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혼(黃昏). 직감의 소유자-18화 (18/211)

00018  第 1 話  =========================================================================

第 1 話 “1일째”

[스킬 데미지! 145.]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1.]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1.]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1.]

[적중 데미지! 25.]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1.]

[관통 데미지! 106.]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수많은 다굴 속에서 젤드만 공격하는 내 모습을 유아와 예나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코볼트 좀비의 공격력은 생각보다 높은 수준일 것이다. 나야 압도적인 방어력으로 버티고 있다지만 다른 사람들은 나처럼 버틸 수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고, 그 생각이 들자마자 슬쩍 그녀들을 보았다.

예상대로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나를 멍하니 바라보는 예나가 있었다.

그에 비해 유아는 다소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게임에 대해 몰라서 그런지 지금의 내 방어력은 신경조차 쓰지 않는 듯했다.

“거, 건방진 놈! 네가 어디까지 버틸 거 같으냐!”

‘무슨 헛소리야!’

주위에서 코볼트 좀비가 아무리 나를 때리고 있다지만 데미지는 들어오지 않았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젤드는 어서 빨리 내가 죽기를 바라고 있었고, 난 그런 젤드를 향해 방패를 휘둘러 안면을 가격했다.

퍼억!-

[스킬 데미지! 141.]

“커, 커헉!”

“응?”

순간, 방패에 얻어맞은 젤드는 몸을 부들부들 떠는가 싶더니 이내 축 늘어졌다. 동시에 공격하고 있던 코볼트 좀비들도 곧바로 움직임을 멈추는가 싶더니 이내 은빛 가루로 변하며 사라지고 있었다.

설마, 드디어!

그리고 내 앞에는 예상했던 메시지 창이 생겨났다.

[보스 몬스터 '흑마법사 젤드'가 쓰러졌습니다!]

[전투 경험치 700 획득!]

[레벨이 올랐습니다!]

[띠링!~ 13실버 33코퍼를 획득하셨습니다!]

[띠링!~ 파티원 루딘 님께서 '젤드의 지팡이'을 획득하셨습니다.]

[띠링!~ 파티원 루딘 님께서 '하급 마나 물약(2)'을 획득하셨습니다.]

[띠링!~ 파티원 예나 님께서 '젤드의 반지'를 획득하셨습니다.]

[띠링!~ 파티원 예나 님께서 '하급 마나 물약'을 획득하셨습니다.]

[띠링!~ 파티원 유아 님께서 '검은 로브'를 획득하셨습니다.]

“루딘 님! 괜찮으세요?!”

젤드가 죽은 뒤, 유아는 비틀거리며 내게 다가왔다. 조금 전에는 경향이 없어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지금 그녀를 보니 걷는 것조차 힘들게 느껴졌다. 꽤 지쳐 보이는데? 따지고 보면 그녀가 여태껏 살아남은 자체가 대단한 일이었다.

변변찮은 방어구도 없는 상태로 말이다.

어쨌든 그런 유아의 뒤를 이어, 예나 역시 다가왔다.

“고생하셨어요. 설마 그렇게까지 압도적으로 보스를 잡으실 줄은 몰랐네요.”

언뜻 예나의 눈빛에는 의심이 깃든 것만 같았다.

내 착각이려나?

아니, 어쩌면 착각이 아닐 수도 있다. 황혼이 오픈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은 지금 시점에서 다른 플레이어와 확연히 다른 실력으로 보스 몬스터를 잡았다. 그것도 혼자. 때문에 게임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의심하는 것도 당연했다.

‘그래도 거기에 대해 물어보지 않으니 다행으로 여겨야 되나?’

난 그런 생각과 함께 예나에게서 시선을 떼며 곧 아이템 창을 열었다. 그리고는 그 아이템 창에서 가장 눈에 띄는 파란 물병을 꺼내 확인했다.

[하급 마나 물약] (Normal)

설명:마나력을 회복시켜주는 물약이다. 물약 제작이라는 기술로도 만들 수 있다.

-마나력 200 회복.

-1회용 소모품.

‘역시 마나 포션!’

어떻게 보면 내가 제일 바라던 아이템일 수도 있었다. 이것만 있으면 제이어의 수호방패를 사용해도 스킬을 남발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나름 만족한 나는 이번에 지팡이를 확인하려는 찰나, 다시 한 번 메시지 창이 생겨나는 걸 볼 수 있었다.

[의뢰를 완료했습니다.]

[의뢰를 완료했지만, 그 의뢰를 받은 대상이 죽었습니다. 의뢰 길드에 보고하실 필요가 없어진 대신, 패널티로 보상이 줄어듭니다. 의뢰 보상은 원래 있던 장소로 이동하면 자동으로 습득이 됩니다.]

[원래 있던 장소로 이동하시겠습니까?]

무슨 말이지? 카레스가 죽으면 안 된다는 건가? 나는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일단 시스템이 이러니 넘어가기로 했다. 만일 정말로 이상하다면 다른 사람들이 들고 날뛰겠지.

그렇게 생각하던 중, 유아가 말했다.

“어? 그럼 카레스 님과 지오 님은 어떻게 되는 거예요?”

“글쎄요? 죽었으니 보상은 뭐…….”

깔끔하게 날아갔을 것이다. 죽으면 그대로 끝난다는 말이기도 했다. 그래도 의뢰는 성공했으니 작은 보상이라도 줄 가능성이 없진 않겠지만, 내가 생각하기에는 그런 것이 전혀 없을 거 같았다.

“안타깝네요.”

죽은 녀석들의 실력이 부족한 건데 안타까울 게 있나? 아무튼 의뢰 완료라는 메시지도 떴으니 이곳에서 빠져나가기로 했다.

“이동할까요?”

“예.”

그녀들도 이곳에 계속 있고 싶진 않은지 고개를 끄덕였고, 그런 둘의 모습에 나 역시 끄덕였다.

“이동한다.”

[원래 있던 장소로 이동합니다.]

파밧!-

메시지 창과 함께, 나의 그녀들은 출발하기 전에 있었던 그 장소로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어서 보상 메시지까지 생겨났다.

[의뢰 완료 보상 20실버를 획득하셨습니다.]

[명성이 24 올랐습니다.]

‘명성?’

의뢰 길드에서 받은 의뢰는 명성까지 주는 거였나?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 나는 언뜻 한쪽에서 살짝 기쁜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유아를 보았다.

뭐가 저리도 좋을까?

“루딘 님. 루딘 님도 20실버 받으셨나요?”

“예. 받았죠.”

“이 돈으로 도서관에 있는 스킬을 배울 수 있겠어요.”

‘아, 그래서 기쁜 거였나?’

확실히 20실버는 적은 돈은 아니다. 비싼 스킬만 구매하지 않는다면 3~4개의 스킬 정도는 습득할 수 있는 돈이었다. 특히나 유아의 경우에는 스킬이 한 개밖에 없으니 도서관에서 뭐라도 배우는 편이 좋았다.

“그리고 이 옷도 하나 얻었어요.”

유아가 아이템 창에서 꺼낸 것은 검은색 로브였다. 보아하니 젤드를 잡고 획득한 로브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름이 검은 로브였나? 아무튼 내게 다가온 유아는 그 로브를 내밀었고, 그 모습에 나는 곧 유아의 의도를 파악하고는 로브를 잡고 능력치를 확인했다.

[검은 로브] (Magic)

설명:어두운 색깔이 인상적인 로브. 어떤 흑마법사가 착용한 로브로서 마법에 대한 저항력을 가지고 있다.

<지능(5), 마력(5)>

방어력:15   마법 방어력:30

내구력:30/30

*마법 데미지 30 감소.

“어때요?”

‘매직급 로브라…….’

좋긴 좋았다. 다만 유아는 전투 방식은 근접…… 아니지? 유아는 기껏해야 스킬 한 개를 습득했다. 그러니 언제라도 마법사로 바꿔도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또 랜덤 스킬북으로 습득한 스킬조차 회복이 아닌가? 거기까지 생각한 난 고개를 끄덕였다.

“좋네요. 당분간 그 로브를 사용하시면 될 거 같아요.”

“아, 그래요? 그럼 루딘 님께 드릴까요?”

“예?”

무슨 소리야? 아까 유아가 로브를 내민 건, 나에게 이 로브가 어떤지 확인해달라는 뜻인 줄 알았다. 유아는 게임이라고는 이 황혼이 처음이라 했으니 당연히 그런 쪽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었는데, 실은 이걸 내게 준다는 의미였나?

“어차피 루딘 님이 아니었으면 얻을 수도 없었잖아요.”

“…….”

아, 너무 밝게 웃으면서 말하니 오히려 할 말이 없어진다. 난 정말 순수하게 웃으며 대답하는 유아를 보고는 절로 한숨을 내쉬었다.

“전 그 로브보다 더 좋은 장비를 입고 있으니 유아 님이 가지세요.”

“아, 그래요?”

“예. 또 유아 님은 별다른 장비도 없으시잖아요.”

아이템을 남에게 주는 행동까지는 뭐라고 할 수 없다. 하지만 자신이 쓸 장비도 맞추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사람에게 뭔가를 주는 건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여기서 말하는 게 좋겠군.’

어떻게 보면 내 가치관을 전달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분명 유아에게도 도움이 될 거라 믿고 말했다.

“유아 님. 이런 게임은 장비가 중요해요. 그러니 다른 사람에게 함부로 주거나 하진 마세요. 저도 그런 이유로 그 창을 돈 받고 드린 거예요.”

“아…….”

다행스럽게도 유아의 입에서는 '어째서요?' 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솔직히 자기가 좋아서 준다는데 그걸 이상하게 여길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말하지 않는다면 아이템이란 아이템은 모조리 다른 사람에게 줄 거 같았기에 하는 수 없이 말한 것이다.

나도 참 대단하지. 굳이 말할 필요조차 없는 걸 말하다니.

어찌 됐든 이쯤에서 슬슬 파티를 탈퇴하기로 했다.

“파티 탈퇴.”

[파티에 탈퇴하셨습니다.]

“에? 루딘 님?”

“의뢰도 끝났잖아요.”

“아…… 예.”

내 말에 유아 역시 파티 탈퇴라는 단어를 말한다. 남은 건 예나인가? 그러나 예나까지 신경 쓰고 싶지는 않았다. 대신 그녀가 확인하고 있는 반지는 신경이 쓰였다.

아~ 저 반지는 뭘까? 난 왜 지팡이 따위가 나왔을까.

참고로 나에게는 반지가 하나도 없다. 바꾸자고 할까? 하지만 예나가 마법사라면 모를까, 활을 쓰는 그녀에게 지팡이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쩝, 그래. 포기하자.’

잠시 생각한 나는 반지에 대해서 포기하기로 했다. 어찌 됐든 예나도 고생했으니 말이다.

그나저나 파티도 탈퇴했는데 예나는 왜 안 가고 있을까?

의아하다는 듯이 예나를 보자, 그녀는 기다렸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루딘 님. 혹시 저랑 계속 사냥하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계속 사냥이요?”

“예. 아까 보니 방어력이 뛰어나신 거 같아서요. 루딘 님이 몬스터를 막으면 제가 뒤에서 공격하고. 좋지 않나요?”

‘너 같으면 좋겠냐?’

어디서 그런 공격력을 가지고 후방 지원을 하겠다는 건가? 차라리 나 혼자 다 하고 말지. 애초에 흑마법사 젤드를 죽이는 것도 나 혼자 한 일이었다. 막말로 다른 사람들은 그 어떤 도움조차 되지 않았다고 자신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예나 님이 지금보다 더 강해지시면 생각해보죠.”

“…….”

할 말 없지?

예나의 공격력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겠지만, 내 방어력보다 낮을 거라는 건 확실하다. 즉, 예나가 몇 명이 있더라도 내 상대가 아니라는 뜻이다.

“알았어요. 그럼 다음에 봬요.”

의외로 뭐라고 한마디 할 줄 알았던 예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망설임 없이 몸을 돌렸다. 뭔가 불안한데? 나중에 찾아오진 않겠지?

[플레이 시간을 전부 소모하셨습니다. 현실에서 휴식을 취한 뒤, 다시 접속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1분 후, 자동으로 접속이 종료됩니다.]

[장소의 문제가 있으시다면 30분 연장이 가능합니다. 연장하시겠습니까?]

‘음?’

아쉽게도 시간이 다 된 듯싶다.

“연장한다.”

[30분 연장합니다. 30분 후에는 자동으로 접속이 종료되니 주의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아직 유아와의 일이 정리되지 않았기에 30분 연장을 했다. 그렇다고 해서 30분 전부 필요할 거 같진 않았지만.

“유아 님.”

“예. 아, 이젠 뭐하실 생각이세요? 도서관이라도 갈까요?”

가기는 어딜 가? 접속 종료해야지. 30분 뒤에 강제로 종료된다. 현실 시간으로는 15분이려나?

어쨌든 그런 생각을 하며 유아에게 하고 싶은 말을 했다.

“유아 님은 저를 따라다니면서 뭔가 배우고 싶다고 하셨지만…… 이미 배우실 게 없으신 거 같아서요.”

“예? 그럼…….”

“여기서부터 저 혼자 갈게요.”

“…….”

왠지 모르게 유아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래도 난 생각한다. 여기까지라고. 더 이상 그녀를 위해서 뭔가를 해줄 생각이 없었다. 유아는 그런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저기, 루딘 님.”

약간의 침묵 뒤에 유아가 입을 열었다.

“예.”

“루딘 님은 제게 많은 도움을 줬잖아요. 그래서 저도 루딘 님을 도와드리고 싶어요. 그러니 혹시라도 제 도움이 필요하시면 그때 말씀해주세요. 어떻게든 도와드릴게요.”

도와준다라…….

그 말이 날 미소 짓게 했다. 누가 누굴 도와준다고 할까. 하지만 그 마음만은 고맙게 느껴지는 걸 부정할 수는 없었다.

“일러요.”

“네?”

“절 도와주려면 지금보다 더 노력하세요.”

“노, 노력할게요.”

“예. 기대하고 있을게요.”

이런 내 대답과는 다르게, 사실 기대하지 않았다. 유아가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S랭크 스킬을 가진 나를 따라잡을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왕 헤어지는 거 좋게 헤어지는 게 좋지 않겠는가?

“그럼 다음에 기회가 있다면 만나요.”

“예.”

“접속 종료.”

[접속을 종료합니다.]

[다시 황혼이 비추는 거리에서…….]

나는 그렇게 유아와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는 접속을 종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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