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26 第 3 話 =========================================================================
第 3 話 “3일째”
“후아암~”
어제 새벽의 여명 길드에서 획득한 아이템을 모조리 팔아치운 나는 접속 종료 메시지와 함께 황혼에서 나와 잠에 들었다. 대충 12시 넘어서 잤나? 그 시간에 잤음에도 현재 시간은 10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이건 도저히 익숙해지지가 않네.’
피로가 짓누르는 듯한 느낌은 나를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애써 피로를 떨쳐버리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이런 간단한 스트레칭만 하더라도 피로에서 어느 정도 벗어났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어제는 정말 대박이었는데.”
오전에 했던 도르겐 의뢰와 새벽의 여명 길드를 털어먹은 것까지. 설마 게임 시작 이틀 만에 이런 대박을 건질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리고…….
“경매에 올렸던 아이템도 제대로 팔렸고 말이지.”
새벽의 여명 길드와 한바탕 싸운 뒤, 나는 그 길드에게서 획득한 아이템과 기존에 내가 들고 있던 아이템을 죄다 플레이어에게 팔아버렸다. 물론 핏빛의 귀걸이나 은도금 장검과 같은 값비싼 아이템은 제외하고 말이다.
어쨌든 그걸 제외한 무기나 방어구는 3~7실버. 장신구는 3~4실버에 팔았고, 그렇게 해서 얻은 돈은 무려 76실버였다.
또 모든 물건을 팔고 나서 랜덤 스킬북 작업을 하던 도중, 경매장에 올려놨던 아이템의 결과도 알 수 있었다.
자세히 설명할 것도 없이 간단하게 나열하자면…….
젤드의 지팡이. 156,000원.
E랭크 스킬 늑대 소환. 194,000원.
핏빛 늑대의 단검. 170,000원.
장검 네 자루는 240,000원.
도합 76만 원. 아니, 여기서 수수료 20%를 제외한 60만 8천 원이라는 금액이 내 통장으로 입금이 됐던 것이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게임 시작 이틀 만에 이 정도 돈을 벌었다는 건 내게도 의외라고 할까?
심지어 강화 아이템을 판 것도 아닌데 말이다.
“이번에도 올린 아이템이 잘 팔려야 될 텐데.”
그 경매 결과에 힘입은 난 플레이어에게 팔지 않은 핏빛의 귀걸이와 은도금 장검을 경매에 올려놓게 되었다. 접속을 종료하기 전에 올려놨으니 대략 2시간만 지난다면 결과를 알 수 있을 거 같았다.
‘은도금 장검이 살짝 불안하긴 하지만.’
매직급 아이템인 은도금 장검이지만 내가 만든 장검보다 성능이 떨어졌던 탓에 괜스레 불안했다. 그래도 시작 가격을 낮췄으니 분명 팔릴 거라 생각한 난 천천히 방에서 나왔다.
일단 씻어야지.
그렇게 간단한 세면과 식사를 마친 나는 인터넷에서 새로운 정보를 검색했다. 3일째라 그런지 생각보다 많은, 혹은 유용한 정보들이 게시판에 가득했다.
그 중에서 몇 가지를 차근차근 살펴보자면…….
[관통 데미지에 관한 팁!]
[내용:다들 아시겠지만 이 게임은 크리티컬이 없는 대신 관통 데미지라는 게 있습니다. 이 관통 데미지에 관한 팁입니다. 기존의 많이 사용하시는 장검은 관통 포인트가 25p(포인트)입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찌르면 25% 확률로 관통이 된다는 말이죠.
하지만 고블린, 늑대 같은 녀석들은 가죽 자체가 5p 관통 방어를 가지고 있어서 장검으로는 20% 확률로 관통이 된다는 말입니다.
여기서 단검은 관통 포인트가 무려 50p. 그러니까 50% 확률로 관통이 됩니다. 또 단검과 관련된 스킬을 배우면 그 스킬에도 관통 확률이 올라가니까 50% 이상 관통 데미지가 터진다는 소리죠.
그러니까 다들 단검으로 키우세요. 단검이 짱짱 좋습니다.]
“관통 포인트?”
이런 것도 있었나? 아이템 설명에는 관통 포인트에 관한 글이 전혀 적혀있지 않았다. 그런데 이 녀석은 어떻게 그걸 알아냈을까?
“난 장검을 들고 있으니 관통 포인트가 25p 라는 말이네.”
이거 단검으로 바꿔야 되나? 어차피 내 전투 스타일은 최대한 근접해서 싸우는 형식이었으니 단검을 들어도 문제가 없을 듯했다. 또 관통 데미지라면 보스에게 괜찮은 효과가 나타날 거 같으니…….
“…….”
뭐, 이 고민은 나중에 하자.
딸깍-
[현상급 시스템에 대해서.]
[내용:게시판에 보면 죽어서 억울하다는 사람들이 많네. 그럴 땐 마을에 경비병에게 말해라. 나 죽었다고. 그럼 경비병이 니를 죽인 플레이어를 현상범으로 올려버린다. 그 다음에 어디 현상범 없습니까? 물어보면 뭔가 의뢰 비슷한 걸 주는데, 그 의뢰를 받으면 지도에 현상범 위치가 죄다 뜬다.
그러니까 사람 좀 죽이지 마라! 괜히 죽어서 다 털리고 싶지 않으면!!]
‘지도에 표시가 된다고?’
그럼 현상범을 잡으면 어떻게 되는 거지? 보상을 주는 건가?
“이건 기회가 되면 해봐야겠네.”
다음 글을 본다.
[명성에 따른 난이도 상승.]
[내용:의뢰 길드에서 주는 의뢰에는 함정이 있다. 같은 E랭크 의뢰를 받아도 뭔가 어려운 게 있고, 반대로 쉬운 게 있으니까. 근데 명성을 확인하면 알 수 있다. E랭크 중에서 명성을 제일 많이 주는 게 30이다. 또 여기서 명성 30이 난이도다. 즉, 명성 30은 E랭크 중에서도 최고로 어렵다는 말이지. 모두 알았으면 적당한 명성을 주는 의뢰로 받아라.]
“명성? 도르겐이 얼마를 줬더라…….”
분명 30인 거 같은데? 이 내용에 따르면 난 E랭크 최고 난이도로 깼다는 말이다. 어쩐지 그땐 너무 어려웠지. 참고로 지금이라면 문제가 없다.
도르겐 따위야.
[패시브 스킬의 단점!]
[내용:패시브 스킬은 그냥 스킬보다 10배는 올리기 힘듭니다! 와! 진짜 뭐가 이 따위인지. 암튼 패시브는 진짜 좋은 거 아님 배우지 마세요.]
[전투가 어렵다는 분은 훈련소로 가세요.]
[내용:살아오면서 평생 나무 작대기 한번 휘두르지 않은 사람이 검을 잡는다고 해서 잘 싸우겠습니까? 전혀 아닙니다. 그런데 이 랜덤 스킬북이라는 게 원하는 스킬이 뜨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전 이해합니다. 어제 어떤 놈이 활로 삽질을 해서 죽을 위기를 몇 번이나 넘겼지만 그래도 이해합니다. 이해는 하지만 제발 훈련소로 가서 무기 다루는 방법을 배우시길 바랍니다. 마을에 돌아다니는 NPC에게 훈련소가 어디에요? 라고 물어만 봐도 친절하게 다 가르쳐줍니다.]
[초반에 주는 랜덤 스킬북이 패치 됐다!]
[내용:새벽에 현금 거래창을 살펴보니 40~50만 원이던 랜덤 스킬북의 가격이 120만으로 껑충 뛰었습니다. 확인해보니까 초반에 주는 랜덤 스킬북이 '거래 가능'에서 '거래 불가능'으로 바뀌었더군요. 이유는 패치입니다. 회사 측에서 어제까지 거래가 가능하게 한 랜덤 스킬북을 오늘 밤 12시에 곧장 거래 불가능으로 해놨습니다.
당연히 경매에 올린 랜덤 스킬북은 모조리 돌려줬지만…….
그래도 현금 거래창에 랜덤 스킬북이 있는 걸로 봐선, 몹을 잡아 나오는 스킬북은 거래가 되는 모양입니다.]
“어? 패치?!”
그럼 이제 랜덤 스킬북을 구할 수 없다는 건가?
딱히 문제는 없다. 현금 거래창에서 구매할 바에 차라리 내가 직접 몹을 잡아서 구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 내겐 신경 쓸 정보가 아니었다.
하지만…….
“아쉽긴 하네. 이럴 줄 알았으면 몇 권 구매해놓는 건데.”
뭐, 이미 지나간 일을 후회해봤자 소용없지.
그보다 랜덤 스킬북이 120만 원으로 껑충 뛰었다고 했나?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랜덤 스킬북도 몬스터를 잡아서 나온 것이다. 그럼 그걸 120만 원에 팔아버릴 수 있다는 말이기도 했다.
‘팔 생각은 눈곱만치도 없지만.’
너무 당연한 소리였나?
“응? 뭐지?”
다음 글을 클릭하려던 나의 눈에는 문득, 제목부터 눈에 띄는 글이 있었다.
[루딘이라는 놈은 분명 버그 플레이어다!]
‘나한테 죽은 녀석인가?’
궁금해서 클릭해본다.
[내용:아이디가 루딘이라는 놈이 우리 길드를 습격해서 싸웠는데 내 데미지가 1 밖에 안 들어가더라. ㅆㅍ 이게 버그가 아니면 뭐냐? 내가 스킬까지 쓰면 데미지가 160 정도 나오는데!]
“나한테 죽은 놈 맞네.”
또 길드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걸로 봐서, 어제 새벽의 여명 길드인 모양이다. 얼마나 억울했으면 여기에다 글을 올렸을까? 물론 이런 글을 올린다고 해서 딱히 신경 쓰진 않았지만 밑에 달린 댓글은 궁금했다.
설마 사람들도 버그라고 생각하려나?
댓글을 읽어보니, '털렸네 ㅋㅋㅋ', '나도 니네 길드 때문에 뒈졌다!', 혹은 '그 루딘이라는 놈이 대단하네.' 등등의 댓글이 있었다. 그냥 넘어가도 될 정도?
하지만, '이 게임에 버그가 있었나?', '신고하면 보상이라도 주지 않을까?', '방어력이 160이 넘는다는 건 솔직히 믿기지가 않는다.' 라는 댓글은 왠지 모르게 신경이 쓰였다.
음, 진짜 신고하거나 하진 않겠지?
“……뭐, 버그는 아니니까.”
동시에 일이 이렇게 된 것도 내 탓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 벌어들였던 이득의 대가인가? 확실히 짭짤하게 벌긴 했지만.
“…….”
그래도 자제하는 편이 좋을 듯했다.
‘자제라…….’
에라, 접속이나 하자.
이미 엎질러진 물은 어떻게 할 수 없다. 그리고 지들이 신고하면 어찌할 건가? 난 직감을 사용했을 뿐, 버그는 사용하지 않았다. 만일 직감이 버그라면 온라인 게임 때부터 계정을 정지 먹지 않았을까?
아무튼 그런 식으로 생각을 정리한 나는 접속기로 들어갔다.
“게임 시작.”
팟!-
[황혼이 비추는 거리에서 당신이 원하는 것을 찾기를…….]
흐릿해졌다가 원래대로 돌아온 내 시야에는 마을의 광경이 보였다. 마을에서 접속을 종료했으니 당연히 이곳이겠지만…….
웅성~ 웅성~
‘어?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아?’
어제 저녁과 마찬가지로 많은 숫자의 플레이어를 본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분명 지금 시간은 10시가 넘었을 텐데 왜 이렇게 사람들이 많을까? 학교나 회사는 가지 않은 건가? 아니면 오늘이 주말인가?
‘게임 시작이 목요일. 그럼 오늘이…….’
토요일이다. 즉, 주말인 것이다. 의외로 간단하게 해답을 찾은 난 그제야 사람들에게서 시선을 거둘 수 있었다.
“요즘 내가 너무 피곤했나?”
날짜도 모를 정도라는 게 믿기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무리도 아니다. 이때까지의 생활은 황혼에서만 보냈기 때문이다.
황혼의 시간 비율이 1:2였던 점도 한몫하지 않았을까?
‘이거 나중에 부작용이 생기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시선을 거둔 난 장검을 만들기 위해 대장간으로 향했다.
‘부작용이든 뭐든 지금은 돈 좀 벌어야지.’
장검을 팔아 얻은 이득은 상당한 수준이었다. 내 장검의 가격은 30실버 정도로 생각한 탓에 일반 거래로 6만 원이라는 가격에 올렸는데, 모조리 팔린 걸 보면 조금 더 비싸게 올려도 될 듯싶었다.
어쩌면 강화조차 필요 없지 않을까?
그렇다고 보유한 철괴를 전부 사용할 생각은 없다. 계획했던 대로 철괴는 모아놨다가 나중에 제작 레벨을 올릴 때 사용할 생각이었다. 직감을 사용하는 내가 제작 레벨을 올린다면 그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 속도로 올릴 수 있었으니 말이다.
또 그런 식으로 제작 레벨이 올라간다면 무기도 지금보다 더 비싼 가격에 팔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그러고 보니 할 게 많네.”
장검도 만들고, 의뢰도 하고, 랜덤 스킬북 작업도 해야 된다.
이 얼마나 할 게 많은가?
더군다나 랜덤 스킬북 작업은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었기에 한숨만 나왔다.
“E랭크 의뢰 하실 분!”
“근접 계열 구합니다! 제발 와주세요!”
‘흠.’
대장간에서 장검 다섯 자루를 만들어 그걸 현금 거래창에 올린 내가 지금 위치한 곳은 바로 의뢰 길드 앞이었다. 한적했던 어제와는 다르게 사람들이 모였다는 게 의외랄까? 하지만 외치는 소리를 들어보니 어지간히 모이는 사람이 없는 모양이다.
“명성 80 이상이신 분! 도와주세요!”
“……?”
이런저런 플레이어를 구경하며 의뢰 길드로 들어가려던 내 귀에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내용이 들려왔다.
‘명성 80?’
현재 내 명성은 54.
지금 외친 조건에는 미치지 못했다. 덕분에 호기심이 생긴 난 그곳으로 시선을 돌렸고, 이내 누군가가 목청 높여 애타게 부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제한이 너무 심한 거 같은데.’
명성 80이라면 게임 첫날부터 지금까지 E랭크 의뢰만 한 사람을 뜻한다.
의뢰는 하루에 한 번밖에 되지 않는데다, F랭크 의뢰가 주는 최대 명성은 10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F랭크 의뢰를 단 한 번이라도 했다면 명성은 결코 80이 되지 않았다.
근데 명성은 어떻게 확인하는 거지?
막말로 레벨 1짜리가 '나 명성 80이오!' 라고 말한다면 어떨까? 명성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면 저런 외침은 아무런 의미가 없을지도 몰랐지만 굳이 저렇게 외치고 있는 모습을 보자니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는 거 같았다.
‘어쨌든 명성이 80 정도면 실력 하나는 보증되겠군.’
명성도 나름대로 하나의 방법일지도 몰랐다.
끄덕이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한쪽에서 의뢰 인원을 모집하던 플레이어가 내게 다가오고 있었다.
왠지 같이 의뢰를 하자고 권유할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