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20 第 2 話 =========================================================================
第 2 話 “2일째”
“아놔! 아이템을 일반 거래로 등록하는 건데!”
그 아이템을 일반 거래로 넣었다면 내 재산이 49실버가 됐을 것이다. 그런데 경매 진행으로 넣어버리다니!
‘쩝, 오늘따라 왜 이러지?’
지금이라도 가서 취소를 할까? 잠시 고민했지만 그냥 놔두기로 했다. 취소한다고 해서 돈을 돌려줄 가능성도 희박했고, 경매로 놔뒀으니 잘만하면 비싼 가격에 팔릴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응?”
그런데 저 건물은 뭐지?
경매에 관해 이것저것 생각하며 걸어가는 도중, 난 한 장의 스크롤이 그려진 간판을 보았다. 스크롤 상점인가? 왠지 호기심이 생긴 나는 그곳으로 들어갔다.
철커덕-
‘어? 상점이 아니네.’
나열된 테이블. 벽에 붙은 수많은 종이. 그리고…….
“의뢰 길드에 어서 오세요. 어떤 일로 오셨나요?”
“의뢰 길드?”
“예. 혹시 모르고 오신 건가요?”
“아, 뭐…….”
어제 카레스가 의뢰를 받았던 곳이 여기였나? 난 어제 젤드를 죽이고 얻은 아이템을 떠올렸다. 분명 대박이긴 했는데…….
“어떤 의뢰가 있나요?”
“의뢰를 받으시려고요? 의뢰는 F랭크부터 S랭크까지 있습니다. 원하시는 의뢰를 말씀해주세요.”
원하는 의뢰라…….
‘D랭크 의뢰를 받을까?’
“D랭크요.”
어제 했던 E랭크 의뢰는 나 혼자서도 깰 수 있었다. 때문에 자연스레 높은 랭크를 생각하고 말했지만, 그게 내 마음대로 되지는 않았다.
“참고로 D랭크 의뢰를 받기 위해서는 1골드가 필요합니다.”
“……E랭크는요?”
“E랭크는 10실버가 필요합니다. F랭크는 1실버가 필요하죠.”
뭔 가격이 10배씩 뛰어오르냐? 그럼 C랭크 의뢰는 10골드냐? 이야~ 10골드면 현금으로 얼마야? 200만 원이네. 결국 난 어쩔 수 없이 E랭크 의뢰를 살펴보기로 했다.
“E랭크 의뢰로 보여주세요.”
“예. E랭크는 현재 3개의 의뢰가 있습니다.”
그 말과 함께 건네주는 종이. 종이에는 3개의 의뢰가 적혀 있었다.
[학살자 '도르겐'을 처리하라.] (E랭크)
내용:카르젠 왕국의 지하 투기장. 그곳에는 학살자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도르겐이라는 인물이 있다. 문제는 그 도르겐의 실력. 연승을 거듭하는 도르겐 탓에 투기장은 제대로 된 수입이 나오지 않는다.
부디 그를 이겨서 투기장을 한몫 잡게 만들어라!
*자동으로 투기장으로 이동.
보상:명성(30), 은화(60실버)
적정 인원:6명
[마나를 품은 약초 '마니르'를 채집하라.] (E랭크)
내용:어느 연금술사의 의뢰다. 마나를 품은 약초 마니르. 그 약초는 연금술에 필요한 고급 재료이기도 하다. 어떤 포션을 제작하고 싶은 그는 마니르가 없다는 걸 깨닫고는 길드에 의뢰를 신청했다.
*약초 '마니르'를 건네줄 시, 자동으로 의뢰 해결.
보상:명성(10), 은화(30실버), 아이템(마나의 반지)
적정 인원:1명
[고약한 도둑을 잡아라.] (E랭크)
내용:아니스 왕국에 한 귀족 저택가. 어느 날, 그곳에는 도둑이 들어왔다. 훔쳐간 물건은 최고급 다이아 반지. 적어도 100골드가 넘는 그 반지를 도둑맞은 귀족은 즉각 성문을 봉쇄하고 도둑을 찾아 나섰지만 도둑은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도둑은 분명 마을 안에 있다. 잡아라!
*자동으로 아니스 왕국으로 이동.
*제한 시간 12시간.
*접속을 종료하면 시간 적용이 안 됨.
보상:명성(30), 금화(1골드)
적정 인원:3명
그 세 개의 의뢰를 본 나의 생각은 이랬다.
‘딱히 할 만한 의뢰가 없네.’
그나마 할 수 있는 의뢰가 도르겐을 처리하는 정도? 약초학도 없는 내가 마니르를 구할 수 있을까? 무리였다. 또 민첩도 낮은 내가 도둑을 잡을 수 있을까? 그것도 무리였다.
따라서 내가 할 수 있는 의뢰는 정해진 거나 마찬가지였다.
“도르겐 의뢰로 할게요.”
“예. 10실버입니다.”
[10실버가 소모되었습니다.]
[E랭크 의뢰. '학살자 도르겐을 처리하라'를 받으셨습니다.]
……쩝.
“그럼 좋은 결과를 기대하겠습니다.”
너무 사무적인 태도의 여자였다. 굳이 문제는 없지만. 어쨌든 이 의뢰는 적정 인원이 6명이라 되어 있지만 딱히 사람을 모을 생각은 없었다.
나 혼자서도 충분하겠지.
“의뢰 시작.”
[의뢰를 시작하셨습니다. 의뢰 장소로 이동하시겠습니까?]
“예.”
[의뢰 장소로 이동합니다.]
파밧!-
새하얀 빛과 함께 이동을 한 나는…….
와아아아아!!!
투기장 중앙에 있었다. 그건 그렇고 뭐가 이리 사람들이 많아? 둘러보니 관객석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함성을 지르고 있었다.
-자! 도르겐의 연승을 저지할 새로운 도전자가 나타났습니다!
‘설마 이런 식으로 시작할 줄이야.’
-그의 이름은 루~딘!!
와아아아아!!!
루딘! 루딘! 루딘!
귀가 찢어질 듯한 함성과 함께 내 이름을 외치는 사람들. 시끄러워도 너무 시끄럽다. 아무튼 난 검과 방패를 제대로 고쳐 잡으며 전투를 준비했고, 그런 나의 앞에는 거대한 문이 열리고 있었다.
-과연 이번에도 압도적인 전투를 보여줄 것인가! 도르겐 등장합니다!
“크흐흐흐…….”
‘생각보다 크군.’
도르겐이라 불린 남자는 엄청난 거구였다. 키는 2미터를 훨씬 넘어설 거 같았고, 손에는 자신의 키의 절반 정도의 크기를 지닌 둔기를 가지고 있었다.
‘메이스?’
끝이 뾰족하지 않고 뭉툭하다. 일단 관통 걱정은 없다고 할까? 방어력을 무시하는 관통 공격만 없다면 나의 압도적인 방어력으로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 거 같았다.
“오늘도 새로운 제물이 도착했군.”
-그럼 시합…….
“죽여주마!”
-시작!!
와아아아아!!!
‘온다!’
도르겐은 자신의 육중한 몸을 움직여 달려들었다. 다행이라면 그 속도는 생각보다 빠르지 않다는 정도? 나와 비슷하게 근력에 치중된 거 같았다.
“스킬 사용! 힘껏 치기!”
내리치는 도르겐의 공격을 막아내며 스킬로 베어낸다.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37.]
[스킬 데미지! 7.]
뭐?
내가 데미지를 받았다는 사실 자체도 놀랐지만, 7이라는 스킬 데미지가 더 놀라웠다. 대체 방어가 몇이라는 뜻이지? 하지만 이런 생각도 할 틈 없이 도르겐의 다음 공격이 이어졌다.
“받아랏! 회전 치기!”
부웅!-
거구의 몸을 한 바퀴 돌리며 휘두르는 둔기. 그러나 범위가 워낙 넓어서 피할 수가 없었다.
“칫.”
콰앙!-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106.]
이 게임 처음으로 100이 넘는 데미지를 받았다. 이건 도저히 E랭크 의뢰가 아니잖아!!
-도르겐의 강력한 일격! 하지만 루딘은 꿋꿋하게 버텨냅니다!
“호오? 내 일격에도 몸이 날아가지 않다니!”
“스킬 사용. 방패 치기!”
방패를 앞으로 내민 채 몸을 날린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내가 당할 수도 있는 상황! 여유롭게 이야기나 하고 있을 틈이 없었다.
쿵!-
[스킬 데미지! 96.]
“큭큭, 제법이구나!”
거슬리는 웃음소리와 함께 다시 휘둘러지는 둔기! 스킬이 아닌 그냥 공격이라면 방패로 막아도 된다.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35.]
‘관통 데미지를 노려볼까?’
방패 치기는 데미지가 들어간다. 그러나 방패 치기로 도르겐을 상대하려면 최대한 그와 붙어야만 했는데, 그럼 어제 젤드처럼 막싸움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내가 이기겠다면 그렇게 하겠지만…….
퍽-
[적중 데미지! 1.]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36.]
‘미치겠군.’
도르겐도 내 방패 치기로 데미지가 들어온다는 사실을 깨달았는지, 들고 있던 커다란 둔기를 휘둘러 접근 자체를 막아버리고 있었다. 무슨 놈의 인공지능이 저렇게 뛰어나?
‘차라리…….’
“스킬 사용. 제이어의 수호방패!”
파밧!-
[S랭크 스킬. 제이어의 수호방패가 활성화됩니다.]
[300의 마나력을 소모합니다.]
[마나력이 부족합니다.]
[지구력이 두 배로 소모됩니다.]
새하얀 빛의 기둥과 함께 발동된 제이어의 수호방패. 세상에 무엇보다도 신성한 그 빛의 기둥은 내 몸을 감싼 뒤에 사라졌고, 그 뒤로 남겨진 나의 몸에는 새하얀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거기에다…….
꿀꺽 꿀꺽-
지구력의 소모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어제 젤드를 죽이고 얻은 하급 마나 물약을 마신다.
[마나력이 200 회복됩니다.]
“뭐, 뭐냐! 그 기술은?!”
“스킬 사용. 방패 치기!”
당황하는 도르겐을 향해 재빨리 접근한 나는 방패로 후려쳤다.
콰앙!-
[스킬 데미지! 228.]
“커헉!”
효과가 있다! 제이어의 방패 하나로 데미지가 2배 이상 올라간 것이다!
‘좋아, 이대로 밀어붙인다!’
지속 시간은 30초. 그 시간 동안 최대한 빨리 끝내야만 했다.
“이, 이…… 애송이 자식이! 회전 타격!”
캉!-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5.]
“스킬 사용. 방패 치기!”
[스킬 데미지! 222.]
“큭!”
도르겐이 비틀거린다. 제아무리 뛰어난 방어를 지녔다고 해도 지금의 데미지는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모양이었다. 그에 비해서 현재 난 충격을 거의 받지 않는 상태.
그걸 깨달았는지 도르겐은 뒤로 주춤주춤 물러났다.
-여러분! 보이십니까?! 도르겐이 뒤로 물러서고 있습니다! 루딘이라 했나요? 대단하군요!
루딘! 루딘!
“젠장, 빌어먹을!”
“스킬 사용. 방패 치기!”
콰앙!-
[스킬 데미지! 225.]
“스킬 사용. 힘껏 치기!”
[스킬 데미지! 15.]
힘껏 치기의 데미지를 확인한 나는 짜증을 냈다. 이것도 데미지인가? 역시 방패 계열 스킬을 집중적으로 배워야겠다는 생각 이외에는 아무것도 들지 않았다.
콰앙!-
[스킬 데미지! 226.]
[S랭크 스킬. 제이어의 수호방패의 지속시간이 끝났습니다.]
다시 마지막 스킬을 먹인 뒤로 내 몸에서 피어오르는 아지랑이가 사라졌다. 지속시간이 끝나버린 것이다.
‘그나저나 이 녀석 생명력이 몇이지?’
지금까지 준 데미지만 해도 상당했을 텐데 도르겐은 죽지 않았다. 오히려 지속시간이 끝난 나를 살벌하게 노려보며 손에 든 둔기를 휘둘렀다.
캉!-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37.]
“감히…… 잘도 까불었겠다! 전사의 일격!”
‘스킬?!’
황급히 옆으로 몸을 날린다. 일반 공격에도 데미지를 입는 마당에 저 스킬을 막을 자신이 없었다. 그리고 이런 나의 판단은 아주 훌륭하다는 듯이 엄청난 소리가 귀를 강타했다.
콰아앙!!
뭐야? 저 말도 안 되는 파괴력은?!
일순간 땅이 꺼질 정도의 위력이었다. 아닌 게 아니라 정말로 땅이 꺼졌다. 어쨌거나 그 공격을 회피함으로써 틈을 만들어낸 나는 다시 방패를 들고 도르겐에게 돌진했다.
[스킬 데미지! 93.]
[띠링!~ F랭크 스킬 '방패 치기'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능력치 체력 2 증가합니다.]
하도 사용하다 보니 방패 치기의 레벨까지 오른다. 2레벨인가? 이대로라면 2레벨이 아니라 30레벨까지 올릴 기세였다.
“죽어랏! 전사의 일격!”
‘저 무식한 놈!’
콰아앙!!
둔기를 하늘 높이 번쩍 들어 올리면서 내리찍는 공격이 먹힌다고 생각하나? 처음에도 놀라 제대로 반응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피해낸 공격이다. 이번에도 도르겐의 그 공격을 피한 나는 다시 방패를 휘둘렀다.
[스킬 데미지! 97.]
음?
뭐랄까. 이대로 방패 치기를 30레벨 찍더라도 지금과 별반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데미지는 전혀 오르지도 않았다.
F랭크 스킬이라 그런가?
“크아악! 극한의 분노!”
‘저건 또 무슨 스킬이야?’
쿠쿵!-
순간, 스킬을 사용한 도르겐의 눈에서 붉은 기운이 일렁였다. 뭔가 불길한데? 그리고 불길하다고 생각하자마자 도르겐은 엄청난 속도로 둔기를 휘둘렀다.
“……!?”
피할 수 없다!
처음보다 두 배 이상 빨라진 속도였다. 난 급하게 방패를 움직여 도르겐의 공격을 막아냈지만…….
쾅!-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86.]
‘큭, 데미지 증폭 스킬인가?’
“회전 치기!”
콰아앙!-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157.]
“젠장할!”
공격은 막았지만 몸이 날아간다. 나는 몇 미터나 뒤로 나뒹굴었고, 도르겐은 나를 확실하게 죽이기 위해서인지 엄청난 속도로 달려들었다.
“스킬 사용! 방패 치기!”
무식하게 일직선으로 달려드니 피할 리가 없었다. 재빨리 일어나서 자세를 잡은 나는 방패를 들고 몸을 날렸고, 도르겐은 방어 자체를 포기했다는 듯이 그저 둔기를 휘둘렀다.
[스킬 데미지! 126.]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102.]
내 방패가 먼저 적중했고, 그 다음 도르겐의 둔기가 날 강타했다.
‘큭, 그런데 스킬 데미지가 126? 설마…….’
그 다음에는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아무래도 도르겐이 사용했던 그 스킬은 광폭화 비슷한 스킬 같았다. 데미지를 올려주는 대신, 방어력이 깎여버리는 종류의 스킬 말이다.
“전사의 일격!”
방금 전, 서로의 공격으로 손해를 본 건 내 쪽이었다. 데미지 자체는 내가 더 높았지만, 난 도르겐의 공격으로 자세가 흐트러진 반면에, 도르겐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무기를 휘둘렀기 때문이다.
‘그래도 한 방에 죽지는 않겠지.’
피하기는 글렀다고 생각한 나는 방패를 올렸다.
콰아앙!-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385.]
젠장, 죽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