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혼(黃昏). 직감의 소유자-13화 (13/211)

00013  第 1 話  =========================================================================

第 1 話 “1일째”

‘제이어의 수호방패로 시간을 번 다음에 이 영역에서 벗어난다.’

그렇게 하면 둘 다 살아남을 가능성이 있었다. 뭐, 내가 이 여자를 언제 봤다고 이렇게까지 해야 되는 건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도와주겠다고 남은 여자를 죽게 놔둘 수도 없지 않은가?

“제가 시간을 끌죠.”

“예?”

“제가 늑대에게 달려드는 순간, 그쪽은 도망가세요.”

“설마 혼자서 막겠다는…….”

“갈게요. 스킬 사용! 제이어의 수호방패!”

거의 도박한다는 심정으로 블러드 울프에게 달려든다. 그와 함께 제이어의 수호방패를 사용했다. 이 스킬이라면 30초는 거뜬히 버틸 수 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우뚝-

기세 좋게 달리던 발이 멈춘다.

‘응?’

블러드 울프에게로 달려가려는 내 의지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이, 달리던 발을 갑작스레 멈춰버린 내 몸은 자동으로 방패를 앞으로 내밀어 방어하는 자세를 취하더니, 지 멋대로 떠들기 시작했다.

“이 방패야말로 나의 신념이다!”

뭐, 뭐야?! 갑자기 이거 왜 이래?!

“저기, 갑자기 뭐하시는…… 아악!”

뭔가 당당하게 외치는 내 모습에 놀란 하연이 뭔가 말을 하려다 이내 자신을 덮치는 블러드 울프로 인해 비명을 질렀다.

그러든 말든 나의 입은 무심하게 계속 떠들고 있었지만.

“어떤 시련에도 결코 부서질 리 없을 것이며.”

“아악! 도와주세요!”

“어떤 고난과 역경에도 결코 떨어뜨릴 리 없을 것이니!”

“이봐요! 야이 나쁜 놈아! 도와달라고!”

콰득!-

‘……할 말도 없군.’

블러드 울프에게서 물어뜯긴 하연은 애타게 내 이름을 부르면서 결국 회색으로 변했다. 한마디로 죽은 것이다. 분명 의도한 게 아닌데도 죄책감이 쓰나미처럼 몰려왔다.

대체 이건 뭐냐고!!

나중에야 깨달은 사실인데, 이건 몇 만의 마족을 홀로 막은 제이어의 선언문이었다.

자신의 등 뒤에 있는 모든 사람을 지켜내고야 말겠다는 굳은 의지!

솔직히 내 입장에서는 황당하기 그지없다.

“그 누구도 범접치 못할 굳건한 나의 신념이 모든 것을 지켜낼 것이다!”

지키긴 뭘 지켜? 이미 다 죽고 없는데.

어찌 됐든 그 말이 끝나고 나서야 스킬이 발동 되었다.

파밧!-

빛의 기둥이 솟아난다.

그 어떤 더러움도 묻어있지 않은 새하얀 빛의 기둥이었다. 그 빛의 기둥이 나의 몸을 뒤덮으며 솟아올랐고, 이내 순식간에 사라진 빛의 기둥 너머로 몇 개의 메시지 창이 생겨났다.

[S랭크 스킬. 제이어의 수호방패가 활성화됩니다.]

[300의 마나력을 소모합니다.]

[마나력이 부족합니다.]

[지구력이 두 배로 소모됩니다.]

“빌어먹을!”

메시지 내용에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블러드 울프에게로 달려든다. 그 속도는 가까스로 블러드 울프를 따라잡을 정도로 빨라진 상태.

그때 내 앞으로 새로운 메시지 창이 생겨났다.

[당신은 잊혀진 고대의 전설. 제이어의 수호방패를 재현하셨습니다. 마족이라는 거대한 어둠 속에서 비춰진 단 하나의 불빛. 어둠 속에 홀로 존재하는 그 불빛은 무엇보다 찬란하게 빛나는 전설의 상징입니다.]

[칭호 '수호의 방패'를 획득하셨습니다. 장착하시겠습니까?]

“장착한다!”

뭔지 모르겠지만 일단 장착한다. 30초 밖에 없는 이 상황에서 뭘 확인한단 말인가?

“스킬 사용! 힘껏 치기!”

[마나력이 부족합니다.]

[지구력이 두 배로 소모됩니다.]

“아오, 젠장!”

스킬 2개를 사용했을 뿐인데, 지구력은 20% 넘게 소모됐다. 고블린 대전사와 싸웠을 때를 생각하면 이 블러드 울프라는 보스도 생명력이 상당할 것이고, 그럼 이 전투는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도 일단 시전한 스킬이니 그대로 공격을 감행했다.

서걱!-

[스킬 데미지! 82.]

조금 전보다 훨씬 빨라진 공격은 블러드 울프를 베어낸다.

하연의 축복으로 올라간 민첩 4. 제이어의 수호방패로 모든 기본 능력치가 10 상승한 상태. 때문에 현재 내 민첩은 23을 바라보고 있었다.

“컹!”

블러드 울프도 질 수 없다는 듯이 공격을 시도한다.

하지만…….

[압도적인 방어력! 데미지를 받지 않습니다!]

“역시 무적이 따로 없군!”

[적중 데미지! 52.]

민첩이 한꺼번에 올라간 탓인지 몸이 엄청나게 가벼웠다. 나는 그야말로 신들린듯한 칼질로 블러드 울프를 공격했고, 미련한 블러드 울프는 계속해서 공격했으나 내겐 먹히지 않았다.

[적중 데미지! 50.]

[적중 데미지! 53.]

으하하핫! 이대로 죽어버…….

[S랭크 스킬. 제이어의 수호방패의 지속시간이 끝났습니다.]

응?

일순간 몸이 무거워진다. 민첩이 한꺼번에 내려가면 이런 기분까지 느껴지는군. 뭐, 문제라면 제이어의 수호방패가 풀렸다는 것이다.

‘……이제 내가 죽을 차례인가.’

문득, 회색으로 변해버린 하연의 시체가 보였다. 이제 나도 저렇게 되겠지? 라고 생각하는 사이, 블러드 울프가 달려들었다.

퍼억!-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1.]

“큭, 젠…… 음?”

보나마나 '정상적인' 데미지가 들어올 거라 생각한 난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 암울한 데미지는 뭐지? 버그인가? 생각하는 사이, 또다시 블러드 울프의 공격이 이어졌다.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1.]

“하하…… 으하하핫! 지금까지 잘도 까불었겠다!”

데미지를 받지 않으니 겁낼 필요조차 없다! 나는 방어 자체를 무시한 채로 계속해서 검을 휘둘렀다.

그리고 생각한다.

하연이 죽어서 다행이라고 말이다. 만일 하연이 살아있다면 블러드 울프의 아이템을 나눠 가지지 않겠는가? 고블린 대전사도 그랬으니 말이다. 하지만 할 수 있다면 혼자 독차지하는 편이 배부르고 좋았다.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1.]

[적중 데미지! 41.]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1.]

“계속 공격해봐!”

“크르…르르…….”

풀썩-

[보스 몬스터 '블러드 울프'가 쓰러졌습니다!]

[전투 경험치 800 획득!]

[레벨이 올랐습니다.]

[띠링!~ 35실버를 획득하셨습니다.]

[띠링!~ '블러드 울프의 이빨'을 획득하셨습니다.]

[띠링!~ '블러드 울프의 가죽'을 획득하셨습니다.]

[띠링!~ '핏빛의 귀걸이'를 획득하셨습니다.]

[띠링!~ '핏빛 늑대의 단검'을 획득하셨습니다.]

[띠링!~ 'E랭크 스킬북'을 획득하셨습니다.]

“하아, 하아, 드디어 잡았다.”

모르긴 몰라도 10분 가까이 싸운 거 같았다. 민첩이 낮아서 휘두르는 대부분의 공격이 빗나갔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만일 민첩이 10 정도 더 높았으면 10분이 아니라, 5분 안에 잡았을 텐데.

그렇다고 해도 잡았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후, 그럼 즐거운 아이템 확인이나 해볼까.”

난 지쳤음에도 즐거운 마음으로 아이템 창에 들어간 블러드 울프의 장비를 확인했다.

[핏빛의 귀걸이] (Magic)

설명:핏빛 색깔로 물들어버린 귀걸이. 세월의 흐름과 자연의 마나가 섞여 만들어진 이 귀걸이에는 착용자의 마나를 올려주는 효능이 있다.

<지능(5), 마력(5)>

내구력:35/35

*마나력 50 상승.

[핏빛 늑대의 단검] (Magic)

설명:핏빛 색깔로 물들어버린 단검. 생명을 죽이기 위한 특유의 날카로움과 검면에 스며든 핏빛 색깔은 섬뜩함을 준다.

<근력(2), 민첩(10)>

공격력:42  마법 공격력:24

내구력:30/30

*관통 데미지 15% 증가.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정도로 좋다. 무기는 내가 만든 장검이 훨씬 좋았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다른 사람에게 비싸게 팔면 되니 말이다. 이 귀걸이도 마나력을 올려주니 쓸모없다고는 할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E랭크 스킬북이나 확인해볼까.”

랜덤 스킬북이 아니라는 게 아쉽지만…… 뭐, 어떤가? 배워야 될 스킬이 25개나 남았는데.

[늑대 소환] (E랭크)

설명:전투 중에 자신을 도와줄 늑대를 소환하는 기술이다. 소환된 늑대는 소량의 전투 경험치를 가져가며 성장한다. 물론 성장이 끝낸 늑대는 더 이상 경험치를 가져가지 않는다.

<상승 능력치:마력(1), 소환(2)>

“……소환?”

뭔가 애매한 스킬이 나왔다. 치유, 보조 계열이라면 고민을 하더라도 배우긴 했을 것이다. 마법이나 소환이 나온다면 뭐랄까? 말 그대로 애매하다고 할까?

“늑대라면 여기 있는 늑대들은 아니겠지?”

칼질 한 방에 죽는 그 늑대들 말이다. 뭐, 늑대가 약하다는 말은 아니었다. 최소 고블린 정찰병보다 강하지 않은가? 키운다면 블러드 울프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고.

“배울까? 아님 팔아버릴까?”

고민이 된다. 배워도 문제인 것이 경험치를 가져가지 않은가? 솔직히 황혼에서 레벨은 큰 의미가 없긴 해도 말이다.

“쯧, 나중에 생각하자.”

늑대 소환이 근력과 체력을 올려준다면 난 배웠을 것이다. 근데 이 소환 스킬은 마력과 소환이라는 이상한 능력치가 올라간다. 아마도 내가 마법사였다면 좋다고 배우지 않았을까?

‘그건 그렇고…….’

대충이나마 아이템 확인이 끝낸 나는 귀걸이만 착용한 뒤, 조금 전 상황을 떠올렸다.

‘대체 무슨 이유로 그런 데미지가 들어온 거지?’

블러드 울프와의 전투에서 내게 들어온 데미지 1. 덕분에 보스야 잡았지만 이상한 건 이상한 거였다.

“……상태 정보창.”

[이름:루딘]

[칭호:수호의 방패]

[레벨:6]

[명성:0]

[생명력:1558/1595]

[마나력:41/210]

[지구력:11.9%]

[공격력:103] [마법 공격력:12]

[방어력:188] [마법 방어력:138]

[능력치]

근력(49) 지능(12) 민첩(10)

체력(24) 기술(11)

[습득한 스킬:5/30]

“응?”

내 생명력이랑 방어가 언제 이렇게 뻥튀기 됐지?

400을 넘어섰던 생명력이 지금은 1600까지 뻥튀기가 되어 있었다. 대체 어떻게 올라간 걸까? 조금 전과 달라진 거라고는 칭호…….

“아, 칭호!”

혹시나 하며 칭호를 확인한다.

[수호의 방패] (칭호)

설명:잊혀진 고대의 전설. 제이어의 수호방패를 재현했다!

-생명력 +1000 추가.

-추가 생명력 +10% 증가.

-물리&마법 방어력 +100 추가.

-추가 물리&마법 방어력 +10% 증가.

“아하~ 이거 때문에 데미지가 안 들어왔구나.”

실로 무시무시한 능력치다. 잠깐만? 내가 이 칭호를 얻었다는 것은 다른 사람도 S랭크 스킬을 얻으면 칭호를 얻을 수 있다는 뜻인가? S랭크 스킬이 쉽게 나오지는 않겠지만, 내 제이어의 수호방패의 경우를 생각한다면 다른 S랭크 스킬도 칭호를 줄 거 같다는 추측이 들었다.

“……그나저나 뭔 게임이 칭호를 이리 어렵게 줘?”

어찌 됐든 대단한 능력이다.

덧붙여 나의 길이 몸빵으로 확정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누구보다도 뛰어난 방어와 생명력! 여차하면 사용할 수 있는 무적의 기술! 어느 누가 나를 죽이겠는가?!

“…….”

자, 이제 마을로 돌아가자.

다음 지역의 보스도 생각했지만…… 현재 내 민첩을 떠올리고는 바로 때려치웠다. 이 민첩으로 뭘 잡겠는가? 차라리 마을로 돌아가서 재정비나 하는 편이 좋을 거 같았다.

마을로 돌아간 김에 방패도 바꾸던가 해야지.

참고로 내가 가진 돈은 67실버 63코퍼였다. 그 쓰레기를 잡아서 나온 돈이 꽤나 컸고, 블러드 울프를 잡아서 나온 돈도 상당했기에 이런 금액으로 변한 것이다.

여기서 모은 잡다한 아이템을 팔면 70실버도 될 거 같았다.

‘스킬은 방패 관련 위주로 배워야 되나.’

이런 생각은 S랭크 제이어의 수호방패의 영향이 컸다. 발동하면 방패 관련 스킬 효과가 10% 상승하니 말이다. 그러나 방패 관련 스킬이 없다면 그저 몸빵용 스킬로 변해버리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었다.

‘근데 스킬도 내가 원하는 걸 배우지 못하…….’

“대체 왜 이러시는 거예요!”

이 목소린?

날카로운 여자의 목소리. 이곳에서 내가 알고 있는 여자는 몇 명 되지도 않는다. 그 중에서 이곳에 있을만한 여자는…….

‘유아 목소리인데?’

아직도 여기서 사냥하고 있었나? 난 걸음을 멈추며 그 대화 소리에 집중했다.

“아, 진짜! 기분 더럽네. 그거 잠깐 만졌다고 경고 메시지를 눌려?”

“시, 싫다고 말씀 드렸잖아요.”

“기껏 여기까지 데려와서 경험치를 올려줬더니 존나 튕기네. 솔직히 우리 아니면 네가 레벨 따위를 올릴 수 있었을 거 같아?!”

“그…….”

“힐도 쓰레기면서 무슨 배짱으로 튕겨!”

흐음? 대화를 들어보니 뭔가 일이 일어난 모양이었다. 지금 나가면 나도 휘말릴 거 같은데. 좀 돌아서 가야 되나? 현재 내 머리는 도와주겠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고 있었다.

아무리 나라지만 좀 냉정한가? 예전에는 이러지 않았던 거 같은데.

“…….”

뭔가 내 자신에 대해 생각하며 앞으로 걸어 나왔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지금은 나서야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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