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혼(黃昏). 직감의 소유자-12화 (12/211)

00012  第 1 話  =========================================================================

第 1 話 “1일째”

“커…억…….”

[플레이어 '흑검'을 죽였습니다.]

[정당방위 경험치 180 획득!]

[정당방위 금액 7실버 61코퍼 획득!]

[정당방위 아이템 '단단한 나무 활' 획득!]

[정방방위 아이템 '고블린 전사의 투구' 획득!]

“……결국 한 명은 놓쳤네.”

그러나 이것저것 얻은 게 엄청 많았다. 경험치, 돈, 아이템까지 생각한다면 몬스터 대신 사람을 골라 죽이는 것도 이해가 갔다. 나야 정당방위로 얻었다고 했으니 이 녀석들은 나 정도로 얻진 못할 거 같지만.

“덕분에 내 문제점도 알아냈고.”

민첩 말이다.

곰곰이 생각해본다. 내 예상으로 이것들 민첩은 많아 봤자 10~15 사이일 것이다. 아마 세 명이 동시에 달려든다면 나라도 힘들지 않았을까? 방금 전 상황은 도망가기 급급했던 상황인지라 내가 유리하게 작용된 거 같았다.

“민첩이라…….”

어쨌든 장비를 열심히 맞춘 보람은 있었다.

“우왁! 뭐야? 설마 사람을 죽인 거야?”

“……?!”

설마 목격한 건가?

고개를 돌린다. 그곳에는 세 명의 플레이어가 나를 보며 놀란 눈빛을 지었다. 하필이면 이 녀석 시체도 사라지지 않을 시간에 나타나다니.

“자, 잠깐! 오해다! 정당방위라고! 이 녀석이 먼저 공격했어!”

노골적으로 적의를 보였던 탓에 나도 모르게 변명 같은 말을 했다. 이런 내 말을 믿을까?

“믿을 수가 없는데요?”

그렇지? 나도 못 믿겠다. 실제로 쫓아와서 죽인 것도 나였으니까.

“후, 이건 뭐…… 또 싸워야 되나.”

최악의 상황을 염려한 나는 자세를 잡으며 저쪽 전력을 탐색했다.

상대는 여자 세 명.

왠지 모르게 여자를 많이 만나는 느낌이지만…… 뭐, 어떤가. 아무튼 상대가 여자라면 전투는 쉬울 것이다. 아무래도 평균적인 전투 센스는 남자인 내가 더 좋을 테니 말이다.

“언니, 어떻게 할 거야?”

나무 지팡이를 든 단발의 귀여운 소녀가 다른 여자에게 말한다. 저 여자는 마법 스킬을 배웠나? 또 그 말을 들은 긴 생머리의 여자는 고개를 살짝 저었다.

“굳이 싸울 이유는 없잖아.”

“나중에 뒤통수치면 어쩌려고?”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자.”

“쳇.”

마음에 안 든다는 듯이 혀를 차는 소녀. 하지만 덕분에 싸우지는 않아도 되는 모양이다. 나 역시 싸운다면 피하지는 않겠지만, 대놓고 싸우고 싶은 것도 아닌지라 이쯤에서 물러난다면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가자.”

“당신, 운 좋은 줄 알아.”

누가 할 말이야? 아오! 이게 전부 그 쓰레기들 때문이잖아! 다음에 만나기만 해봐라. 어쨌든 그녀들은 어디론가 걸어갔고, 난 근처에 대충 앉으며 녀석들의 전리품을 확인했다.

[철 단검] (Normal)

설명:순수한 철로 만들어진 평범한 단검. 실력이 있는 대장장이가 만들었지만, 최선을 다해 만들진 않았다.

<민첩(1)>

공격력:12  마법 공격력:0

내구력:15/15

[늑대 가죽 부츠] (Normal)

설명:늑대의 가죽으로 만든 부츠. 전혀 가공하지 않은 가죽으로 만들었지만 신기에는 아무런 불편함이 없다.

<근력(1), 민첩(2)>

방어력:10  마법 방어력:5

내구력:18/20

[단단한 나무 활] (Normal)

설명:단단한 재질의 나무를 깎아 만든 활. 여차하면 들고 때려도 될 정도로 쉽게 부러지지 않는다.

<근력(1), 민첩(4)>

공격력:19  마법 공격력:0

내구력:11/14

[고블린 전사의 투구] (Normal)

설명:고블린 부족의 전사가 착용하는 투구. 동물의 머리뼈에 가죽을 덮어 씌어 만들었다. 전사의 상징이지만, 방어력 그 자체도 뛰어나다.

<근력(2), 체력(1)>

방어력:12  마법 방어력:4

내구력:17/20

“의외로 나쁘지 않네?”

무기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저 납득만 할 뿐이다.

‘이런 쓰레기를 들었으니 데미지가 그 따위로 떴지.’

그러나 무기를 제외한 부츠와 투구는 꽤 쓸만했다. 지금 내가 착용한 가죽 방어구 세트의 능력치는 부위별로 1 밖에 올라가지 않으니 말이다.

“감사하게 쓰마.”

당연히 교체한다. 이로써 내 능력치는 근력 2, 체력 1, 민첩 1이 올라갔다. 나는 이런 귀중한 장비를 준(?) 녀석들에게 감사하단 말을 하며, 다음에도 다시 만나기를 빌었다.

감히 나를 건드려? 평생 후회하게 해주마.

“후, 어쨌든 조금 쉰 다음에 보스나 찾아야지.”

안타깝게도 내겐 회복 관련 스킬이 없었다. 아니, 하나가 있긴 했다. 제이어의 수호방패. 발동하면 생명력은 초당 10씩 회복이 된다. 하지만 고작 회복을 목적으로 S랭크 보조 스킬을 쓸 수는 없지 않겠는가?

그냥 앉아서 쉬고 말지.

“이럴 때 회복 스킬이 아쉽긴 하네.”

나도 치유의 손길이 있다면 좋을 텐데. 마을에 가면 알아볼까? 인터넷에서 스킬북을 파는 상점이 있을 거라 추측을 한 나는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나저나 현재 내 능력치가 어떻게 되지?

레벨업도 하고, 장비도 2개 교체했으니 능력치 폭도 달라졌을 거란 생각에 난 상태창을 열어 확인했다.

[이름:루딘]

[칭호:없음]

[레벨:5]

[명성:0]

[생명력:412/440]

[마나력:132/150]

[지구력:42.8%]

[공격력:102] [마법 공격력:6]

[방어력:71] [마법 방어력:26]

[능력치]

근력(48) 지능(6) 민첩(9)

체력(24) 기술(11)

[습득한 스킬:5/30]

‘방어력이 71.’

만족할 수치다. 방어력이 71이라니? 이 정도면 고블린 대전사와 정면에서 치고받고 싸워도 이길 거 같았다. 하지만 내 시선은 이런 방어력보다 지구력으로 향했다.

“생각보다 지구력이 많이 떨어졌는데?”

나름 전력으로 달려서 그런가?

생명력이 400이 넘는 내가 이 정도로 소모했으니 내게 죽은 녀석들은 안 봐도 알 거 같았다. 지구력이 거의 바닥이었겠지. 그래도 앉아서 쉬는 사이에 지구력은 꽤 빠른 속도로 차오르고 있었다.

이 정도면 몇 분 뒤에 100%까지 채워질 정도였기에 지금으로서는 딱히 걱정조차 되지 않았다.

반대로 생명력이랑 마나력은 조금 늦게 채워지는 편이랄까? 이 모두를 다 채우기 위해서는 꽤 오랜 시간 동안 앉아 있어야 될 듯싶었다.

“후우.”

“꺄아아악!”

……뭐야?

지구력이 거의 채워졌을 쯤, 난 누군가의 비명이 들려온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방금 어디론가 떠났던 여자들이 급히 달려오고 있는 장면이 연출되고 있었다.

‘그보다…….’

갔을 때에는 분명 세 명인 걸로 아는데, 지금은 왜 두 명일까?

“거기! 멍하니 있지 말고 도망가요!”

“도망?”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녀들 뒤로 붉은빛의 늑대가 맹렬하게 쫓아오고 있으니 말이다. 또 쫓아오는 늑대 뒤로는 이미 회색으로 변한 한 명의 시체(?)가 보였다.

‘가만? 붉은색 늑대?’

의문과 함께 이름을 확인한다.

[블러드 울프(Boss)]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보스였다.

“젠장, 모처럼 쉬고 있는 도중에 저딴 몹이나 끌고 오다니!”

“우, 우리라고 끌고 오고 싶어서 그런 줄 알아요?!”

이 쥐방울이 어디서 잘했다고 큰 소리야? 어쨌든 나쁘지는 않았다. 어차피 보스를 잡을 생각이었고, 또 이렇게 눈앞에 나타나 준다면 찾을 시간을 덜어낸 것과 마찬가지였으니까.

‘지구력도 회복됐으니 한번 해볼 만하겠지.’

“옆으로 비켜!”

외침과 함께 블러드 울프에게로 달려든다. 이런 내 외침에 놀란 그 여자는 옆으로 황급히 피했고, 난 그대로 블러드 울프에게 공격을…….

휙!-

‘피했다?!’

황당하게도 블러드 울프는 내 공격을 피해냈다. 그것도 간단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말이다. 옆으로 사뿐히 이동하여 여유롭게 내 공격을 피해낸 블러드 울프는 그대로 쥐방울(?)을 향해 자신의 머리를 박았다.

“꺄악!”

퍼억!-

“이게 어디서 날 무시해?! 스킬 사용! 힘껏 치기!”

블러드 울프에게서 맞고 날아간 쥐방울은 신경 쓰지도 않았다. 그것보다 보스를 잡는 게 더 중요하니까!

……솔직히 내 취향이 아니라는 것도 한몫했다.

휙!-

“젠장!”

또 피했다. 그리고 이번에도 블러드 울프는 날 공격하지 않았다. 쓰러진 쥐방울에게 다시 달려들어 그녀의 어깨를 물어뜯은 것이다.

콰득-

“아아악!”

비명을 지르며 회색으로 변해버린 쥐방울. 저 쥐방울이 죽었으니 다음은 내 차례겠지? 나는 블러드 울프의 속도를 떠올리며 잠깐 심호흡을 했다.

‘아무리 빠르게 움직여도 그 방향만 미리 예측하면 공격할 수 있어. 해보자.’

“크르르…….”

블러드 울프가 노려보기를 몇 초.

탓!-

‘온다!’

그야말로 기습처럼 내게 달려드는 블러드 울프! 난 그 방향을 미리 예측하면서 검을 휘둘렀지만, 블러드 울프는 갑작스레 이동 경로를 변경하더니 자신의 몸을 던졌다.

콰앙!-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28.]

‘미친! 단순한 박치기가 뭐 이런…….’

그래도 생각보다 공격력이 높지는 않았다. 아마 고블린 대전사보다 약간 강한 수준? 그런 데미지에 자신감을 가지며 다시 공격을 시도…….

휙!-

“아, 진짜!”

공격은 다시 실패로 돌아갔다. 이건 빨라도 너무 빠르잖아?! 다시 한 번 내 공격을 피해낸 블러드 울프는 그대로 내 팔을 물었다.

콰득!-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71.]

‘뭐냐? 이 어처구니없는 데미지는?!’

순식간에 100의 생명력이 사라졌다. 이대로 계속 싸운다면 1~2분 뒤에 내 패배로 끝날 거 같기도 했다. 아까 쥐방울이 두 방에 죽은 것도 우연은 아니라는 건가?

그때.

“스킬 사용. 찌르기!”

퉁-

순간, 내 옆에서 찌르는 검이 블러드 울프를 명중시켰다. 그런데 퉁이라니? 데미지가 안 들어간 건가? 난 그 검을 날린 주인을 보았다. 아까 쥐방울과 함께 도망쳤던 여자였다.

아무튼 멋지게 공격을 성공한 그 여자는 뭔가 부끄럽다는 듯이 말했다.

“……데미지가 9 밖에 안 들어가네요.”

“…….”

정말 처참한 공격력이다. 스킬을 사용했으면서 9 데미지를 주다니. 어쨌든 나는 아직도 도망가지 않은 그 여자에게 말했다.

“도망치는 편이 좋을 텐데요?”

“그럴 생각이에요.”

대답과는 다르게 싸울 생각인지 블러드 울프를 노려보는 여자. 아무래도 싸울 눈빛이다.

‘……그래, 마음대로 해라.’

“크르릉!”

‘그보다 제이어의 수호방패를 사용해도 못 잡을 거 같은데 어쩌지?’

일단 때려야 잡든 말든 하지 않겠는가? 때리지도 못하는 이 시점에서 제이어의 수호방패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

“근데 그쪽은 왜 싸우시는 거죠? 도망치는 편이 좋을 텐데.”

“후, 글쎄요.”

“잡을 방법이 있나요?”

“피하지만 않는다면 잡을 수 있을 것도 같네요.”

그렇다. 데미지만 줄 수 있다면 제이어의 수호방패로 몸빵하면서 잡으면 된다. 문제는 저 블러드 울프가 워낙 빠르다는 것이다.

“그래요? 스킬 사용. 축복.”

[플레이어 '하연' 님께서 축복을 시전합니다.]

[근력, 민첩이 4 상승합니다.]

“응?”

보조 계열 마법인가? 난 하연이라 불린 그 여자를 보았다.

“잡을 수 있을 거 같다면서요? 도와드릴게요.”

“도와주는 거야 고맙지만…….”

이런 축복으론 힘들 거 같은데. 민첩이 최소 20 정도 올라간다면 모르겠지만, 고작 4 올라가는 이 축복으로는 그렇게 기대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한가하게 이야기할 틈도 없었다.

“커엉!”

블러드 울프는 지그재그로 몸을 날리며 빠르게 접근하고 있었다. 민첩이 높아서 그런지 상대적으로 내 움직임이 거북이처럼 느껴질 정도의 미친 스피드였다.

“스킬 사용! 힘껏 치기!”

“스킬 사용! 찌르기!”

나와 하연은 동시에 스킬을 시전했다. 그러나 내리치는 나의 검도, 찌르는 하연의 검도 허공만을 갈랐고, 그렇게 피한 블러드 울프는 하연을 향해 박치기를 시도했다.

퍼억!-

“으윽!”

“남은 생명력은 몇이에요?”

“……143이네요.”

‘무지하게 낮네.’

속으로 투덜거리며 다시 공격을 시도한다. 당연히 맞지 않는다. 이런 공격이 적중할 정도라면 나 혼자서도 잡을 수 있겠지. 하나, 그렇게 피한 블러드 울프의 위치를 하연이 정확하게 찔렀다.

누가 보더라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멋진 공격임이 틀림없다.

퉁-

데미지만 부족하지 않았다면.

‘그러고 보니 방금 전에 스킬로 9 데미지를 줬다고 했지?’

다르게 말하면 이번에는 데미지 자체가 들어가지 않았다는 뜻이다. 애초에 그런 깔짝거리는 데미지로 뭘 죽이겠는가? 푸딩도 안 죽겠다!

‘하아…… 그냥 도망갈까?’

“그냥 도망갈까요?”

공교롭게도 나와 같은 생각을 했는지 하연이 그 말을 꺼냈다. 솔직히 무지하게 끌렸다. 그런데 이 녀석에게서 도망갈 수 있으려나? 블러드 울프가 가진 민첩을 생각하면 누군가 한 명이 붙잡고 있어야만 했다.

‘어쩔 수 없군. 저 여자에게 맡기면 10초 안에 죽을 게 뻔하니.’

정확히 세 대만 맞아도 죽어버릴 것이다. 그에 비해서 난 비교적 시간을 끄는 것이 가능했고, 또 그런 스킬도 가지고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