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혼(黃昏). 직감의 소유자-28화 (28/211)

00028  第 3 話  =========================================================================

第 3 話 “3일째”

[의뢰 완료 보상 50실버를 획득하셨습니다.]

[대마법사 데르트와의 호감도가 5 상승합니다.]

[명성이 30 올랐습니다.]

끝났나?

완료 보상도 받았으니 이제 모든 일이 끝났다고 판단한 나는 곧 의뢰 길드에서 나오는 어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예. 어스 님도 수고하셨어요.”

“이제 의뢰도 끝났으니 오크 점령지에서 사냥할 생각인데, 같이 가실 분 있나요?”

‘오크 점령지?’

새로운 사냥터의 이름이 나오자 잠깐 갈등이 생겼다. 하지만 랜덤 스킬북 작업이 남았던지라 미련 없이 포기하기로 했다.

“루딘 님도 가실래요?”

“아뇨, 다른 할 일이 있어서요.”

“그래요? 음, 아쉽네요.”

“아쉽긴요. 그럼 열심히 사냥하세요.”

거기까지만 말한 난 파티에서 탈퇴한 뒤,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루딘 님께서 경매에 올리신 아이템. '은도금 장검'이 65,000원에 팔리셨습니다.]

[수수료 20%를 제외한 금액. 52,000원이 자동으로 입금됩니다.]

[루딘 님께서 경매에 올리신 아이템. '핏빛의 귀걸이'이 107,000원에 팔리셨습니다.]

[수수료 20%를 제외한 금액. 85,600원이 자동으로 입금됩니다.]

“어? 팔렸다.”

한참을 랜덤 스킬북과 씨름하던 도중, 어제 올려놨던 은도금 장검과 핏빛의 귀걸이가 팔렸다는 메시지 창이 생겨났다.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나? 그런데 생각했던 것보다 저렴한 가격이었다.

‘뭐, 예상은 했지만.’

이제 슬슬 매직급 아이템이 풀리고 있을 시기였다. 더군다나 은도금 장검은 내가 만든 장검보다 성능이 떨어졌다. 그렇기에 시작 가격을 5만 원으로 낮춰 팔았는데, 지금 이 결과만 보면 잘한 짓인 듯하다.

“그나저나 더럽게 안 나오네.”

메시지 창으로 인해 잠깐의 휴식 시간을 가진 난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까지 안 나오니 문득 이런 생각마저 들었다.

‘차라리 적당하게 C랭크 스킬이 좋지 않을까?’

새벽의 여명 길드와 싸우면서 제일 신경 쓰인 것이 지구력 소모였다. 만일 마나력이 여유가 된다면 지구력 소모도 줄어들 수는 있다. 하지만 보잘것없는 수준의 마나력을 지닌 나로서는 고민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능력치를 위해서라도 S랭크 스킬이 필수적이니…….’

덧붙여 이건 S랭크를 뽑을 수 있는 나였기에 생긴 고민이기도 했다.

어쨌거나 S랭크 스킬이 있더라도 지구력 소모로 사용하기 힘들다면 그 또한 의미가 없지 않을까 싶다.

현재로선 S~A랭크 스킬은 10번도 사용하지 못하니 말이다.

“후, 그래도 S랭크 스킬이니까.”

결국 능력치를 선택한 나는 랜덤 스킬북을 사용했다.

[스킬북을 펼치겠습니까? 펼치면 자동으로 스킬이 습득됩니다.]

동시에 온몸을 찌르는 듯한 불안감.

“……그래.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해보자.”

[스킬북을 펼치겠습니까? 펼치면 자동으로 스킬이 습득됩니다.]

“응?”

몇 번을 시도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아마 몇천 번은 했겠지. 거의 기계처럼 랜덤 스킬북을 사용한 나는 갑작스레 느껴진 감각에 손을 멈췄다.

이번에는 뭔가 나올 거 같다?

제이어의 수호방패를 뽑았을 때와 비슷한 감각이다. 당연히 불안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불안감 대신 온몸이 시원해지는 상쾌한 감각을 받은 나는 그 느낌이 가는 대로 스킬북을 펼쳤다.

[S랭크 스킬. '엘시크의 환영이동'을 습득하셨습니다.]

[근력이 5 상승합니다.]

[민첩이 5 상승합니다.]

[띠링!~ 새로운 능력치 '마력'이 생겨났습니다. 마력은 사람의 몸에 지닌 기운이기도 합니다. 마력이 높아질수록 마나력 또한 높아지는 효과가 있으며, 휴식 시 소모된 마나력을 보다 빨리 채워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마력이 8 상승합니다.]

“떴다!”

몇 시간 개고생한 보람이 있었다. S랭크의 가치를 생각한다면 이 몇 시간도 별거 아니지만 말이다. 어찌 됐든 난 기분 좋은 마음으로 스킬을 확인해봤다.

[엘시크의 환영이동] (S랭크)

설명:환영의 기사로 이름을 남긴 엘시크의 기술. 이 기술은 접근전을 허용하지 않는 마법사를 상대하기 위해 만든 그의 모든 것이기도 하다. 단 한 자루의 검으로 수많은 마법사를 베어낸 그의 업적이 실체화가 되어 만들어진 스킬.

<상승 능력치:근력(5), 민첩(5), 마력(8)>

<현재 숙련도:LV1 (0.00%)>

“환영이동?”

무슨 잔상을 남기면서 이동하는 건가? 설명만 읽어봐서는 감이 잡히지 않았다. 설명에는 마법사를 상대로 사용하는 스킬 같은데, 아무래도 상세 정보로 알아보는 편이 좋을 듯했다.

“상세 정보. 엘시크의 환영이동.”

[S랭크 엘시크의 환영이동 효과] (LV1)

-반경 10M 내에 시선이 닿는 방향으로 이동.

-이동 시, 10초간 은신 효과.

-은신 상태에서 5% 추가 데미지 적용.

-원래 자리에 본인과 같은 환영이 생겨남.

-환영 지속 시간 10초.

-본인 최대 생명력의 10%를 환영의 생명력으로 적용.

-랜덤으로 1개의 스킬을 사용.

-환영 소멸 시, 자동으로 폭발.

-남은 생명력을 폭발 데미지로 적용.

*사용 시, 마나력 소모 300.

*사용 시, 지구력 소모 10%.

“뭔가 심하게 복잡한데.”

제이어의 수호방패와 마찬가지로 이것저것 많이 나열된 것이 보였다. 그래도 꼼꼼하게 읽어보니 거신의 질주와 다른 형태의 이동 스킬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나저나…….

“……이게 좋은 건가?”

일단 온라인 게임에서 자주 보던 텔레포트가 있는 건 좋았다. 그런데 환영이 생긴다는 말과 그 환영이 폭발한다는 내용은 제대로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내 생명력의 10%. 이걸 폭발 데미지로 적용시키면…… 고작 200?”

아니, 거신의 질주 데미지가 약 300~400씩 뜨는데, 고작 200이라니? 또 생명력이 깎이거나 상대가 지닌 방어력까지 계산하면 200도 뜨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게 진정 S랭크 스킬이란 말인가?

‘힘껏 치기보다 데미지가 낮은 S랭크 스킬이라…….’

막말로 F랭크 스킬인 힘껏 치기보다 데미지가 낮다. 그렇다면 공격용 스킬이 아니라는 뜻이기도 하다. 아마 시선을 교란시키는 용도로 사용되는 스킬이겠지?

“상태 정보창.”

[이름:루딘]

[칭호:수호의 방패]

[레벨:10]

[명성:84]

[생명력:1980/1980]

[마나력:420/420]

[지구력:100.0%]

[공격력:192] [마법 공격력:20]

[방어력:223] [마법 방어력:156]

[능력치]

근력(94) 지능(20) 민첩(36)

체력(55) 마력(17) 기술(17)

[습득한 스킬:11/30]

‘쯧, 데미지는 기대 못하겠군.’

어쨌거나 이동과 폭발에 대해서는 대략적인 추측이 가능했다.

남은 건 환영인데…….

“이건 직접 써보는 수밖에 없나?”

어쨌든 의뢰도 끝났고, 랜덤 스킬북 작업도 끝났다. 즉, 오늘 해야 될 일은 전부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기에 슬슬 자리에서 일어나도 문제는 없었다.

‘겸사겸사 사냥하면서 사용해보는 편이 좋겠지.’

단지 사냥을 한다고 치면 이때까지 내가 간 곳이 고블린과 늑대 숲. 코볼트 광산 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왠지 내 스스로 생각해도 활동 범위가 너무 좁은 듯했다.

으음, 그럼 오늘은 사냥보단 탐험을 중점적으로 해볼까?

“탐험이라…….”

뭐, 탐험도 괜찮긴 하지.

아직 가보지 못한 지역을 돌아다닌다. 그러면서 사냥도 하고, 예상치도 못한 퀘스트도 발견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난 탐험 쪽으로 결정을 내리며 주변을 둘러봤다.

지금까지는 마을 서쪽으로만 나갔으니…….

‘오늘은 색다르게 동쪽으로 가보자.’

일단 반대편인 동쪽으로 방향을 잡고 발걸음을 옮겼다.

“크엉!”

“씨발!”

마을에서 동쪽 성문으로 빠져나온 나는 의외로 잘 닦여져 있는 길을 발견할 수 있었다. 덧붙여 그 길에는 몬스터가 한 마리도 존재하지 않았다. 플레이어. 혹은 NPC 외에는 아무도 없는 대로를 바라보며 잠깐 황당해진 난 어떻게 근처 플레이어의 설명을 들었다.

그 플레이어의 말로는 마을과 마을로 이어진 길목에는 원래 몬스터가 등장하지 않는다나 뭐라나.

그러나 내가 원하는 건 이런 것이 아니었다. 사람들이 왕래하는 길가에 무슨 탐험이란 말인가? 때문에 난 대로에서 벗어나 남쪽으로 이동했고, 이내 그 남쪽에서 어떤 숲을 발견하고는 주저 없이 들어오게 되었다.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72.]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존나 빠르네!’

속으로 욕을 지껄이며 검을 휘두른다. 하지만 눈앞에 늑대는 간단하게 그 공격을 피하며 양쪽 손톱으로 할퀸다.

손톱의 길이도 최소 20cm 정도 되는 듯했다.

‘하필이면 숲에 들어오자마자 이런 놈과 만나다니.’

이상하게 플레이어의 모습이 뜸하다 싶더니 이런 이유였나?

난 슬쩍 늑대 머리 위에 뜬 글자를 보았다.

[웨어 울프]

흔히들 알고 있는 늑대 인간이었다. 사람의 형상을 띈 늑대 모습인데, 문제는 저 늑대의 공격 속도가 워낙 빨라서 막아내기도 전에 이미 내 몸을 스치고 있었다.

의뢰에서 봤던 괴물과는 다른 의미로 힘든 녀석이기도 했다.

‘그래도 이 정도 상대라면…….’

새로 배운 스킬을 시험하기엔 딱 좋을지도 몰랐다.

“스킬 사용! 엘시크의 환영이동!”

검을 휘둘러 아주 잠깐 거리를 벌린다. 동시에 옆을 보며 엘시크의 환영이동을 사용했다.

팟!-

순식간에 내 시야에 비친 풍경이 변한다. 내가 바라본 위치로 이동한 거 같았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보니 나와 똑같은 생긴 녀석이 웨어 울프와 싸우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설마 내가 이동된 걸 눈치 못 챘나?

‘그건 그렇고 저게 환영?’

챙!- 채채챙!-

생각보다 잘 싸웠다. 아니, 움직임만 보면 오히려 나보다도 좋다. 적절하게 웨어 울프의 공격을 막아내며 반격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다만 생명력이 고작 200 밖에 되지 않았기에 몇 번의 공격을 버티지 못하고 소멸한 것이 아쉬울 뿐이다.

“크르르…….”

‘응?’

멋지게 내 환영을 소멸시킨 웨어 울프는 양손을 늘어뜨리며 전투 자세를 풀었다. 옆에 있는 나를 보지 못한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지금 내 상태가…….

‘아.’

환영이동을 사용하면 10초간 은신 상태가 된다. 그 사실을 깨달은 나는 은신이 풀리기 전에 웨어 울프에게 접근했다.

탓!-

“크릉?”

“스킬 사용! 거신의 질주!”

콰아아앙!!-

[스킬 데미지! 268.]

갑작스런 기습이기도 했고, 거신의 질주는 내 민첩을 두 배 이상 올려준다. 그로 인해 웨어 울프는 미처 반응할 틈도 없이 방패에 얻어맞으며 뒤로 나뒹굴었지만 아직 죽이기에는 부족한 듯싶었다.

‘생명력과 방어력이 상당한데?’

지금까지 만나본 일반 몬스터 중에 가장 강하지 않을까?

“크엉!”

“스킬 사용! 거신의 질주!”

[마나력이 부족…….]

젠장!

콰아아앙!!-

[스킬 데미지! 256.]

[전투 경험치 250 획득!]

[레벨이 올랐습니다.]

[띠링!~ A랭크 스킬 '거신의 질주'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능력치 근력 6, 민첩 6 증가합니다.]

“후, 더럽게 힘드네.”

한 마리가 이리도 힘들게 할 줄이야.

어쨌든 레벨업과 더불어 거신의 질주 레벨이 올라간 것은 좋다. 또 엘시크의 환영이동만 적절히 사용하면 그럭저럭 두세 마리도 상대할 수 있을 거 같았다.

‘그렇다고 이대로 계속 가는 건 위험한데…….’

역시나 마나력이 문제랄까? 방금 전에 전투로 모든 마나력을 소모해버렸다. 반대로 마나력은 신경 쓰지 않고 사냥하는 방법도 있다. 다만 그런 식으로 사냥한다면 지속적인 사냥은 물 건너간 셈이다.

아마 한 번 사냥하고 몇 분씩 쉬어야겠지.

“음? 그러고 보니 칭호가 왜 안 떴지?”

전에 제이어의 수호방패를 사용해서 칭호를 얻었던 반면, 이번에도 같은 S랭크 스킬을 사용했는데도 칭호는 전혀 뜨지 않았다.

무슨 특별한 조건이라도 있는 건가?

“다른 사람에게 물어볼 수도 없고…… 쯧.”

혀를 차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래, 칭호는 수호의 방패 하나만 있으면 된다. 성능이 워낙 좋아야 말이지. 생명력과 방어력을 대폭 늘려주는 사기적인 칭호였으니 다른 칭호 따윈 필요 없을지도 몰랐다.

‘슬슬 움직이자.’

마나력은 얼마 채워지지 않았지만, 지구력은 거의 최대치로 채워졌기에 앞으로 한두 번의 전투 정도는 가능할 거 같았다.

만일 마나력까지 채우려면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 알 수 없었고.

그렇기에 지구력만 채운 나는 천천히 숲 안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강한 웨어 울프가 나오는 숲이었지만, 그 강함 때문에 이 숲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웨어 울프 정도면 적어도 매직급 아이템. 혹은 E랭크 스킬북을 기대해도 될 테니 말이다.

‘그것과는 별개로 경험치도 좋고.’

지금까지 랜덤 스킬북으로 소모된 시간이 길었다. 경험치를 올리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한데, 잘하면 이 기회에 경험치를 대폭 올릴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저벅- 저벅-

“…….”

다만 좋은 점만 있는 건 아니다.

고블린이나 늑대가 있던 숲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긴장감이 몰려왔다. 이 웨어 울프가 한 마리씩 나타난다면 아무런 걱정도 없겠지만, 몇 마리씩 나타난다면 그야말로 위기일 테니 말이다.

부스럭-

‘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