시다면 30분 연장이 가능합니다. 연장하시겠습니까?]
“젠장.”
“루딘 님?”
“아뇨, 접속 종료 메시지가 떴네요.”
“그건 저도 마찬가지에요. 아까 전에 접속 종료 메시지가 떴거든요. 아무튼 이걸로 사냥은 끝내야겠네요.”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사냥은 도와준다는 약속은 지켰으니 이제 50만 원을 받으면 끝나는 일이었다.
“계좌 번호라도 알려주시겠어요? 그럼 제가 나가는 데로 돈을 넣어드릴게요.”
여기서 허락하면 더는 이 던전에 못 오겠지? 뭐, 위치도 알고 있으니 몰래 들어와도 될 거 같았지만 일단 허락부터 받아보기로 했다.
“음, 돈보다 내일 하루만 이 던전을 이용할 수 없을까요?”
“던전 이용이요? 그건 좀…….”
역시 안 되나?
“대신 내일 저녁에도 도와드릴게요. 전 오전에만 이용하고요.”
“잠시만요. 길드원과 상의를 하고 나서 대답해드릴게요.”
그렇게 말을 한 로이나는 길드원에게로 다가가 뭔가 말하기 시작했다. 아마 내가 던전을 이용한다는 것에 대한 거겠지? 솔직히 말하자면 왠지 될 거 같았다.
나를 제외한 저들이 이 던전에서 사냥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울 테니까.
‘그 정도로 골렘의 공격력이 높지.’
아무튼 한참을 기다리고 있으니, 회의가 끝난 로이나가 다시 내게 돌아왔고, 또 내가 원하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예. 그럼 내일 저녁에도 부탁드릴게요.”
“오, 예. 걱정 마세요.”
“근데 이곳에서 혼자 사냥이 가능하신가요?”
“뭐, 지구력을 다 쓴다면 한 마리 정도는 잡을 수 있을 거라 봐요.”
거짓말은 아니다. 만일 제이어의 수호방패까지 쓴다면 2~3방에 죽일 수 있겠지만, 그렇게 해도 지구력은 55%를 소모했기 때문이다. 이놈의 마나력을 어떻게 해결하지 않는 이상, 지구력의 소모는 어찌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말이 좋아 55%지, 지구력 10% 감소 옵션이 없었으면 무려 62%가 소모되는 현상이 일어난다. 이러나저러나 검은 야수 세트의 마지막 옵션만큼은 그 어떤 아이템보다 좋은 것이다.
“그래요? 알겠어요. 어쨌든 내일도 잘 부탁드릴게요.”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