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35 第 4 話 =========================================================================
第 4 話 “4일째”
“광역 마법! 배운 사람 없어?!”
“이 고블린이 미쳤나?! 왜 이렇게 안 죽어!”
“힐이나 빨리 줘!”
그리고 플레이어도 많이 죽었다. 못해도 30명 정도 죽었나? 뒤에서 회복까지 받으며 싸우는 주제에 뭐가 저렇게도 많이 죽었대?
‘이쪽 숫자는 100명 정도인가.’
이러다가 나중에는 나 혼자 보스와 싸우게 될 거 같았다.
‘너무 만만하게 생각했어.’
아직까지는 이쪽의 인원도 많다. 하지만 이대로 계속 싸우다가는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었다.
“제기랄! 화염 폭발!”
콰아앙!!-
‘오?’
그때 누군지도 모를 스킬로 인해 6~7마리의 고블린이 소멸되었다. 바닥에서 터진 화염이 그 정도 숫자의 고블린을 휩쓸었기 때문이다. 이런 스킬을 아껴두고 있었나? 아무튼 그 갑작스런 스킬은 모두의 시선을 주목하기엔 충분했다.
“이야! 대단한데?! 계속 써!”
“닥쳐! 일부러 아끼고 있었는데! 화염 폭발!”
콰아앙!!-
고블린의 숫자가 워낙 많은 탓에 터진 화염 폭발은 못해도 5마리 이상 집어삼키고 있었다. 또 그 외침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이들도 각자 자신이 가진 스킬을 드러냈다.
“나도 간다! 화염 난사!”
“순간 베기!”
“해골 전사 소환!”
“야생 곰 소환!”
콰아앙!- 콰콰쾅!!-
각자 아끼던 스킬을 드러낸 효과는 상당했다. 불리하게 느껴졌던 이 전투를 한순간에 역전했으니 말이다. 여기저기 터지는 폭발. 고블린을 휩쓸고 있는 소환수. 근접 무기로 난도질하는 플레이어. 그 모든 효과가 더해져 고블린의 숫자는 빠르게 줄어들고 있었다.
‘이거, 의외로 쉽게 끝나겠는데?’
[전투 경험치 60 획득!]
그런 생각을 하며 다시 한 마리의 고블린을 없앤다. 비록 스킬은 사용하지 않더라도 내가 죽인 고블린의 숫자만 10여 마리가 넘는다. 이 정도면 나 한 사람의 몫은 하고 있는 거겠지.
하지만 그것도 내 생각만큼 잘 되진 않았다.
“이제 지구력이 없어!”
“젠장, 회복약도 다 먹었는데!”
“몇 마리 남았어?!”
“아직 100마리도 넘어!”
“회복해! 앞이 뚫리면 전멸이야!”
고블린을 거의 쓸어버리듯이 없애던 플레이어의 입에서는 절망적인 외침이 들려왔다. 지구력이 바닥이면 더 이상 스킬을 사용할 수 없다는 뜻이고, 그 말은 고블린의 반격이 시작이라는 말이기도 했다.
“으악! 밀리기 시작한다!”
슬쩍 옆을 보니 방패를 들고 전방을 막아서던 플레이어 몇 명이 죽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저대로 뚫리기 시작하면 뒤쪽에 있는 플레이어는 볼 것도 없이 전멸이다.
후, 마나력이랑 지구력은 최대한 아낄 생각이었는데.
‘어쩔 수 없지.’
“거신의 질주!”
콰콰콰콱!!-
붉은 기운이 폭풍처럼 몰아친다. 하지만 이대로 플레이어를 상대하고 있는 고블린에게 돌진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저들과 난 파티를 맺은 상태가 아니었기에 까딱 잘못하면 내가 공격해버리는 상황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블린이 최대한 밀집된 방향으로 달렸다.
콰아앙!- 콰쾅!!-
[스킬 데미지! 558.]
[스킬 데미지! 552.]
[스킬 데미지…….]
[전투 경험…….]
단 한 번의 스킬로 20~30마리의 고블린 투사가 경험치로 산화했다. 그리고 지금의 광경은 뒤에서 싸우고 있는 모든 플레이어에게 충격을 준 모양이었다.
“바, 방금 뭐야?”
“뭔 스킬이…….”
“넋 놓지 마! 죽고 싶어?!”
거신의 질주로 고블린 사이로 접근한 나는 다시 스킬을 사용했다.
“회전 치기!”
[스킬 데미지! 294.]
[스킬 데미지…….]
주변에 몇 마리가 없는 고블린은 회전 치기로 데미지를 입힌 다음, 마무리를 일반 공격으로 끝냈다. 그리고 다시 고블린이 밀집된 방향을 목표로 잡았다.
“거신의 질주!”
콰아아앙!!- 콰쾅!-
[스킬 데미지! 561.]
[스킬 데미지…….]
[전투 경험…….]
이제 몇 마리 남았지?
거신의 질주로만 잡은 고블린의 숫자가 50마리는 되는 듯했다. 또 그런 내 노력으로 인해 남은 고블린은 고작 몇십 마리. 이제 100마리도 없는 고블린을 본 다른 플레이어들도 마지막 힘까지 짜내는 듯했다.
“이제 몇 마리 안 남았다! 힘내!”
“이길 수 있어!”
그 외침 그대로 이길 수는 있을 거 같았다. 플레이어의 숫자와 고블린의 숫자가 비슷하니 말이다. 반대로 말하자면 플레이어도 50명 가까이 죽어버린 모양이었다.
‘음, 거의 다 잡았군.’
고블린을 상대로 플레이어가 많이 죽긴 했으나, 그래도 60~70명 정도 남은 상태다. 그리고 그 플레이어들은 어떻게든 고블린을 쓸어버렸고, 나 역시 남은 고블린을 정리하며 마지막 남은 고블린까지 없애버릴 수 있었다.
“이겼다!”
“씨발, 무슨 고블린 레이드가 이리 힘들어?”
어쨌든 그런 식으로 한숨을 돌리던 플레이어 중에 몇 명은 나를 노려보며 뭔가 말하기 시작했다.
“젠장, 저 자식. 그런 스킬이 있으면 진작에 쓸 것이지.”
“일부러 사람 죽는 거 즐기는 거야 뭐야.”
“저래놓고 레이드용 보스는 자기 혼자서 잡을 테지.”
“…….”
그냥 다 죽게 놔뒀어야 했나? 본인들 능력이 안 되는 걸 왜 내 탓으로 돌려?
짜증과 함께 뒤쪽을 노려보니, 플레이어 중에서 인상이 참 험하게 생긴 녀석이 뭘 쳐다보냐는 식의 눈빛을 보내왔다.
‘씨발. 레이드고 뭐고 한판 붙어?’
라는 내 생각은 아쉽게도 접을 수밖에 없었다.
[모든 고블린 투사가 행동불능이 되어 투루가 분노하였습니다.]
[투루가 죽은 고블린 투사의 영혼을 불러들입니다.]
[죽은 고블린 투사의 숫자만큼 투루가 강해집니다.]
[현재 죽은 고블린 투사의 숫자 630마리.]
[고블린의 족장 투루의 모든 능력치가 1,260 증가합니다.]
“1,260?”
지금 이게 말이 되는 수치인가? 1,260이 증가라니? 지금 생겨난 창은 나만 본 게 아닌지, 뒤쪽에서도 난리가 났다.
“이, 이걸 잡을 수 있나?”
“미친! 능력치 1,000 이상 증가하는 걸 무슨 수로 잡아?!”
“도, 도망가야 되지 않아?”
“도망은 개뿔! 이미 뒤에 길이 막혔어!”
우왕좌왕하는 플레이어들은 내버려두고 전방을 주시했다. 앞에는 웬 고블린 한 마리가 저벅저벅 걸어오고 있었다. 저 녀석이 투루인가? 한 손에는 자신의 키보다 더 큰 지팡이를 들고 있으며, 다른 한 손에는 뭔 수정 구슬을 들고 있는 투루는 하얀 수염까지 있는 늙은 고블린의 모습이었다.
“감히 내 영역에 들어와 동족들까지 죽이다니.”
‘이거 싸워야 되나.’
“그 죄는 죽음으로 갚아라. 인간!”
[레이드용 보스 몬스터. 고블린의 족장 투루와의 전투가 시작됩니다.]
오냐, 싸워보자!
어차피 길도 막힌 상태니 도망치긴 글렀다. 그리고 투루의 모습을 보아하니 마법사 같았다. 마법사라면 근접 전투에 약할 거라 생각한 나는 전투 시작 메시지가 뜨자마자 곧장 투루에게 달려들었다.
“잡아라!”
“레이드는 내꺼다!”
그 중에서 몇 명은 나와 같은 생각을 했는지 그대로 투루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투루는 달려오는 플레이어를 무덤덤하게 바라보고는 이내 들고 있던 지팡이를 바닥에 찍었다.
“나무줄기의 속박.”
콰드등!-
‘뭐, 뭐야?!’
순간, 내가 발을 딛고 있는 땅에서는 두꺼운 나무줄기가 솟아올라 나를 휘감았다. 민첩 수치가 139이나 되는 나조차도 반응하지 못할 정도로 순식간에 몸이 묶여버린 것이다.
[전신이 속박됩니다.]
[조여오는 나무줄기에 데미지를 입습니다.]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200.]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200.]
[데미지를 입었습…….]
“와…….”
나무줄기가 조여오더라도 고통은 없다. 그러나 데미지에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현재 내 방어력은 331. 그런 상태에서 이렇게 200의 데미지를 일정하게 받고 있다는 건…….
‘방어력을 무시하는 데미지인가?’
“씨, 씨발!”
“무슨 레이드 보스가…….”
참고로 나와 같이 투루에게 달려들었던 플레이어도 나무줄기에 묶인 상태였다. 광범위 형태의 스킬이었나 보다. 어찌 됐든 나조차 지속적인 데미지를 입고 있는 상황에서 저 플레이어들이 버틸 가능성은 전혀 없었다.
결국 나무줄기에 묶인 플레이어 전원이 회색으로 변했지만, 묶이지 않은 다른 플레이어들도 가만히 구경만 하진 않았다.
“화염 폭발!”
“전격의 창!”
콰콰쾅!-
[나무줄기의 힘이 소실됩니다.]
‘이제 풀렸군.’
플레이어의 공격과 함께 내 몸을 묶은 나무줄기가 서서히 풀렸다. 도합 다섯 번의 데미지를 줬기에 총 1천의 생명력이 감소된 상태. 그보다 더 큰 문제점이라면 나무줄기의 영향 탓인지 투루에게 접근하는 플레이어가 아무도 없었다.
‘하긴, 방금 나무줄기에 20명 가까이 죽었으니까.’
누군가 내게 회복만 해주면 좋겠는데.
[플레이어 '로이나' 님께서 생명의 회복을 시전합니다.]
[생명력이 120 회복합니다.]
‘어?’
그때 누군지 모를 사람이 내게 회복을 해줬다. 이 의미는 뭘까? 나보고 투루를 막으라는 뜻인가? 지금 앞에 나와 있는 사람이 나 밖에 없었던 탓에 회복을 해주는 것일 수도 있었다.
[플레이어 '로이나' 님께서 생명의 회복을 시전합니다.]
[생명력이 120 회복합니다.]
‘그래, 계속 회복해라.’
덕분에 내 생명력은 1,600 정도로 회복된 상태. 여기서 다시 한 번 나무줄기에 당하더라도 반격할 여유가 생긴 것과 다름없었다.
‘시선은 끌어주지!’
당연하지만 정면에서 싸울 생각은 없었다. 일단 내가 지닌 민첩으로 투루의 주변을 돌아다니면 시선 정도는 잡을 수 있을 거라 믿었다.
탓!-
생각을 정리한 나는 즉시 투루의 옆으로 달렸다. 뒤에서 수많은 공격이 날아오는데도 투루의 시선은 여전히 나를 향하고 있었다. 이유가 뭐지? 이 게임은 어그로 개념이 없나?
“가소롭구나.”
‘지금!’
고개를 돌리는 투루보다 훨씬 더 빠르게 움직인다. 그렇게 투루의 뒤를 잡은 난 잽싸게 검을 휘둘렀다.
“회전 치기!”
촤악-
[스킬 데미지! 1.]
‘젠장.’
혹시나 싶어 E랭크 스킬로 때려봤지만 역시나였다.
‘그래도 어떻게든 시선은 붙잡아두…….’
퍼억!-
“……!?”
생각하는 도중, 내 의식은 일순간 새하얗게 물들었다. 무슨 일이지? 어떻게든 의식을 차린 눈앞에는 어처구니없는 메시지가 보였다.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1,418.]
“뭐?”
내가 맞은 건가? 고개를 돌려보니 투루는 대략 5~6미터 정도 떨어져 있었다. 아마도 내가 투루에게서 뭔가를 맞고 여기까지 날아온 모양이었다.
근데 내가 뭘 맞은 거지?
‘아니, 생명력은 얼마나 남은 거야?’
[생명력:316/2486]
씨발.
절망적인 상황이었다. 데미지가 1이라도 들어가는 걸로 보니 방어력은 조금 전에 내 공격력보다 높은 듯했고, 뭔지는 모르겠으나, 한 대 맞기라도 하면 1천이 넘는 데미지가 들어오니 말이다.
“저 녀석 뭐야?! 지팡이 한 대 맞더니 날아갔어!”
“지팡이 공격도 장난이 아닌가 봐?!”
아, 내가 지팡이로 맞았구나.
어쨌거나 절망적인 상황은 뒤쪽에 플레이어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제기랄! 대체 방어력이 몇이야?!”
“데미지가 안 들어가!”
“어떻게든 관통 데미지를 노려!”
뭐, 활을 들고 있다면 관통 데미지도 노려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투루는 생각보다 빠른 걸음으로 플레이어에게 걸어갔고, 점차 다가오는 투루의 모습에 플레이어들은 어찌할 바를 모르는 듯했다.
‘끝났군.’
플레이어들이 저런 상태면 볼 것도 없다. 전멸이다. 애초에 투루의 능력치가 너무 높았다. 증가된 능력치만 해도 1,260이라니? 때문에 방금 지팡이로 얻어맞아 1,400의 데미지가 깎이지 않았는가?
장담하는데, 저기서 지팡이 한 대 맞고 버틸 플레이어는 아무도 없었다.
‘지금 생각해도 어떻게 맞았는지 짐작도 가지 않아.’
머리에 맞은 감각이 느껴졌으니 당연히 머리에 맞았을 것이다. 하지만 때린 과정은 전혀 떠올릴 수 없었다. 아마 투루의 민첩 또한 미칠 듯이 올라가서 공격하는 속도 자체를 볼 수 없었던 거 같았다.
아무튼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 사이, 플레이어에게 접근한 투루는 슬쩍 주위를 둘러보더니 이내 반대쪽 손에 든 구슬을 들어올렸다.
“냉기 파동.”
쩌쩌적!!-
스킬을 사용한 것인지 투루의 손에 들린 수정 구슬에서는 파란색의 빛이 전방을 향해 부채꼴 모양으로 퍼져나갔고, 그 파란빛 뒤로는 바닥이 얼어붙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더군다나 퍼져나가는 파란색 빛은 미칠 듯이 빠르다. 저걸 피한다는 건 나조차 불가능하다고 느껴졌다.
“아악!”
“씨발! 오는 게 아니었는데!”
“개자식!”
그 말을 마지막으로 파란색 빛에 몸이 닿은 플레이어들은 그대로 얼어버렸다. 얼은 채로 움직이지 않는 걸 보면 저 빙결 효과가 뛰어나거나, 아님 얼어버린 채 죽은 걸로 보였다.
‘뭔 마법만 쓰면 한 방이군.’
그런 투루를 상대로 두 방이나 버틴 난 정말인지 대단한 거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