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혼(黃昏). 직감의 소유자-31화 (3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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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3 話 “3일째”

‘은신인가?’

모습이 보이지 않더라도 문제는 없다. 환영이동을 배워본 결과, 은신은 무한으로 지속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대로 기다리기만 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팟-

‘그렇지!’

예상했던 그대로 플레이어는 몇 걸음 뒤에서 나타났다. 이쪽을 향해 활을 겨누는 모습이었는데, 그 플레이어는 자신의 위치가 발각되자마자 화살을 쏘았다.

그리고 나 또한 거기에 맞춰 스킬을 사용했다.

“엘시크의 환영이동!”

어렵지 않게 화살을 피해낸다. 덧붙여 환영이동의 효과로 플레이어의 뒤로 이동해버린 내 몸은 은신으로 숨겨진 상태. 화살은 자연스레 환영을 향해 날아갔고, 환영은 뭔가 놀라운 기예로 날아오는 화살을 튕겨냈다.

“칫.”

‘응?’

아쉽다는 듯이 혀를 차는 플레이어. 반응을 보니 앞에 있는 내가 환영이라는 사실조차 모르는 모양이다.

‘사람의 눈으로 봐도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인가?’

뭐, 어쨌든 좋다. 이건 기회이기도 했다. 은신으로 숨겨진 상태였기에 그녀는 내 위치를 알아차릴 수 없다. 지금이라면 단번에 죽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난 문득 환영의 움직임이 눈에 들어왔다.

파밧!-

환영의 몸에서 솟아오른 새하얀 빛.

지금까지 계속 사용한 난 저 빛의 정체를 알고 있다.

제이어의 수호방패.

그 수호방패를 사용한 환영의 몸에서는 새하얀 빛이 솟아올랐다. 그 빛은 어두운 이곳을 한순간이나마 환하게 비추었다.

“뭐, 뭐야?”

‘와…….’

당황하는 플레이어와 소리 없이 감탄하는 나. 내가 제이어의 수호방패를 사용하면 저런 모습이었나? 나와 똑같은 모습이었지만 감탄이 절로 나오는 광경이었다.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 다른 사람 앞에서 저걸 사용한 적이 있었나?

아, 딱 한 번 그런 적이 있군.

유일하게 사람 앞에서 사용했을 때가 첫날 흑마법사 젤드를 잡았을 때였다. 그때도 내가 저런 모습이었을까?

‘어쨌든 내가 기습하지 않아도 이길 거 같은데.’

제이어의 수호방패는 모든 능력치와 더불어 방어력까지 올려준다. 여기서 지속 시간만 만족시킬 수 있다면 늑대조차 싸워 이길 정도.

하지만 상대는 그런 몬스터가 아니라 플레이어였다.

“은신.”

‘어딜!’

점차 사라지는 플레이어의 모습에 난 즉시 달려 나가 검을 휘둘렀다. 은신은 보이지만 않을 뿐, 순식간에 이동하는 스킬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난 내 공격이 적중될 거라 믿었고, 그 증거로 내 앞에는 메시지가 생겨났다.

[적중 데미지! 139.]

“아악!”

적중시킨 순간 은신이 풀려버린 플레이어. 덩달아 공격한 나까지 은신이 풀려버렸기에 그녀 또한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아마 그녀의 입장에선 내가 두 명으로 보이겠지.

“이, 이게 어떻게…….”

“어떻게는 뭐가 어떻게야? 네가 졌다는 거지.”

생각지도 못했으나 지구력을 너무 소모했다. 남은 지구력은 17% 정도. 이런 지구력이라면 늑대와 싸울 수도 없었기에 재빨리 플레이어를 해치우고 휴식을 취하는 편이 좋았다.

“큭, 비겁한 놈!”

“힘껏 치기!”

[스킬 경감 데미지! 48.]

‘역시 빠르네.’

힘껏 치기로 휘두른 검은 플레이어의 몸을 스친 정도에서 끝났다. 제대로 맞질 않은 것이다. 직접 상대해보니 엄청 빠르다고 할까? 그러나 내 공격을 피했다고 해서 모든 게 끝나는 건 아니다.

서걱-

[환영 적중 데미지! 150.]

나보다도 깔끔한 환영의 일격. 그 일격을 허용한 플레이어는 빠르게 상체를 숙여 다음 공격을 피해냈지만 난 그 틈을 노렸다.

푹-

[적중 데미지! 132.]

환영과 내가 번갈아가며 공격하니 플레이어도 어쩔 도리가 없는 모양이었다. 피하기에 급급한 그녀는 포션까지 꺼내 마셨으나 내가 보기엔 헛수고일 뿐이다.

오히려 두 명이서 공격하는데도 이 정도 버틴다는 게 대단했다.

번쩍-

‘응?’

그때 같이 공격하고 있던 환영에서는 심상치 않은 빛이 생겨났다. 새하얀 빛처럼 밝은 황금색의 빛. 그 빛은 플레이어도 심상치 않다고 판단했는지 뒤로 몸을 날렸다.

콰아아앙!!-

[스킬 경감 데미지! 211.]

‘호, 저게 폭발 데미지인가?’

그건 그렇고 데미지가 늘었다. 아마 제이어의 수호방패 때문일 것이다. 제이어의 수호방패는 생명력을 늘려주는데, 그게 환영의 폭발 데미지로 적용된 거 같았다.

“제길.”

“숨어만 있었다면 목숨은 건졌을 텐데.”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플레이어에게 다가간다. 하지만 이런 내 말을 들었는지 플레이어는 분노에 찬 눈빛으로 날 노려보았다.

“미친, 그럼 내가 고생해서 찾은 던전을 눈뜨고 뺏기라는 거야?!”

“네 던전이라는 듯이 말한다?”

떠올려보니 새벽의 여명도 비슷한 말을 했던 거 같았다. 우리가 찾은 던전이니 우리가 독점하겠다고 했었나?

그리고 그런 나의 말에 플레이어는 억울하다는 듯이 외쳤다.

“내가 내 스킬로 찾아낸 던전이니 당연히 내 던전이지!”

“스킬?”

스킬로 던전을 찾았다고?

내가 의아한 표정을 지은 탓인지, 아님 잠깐 걸음을 멈춘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녀의 입은 더 빨라졌다.

“던전은 그냥 발견되지 않아. 오로지 탐색 스킬로만 찾을 수 있어. 그리고 이 던전은 내가 오전에 겨우 찾아낸 던전이란 말이야.”

“…….”

그러니까…… 던전은 탐색 스킬로 찾아야만 나타난다는 건가? 하마터면 온종일 아무런 소득도 없이 돌아다닐 뻔했다. 지금의 내겐 탐색 스킬이 없었으니 말이다.

“음, 그래?”

“그래. 근데 너도 네가 직접 찾은 던전이라면서 헛소리를 했잖아!”

“목소리 좀 줄이지?”

“…….”

이게 늑대들이 몰려오면 어쩌려고.

짜증이 섞인 내 말투에 그녀는 입을 다물었다. 이미 서로의 전력은 파악한 상황. 여기서 계속 덤벼봐야 승산이 없다는 걸 깨달았는지 그녀의 태도는 조금 누그러졌다.

‘후, 어떻게 할까?’

그녀의 말이 사실이라면 잘못은 내가 한 거 같았다. 물론 그걸 인정할 생각 따윈 없다. 혹시라도 내가 내 잘못을 인정이라도 하면 저 드센 여자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짐작도 되지 않았으니까.

‘적당히 타협해야 되나.’

잠깐 고민한 나는 적당한 타협책을 내놓았다.

“솔직히 던전을 뺏을 생각은 없어. 대충 20레벨까지 올리고, 세트 아이템만 획득하면 사라져주지. 어때?”

“20레벨도 안 된다고?”

“이 게임은 레벨보단 스킬이잖아.”

이런 내 대답과는 별개로 그녀는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고민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였나? 그리고 고민 끝에 나온 대답은 내 기대를 배신했다.

“안 돼. 망할 길드에게 뺏기기 전에 팔아야 돼.”

“판다고?”

“나 혼자서 어떻게 던전을 지켜? 몇 명이라면 모르겠지만 길드 단위로 몰려오면 뺏길 수밖에 없어. 또 언제까지 던전에 머물 수도 없잖아. 그러니 돈을 받고 팔아버려야지.”

‘던전도 팔아버리다니.’

지금까지 장비만 팔아왔던 나로서는 생소한 이야기였다.

“얼마에 파는데?”

“던전? 어제 발견한 던전은 현금 30만 원에 팔았는데…… 아니, 내가 왜 이런 대답까지 해야 돼!”

“대답해야지. 아님 뭐? 계속 싸워볼까?”

“…….”

뭐 이런 자식이 다 있냐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그녀였지만 가볍게 무시한다.

‘그나저나 30만 원이라…….’

생각했던 것보다 싼 가격이다. 던전의 숫자도 한정적일 테고, 다른 플레이어들도 열심히 던전을 찾을 거 아닌가? 한마디로 경쟁이 심하다는 말이다. 그런 경쟁 속에서 얻는 금액이 고작 30만 원이라면 수지가 맞지 않았다.

“탐색 스킬에 대해 자세히 말해봐.”

“……탐색 스킬은 던전이나 숨겨진 장치. 혹은 퀘스트 등을 찾을 수 있어. 그냥 탐험용 스킬이라 생각하면 돼.”

“탐색 스킬이 없으면 던전은 발견 못하고?”

“내가 알기론 절대 발견 못해. 그거 때문에 이 게임의 던전이 길드 소유가 된 거잖아.”

‘그렇군.’

그 설명을 들은 난 오늘 같이 의뢰를 했던 어스가 떠올랐다. 녀석이 숨겨진 책을 찾고 있을 때, 이상하게 중얼거리며 돌아다닌 이유가 탐색 스킬을 사용하고 있었던 거라면 모든 게 이해가 갔다.

“꼭 배워야 되는 스킬이네.”

“그보다 날 어떻게 할 생각이야?”

“너? 글쎄? 그냥 서로 신경 쓰지 않는 건 어때?”

나로서는 충분히 양보한 셈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미안한 감이 없지는 않았다. 어쨌든 상대방이 찾은 던전에서 내 멋대로 사냥하겠다고 말하는 거였으니 말이다.

“설마 여기서 사냥할 생각이야?”

“그렇다고 밥그릇을 뺏을 생각은 없어. 던전이 팔리면 조용히 나가주면 되잖아. 그때까지만 사냥하겠다는 거지.”

말하고 보니 나도 참 뻔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어떻게든 레벨도 올리고, 세트 아이템도 갖고 싶은데.

“나보고 그 말을 믿으라고?”

“믿지 않으면 어쩔 건데?”

결코 끝까지 나간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도둑놈 새끼. 마음대로 해.”

“그래, 그럼 너도 수고해.”

어떻게 허락까지 받은 난 슬슬 이곳에서 떠나려고 했지만…… 지구력이 마음에 걸렸다. 확인해보니 지구력은 32%. 이 지구력이라면 늑대를 잡기 힘들다고 판단한 나는 어쩔 수 없이 앉아 쉬기로 했다.

“뭐야? 안 가?”

“지구력이 부족해.”

“지구력?”

의외라는 표정으로 날 보는 플레이어. 아, 지구력이 없다면 다시 덤비려나? 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말했다.

“미리 말해두는데 네 공격력으론 어림도 없어.”

“누가 뭐래? 흠, 지구력이라…….”

뭔가 생각하는 듯한 플레이어는 얼마 지나지 않아 입을 열었다.

“그러네. 예상은 했지만 너도 A랭크 스킬을 얻었구나.”

A랭크 스킬.

갑작스레 나온 말 치고는 의외이긴 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누구라도 예상할 수 있었다. 특히 제이어의 수호방패는 시전조차 화려했던 탓에 누구라도 A랭크 이상의 스킬이라 생각할 것이 분명했다.

“A랭크 스킬은 지구력 소모가 심하다더니 사실인 모양이네.”

“대신 그만큼 효율이 좋으니까.”

“아~ 부럽다. 나도 A랭크 스킬 가지고 싶은데.”

그런데 이 여자는 왜 A랭크 스킬이라고 단정 짓는 거지? S랭크 스킬이라고는 생각지도 않는 건가? 뭔가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물어보고 싶진 않았다.

대신 다른 질문이 떠올랐다.

“아까 던전을 팔아버린다며? 던전을 파는 것보다 여기서 나오는 아이템을 팔아버리는 쪽이 낫지 않아?”

“확실히 그게 낫지. 개당 5만 원에 팔아도 짭짤하니까. 문제는 여기 나오는 몬스터가 너무 강해. 한 마리 잡으려면 몇십 분은 걸리거든.”

‘잡기는 잡는 모양이네.’

뭐, 나도 다를 게 없나? 한 마리를 잡으면 지구력 때문에 몇 분은 쉬어야 되니까.

“그러니 던전 입장을 자유롭게 해주는 권한을 받고 팔아버리는 편이 나아. 던전 입장만 자유롭다면 아이템은 나중에 와서도 얻을 수 있으니까.”

‘음, 그런가?’

말을 들어보니 나쁘지는 않았다.

그녀의 말대로 한다면 던전을 팔아버리는 금액은 덤으로 들어오는 셈이다. 아이템이야 나중에 와서 얻어도 되니 그녀에겐 전혀 손해가 없는 것이다.

“짜증나는 건 길드 가입을 권유하는 새끼들이야. 던전을 찾을 수 있는 인재는 드무니까 어떻게든 가입시키려고 한단 말이지.”

문득 짜증이 묻어나오는 한탄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내가 왜 이런 말까지 들어야 되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지구력이 회복될 때까지 들어주기로 했다.

“인재는 뭐야?”

“아, 넌 모르겠네. 탐색 스킬은 도서관에서 팔지 않아. 지금 밝혀진 방법으로는 랜덤 스킬북 밖에 없어. 그러니 길드에서 모셔가려고 안달난 거고.”

‘팔지 않는다고?’

나중에 마을로 돌아가면 탐색 스킬을 구매하려던 내 계획이 철저히 박살나는 대답이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 배울 수 있지? 랜덤 스킬북을 무더기로 구매해야 되나?

“이래 봬도 난 D랭크의 탐색 스킬을 가지고 있어서 말이지. D랭크가 얼마나 대단하냐면…….”

“…….”

잠자코 들어주자니 온종일 떠들 기세다. 평소에 친구가 없나? 그래도 이야기를 들어보니 나름 대단하다는 생각은 들었다.

이틀 만에 두 개의 던전을 찾아낸 능력.

탐색 스킬이 랜덤 스킬북으로만 나온다면 아직 배운 사람이 적을 것이다. 그런 도중에 그녀가 습득한 탐색 스킬의 랭크는 D랭크. 아마 그녀보다 높은 등급을 가진 플레이어는 거의 없지 않을까 싶다.

‘아마 며칠 안에 또 다른 던전도 찾지 않을까?’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그녀와 친하게 지내는 편이 이득일지도 몰랐다. 혹시라도 던전을 발견하면 그곳에 갈 기회가 생길지도 모르니 말이다.

하지만…….

‘그러긴 싫네.’

단지 목적을 위해 친하게 지내야 된다는 점이 싫었다. 서로가 이득이 되는 관계였다면 모를까, 나 자신의 이득을 위해 일부러 친해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 난 채워진 지구력을 확인하고는 곧장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서 내가 그때 퀘스트를 발견해서…… 응? 어디가?”

“사냥하러.”

“아, 그래? 그럼 어쩔 수 없지.”

잘 가라는 듯이 손까지 흔드는 그녀. 종잡을 수 없는 성격이랄까? 여기 던전에서의 볼일이 끝난다면 다시는 만나기 힘들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그녀의 인사를 받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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