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혼(黃昏). 직감의 소유자-19화 (19/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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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2 話 “2일째”

“으음…….”

나는 어느 정도 정신이 돌아오는 것을 느끼며 잠에서 깨어났다. 근데 이상하게도 눈이 떠지지가 않는다. 뭐라고 설명해야 될까? 눈꺼풀이 내 의지를 배신하는 느낌?

한마디로 너무 피곤했다.

‘왜 이렇게 피곤한 거지?’

설마 어제 사용했던 직감 때문인가? 생각해보면 다른 이유가 없었다. 어제 접속을 종료하고 내 모습을 봤을 땐 정말 가관이었으니까. 만일 땀으로 샤워를 한다면 그렇게 되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도 별 문제는 없었던 거 같았는데…….’

땀을 엄청나게 흘렸다는 것만 제외한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혹시나 싶어 물 한 통을 전부 마셔 수분보충까지 하고 잤는데 후유증이 이런 식으로 나타나다니.

어쨌든 피곤하니 다시 자는 것도…….

실로 엄청난 유혹이다. 아마 이 유혹에서 진다면 내 의식은 어둠 속으로 떨어지겠지.

‘나쁘지 않은데…….’

그와 함께 흐릿해지는 의식. 그러면서 버릇처럼 시계를 봤다. 만일 이른 아침이라면 조금 더 잔다고 해서 문제가 될 건 전혀 없었…….

[10시 38분.]

“10시? 그래 10시면…… 10시?!”

오던 잠도 순식간에 달아난다. 내가 잠든 시간이 몇 시였지? 새벽 1시였나? 그렇다면 벌써 9시간이나 잤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5~6시간만 잤던 나로서는 뭔가 충격적인 수면 시간이었다.

“후,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덕분에 잠은 깼지만 여전히 믿기지가 않았다. 조금이라도 황혼을 해야만 되는 내 입장에서 9시간의 수면은 너무나도 아까웠던 것이다.

“……일단은 씻자.”

세수라도 하면 조금은 괜찮아지겠지.

‘음? 나만 피곤한 게 아니었네.’

세면으로 간신히 정신을 차린 난 인터넷에서 정보를 수집했다. 그런데 게시판에는 황혼을 했더니 지각을 했다. 혹은 늦잠을 잤다. 이제 일어났다는 등의 글이 수북이 올라와 있었다.

“어디보자…… 가상현실은 뇌를 사용하는 시스템이기에 피로가 쌓이는 겁니다?”

몇몇 글에는 본인들이 알고 있는 지식이 나열되어 있었다. 분명 틀린 말은 아니다. 제대로 된 가상현실은 시각과 청각을 비롯한 모든 감각을 구현시킨 것이다. 또 그러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뇌를 조종해야만 했다.

뭐, 간단하게 말하자면 캡슐에 누워 있어도 뇌는 쉴 틈 없이 사용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럼 황혼에서 사용한 직감 탓이 아니라는 건가?”

작게 신음한다. 지금 내가 이렇게 피곤한 이유는 분명 직감을 사용해 땀을 바가지로 흘린 탓이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니. 뭐, 직감도 관계가 없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아마 서로 합쳐져서 이렇게 피곤한 것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어쨌거나 모처럼 재미있게 하고 있는 게임이었으니 고작 이런 걸로 때려치울 생각은 없었다.

물론 시작하게 된 목적도 잊지 않는다.

‘드워프식 무기 제작으로 돈을 벌어야 될까? 아무래도 C랭크니까 한계가 있을 거 같기도 하고.’

더군다나 철괴 수량도 한정되어 있었다. 대장간에서 철괴를 모조리 구매하고 나면 광산까지 가서 캐야 되는데, 그럴 시간에 보스 몬스터를 잡는 것이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그냥 보스만 잡아도 매직 아이템이 쏟아지니 말이다.

‘그렇다고 해도 제작 레벨은 올리는 편이 좋겠지만.’

딸각-

어쨌거나 마우스를 움직여 다른 글을 읽어본다.

“현금 거래 시스템에 대해서?”

딱 내 시선에 들어오는 제목이었다. 그 제목을 발견한 나는 주저 없이 클릭했고, 이내 어떤 이가 쓴 내용이 나타났다.

[내용:황혼에는 현금 거래 시스템이 있습니다. 뭐, 다들 설명서만 읽어보면 아실 내용일 테지만, 읽지 않으신 분이 계실까봐 적습니다. 먼저 시스템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은행으로 가야 합니다. 그곳에서 자신의 계좌번호를 등록하면 끝납니다. 참~ 쉽죠?

쉽기는 개뿔 -_- 수수료만 20% 받아간다! 미친 돈독 오른 회사 같으니!

와! 수수료만 아니면 진짜 좋은데. 참고로 현금으로 팔고 싶은 아이템은 무조건 은행으로 가서 등록해야 되지만, 반대로 구매하고 싶은 아이템은 은행으로 갈 필요도 없이 언제 어디서든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 어디까지나 계좌를 등록한 사람만 이용할 수 있다는 점. 명심하세요.]

“……이거 설명서만 읽어보면 알 수 있는 내용이었나?”

참고로 난 접속 방법만 읽고 나머지는 대충 훑어보았다. 이런 내용이 있다는 사실조차 전혀 몰랐다는 뜻이다. 나중에라도 제대로 읽어둘까?

“그런데 수수료 20%는 너무 비싼데.”

하지만 이용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다. 서로 만날 필요가 없으니까. 이걸 알기 쉽게 설명하자면 기존의 온라인 방식은 돈을 입금한 다음, 게임에서 아이템을 건네줘야만 했다.

다만 황혼에서는 그걸 적용시키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만일 상대방이 이름도 모르는 마을에 있다고 하면 어떻게 찾아가겠는가?

‘분명 노리고 만든 시스템이야.’

나 역시 글을 쓴 작성자와 마찬가지로 욕을 하고는 다음 글을 클릭했다.

[의뢰 길드에서 의뢰를 완료하면 명성을 줍니다.]

[몬스터를 잡아도 돈은 나오지 않지만, 보스는 돈을 줍니다.]

[산적과 같은 사람 몬스터를 잡으면 돈을 주는 거 같습니다. 마을 구석에 있는 깡패를 잡았더니 7코퍼 정도 떨어지더라고요.]

[시간이 되면 NPC와 친하게 지내세요.]

[이 게임은 파티가 괴상하다! 대체 누굴 받아야 되는 거냐?! 레벨도 소용없는데!]

‘별로 괜찮은 정보가 없군.’

대부분이 잡담이다.

뭐, 이런 잡담 속에서도 뭔가를 얻을 수 있겠지만…….

“접속이나 하자.”

시간 낭비였다. 차라리 게임에 접속하는 편이 더 좋을 거 같다고 판단한 나는 캡슐로 들어갔다.

“게임 시작.”

팟!-

[황혼이 비추는 거리에서 당신이 원하는 것을 찾기를…….]

의식이 흐릿해진다. 그런 의식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자, 나의 몸은 어느 샌가 황혼에 접속되어 있었다.

“먼저 은행부터 가야겠지?”

은행에서 계좌를 등록한 다음에, 아이템을 팔아버릴 생각이었다. 아이템은 '핏빛 늑대의 단검', 'E랭크 늑대 소환' 그리고…….

“이 지팡이 정도일까?”

나는 어제 의뢰에서 젤드를 죽이고 획득한 지팡이를 꺼내들었다.

[젤드의 지팡이] (Magic)

설명:흑마법사 젤드의 지팡이. 어둠의 힘으로 가공된 이 지팡이는 마력을 올려주는 것과 동시에 사용자의 마법까지 강화한다.

<지능(5), 마력(8)>

공격력:10  마법 공격력:50

내구력:50/50

*마법 데미지 5% 증가.

“내가 가지고 있어봐야 쓸모가 없으니까.”

차라리 반지를 얻었다면 내가 사용했을 것이다. 그래, 예나가 가져간 그 반지 말이다. 아~ 생각할수록 아깝네. 그냥 그 자리에서 죽게 놔뒀어야 했는데!

“…….”

뭘 이제 와서 후회하는 거지?

나도 모르게 흥분한 거 같았다. 가까스로 정신을 추스른 나는 지팡이를 아이템 창에 넣은 뒤, 랜덤 스킬북을 꺼냈다.

[스킬북을 펼치겠습니까? 펼치면 자동으로 스킬이 습득됩니다.]

“……안 되네.”

기다렸다는 듯이 불안감이 밀어닥치자 곧장 취소한다. 오늘 피곤하다는 것만 제외하면 딱히 다른 문제는 생기지 않았기에 다시 한 번 S랭크 스킬을 뽑아볼 생각을 한 것이다.

뭐, 이상할 정도로 땀을 흘린다는 게 거슬리긴 했지만…….

[스킬북을 펼치겠습니까? 펼치면 자동으로 스킬이 습득됩니다.]

“이번에도 실패라…….”

역시나 쉽게 나올 리가 없었다. 그것보다 이제 은행으로 가야겠지? 대충 근처 NPC에게 은행의 위치를 확인한 나는 천천히 걸음을 옮기면서 계속 스킬북을 시도했다.

그러나 은행에 도착할 때까지 원하는 감각은 느껴지지 않았다.

‘쩝.’

“어서오세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은행에 들어선 나는 당연히 현금 거래 쪽으로 다가갔다. 일단 계좌를 등록해야 했고, 그 다음에 아이템을 팔아치운다면 은행에서의 볼일은 끝나는 것이다.

“계좌를 등록하러 왔는데요.”

“예~ 그럼 여기에 은행명과 계좌 번호를 적은 후, 밑에 싸인을 하시면 됩니다~”

그렇게 말하며 건네주는 종이를 읽어보니 이용약관이 적혀 있었다. 특별한 내용은 없나? 간단하게 읽어본 나는 별다른 내용이 없다는 걸 파악하고는 싸인과 함께 나머지 부분을 모두 적어냈다.

“예~ 감사합니다. 이제 루딘 님은 정상적으로 현금 거래 시스템을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혹시 궁금하신 점이 있으시다면 물어보세요~”

“아이템을 팔려면 어떻게 해야 되죠?”

“예~ 간단합니다. 저에게 '아이템 등록'이라 말씀하시면 됩니다~”

묘하게 중독되는 말투다. 컨셉인가? 어쨌든 그녀가 말한 대로 해본다.

“아이템 등록.”

팟-

아이템 등록을 말하자, 내 앞으로 작은 창이 생겨났다. 뭐지? 이 창은?

“그 창에다 팔고 싶은 아이템을 넣으시면 됩니다~”

젤드의 지팡이를 넣는다. 뭔가 거래 시스템과 비슷하다? 어쨌거나 그 지팡이를 넣으니, 옆으로는 가격을 적는 작은 공간이 나타났다.

“그리고 옆에다 원하시는 액수를 적으시면 됩니다~ 참고로 현금으로 하는 거래는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두 가지 종류요?”

그러고 보니 가격을 적는 공간 위에는 두 개의 글이 있었다.

“일반 거래? 경매 진행?”

“설명하겠습니다~ 일반 거래는 루딘 님께서 원하시는 가격을 적는 것입니다~ 10만 원에 올리시면 10만 원에 팔리는 겁니다~ 경매 진행은 일반 거래와 마찬가지로 자신이 원하는 가격으로 시작해서 가장 높은 가격에 팔리는 겁니다~”

“…….”

설명을 들은 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경매 진행으로 하는 게 이득이겠군. 다만 이 다음에 말은 나도 예상치 못했다.

“덧붙여 일반 거래는 1실버~ 경매 진행은 10실버가 소모됩니다~”

“……10실버?”

“예~ 10실버입니다~”

엄청나게 비싸네. 아이템 창을 보니 현재 내가 가진 돈은 52실버 26코퍼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경매 진행으로 등록한다면 5개가 고작인가? 물론 5개까지 등록할 물품도 없었다.

‘처음에 계획했던 대로 3개를 경매로 등록한다면 30실버…….’

하지만 등록해서 손해를 볼 건 없지. 그 생각을 한 나는 3개의 아이템을 경매 진행으로 집어넣기로 했다.

‘시작 가격은…… 10만 원으로 해둘까.’

먼저 핏빛 늑대의 단검을 시작 가격 10만 원으로 올렸다. 그러자 물품의 밑으로 시간이 생겨났다. 11시간 59분 59초. 즉, 12시간이었고, 갈수록 1초씩 줄어들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는데 아마도 그게 경매가 끝나는 시간인 듯싶었다.

“경매 진행의 수수료 10실버를 받겠습니다~ 참고로 이 시간은 더 늘릴 수도 있습니다~”

“대신 돈을 받겠죠?”

“당연합니다~ 경매 진행은 12시간에 10실버씩 받고 있습니다~”

‘……역시나.’

이래서야 경매 진행보다 일반 거래가 더 좋을 거 같은데? 괜히 10실버를 써서 경매에 올리느니 원하는 가격에 팔아버리는 것이 좋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에이, 몰라. 나머지도 등록하자.’

남은 E랭크 늑대 소환 스킬북과 젤드의 지팡이를 경매가 10만 원에 올린 나는 수수료로 20실버를 마저 지급했다. 사실 지금의 플레이어들은 하루가 다르게 강해지고 있다. 아마도 내일? 아니, 몇 시간만 지나면 매직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플레이어도 많아질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매직 아이템이 경매에 마구잡이로 올라올 테니, 그들과 경쟁하지 않으려면 지금 빠르게 팔아치우는 편이 좋았다.

설마 벌써부터 매직 아이템을 쉽게 구하는 사람이 없겠지.

“그리고 계좌번호를 등록하신 루딘 님은 언제~ 어디서든~ 현금 거래 시스템을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현금 거래 시스템이 활성화 되었습니다.]

“…….”

친절함에 눈물이 나올 거 같았다. 이건 나 또한 현금으로 아이템을 구매하라는 소리가 아닌가? 하긴, 구매하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 수수료가 장난이 아닐 테니.

“사용 방법은 '현금 거래창 소환~'이라 말하시면 됩니다~”

“그거 참 고맙네요.”

“저희는 고객님에게 늘 친절합니다~”

고객님이 아니라 호갱님이겠지.

아무튼 은행에서의 모든 볼일이 끝났다. 난 여전히 사람 좋은 미소로 웃는 그녀를 뒤로 한 채 은행에서 나왔고, 이내 발걸음을 사냥터로 향했다.

‘아, 현금으로 올라온 아이템이나 구경할까?’

현재 돈의 시세를 알아보고 싶었으니 말이다.

“현금 거래창 소환.”

파밧-

이야~ 엄청 크네.

내 앞에는 상당한 크기를 가진 거래창이 나타났다. 뭐랄까? 대놓고 이것만 멋지게 만들었다고 할까? 거의 40인치 TV와 비슷한 크기를 가진 거래창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니라면 일부러 이렇게 만들었을지도 모르겠군.’

이 정도 크기라면 전투 중에 사용할 수는 없었다. 시야가 방해되니 말이다. 평화로운 마을에서만 사용하라는 뜻이 아닐까? 뭐, 아니라면 말고.

“아이템 돈이…… 10실버에 2만 원? 1실버에 2천 원이라는 말이네. 왜 이러지? 초반이라 그런가?”

아마 지금은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가격도 이해를 못하는 건 아니다.

“내가 지금 얼마 있더라?”

확인해보니 22실버 26코퍼다. 다 팔면 4만 원 정도? 또 그 사실을 깨달은 나는 후회했다.

“아놔! 아이템을 일반 거래로 등록하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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