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29 第 3 話 =========================================================================
第 3 話 “3일째”
‘어?’
거의 허리까지 오는 풀숲을 헤치며 나아간 나는 전방에 뭔가를 발견하고는 본능적으로 자세를 낮췄다. 전방에는 이 숲에서 튀어나오는 웨어 울프 세 마리와…….
‘……저건 던전인가?’
사각형 모양의 입구가 바닥에 배치되어 있었다.
‘설마하니 진짜 던전을 발견할 줄이야.’
더군다나 이 숲에는 플레이어도 없다. 그러니 저 던전 안에도 플레이어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 한마디로 던전 하나를 독점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한 셈이다.
‘문제는 웨어 울프 세 마리인데…….’
방법은 두 가지나 된다. 세 마리를 처리하고 들어가는 방법과 무시하고 던전으로 들어가는 방법. 원래는 웨어 울프를 처리하고, 거기서서 나오는 아이템을 획득할 생각이었지만…….
‘던전을 발견한 이상 그럴 필요는 없지.’
생각은 거기까지였다. 웨어 울프를 무시하기로 한 나는 짧은 심호흡과 함께 곧장 스킬을 시전했다.
“스킬 사용. 거신의 질주!”
[마나력이 부족…….]
콰콰콰콱!!-
“크르르?”
달린다. 붉은 폭풍 때문에 웨어 울프가 눈치를 챘으나 상관없다. 89까지 상승한 민첩으로 달리는데다, 거신의 질주는 외부의 충격을 무시하는 효과까지 있으니까.
콰아앙!!-
[스킬 데미지! 282.]
그 결과로 웨어 울프들은 달려오는 나를 제대로 막아서지도 못했고, 덕분에 난 비교적 안전하게 던전 계단으로 내려올 수 있었다.
또 그렇게 들어온 던전은…….
“생각보다 어둡네.”
앞이 전혀 보이지 않을 정도의 어둠은 아니다. 하지만 볼 수 있는 시야의 범위가 좁다. 대략 20~30미터 거리에서 원거리 공격을 하면 그 위치를 파악하기 힘든 정도의 어둠이랄까?
즉, 내가 볼 수 있는 시야의 범위는 10~15미터가 한계였다.
“이런 곳에서 저격이라도 당한다면 힘드려나?”
어쨌든 던전 안으로 들어간다. 내 생명력과 방어력이라면 저격 한두 번에 죽을 정도도 아니고, 여차하면 제이어의 수호방패로 생명력을 회복하면 된다.
제이어의 수호방패는 초당 생명력을 회복해주는 기능이 있었으니 말이다.
“상세 정보. 제이어의 수호방패.”
[S랭크 제이어의 수호방패 효과] (LV2)
-물리&마법 방어력 100→120 상승
-관통 방어 확률 2→4p 상승.
-생명력 회복 속도 초당 10→12.
-일시적으로 생명력 500→600 증가.
-모든 기본 능력치 10→15 상승.
-모든 속성 저항력 10→11% 상승.
-방패 관련 스킬 효과 10→15% 상승.
-방어 수치 이하의 마법 공격 무시.
-지속 시간 30→35초.
*사용 시, 마나력 소모 300.
*사용 시, 지구력 소모 10%.
“그러니까…….”
2레벨인 제이어의 수호방패는 초당 생명력을 12씩 회복해주고, 지속 시간은 35초 동안 유지되었다.
이걸 계산해보면…….
“420 채워진다는 소리네.”
뭐, 포션 대용으로 사용할 정도였다.
‘좀 더 레벨을 올려야 되나?’
만일 제이어의 수호방패가 5레벨이 된다면 생명력은 900까지 채워진다. 거기까지 채워진다면 포션 따위는 필요도 없지 않을까?
크르르…….
“……!?”
몹인가?
어떤 소리를 감지한 나는 그대로 걸음을 멈춘 채 전투부터 준비했다. 눈살을 찌푸리며 앞을 바라봤지만 역시나 보이지 않는 상태. 대략적인 위치만 파악한 상태에서 싸워야 된다는 게 왠지 부담스러웠다.
‘와라.’
크엉!
동시에 내게 대답이라도 하듯이 어둠에서는 뭔가가 뛰쳐나왔다.
뛰쳐나온 건…….
‘웨어 울프?’
아니, 숲에서 봤던 웨어 울프와는 다르다. 숲에서의 웨어 울프는 나 정도의 키와 덩치를 지녔지만, 지금의 녀석은 나보다 두 배 정도는 큰 덩치를 지니고 있었다.
[검은 갈기 전사]
‘일단 선빵!’
공격에는 주저함이 없었다. 난 200에 가까운 공격력을 이용해 그대로 늑대를 후려쳤으나, 그 뒤에 떠오른 메시지 창은 나를 경악케 했다.
퍽!-
[데미지를 줄 수 없습니다.]
‘데미지를 줄 수 없다고?’
그리고 내가 때리는 것과 비슷하게 휘둘러지는 검은 늑대의 팔. 피하기엔 검은 늑대의 팔이 일반인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길었다.
콰앙!-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165.]
‘젠장! 역시 만만치 않아.’
단 한 번의 공방. 이 공방으로 눈앞에 몬스터가 만만치 않은 상대임을 파악한 난 조금씩 시간을 끌수록 불리해진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최대한 빨리 끝내기로 했다.
“스킬 사용. 거신의 질주!”
콰아아앙!!-
[스킬 데미지! 232.]
“크허엉!”
“……미친.”
놀랍게도 검은 늑대는 튕겨지지 않았다. 이 말은 거신의 질주를 사용한 나보다 근력이 높다는 뜻이기도 했다. 덧붙여 검은 늑대의 양팔에서는 심상치 않은 붉은색의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스킬?’
“스킬 사용! 엘시크의 환영이동!”
팟!-
일단 피해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문에 환영이동으로 이동한 나는 그 즉시 고개를 돌려 검은 늑대를 보았고, 환영에게 휘둘러지는 검은 늑대의 손에서는 붉은빛의 기운이 쏘아졌다.
콰아앙!-
그 붉은색 기운은 환영에게 적중하더니 그대로 폭발했고, 놀랍게도 그 폭발에 휘말린 내 환영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한번에 200 이상의 데미지를 줬다는 건가?’
일단 피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와 반대로 어서 빨리 끝내버리는 편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남은 지구력이 60% 정도였기 때문이다.
‘전력으로 싸워주지.’
“스킬 사용. 제이어의 수호방패. 거신의 질주!”
파밧!-
[S랭크 스킬. 제이어의 수호방패가 활성화…….]
콰콰콰콱!!-
‘뒈져라!’
수호방패와 거신의 질주는 동시에 발동되었다. 거기에다 은신 상태였기에 검은 늑대는 한 박자 늦게 나를 발견할 수밖에 없었고, 또 그렇게 발견하더라도 이미 내 몸은 검은 늑대를 향해 질주하고 있었다.
콰아아앙!!-
[스킬 데미지! 490.]
“컹!”
‘이래도 안 죽는 건가?’
현재 내가 뽑아낼 수 있는 최대의 데미지였는데도 검은 늑대는 죽지 않았다. 낭패라고 해야 되나? 난 다시금 휘둘러지는 검은 늑대의 손을 보며 나 또한 검을 휘둘렀다.
“스킬 사용. 힘껏 치기!”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173.]
[스킬 데미지! 2.]
‘미친 F랭크 스킬!’
“거신의 질주!”
콰아아앙!!-
[스킬 데미지! 458.]
[전투 경험치 400 획득!]
[띠링!~ '검은 야수의 투구'를 획득하셨습니다.]
“후우.”
겨우 잡았네.
메시지 너머로 서서히 사라지는 검은 늑대의 모습에 나는 그제야 한차례 전투가 끝났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건 그렇고 F랭크 스킬이 먹히지 않다니.’
아마 내가 가진 스킬 중에서 거신의 질주를 제외하면 데미지를 줄 수 있는 스킬이 없는 듯하다. 생각보다 난이도가 높은 던전이랄까? 다른 플레이어들은 이 던전을 엄두도 못 낼 거 같았다.
‘이거 두 마리 나오면 위험하지 않을까?’
하지만 반대로 획득한 아이템이 궁금했다. 이런 난이도에서 나온 아이템이라면 대체 어떤 아이템일까? 난 그 생각을 하며 아이템 창에서 획득한 투구를 꺼내들었다.
[검은 야수의 투구] (Magic)
설명:검은 갈기 전사의 가죽으로 만들어진 투구. 기존의 다른 가죽보다도 질긴 성질을 지니고 있으며, 야수의 마력 또한 잠들어있다.
<근력(5), 민첩(8)>
방어력:30 마법 방어력:20
내구력:60/60
*공격 속도 10 상승.
*세트 효과(1/5)
-2부위 장착 효과:생명력 50 증가.
-3부위 장착 효과:공격력 20 증가.
-4부위 장착 효과:민첩 20 증가.
-5부위 장착 효과:지구력 소모 10% 감소.
[S랭크 스킬. 제이어의 수호방패의 지속시간이 끝났습니다.]
‘어?’
“세트 아이템?”
매직급 아이템을 예상했으니 그건 놀랍지 않았다. 근데 세트 효과라는 것이 나를 놀라게 했다. 이 게임에 세트 아이템이라는 것도 있었나? 읽어보니 이 세트 효과를 받기 위해서는 나머지 아이템도 획득해야 되는 모양이었다.
세트 아이템이라…….
이러나저러나 여기서 사냥해야 될 이유가 늘어난 셈이다.
‘무엇보다 지구력 감소가 붙어 있으니.’
만일 마나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S랭크 스킬을 사용하면 지구력은 20% 소모됐지만, 이 세트 효과로 인해 18% 정도로 낮출 수 있었던 것이다.
S랭크 스킬을 가진 나로서는 꽤 도움은 되지 않을까?
아무튼 현재 착용하고 있는 장비가 고블린 전사의 투구였으니 바로 교체한다. 장비의 교체로 민첩이 올라갔는데, 그것 때문인지 몰라도 몸이 조금 가벼워진 느낌이 들었다.
“뭐, 시작은 좋네.”
[플레이 시간을 전부 소모하셨습니다. 현실에서 휴식을 취한 뒤, 다시 접속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1분 후, 자동으로 접속이 종료됩니다.]
[장소의 문제가 있으시다면 30분 연장이 가능합니다. 연장하시겠습니까?]
“…….”
시작이 좋기는 개뿔.
아무래도 랜덤 스킬북으로 소모된 시간이 너무 길었던 모양이다. 뭐, 그래도 만족해야 되겠지? S랭크 스킬도 얻었고, 던전도 찾았으니 말이다. 때문에 대충이나마 아쉬움을 달랜 나는 슬슬 접속을 종료하기로 했다.
“접속 종료.”
[접속을 종료합니다.]
[다시 황혼이 비추는 거리에서…….]
황혼에서의 접속을 끝낸 내 시야는 시계를 가리키고 있었다. 4시 30분인가? 아마 다시 접속하면 11시가 넘을 시간에 나올 수 있겠다고 생각한 난 천천히 욕실로 향했다.
‘그래도 오늘 샤워는 이걸로 끝이겠군.’
랜덤 스킬북도 없으니 더는 직감을 사용할 일도 없다. 따라서 지금처럼 흘러내릴 땀도 없을 거라 판단한 나는 그럭저럭 기분 좋게 샤워를 끝내며 곧장 컴퓨터 앞에 앉았다.
뭐랄까? 이 짓도 거의 습관이 된 듯한 느낌이 드는데.
“……괜찮겠지.”
중얼거리며 인터넷에 접속해 황혼 게시판을 클릭한다. 게시판은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글로 잔뜩 도배가 된 상태다.
[내용:다들 스킬을 사용하실 때 어떻게 하십니까? '스킬 사용' 이라는 말을 붙입니까? 아니, 1초가 급한 상황에서 그 말을 내뱉을 여유가 어디 있습니까? 간단하게 명령어 매크로를 사용하세요.
스킬 명령어 소환!
이렇게 말하면 자신이 습득한 스킬이 나열됩니다. 예를 들어 '힘껏 치기' 같은 경우에는 스킬 시전 명령어를 '힘껏'으로 하고, 그 다음 사용 명령어를 '치기'라고 해버리면 '힘껏 치기' 하나로 스킬을 사용하는 게 가능하죠.
이러면 보다 쉽게 전투를 하실 수 있을 겁니다.
다만, 대화 도중에 '힘껏 치기' 라는 단어가 들어가버리면…….]
“오? 이런 게 있었나?”
지금껏 스킬을 사용하기 위해서 '스킬 사용' 이라는 말을 꼭 붙인 나로서는 정말 유용한 정보가 아닐 수 없었다.
스킬 명령어 소환이라고 했지?
황혼에 접속하면 곧바로 사용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나는 다음 글을 살펴보았다.
[스킬 레벨을 올리기 위해서는 기존 레벨업이 필수입니다.]
[내용:오늘 새벽에 20레벨까지 찍은 사람입니다. 20까지 찍으니 5레벨에서 멈춘 스킬 레벨이 다시 올라가기 시작하더군요. 이건 제 예상인데 20부터는 스킬 레벨이 10까지 올라갈 거 같습니다. 어쨌든 스킬 레벨이 올라가지 않는다고 투덜거리는 사람은 일단 20레벨까지 올리시길 바랍니다.]
“20레벨?”
그러고 보니 내 제작 스킬도 5레벨에서 멈췄는데…….
물론 그때도 기존 레벨을 올려야 된다는 메시지를 보긴 했다. 하지만 그게 20레벨이라는 사실은 오늘 처음으로 알 수 있었다.
“젠장, 언제 20레벨까지 올려.”
뭐, 목표가 생겼다는 점은 좋을지도 몰랐다.
20레벨 말이다.
‘오늘 안으로 20레벨을 올리는 건 무리겠지?’
아무리 던전 안에서 사냥하더라도 무리일 거 같다. 워낙 강한 놈들이라서. 아마 한 마리만 잡고 나서 몇 분은 쉬어야 되지 않을까 싶다.
딸각-
[이 황혼에는 강화 시스템이 있다!]
“강화?”
뭐야? 다른 사람은 모르고 있었나? 나야 튜토리얼에서 노아에게 알아냈지만 다른 사람은 그게 아닌 모양이었다.
[내용:오늘 오크 족장을 잡고 획득한 아이템 중에 '무기 강화석' 이라는 게 떴습니다. 혹시나 해서 사용해보니 성공 확률이 50%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씨발! 이게 말이나 됩니까? 100%도 아니고, 50%입니다! 그것도 첫 번째 강화에 말입니다!!
어쨌든 그 강화에 성공한 아이템은 이렇습니다.]
게시판 밑에는 한 장의 사진까지 첨부되어 있었다.
[+1 오래된 나무 지팡이] (Magic)
설명:어떤 마법사가 사용했던 오래된 지팡이. 세월이 지난 탓에 지팡이에 깃든 마력 또한 희미해졌지만 사용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지능(3+1), 마력(6+3)>
공격력:10(+1) 마법 공격력:40(+4)
내구력:41/50
*마나력 200 증가.
*강화 옵션:마나력 40 증가.
[내용:능력치가 추가로 붙고, 공격력이 조금 올라갔고, 강화 옵션이라는 게 생겼습니다. 나름 좋긴 합니다. 성공 확률이 50%만 아니라면요. 상식적으로 2번째 강화는 이보다 더 확률이 떨어지지 않겠습니까?
아마 5강까지 간 아이템만 하더라도 엄청난 가격에 팔릴 겁니다.
어쨌든 강화를 하시려면 다들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강화에 실패하면 내구력이 깎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