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17 第 1 話 =========================================================================
第 1 話 “1일째”
“카레스!”
“크윽!”
‘아직 죽진 않았군.’
폭발이 일어났지만 카레스는 죽지 않았다. 그렇다면 살릴 기회가 있다는 거겠지. 대충 빠르게 계산을 마친 나는 유아에게 말했다.
“유아 님, 카레스를 회복시켜주세요.”
“그럼 이 코볼트 좀비는요?”
“…….”
아직도 죽이지 못하다니. 내가 만든 무기가 울겠다.
“제가 상대할게요.”
“예.”
유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카레스에게 달려갔다. 이걸로 안심이려나? 그러나 젤드의 공격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끝이다. 불꽃 투척!”
젤드는 자신의 주위로 소환한 검붉은 불꽃을 카레스에게 날렸다. 날아간 불꽃의 숫자는 총 세 개! 하지만 카레스가 가진 민첩이라면 저런 불꽃이야 충분히 피할…….
“빛을 잃을 것이다. 시야 봉인.”
팟-
“제, 젠장! 눈이 안 보여!”
눈이 보이지 않는다고? 카레스의 몸에서 생긴 빛과 함께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외침을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눈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카레스가 날아드는 불꽃을 피한다는 건 무리가 있었다.
콰쾅!- 콰아앙!-
[파티원 '카레스' 님이 죽었습니다.]
[영혼 상태로 전환합니다.]
영혼 상태는 또 뭐야? 아무튼 카레스가 죽었다는 게 중요했다. 처음에는 별로 어렵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건 그 이상이잖아? 또 그렇게 카레스가 죽어버리자, 그에게 달려가던 유아는 다시 몸을 돌려 내게로 쪼르르 달려왔다.
그 모습이 왠지 강아지 같다. 원반 던지면 물고 돌아오는…….
“죄송해요.”
“아뇨, 죄송할 건 없어요.”
이렇게 된 이상, 내가 나서야겠군. 난 상대하던 코볼트 좀비를 처리하고는 지오를 보았다. 그 역시 모든 코볼트 좀비를 처리한 상태다. 덕분에 남은 코볼트 좀비가 없다는 걸 확인한 나는 젤드에게 달려가려 했다.
“다시 일어서라. 나의 노예들이여.”
[쓰러졌던 코볼트 좀비가 다시 일어납니다.]
“…….”
기껏 다 죽인 코볼트 좀비가 다시 일어났다. 아오, 어떻게 하지? 여기서 가장 좋은 방법은 내가 젤드를 공격하는 거였다. 그리고 남은 사람들이 코볼트 좀비를 막는 것.
그렇게만 한다면 젤드를 잡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아니지만…….
“간다앗!”
‘뭐, 뭐야, 저 녀석?!’
그 사이, 무식하게 방패를 들고 돌진하는 지오의 모습을 본 나는 직감적으로 망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마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한 모양이었다. 자기가 젤드를 상대하고, 남은 사람들이 코볼트 좀비를 상대하는.
“자, 잠깐!”
물론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내 능력치를 말해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만일 내 능력치를 말해준다면 이들은 나를 앞세웠지, 지들이 나서진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쉬운 길이 있는데 괜히 어려운 길로 갈 필요는 없잖아!
더군다나 시작 전에는 분명 죽을 거 같으면 무조건 도망갈 거라더니 지금은 그 죽음마저 무릅쓴 모습이다. 물론 상황이 절망적이었다면 멋진 모습일 수도 있겠지만 지금 내가 보기에는 처절한 몸부림 같았다.
“빛을 잃을 것이다. 시야 봉인.”
팟-
다시 젤드가 마법이 지오의 몸을 빛나게 했다. 이로써 지오의 눈은 보이지 않겠지? 하지만 그럼에도 지오는 무식하게 돌진하고 있었다.
덕분에 난 내게 몰려드는 코볼트 좀비 다섯 마리랑 싸우고 됐지만.
“크아……!!”
“스킬 사용. 방패 치기!”
퍼억!-
[스킬 데미지! 155.]
“스킬 사용. 방패 치기!”
[스킬 데미지! 152.]
[전투 경험치 32 획득!]
어찌어찌 한 마리를 처리. 유아 역시 내게 달려드는 코볼트 좀비를 기습적으로 찔러 공격했고, 예나는…….
퉁- 퉁- 퉁-
젤드를 향해 미친 듯이 활만 쏘고 있었다. 그런데 그 명중률이 형편없었다. 10발 쏘면 2~3발만 젤드의 몸에 적중하고 있다고 할까? 그러면서 꿋꿋이 활을 쏘는 그녀의 모습이 존경스러웠다.
“예나 님! 지금까지 데미지는 얼마나 줬죠?!”
카앙!-
적당히 상대하며 예나에게 질문을 하니 그녀는 간단하게 대답했다.
“50 정도요.”
나는 순간, 500을 잘못 말한 건 줄 알았다.
“50?”
“데미지가 10 이하로 들어가요. 방어력이 80 정도인 모양이에요.”
나는 다시 생각했다. 예나의 화살이 떨어지는 게 빠를까, 젤드가 쓰러지는 게 빠를까? 저 명중률 생각한다면 화살이 먼저 떨어질 거 같은데.
“함정 발동.”
콰아앙!-
역시나 무식하게 달려가던 지오의 결과는 처참했다. 달려오는 지오를 향해 젤드는 함정을 발동시켰고, 그 함정의 충격을 받은 지오는 몸을 비틀거렸다. 그리고…….
“불꽃 투척.”
콰콰쾅!-
[파티원 '지오' 님이 죽었습니다.]
[영혼 상태로 전환합니다.]
거기서 끝이 아니다.
“다시 일어서라. 나의 노예들이여.”
[쓰러졌던 코볼트 좀비가 다시 일어납니다.]
“……젠장.”
지금이라도 달려가서 때려 팰까? 그럼 유아가 문제다. 유아를 위해서 수락한 의뢰였으니, 그녀를 죽게 놔두고 싶진 않았다. 그렇다고 예나를 믿진 않는다.
마음 같아선 당장 저 활을 부서뜨리고 싶었으니까.
“예나 님! 코볼트 좀비를 공격하세요!”
차라리 이러는 편이 낫다. 도박이긴 해도, 예나와 유아를 코볼트 좀비에게 붙이고, 내가 젤드를 공격한다. 유아의 실력이라면 그렇게 빨리 죽지는 않을 거라는 믿음에서 나온 생각이다.
“유아 님은 최대한 도망 다니세요. 생존하는 방향으로.”
“그럼 루딘 님은요?”
“이제 제 차례잖아요.”
간단한 대답과 함께 달려드는 코볼트 좀비를 없애고는 젤드를 향해 달렸다. 그러자 이번 타깃은 나로 정했는지, 젤드의 고개가 내게로 돌려졌다.
“후후, 불꽃 투척.”
화르륵!-
‘막는다.’
저 공격으로 카레스와 지오가 당했다. 아마 상당한 데미지겠지? 난 그런 생각을 했지만, 일단 내가 가진 방어를 믿었다.
콰쾅!- 콰콰쾅!-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4.]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3.]
‘데미지가 들어와?’
칭호, 수호의 방패를 획득한 내게 처음으로 들어오는 데미지였다. 이 공격을 수호의 방패 없이 맞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새삼스레 그 둘의 죽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것도 데미지냐!”
“함정 발동.”
콰아앙!-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11.]
아까와 비슷한 데미지가 들어왔지만 계속 달린다. 이제 젤드와의 거리는 얼마 남지도 않은 상태! 이대로 접근만 한다면…….
“내게 접근은 허용되지 않는다. 바람 강타!”
휘이익!-
퍼억!-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1.]
이건 또 뭐야?!
순간, 젤드의 손에서는 순식간에 바람이 쏘아졌다. 그 바람의 데미지 자체는 별거 아니지만, 그걸 맞은 나는 뒤로 4~5미터 정도 나뒹굴렷다. 아무래도 위력보다는 대상을 떨어뜨리는 용도의 마법 같았다.
‘후, 이럴 시간이 없는데.’
그런 생각을 하며 잠깐 뒤를 본다. 뒤에는 코볼트 좀비를 상대하고 있는 유아와 예나의 모습이 보였다. 특히 유아는 자기 자신에게 회복 마법을 사용하면서 코볼트 좀비를 상대하고 있는데, 딱 봐도 오래 버티지는 못할 거 같았다.
차라리 제이어의 수호방패를 사용할까?
사용해서 젤드를 죽일 수만 있다면 문제가 없을 듯했다. 그런데 이 스킬을 사용하면 내 모든 마나력이 소모된다는 게 문제였다. 괜히 사용해서 죽이지 못하면 난 지구력 소모 2배 상태로 싸워야 되니까.
‘현재 남은 지구력이…….’
[지구력:72.2%]
지금까지 계속 사냥했던 탓에 지구력은 꽤 떨어진 상태다. 만일 제이어의 수호방패를 사용하면 50% 정도는 남겠…….
“불꽃 투척.”
‘쯧.’
콰쾅!-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2.]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3.]
바람 강타라는 마법으로 나를 날려버린 젤드가 다시 불꽃을 날리는 모습에 나는 간단히 막아낸다. 솔직히 가장 이상적인 전투라면 내가 이렇게 젤드를 막고, 예나가 제대로 된 데미지를 주는 것일 것이다.
유아는 회복을 담당하는 역할을 맡고.
그러나 나를 제외한 저 두 명의 수준이 너무 떨어졌다. 화살의 데미지는 10 이하로 들어갔고, 유아는 대상의 몸을 만져야만 회복이 되니 말이다.
‘다시 접근해보자.’
이대로 막는다고 젤드가 쓰러지겠는가? 나는 다시 젤드에게 접근했고, 젤드는 다시 그런 내게 마법을 날렸다.
“바람 강타!”
퍼억!-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1.]
역시나 바람 강타로 나를 날려버리는 젤드. 하지만 다시 자세를 잡고 달려든다면 가능성이 있다. 저 마법이 대기 시간도 없이 사용할 리가 없었으니까!
“바람 강타!”
퍼억!-
다시 자세를 잡고 달려든다면…….
“바람 강타!”
퍼억!-
다시 자세를 잡고…….
“바람 강타!”
“아놔! 저 미친 자식이!”
퍼억!-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1.]
방금 전과 마찬가지로 뒤로 날아가 버린 나는 짜증이 머리끝까지 솟아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도대체가 접근을 못하잖아! 어디서 저런 개사기 마법을 들고 와서!
“불꽃 투척.”
“아, 젠장! 스킬 사용! 제이어의 수호방패!”
지구력을 생각할 때가 아니었다. 아니, 사실 지구력 따위는 생각도 나지 않았다. 이런 내가 제이어의 수호방패를 사용하는 것은 뒤로 날아가더라도 상승된 민첩으로 다시 접근하기 위해서였다.
내가 어떻게든 저 녀석에게 한 방 먹이고야 만다!
파밧!-
[S랭크 스킬. 제이어의 수호방패가 활성화됩니다.]
[300의 마나력을 소모합니다.]
[마나력이 부족합니다.]
[지구력이 두 배로 소모됩니다.]
‘어?’
이번에는 그때와 같은 개폼(?) 자세가 없다. 곧바로 스킬이 시전됐던 것이다. 어떻게 된 일이지? 설마…….
‘칭호 획득 이벤트 같은 거였나?’
그런 생각도 잠시, 새하얀 빛의 기둥이 사라진 뒤로 젤드의 모습이 보였다. 제이어의 수호방패는 30초의 밖에 유지되지 않는다. 지금은 눈앞에 있는 녀석만 집중해야 될 때였다.
“역시 아무리 생각해도 30초는 너무 짧아!”
나는 그렇게 외치며 젤드에게 달려들었고, 일정 거리까지 접근한 나에게 젤드는 예상대로 마법을 사용했다.
“내게 접근은 허용되지 않는다. 바람 강타!”
‘역시.’
이번 한 번은 날아가 주마. 대신 다음에는 재빨리 접근해서 너를…….
파앙!-
“응?”
젤드의 손에서 쏘아진 바람은 내 앞에서 파앙!- 하며 사라졌다. 이건 또 무슨 일이야? 그러나 분명 기회인 것은 틀림없었다. 마나력의 부족으로 다른 스킬은 사용하지 못하지만 기회는 기회인 것이다.
“죽어랏!”
[적중 데미지! 36.]
역시나 쓰레기 같은 데미지였다. 스킬을 사용하지 않으니 이런 데미지가 뜨는 거겠지?
“스킬 사용! 방패 치기!”
[마나력이 부족합니다.]
[지구력이 두 배로 소모됩니다.]
퍼억!-
[스킬 데미지! 278.]
계속 생겨나는 메시지 창이 거슬렸지만 데미지 자체는 만족스럽다. 지금껏 예나가 줬던 데미지의 다섯 배 정도 들어갔으니 말이다.
“커헉! 놈! 감히 나를…….”
푸욱!-
[관통 데미지! 116.]
전투 중에 뭘 떠들고 난리야?! 방패 치기로 한 대 후려친 나는 장검으로 젤드의 배때기를 꿰뚫었고, 일반 공격이라도 관통 효과가 뜬다면 꽤나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새삼스레 깨달았다.
“나, 나의 노예들이여! 나를 도와라!”
[관통 데미지! 116.]
“스킬 사용! 방패 치기!”
[스킬 데미지! 275.]
방패와 검을 적절하게 섞어가며 젤드를 공격한 다음, 뒤를 돌아봤다. 젤드의 명령 때문인지, 유아와 예나를 상대하고 있던 코볼트 좀비들이 곧 몸을 돌려 내 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오히려 잘 됐어.’
난 되레 잘됐다는 생각을 했다. 저 코볼트 좀비에게 아무리 맞더라도 내 생명력은 깎이지 않지만, 유아와 예나는 달랐다. 그녀들은 언제 죽어도 이상할 것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여기 있는 모든 인원은 내가 상대하는 편이 좋았다.
하지만…….
‘이게 무슨 파티 사냥이야!’
보스도 내가 상대하고, 코볼트 좀비도 내가 상대한다. 이걸 파티 사냥이라고 할 수 있을까? 뭔가 속으로 복잡하면서도 계속 눈앞에 젤드를 공격했다.
[적중 데미지! 34.]
[관통 데미지! 116.]
퍼억!-
[스킬 데미지! 277.]
덧붙여 확률의 문제인지, 젤드의 몸을 찔러도 관통이 안 되는 경우가 있었다. 그래도 계속 이렇게 공격하다 보면 언젠간 죽…….
[S랭크 스킬. 제이어의 수호방패의 지속시간이 끝났습니다.]
“……젠장.”
신나게 찌르고 있는 도중에 지속시간이 끝나버렸다. 다시 제이어의 수호방패를 사용할까? 그러나 남은 지구력을 보니 그것도 불가능할 듯했다. 또 코볼트 좀비들은 내게 달려와 무기를 휘둘렀다.
그렇다고 내 행동까지는 멈출 수 없지만.
‘오냐, 누가 먼저 죽는지 해보자!’
나를 다굴치는 코볼트 좀비를 무시한 채, 계속해서 젤드를 공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