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34 第 4 話 =========================================================================
第 4 話 “4일째”
“무기를 구하시던데, 이 무기는 어떠세요?”
“잠깐만요. 확인.”
내 무기를 확인하던 그는 잠시 후,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와, 이거 공격력이 102나 되네요. 얼마죠?”
“싸게 40실버에 드릴게요.”
“40실버요? 그렇게 싼 가격은 아니네요.”
응? 40실버가 높은 금액인가?
그렇다고 해도 공격력 100짜리 무기를 놓치기는 아까웠는지 곧장 거래를 걸어 장검을 받아갔다. 비교적 빨리 팔린 셈이었는데, 난 이 기세를 몰아 다른 플레이어에게도 장검을 들고 다가갔다.
그 결과.
“죄송해요. 전 지팡이를 구하거든요.”
“가격이 너무 비싸요.”
“공격력은 높은데…… 전 단검 스킬을 주력으로 배워서 안 되겠네요.”
“창술 스킬 때문에 그러는데, 혹시 창은 없나요?”
이런 씨발!
예상외로 장검을 찾는 사람이 적었다. 꽤 돌아다녔다고 생각했지만 팔린 장검은 고작 두 자루뿐. 이대로 가다가는 온종일 돌아다녀도 다 팔지 못할 듯싶었다.
“그냥 싸게 팔아버릴까?”
한 20~30실버에 판다고 하면 금방 팔리지 않을까? 거의 절반 정도가 40실버조차 없어 구매하지 못한 거였으니 가격만 낮추면 팔릴 것도 같았다.
‘근데 그렇게 팔기는 아까운데.’
차라리 현금 거래창에 올려놔?
그럼 이렇게 돌아다닐 필요가 없을지도 몰랐다.
내가 그런 식으로 점점 경매장 쪽으로 마음이 기울어지고 있을 때, 갑작스런 누군가의 외침이 들려왔다.
“레이드 가실 인원을 모집합니다! 레이드 가실 분!!”
“음?”
레이드? 방금 레이드라고 했나?
그 외침의 내용은 내게서 관심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했다. 마찬가지로 근처에서 무기를 구하던 다른 플레이어들도 레이드라는 단어에 서로 웅성이기 시작했다.
“레이드? 황혼에 레이드도 있었나?”
“지금까지 레이드를 발견했다는 말은 없었는데.”
“어쩌지? 가볼까?”
단순히 레이드라는 단어 하나로 호기심이 생긴 몇 명의 플레이어는 그 소리가 들려온 위치로 이동했다. 아니, 구하던 무기는 어쩌고? 또 그걸 시작으로 다른 플레이어도 뭔가 재미있을 거 같다는 표정을 지으며 자리를 떠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쩝.”
덕분에 내 장사도 접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뭐, 솔직히 팔리지도 않았지만.
“그보다 레이드라…….”
레이드(Raid).
일반 몬스터보다 훨씬 높은 능력치를 지닌 몬스터를 사냥하기 위해 만들어진 보편적인 단어다. 능력치가 높은 만큼, 혼자서는 잡기 불가능한 경우가 많아서 대규모 파티를 만드는 것인데…….
‘나도 가볼까?’
장사는 이미 끝난 거나 다름없고, 떠난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호기심이 생기긴 했다. 지금까지 사냥이나 의뢰. 길드와 전투까지 벌였음에도 레이드는 단 한 번도 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온라인 게임에서도 해본 적이 없는 레이드.
그 레이드가 어떤 건지 이번 기회에 경험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거 같았다.
“레이드 갑니다! 오실 분은 빨리 오세요!”
이러나저러나 그 외침이 들려오는 곳으로 이동해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숫자의 플레이어가 모여 있었다.
진짜 못해도 100명은 넘는 듯했다.
이 정도 인원이라면 레이드고 뭐고 그냥 때려잡지 않을까?
인원을 모집하던 플레이어도 나와 비슷하게 생각했는지, 슬슬 외치던 것을 그만두며 자신의 근처에 모여든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예상보다 많은 분들이 모였으니 이만 출발하도록 하겠습니다.”
“잠깐! 무슨 레이드입니까?”
“고블린 족장입니다. 고블린 족장 레이드를 여기 있는 여러분에게 넘겨드리는 대신, 그 족장 집에 있는 책은 제가 가지겠습니다.”
“책?”
“예. 그게 퀘스트라서요. 만일 싫으신 분은 빠지셔도 됩니다.”
“…….”
“…….”
당연하지만 빠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무도 없으시군요. 그럼 출발하도록 하겠습니다.”
출발이라는 단어를 내뱉은 그는 두 명의 플레이어를 데리고 걸음을 옮겼고, 그런 그를 따라 나머지 인원도 뒤따르기 시작했다. 당연히 나도 그런 인파들 속에서 따라 움직이며 제일 앞장서서 걷는 세 명의 사람들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저 옆에 두 사람은 일행인가?
그렇다면 퀘스트는 저 세 사람이 받았다는 뜻일 것이다. 또 레이드를 넘겨준다고 했으니 싸우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다. 괜히 나서다 죽기라도 하면 퀘스트는 그대로 물 건너가는 것이니 말이다.
“고블린 족장이 레이드용 보스라는 말이네.”
“아마도. 만일 잡으면 황혼 최초로 레이드 성공이겠지?”
‘최초의 성공이라…….’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이야기. 뭐, 이해하지 못할 것도 아니다. 고블린이라면 칼질 한 방에 죽는 그놈들이었으니까. 막말로 내가 보스급인 고블린 대전사와 싸워도 2~3초 만에 이길 자신이 있다.
그런 고블린의 레이드라면 아마 필승이라 생각하겠지.
‘그리고 인원도 많고.’
다시 주위를 둘러본다. 인원은 못해도 100명 이상. 이 황혼에서의 레이드는 어느 정도의 난이도일지 모르겠지만, 다른 게임과 별반 차이가 없다면 지금의 사람들로 충분히 잡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다만 지금처럼 마을에서 아무렇게나 모은 사람들로는 협력이 힘들 텐데.
이런 나와 같은 고민을 한 사람이 있는지, 근처에는 몇몇 사람들이 이리저리 말을 걸며 파티를 맺는 모습이 보였다.
‘음, 굳이 나까지 파티를 맺을 필요는 없겠지?’
자세히 보니 파티를 맺는 건 남자였고, 그 대상은 몇 명밖에 없는 여자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어떻게 파티라도 맺어서 친분이라도 쌓아볼 생각인 거 같다. 따라서 내게는 파티 권유가 오지 않았지만, 별로 아쉽지는 않았다.
‘그나저나 이럴 줄 알았으면 마나 물약이라도 구매하는 건데.’
마나 물약이라도 있으면 거신의 질주는 지구력을 두 배로 소모하지 않아도 된다. 지금 돌아가서 사올 수는 없겠지? 어쨌든 기나긴 행군은 30분이 지나자 끝이 났다.
“도착했습니다.”
‘이제 도착했군.’
거의 30분 내내 걸었던 탓에 다들 지루한 기색이 비쳤다. 하지만 도착했다는 말에 즉시 활기를 되찾는 모습을 보였지만, 그의 앞에는 사람이 지날 수도 없을 정도로 빽빽이 심어진 나무 밖에 보이지 않았다.
“도착?”
“잠깐, 도대체 어디가 도착했다는 겁니까?!”
“기다리세요! 이제 입구를 열겠습니다.”
입구도 있었나?
지켜보고 있으니 그는 어떤 메달 같은 걸 꺼내며 커다란 나무로 가져갔고, 그러자 신기하게도 커다란 나무들이 일직선으로 땅으로 꺼지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
쿠쿵- 쿵!-
“오…… 저런 식으로 입구가…….”
“지금껏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던 이유가 있었군.”
땅으로 들어간 나무 뒤로는 대략 30미터 정도의 길이 있었다. 멀리서 보고 있는 탓에 제대로 확신할 수는 없지만, 그 길을 지나가면 엄청나게 넓은 평원이 있는 듯했다.
“이제 가시면 됩니다.”
“으하핫! 이런 걸 기다렸지!”
“갑시다!”
막상 길을 열어준 사람은 움직이지 않았지만 사람들은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으며 안으로 들어갔다. 그럼 나도 들어가 볼까? 어차피 이 입구를 열어준 사람들은 책을 얻어야 한다는 목표가 있었으니 제대로 싸우지는 않을 거라 예상했었다.
저벅-
그런 식으로 나를 포함한 몇십 명의 사람들이 숲의 길에서 나오자 꽤 큰 평원이 드러났고, 그 평원의 중심으로는 몇십 채나 되는 움막이 있었다.
덧붙여 수백 마리의 고블린까지…….
‘이거 꽤 숫자가…….’
[띠링!~ '고블린의 족장 투루'가 당신의 존재를 눈치챘습니다.]
[경고! 고블린의 족장 투루가 즉시 침입자를 배제하라는 명령을 내렸습니다. 지금이라면 충분히 도망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투루의 주술로 돌아갈 길목을 막아버릴 수 있습니다.]
[고블린의 족장 투루의 부하. 고블린 투사와의 전투가 시작됩니다.]
“전투 시작?”
들어온 지 몇 분이나 지났다고 전투가 시작되는 거야? 솔직히 몇 분도 아니다. 몇 초다. 단 몇 초 만에 전투를 시작한다는 메시지를 본 나는 곧장 고개를 들어 전방을 보았고, 이내 수백 마리의 고블린이 이쪽으로 달려오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이야~ 거의 녹색의 파도가 몰아치는구나.
“고블린이 온다!”
“대체 저게 몇 마리야?!”
“고블린 투사다! 방어력이 80 넘는 사람은 앞으로 나가서 막아!”
“보조 마법!”
몰려오는 고블린을 보며 감탄하는 사이, 사람들은 제각각 지시를 내리며 몇 초 뒤에 닥칠 전투를 준비했다. 뭐, 나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파티를 맺은 탓에 다들 그럭저럭 준비를 하는 듯했다.
‘나도 싸워볼까.’
아까 방어력이 80 넘는 사람은 앞으로 나가서 막으라고 했는데, 그 말은 고블린 투사의 공격력이 80 정도라고 생각을 해도 될 것이다. 하지만 현재 내 방어력 수치는 331.
무려 네 배나 되는 수치다.
이런 내가 고블린에게 죽기라고 할까? 전혀 아니다. 고블린이 아무리 때려도 내게는…….
파밧!-
[고블린의 족장 투루가 영역권한을 시전합니다.]
[돌격하는 모든 고블린 투사의 능력치가 두 배로 증가합니다.]
“……응?”
키엑! 키엑! 끼이엑!
뭔가 믿기지 않은 메시지가 나오자마자 달려오는 고블린들의 안광에서는 시뻘건 아지랑이 같은 것이 피어올랐다. 아무래도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거 같은데? 능력치가 두 배로 올라갔다면 공격력 또한 두 배로 올라갔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일단 지켜볼까?’
두 배로 강해졌다고 해도 나를 어떻게 할 수는 없었다.
“불꽃 화살!”
“전격의 창!”
콰콰쾅!-
시작은 먼저 마법이었다. 마법이 사용 가능한 플레이어들이 먼저 공격을 시도했고, 뒤를 이어서 앞쪽에 위치한 플레이어들이 각자 무기를 휘두르며 달려오는 고블린을 막기 시작했다.
만일 저 플레이어들이 뚫린다면 그 다음은 전멸이나 마찬가지겠지.
아, 물론 난 제외하고.
“으하하핫! 다 죽어라!”
“감히 고블린 따위가!”
“빠른 베기!”
‘흐음.’
플레이어의 수준이 예상했던 것과 달리 상당했던 탓인가? 달려드는 고블린은 그 즉시 은빛 가루로 변해버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딱히 걱정할 필요는 없을 거 같긴 한데.’
신들린 듯이 싸우는 플레이어를 보니 이대로 가도 별 무리 없이 이길 거 같았지만…….
“힐! 빨리 힐을 줘!”
“으아악!”
죽어가는 플레이어도 하나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나도 나서서 싸워야 되나? 아직 고블린 족장이라는 투루도 나타나지 않은 이 상황에서 괜히 지구력을 낭비하긴 싫지만, 이들이 있다면 투루와 싸우는데 도움이 될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마나력은 아껴야지.’
마나 물약도 없으니까.
촤악!-
[적중 데미지! 223.]
“어?”
보통은 한 방에 죽을 데미지였지만, 고블린 투사는 죽지 않았다. 생명력까지 증가됐나? 다시 한 번 공격하니 그제야 고블린 투사가 사라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전투 경험치 60 획득!]
두 방을 때려야 된다는 말인가.
능력치가 강화된 고블린 투사는 생각보다 강하긴 했다. 어디까지나 생각보다였지만.
[압도적인 방어력! 데미지를 받지 않습니다!]
[전투 경험치 60 획득!]
‘이거야 원.’
그 어떤 긴장감도 느껴지지 않는다. 고블린들이 아무리 나를 때리더라도 내 생명력은 최대치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구력만 없었다면 나 혼자서 이 고블린들을 다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아니, 지구력 제한만 없다면 거신의 질주로 5분 안에 이것들을 다 잡을 자신이 있었다.
“마법! 빨리 마법 날려!”
“날리고 있잖아요!”
“…….”
그나저나 나만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는 건가?
고블린 한 마리를 베어버리면서 주위를 살펴보았다. 주위에는 각자 힘겹게 고블린 투사를 막아내면서 이리저리 소리치고 있는 플레이어와 그런 플레이어들을 최대한 지원해주는 마법사들이 있었다.
파밧!-
[고블린의 족장 투루가 영역 투쟁을 시전합니다.]
[돌격하는 모든 고블린의 공격력과 방어력이 두 배로 증가합니다.]
끼엑! 끼에에엑!!-
“어?”
메시지 창과 함께 이젠 고블린 투사의 안광에서 피어오르던 시뻘건 아지랑이가 이젠 전신에서 피어올랐다.
퍽!-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1.]
지금까지 받지 않았던 데미지가 이젠 들어오기 시작한다. 데미지가 얼마나 올라간 거지? 처음 80에서 두 배 증가됐으니 160. 거기에다 또 두 배를 증가시키면 320의 데미지가 들어온다는 건가?
아무튼 내가 데미지를 받을 정도라면, 다른 이들은 보지 않아도 뻔했다.
“씨팔! 데미지가 200 가까이 들어와!”
“그럼 맞기 전에 죽여!”
“야이, 개새끼야! 그게 말처럼 쉽냐?!”
한 명씩 죽어가던 플레이어들이 이젠 뭉텅이씩 죽어나가기 시작한다. 그래도 뒤쪽에 있는 플레이어들이 각종 원거리 공격이나 마법으로 고블린을 한 마리씩 죽이고 있다는 게 위안이랄까?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1.]
[적중 데미지! 141.]
[전투 경험치 60 획득!]
‘아직 보스도 안 나타났는데.’
아마 여기 있는 모든 고블린을 죽여야 보스가 나타날 거 같았다. 참고로 튀어나온 고블린 투사의 숫자는 못해도 500마리다. 지금은 어느 정도 숫자가 줄었다고 하지만, 그래도 300~400마리는 남은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