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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黃昏). 직감의 소유자-14화 (14/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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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1 話 “1일째”

“빨리 경고 메시지 안 풀어? 앙?!”

저벅-

“유아 님.”

“루, 루딘 님!”

후다닥.

앞으로 나오며 그녀의 이름을 부르자, 그제야 나를 발견한 유아는 황급히 내게 달려왔다. 덕분에 사냥감(?)을 놓친 남자들은 유아 대신 나를 노려보았다.

“아까 보스 잡겠다고 말한 그 놈 아냐?”

“용케도 안 죽었네.”

“근데 장비가 바뀐 거 같지 않아?”

난 그런 그들을 무시한 채 말했다.

“전 이제 마을로 간 건데, 유아 님은 어떻게 하실래요?”

“그럼 저도 갈게요!”

“예. 가요.”

남자들을 철저히 무시하며 이야기를 했다. 말을 섞을 필요조차 없었으니까. 그리고 남자들도 그런 유아에게서 정나미가 떨어졌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야야, 보내.”

“그래. 기분만 더럽다. 어차피 고친 외모일 텐데 뭐가 대단하다고.”

“…….”

유아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나 역시 그런 유아에게 아무런 말조차 하지 않으며 걸음을 옮겼고, 유아는 천천히 내 뒤를 따라왔다.

마을까지 가는 길이라면 그리 위험하지도 않다. 아니, 지금은 블러드 울프 몇 마리가 덤비더라도 충분히 이길 수 있을 정도의 방어력을 갖춘 나였다.

유아 혼자라면 모르겠지만, 지금은 내가 있으니 마을까지 안심하고 도착할 것이다.

“저기, 루딘 님.”

“예.”

“루딘 님도 제 외모를 보고…… 파티를 받아주신 건가요?”

무슨 말일까? 조금 전에 상황을 추측해본 나는 그와 관련된 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대답해야 될까? 잠깐 고민한 나는 솔직하게 대답하기로 했다.

“예.”

“……그랬군요.”

“만일 유아 님이 제대로 된 스킬만 있었다면 모르는 일이죠.”

실제로 유아가 가진 치유의 손길은 단점이 너무 많았다. 회복 수치는 넘어가더라도, 대상의 몸에 손을 대야 된다는 점이 암울했던 것이다. 몬스터와 싸울 때에는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야 되는데, 언제 치유하겠는가?

“제대로 된 스킬이라뇨?”

“스킬이 아니라면 장비도 괜찮죠. 요점은 한 사람 몫을 해야 된다는 거지만.”

“…….”

나의 대답에 유아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도착했다!~

예상대로 별다른 위험도 없이 마을로 도착한 나는 여전히 북적거리는 거리를 둘러보았다. 어째 플레이어들이 더 늘어난 느낌인데? 지금 시간이 몇 시더라? 저녁은 확실한데…….

‘아, 저녁이라 그런가?’

모든 일과를 마치고 집에서 쉴 수 있는 시간. 그렇게 생각하면 플레이어들이 많아진 것도 이해가 갔다.

‘그래. 많이들 접속해라.’

참고로 황혼을 하는 사람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았다. 사람들이 지금처럼 계속 늘어난다면 내가 원하던 현금 거래도 활성화가 되지 않겠는가? 그걸 위해 모든 온라인 게임을 관둔 나로서는 지금 눈앞에 있는 모든 플레이어가 반갑게만 느껴졌다.

그보다 대장간으로 가볼까. 방패도 새로 맞출 겸.

돈이 넉넉하니 괜찮은 방패 정도는 충분히 구입할 수 있을 것이다. 방패를 맞추고도 돈이 남으면 나머지 장비도 바꾸던가 해야지.

대충이나마 계획을 정한 나는 옆에 있던 유아에게 말했다.

“이제 마을에도 도착했으니 전 가볼게요.”

“어디로 가세요?”

“일단 대장간으로 갈 생각이에요.”

“그…….”

뭔가 말끝을 흐리는 유아. 보고 있으니 꺼림칙한 불안감이 생겨난다. 대체 뭘 말하려는 걸까?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내가 생각했던 말이 아니었다.

“저도 따라가면 안 될까요?”

“……따라오는 거야 상관이 없지만, 왜요?”

“사실은…….”

이어지는 그녀의 설명은 이랬다.

지금껏 게임이라고는 전혀 접하지 못한 유아가 최초로 시작한 것이 바로 이 '황혼'이라는 것이었다. 시작이야 어떻게든 했지만, 게임 그 자체에 대한 지식이 없었던 그녀는 처음에 뭘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그때 게임은 레벨을 올려야 된다는 누군가의 쓰레기 조언(?)으로 그녀는 마을 밖에서 푸딩을 잡기 시작했고, 이내 푸딩을 잡는 사람들끼리 모여 파티를 맺는 장면과, 그들이 하는 대화를 몰래 엿들으며 게임에 대한 지식을 쌓아갔다는 것이다.

“……용케도 절 지목하셨네요.”

푸딩을 잡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았음에도 그녀는 굳이 날 지목하여 파티를 요청했다.

우연인가?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회복 스킬이 있으면 다른 사냥터에서도 받아줄 거 같다고…….”

‘……우연이 아니라 주워들은 지식이라니.’

뭐, 틀린 말은 아니다. 초반에는 돈을 조금이라도 아끼면서 장비를 구입하는 편이 좋았으니까. 한 푼도 안 주는 몬스터를 잡으면서 회복약까지 사용한다? 어느 누가 그러겠는가.

“그리고 루딘 님은 게임에 익숙하신 거 같아서…… 따라다니면서 뭔가 배울 수 있지 않을까하고.”

다르게 말하면 가르쳐달라는 뜻이겠지?

나는 어렵지 않게 유아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었다. 대충 게임에 대해서 알려달라는 뜻이다. 나를 따라다닌다는 말은 최대한 방해하지 않겠다는 뜻이고.

하지만…….

“배울 게 전혀 없을 텐데요.”

그렇다. 솔직히 배울 게 뭐가 있겠는가? 대충 스킬 배우고, 장비 맞추면 끝인데. 아, 레벨업은 필요가 없다. 나 역시 아이템을 얻는 위주로 플레이를 했지, 레벨을 올리는 플레이는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괜찮아요. 따라가고 싶어요.”

“……좋을 대로 하세요.”

그래, 방해만 하지 않는다면 괜찮겠지. 찝찝하긴 하지만. 어쨌든 대장간으로 가볼까.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대장간으로 이동했다.

“루딘 님. 그때 보스를 잡는다고 하셨잖아요. 어떻게 됐어요?”

“보스는 잡았죠.”

“정말요? 다들 불가능이라 말하던데.”

‘불가능은 불가능이지.’

지금 생각해도 잡을 플레이어가 있을지 의문이다. 블러드 울프를 공략하기 위해서는 민첩이 20. 공격력은 60이 넘어야만 했기 때문이다. 여기까지만 말하면 의외로 쉬운 조건일지도 모른다.

민첩을 위주로 키운다면 20은 충분히 넘길 수 있을 것이고, 무기만 좋다면 공격력이 60은 넘길 수 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전투가 가능한 최저 조건이다.

둘 중 하나라도 부족하다면 공격 자체가 먹히지 않았다. 그러니 최저 조건은 만족시켜야 블러드 울프와 싸울 수 있다는 말이지만…….

‘그것까지 생각한다면 내 경우는 운이 좋다고 할 수 있지.’

민첩은 낮았으나 압도적인 방어력으로 이겨버렸으니 말이다. 정말 얼떨결에 얻은 칭호만 아니었다면 진작에 도망쳤을지도 몰랐다.

아마 제이어의 수호방패가 끝나자마자 튀지 않았을까?

아무튼 내가 그 정도였으니 다른 사람은 생각할 것도 없었다. S랭크라는 스킬과 칭호를 가진 내가 힘들다는데 다른 사람이 어쩌겠는가?

물론 그 사실을 숨긴 채 말한다. 괜히 설명하기도 귀찮았다.

“딱히 불가능도 아니에요.”

간단한 그 대답과 함께 나와 유아는 대장간에 도착할 수 있었다.

대장간은 낮에 봤던 광경과 비슷할 정도로 많은 플레이어가 무기를 구입하고 있었다. 이때 무기만 만들면 돈을 긁어모을 수 있을 텐데. 하지만 안타깝게도 남은 철괴는 39개 밖에 없다.

장검을 딱 세 자루 만들 수 있는 개수지만…….

‘지금은 장비부터 구매하자.’

솔직히 지금은 직감을 사용하고 싶지 않았다. 불안감이 느껴지면 곧바로 취소할 수 있는 스킬북과는 다르게, 무기 제작은 불안감 속에서 계속 위치를 찾아야만 한다는 게 꺼림칙했기 때문이다.

“데론 씨.”

“오, 자네 왔군. 또 무슨 일인가?”

“괜찮은 방패 좀 구입하고 싶어서요.”

“자네가 들고 있는 방패보다 좋은 거라…….”

그래도 없는 건 아닌 모양이었다. 데론은 한쪽 구석에서 어떤 방패를 꺼내며 내게 내밀었다. 겉보기에는 그저 평범한 둥근 방패였다.

“확인해보게.”

[철 방패] (Normal)

설명:순수한 철로 만들어진 방패. 둥글게 튀어나온 부분으로 적의 공격을 흘려보낸다. 방패의 안쪽에는 충격을 줄여주기 위해 가죽으로 덧씌워졌다.

<근력(3), 체력(3)>

방어력:20  마법 방어력:10

내구력:30/30

*방패로 방어 시, 데미지를 추가로 12 감소.

“괜찮네요.”

수호의 방패라는 칭호를 가진 내게 방어력은 큰 의미가 없었다. 나 역시 충분히 알고 있다. 하지만 이걸 구입하면 근력과 체력이 2씩 올라간다. 무기야 내가 충분히 만들 수 있으니 의미가 없고 말이다.

“얼마죠?”

“20실버네.”

비싸긴 엄청 비싸군. 속으로 투덜거리며 돈을 지불한다.

이제 남은 돈은 47실버 63코퍼인가?

대충 그런 식으로 방패를 구입한 나는 코볼트에게서 얻은 가죽 6장과 블러드 울프에게서 나온 이빨과 가죽을 데론에게 팔았고, 곧이어 쇠몽둥이를 녹이기 위해 움직였다. 내가 얻은 코볼트의 쇠몽둥이는 4개. 그리고 얻은 철괴는…….

[철괴 18개를 획득하셨습니다.]

“18개인가.”

덕분에 내가 가진 철괴는 57개. 장검을 4자루나 만들 수 있는 개수를 모았다.

“이제 남은 물건만 팔면 끝이군.”

대장간에서 20실버에 구입했던 가죽 방어구 세트.

그 중에서 교체하고 남은 것이 투구, 갑옷, 신발이었다. 추가로 내가 만든 장검과 방패. 마지막으로 나를 공격했던 놈들에게서 얻은 단검과 활까지 모조리 플레이어에게 팔 생각이었다.

“자! 팝니다!”

결과만 말하자면 투구 2실버. 갑옷 3실버. 신발 2실버를 받았고, 장검은 5실버. 방패는 3실버. 단검과 활은 4실버씩 받고 팔았다.

도합 23실버를 벌어들인 것이다.

‘돈 버는 것도 참 간단해.’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무렵, 문득 유아가 생각난 나는 그녀에게로 고개를 돌렸고, 내 모든 행동을 지켜본 유아는 대단하다는 눈빛으로 날 바라보며 말했다.

“돈을 쉽게 버시네요.”

“장비 같은 경우는 사람에게 파는 편이 더 비싸죠.”

상점에서 5실버에 구입한 걸 다시 판다면 1실버 정도 받을 것이다. 그런데 사람에게 팔면 3~4실버를 받을 수 있었다. 이런 건 기본 중에 기본이지만 그녀에게는 생소한 정보였던 거 같았다.

“그럼 이것도 팔 수 있나요?”

그 말을 하며 보여준 것은 코볼트의 쇠몽둥이였다.

‘나랑 사냥하면서 얻은 거군.’

“공격력이 있으니 팔리긴 팔리겠지만…….”

고개를 젓는다. 저걸 팔아봤자 2~3실버는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분명 비싼 가격이라면 비싼 가격……이려나? 나는 잠깐 말없이 그 몽둥이를 든 유아의 모습을 바라보고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뭐, 이것도 인연이라면 인연이니까.’

나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유아에게 뭔가 해주기로 했다. 물론 공짜는 아니다.

“유아 님. 돈은 얼마나 가지고 있죠?”

“돈이요? 10실버 있어요.”

난 고개를 끄덕였다. 유아의 그 대답은 처음에 받은 10실버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는 말이기도 했다. 그러나 납득한다. 옷이 완전 초보자 차림이었으니까.

‘어쨌든 10실버가 있다면 8실버 정도만 받으면 되겠군.’

대충 계산을 끝낸 나는 아이템 창에서 망치와 모루를 꺼내들었다.

“스킬 사용. 드워프식 무기 제작.”

팟-

[드워프식 무기 제작 스킬을 사용합니다.]

[제작할 무기를 선택하여 주십시오.]

“장창.”

[사용할 재료를 모루 위에 올려주십시오.]

아이템 창에서 철괴를 올려놓는다. 모루는 장검과는 다르게 14개의 철괴를 올려놓으니 푸른빛으로 변했다.

[재료가 올려졌습니다. 올려진 재료의 등급에 따라 망치질 횟수가 결정됩니다.]

[관련 능력치 근력(44)이 보정됩니다.]

[관련 능력치 기술(11)이 보정됩니다.]

[망치질을 할 횟수가 줄어듭니다. 최종 횟수 15회.]

‘15회?’

장검이랑 다른가?

무기를 장창으로 선택한 이유는 간단했다. 유아와 같이 사냥했던 플레이어들이 사용한 무기이기도 했고, 내가 보기에도 초보자에게 괜찮은 무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창을 겨누면 자연스레 거리가 벌어진다. 거리만 벌어진다면 나름대로 쉬운 전투가 될 것이다.

“후.”

생각이 길었군. 심호흡과 함께 눈을 감는다. 능력치 보정으로 망치질 횟수가 15회가 되었다. 처음과 비교하면 얼마 되지도 않는 횟수란 뜻이다.

‘직감을 사용할까?’

직감 없이 그대로 내려쳐도 괜찮은 무기가 나올 것이다. 그래도 이왕 만드는 거 직감을 사용해서 스킬 수련치라도 높이는 편이 좋지 않을까? 계속되는 고민 끝에 난 직감을 사용하기로 했다.

‘아우, 젠장!’

온몸으로 느껴지는 불안감은 도저히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그럼에도 난 내 직감이 알려주는 위치를 찾아 망치를 내리쳤고, 모루는 노란색을 뛰어넘어 황금색으로 변했다.

카앙!-

[혼이 깃든 창이 완성되었습니다.]

역시 한 번에 성공했군. 나는 긴 한숨과 함께 만든 아이템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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