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10 第 1 話 =========================================================================
第 1 話 “1일째”
[플레이 시간을 전부 소모하셨습니다. 현실에서 휴식을 취한 뒤, 다시 접속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1분 후, 자동으로 접속이 종료됩니다.]
[장소의 문제가 있으시다면 30분 연장이 가능합니다. 연장하시겠습니까?]
어?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연장하지 않겠다.”
참고로 황혼은 정확하게 6시간만 플레이가 가능했다. 현실 시간으로 6시간 말이다. 그 6시간이 가상에서는 12시간이었는데, 이건 현실과 가상에서의 시간비율이 1:2로 설정이 되어 있다는 뜻이었다.
그렇다고 하루에 6시간만 플레이를 할 수 있다는 건 아니다.
현실에서 1시간만 쉰다면 다시 6시간의 플레이가 가능했는데, 굳이 이렇게 설정한 이유는 플레이어들을 배려하기 위해서라 한다.
식사라던가, 화장실이라던가…… 뭐, 그 밖에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
“그리고 접속 종료.”
어쨌든 난 접속을 종료했다. 고블린 정찰병이 나오는 이곳에서 종료한다고 해도 크게 위험할 일도 없었으니 말이다. 아직 광산에는 도착하지 않았지만, 그거야 나중에 접속해서 가면 해결할 수 있는 일이었다.
[접속을 종료합니다.]
[다시 황혼이 비추는 거리에서…….]
안내음이 들려오며 내 시야는 점차 어두워졌다. 동시에 전신의 감각들도 희미해졌고, 이내 모든 시야가 어둠에 잠겼다. 그러자 희미해진 감각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접속을 종료하고 현실로 돌아온 것이다.
“후우.”
헬멧을 벗는다. 접속을 종료한 탓인지 캡슐의 뚜껑은 열려 있었다. 나는 왠지 모르게 그 열려 있는 뚜껑을 한동안 바라보았다.
“……정신이 멍하네.”
뭐랄까? 아직도 꿈에서 깨어나지 않는 기분이랄까? 분명 좋은 기분은 아니다. 그렇다고 나쁜 기분도 아닌 거 같지만…….
“응?”
그러던 사이, 뭔가 찝찝하다는 느낌에 난 내 옷을 내려다봤다. 황당하게도 입고 있던 옷이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마치 옷을 입은 채 사우나에 갔다 온 것처럼 말이다.
‘뭐지? 설마 게임 안에서 사용했던 직감 탓인가?’
일단 캡슐에서 나와 몸을 이리저리 움직였다. 다행스럽게도 몸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거 같았다. 그런 식으로 몸 상태를 확인한 나는 흘린 땀을 씻기 위해 화장실로 들어갔다.
‘만일 직감 때문에 이런 거라면…….’
랜덤 스킬북을 얻어도 의미가 없을지도 몰랐다.
황혼에서 직감을 사용한 시간은 고작 몇 분밖에 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 정도 땀을 흘렸다? 뭔가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또한 랜덤 스킬북으로 S랭크 스킬을 뽑으려면 대체 몇 번을 해야 된다는 걸까?
“아, 몰라. 어떻게든 되겠지.”
직감을 사용할 수 없다면 모를까, 사용할 수 있다는 걸 확인해버린 탓에 애써 몸에 대한 문제를 부정하고 있는 것일지도 몰랐다.
‘일단 인터넷에서 정보나 찾아보자.’
새삼스레 이야기를 하자면 난 황혼을 비교적 늦게 시작한 편이다. 1시간 정도? 원래라면 12시에 오픈된 황혼이지만, 내 경우에는 캡슐이 늦게 도착한 경우였다.
예약이 너무 밀렸다나 뭐라나.
나 역시 며칠 전부터 예약을 신청했지만, 그런 나보다 먼저 예약한 사람들이 더 많았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렇게 대충 샤워를 끝내고 거실로 나온 난 시간부터 확인했다.
‘지금 시간이…… 7시 24분. 나쁘지 않은 시간이네.’
만약 12시에 시작한 플레이어가 있다면 6시에 접속을 종료. 그리고 자신이 체험한 경험에서의 팁을 인터넷에 올릴 가능성이 높았다.
그걸 예상한 나는 인터넷에 접속했다.
그리고 자주 가는 사이트로 들어가, 황혼 게시판을 클릭했다.
“……엄청난데?”
게시판에 올라온 몇 천개나 되는 글을 보며 감탄한다. 이렇게나 많은 글이 올라오다니? 나는 그 수많은 글을 조회수가 가장 높은 순서대로 정렬하여 제일 첫 번째 글을 클릭했다.
[황혼에서 스킬을 배우는 방법!]
[내용:다들 스킬의 중요성을 알고 있을 겁니다. 그런데 배우기가 어렵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일단 마을 안에 있는 NPC와 친해지세요. 그럼 그 NPC가 퀘스트를 줄 겁니다. 또 그 퀘스트를 해결하면 보상으로 스킬을 줄 가능성이 높습니다.
전 이 방법으로 여섯 개나 배웠습니다. 문제는 그 스킬이 전부 F랭 스킬이라 그렇지 -_-; E랭 스킬은 저도 모릅니다.]
‘이건 나도 알고 있는 내용이잖아.’
나 역시 데론에게 받은 퀘스트로 두 개의 스킬을 습득했다. 물론 난이도는 최악이었지만.
별로 건질 것도 없는 글이라는 생각과 함께 다음 글을 클릭했다.
[황혼 접촉 시스템]
[내용:여자친구와 같이 황혼을 시작했습니다. 어깨에 손을 얹고 길을 걷고 있었는데, 갑자기 경고 메시지가 뜨더라고요. 과도한 접촉이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알아보니 여친이 보낸 거였습니다. 여친은 자기 앞에 저절로 경고창이 생겼는데, 그걸 허락했다더군요.
어찌어찌 여친이 허락을 눌려 무사히 넘어갔지만, 혹시라도 모르시는 분은 이성에게 함부로 접촉을 하지 마세요. 경고 이후에 감옥으로 간다고 합니다.]
“…….”
뭔가 할 말이 없는 시스템이다. 그럼 여자 쪽에서 접촉하는 반대의 경우에도 적용이 될까? 거기에 대한 생각을 해보니, 그때 유아가 내 손을 잡았던 일이 떠올랐다.
물론 잠깐 손만 잡은 거였으니 '과도한' 접촉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일단 다음 글.’
[황혼에는 성행위 시스템이 있다!]
[내용:발견한 과정이나 결과 따위는 다 필요 없이 순수하게 성행위 시스템을 발동시키는 방법만 알려주겠다. 제일 먼저 접촉 메시지를 허락받는다. 그 다음에 키스라던가, 가슴을 만지면 성행위 시스템이 발동한다.
못 믿겠으면 말고. 참고로 난 이걸로 재미 좀 봤다. ㅋㅋ]
‘성행위 시스템?’
황혼에서 이런 것도 구현을 했나? 대단하다면 대단했다. 그리고 또 궁금하기도 했다. 도대체 누구 머리에서 나온 기획일까?
‘성행위라…….’
나지막하게 중얼거린다. 왠지 모르게 유아가 떠올랐다. 엄청나다는 말조차 아까울 미인이었으니까. 만일 그런 여자와 한다면 어떤 느낌일까.
“아아, 쓸데없는 생각.”
내 목적은 어디까지나 돈을 버는 것이다. 그러니 나는 황혼에서 어떤 여자와 사귀는 일 따위는 없어야만…… 하겠지?
……라며 난 내 자신을 위로해야만 했다. 젠장!
‘그나저나 나머지 글은 죄다 잡담이네.’
나는 레벨이 몇이니, 스킬은 몇 개 배웠다니, 엄청난 아이템을 주웠다는 등등의 도움도 안 되는 잡담 말이다. 읽고 있으니 시간 낭비랄까? 물론 도움이 되는 글도 있긴 있었다.
[내용:돈도 없는 그지 자식들 ㅋㅋ 난 돈 주는 몹 잡아서 10실버나 모았다. 이걸로 스킬북이나 구입해야지 ㅋㅋ]
“흐음.”
돈을 주는 몬스터는 그렇다 치더라도 스킬북을 구입한다고? 어디 스킬북을 파는 상점이 있나? 만일 있다면 가보고 싶었다. 직감을 가진 내게도 스킬은 필수적으로 있어야만 했기 때문이다.
딸각 딸각 딸각-
“오, 이건 쓸만한데.”
딸각 딸각-
“아놔~ 낚시글.”
딸각-
“어?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그렇게 인터넷에서 황혼의 대한 정보를 찾은 지도 1시간이 지났다. 다시 접속할 수 있는 시간임을 확인한 나는 거실에서 물 한잔 마시며 캡슐로 들어갔다.
“게임 시작.”
[황혼이 비추는 거리에서 당신이 원하는 것을 찾기를…….]
흐릿해지는 의식이 지난 뒤, 눈앞에는 조금 전에 내가 서 있었던 배경이 그림처럼 펼쳐졌다.
‘왠지 조금 피곤한 느낌인데.’
뭐, 제대로 된 휴식도 취하지 않았으니 당연했다. 하지만 남들보다 빠르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런 피로도 감수해야만 될 듯했다. 모처럼 시작하기로 한 게임이니까.
“음…… 그런데 사람들이 더 많아진 기분이다?”
현실에서 1시간을 쉬었으니, 이곳에서는 2시간이 흘렀을 것이다. 뭐, 그 시간이라면 다들 푸딩을 졸업했을 테니 이곳으로 오는 것도 이상한 것도 아니다.
‘일단 광산으로 가자.’
광산으로 걸음을 옮기며 아이템 창을 열어본다. 아이템 창에는 고블린을 잡아서 얻은 아이템이 몇 개 있었는데, 그걸 하나씩 꺼내서 확인했다.
[고블린 부족의 팔찌] (Normal)
설명:고블린이 자신의 부족이라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만든 팔찌. 투박한 모양이 특징이며, 그 이외에 특별한 능력은 없다.
<근력(1)>
내구력:20/20
‘이야~ 이것도 아이템인가?’
하지만 팔찌 자체가 없으니 착용한다. 지금 내 상황에서 근력이 1이라도 올라가는 게 어딘가? 남들은 없어서 못 올리는 이 마당에. 난 그렇게 팔찌를 착용하며 다음 아이템을 확인했다.
[고블린 대전사의 목걸이] (Normal)
설명:고블린 부족의 대전사만이 가질 수 있는 목걸이. 목걸이는 고블린 대전사의 상징이기도 하다. 각종 동물의 이빨을 엮어 만들었다.
<근력(1), 지능(1)>
내구력:25/25
“어? 매직 아이템이 아니네.”
보스에게서 나온 아이템이라 당연히 매직 아이템일 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고블린 대전사의 레벨이 낮은 이유로 이런 쓰레기 아이템이 떨어진 모양이었다.
그래도 착용은 한다. 지금은 이 능력치도 아쉬우니까.
“하아, 마지막은 갑옷인가.”
목걸이 이후로 별로 기대는 안 됐지만 확인은 해본다.
[고블린 대전사의 가죽 갑옷] (Magic)
설명:고블린 대전사가 착용하던 가죽 갑옷. 사나운 맹수의 가죽으로 만든 갑옷이며, 부족에서 전사로 인정을 받은 고블린만이 착용할 수 있는 전사의 상징이다.
<근력(5), 체력(3)>
방어력:25 마법 방어력:8
내구력:40/40
*자신보다 레벨이 낮은 고블린은 선공을 하지 않음(보스 제외).
“오! 매직 아이템!”
감탄하며 즉시 바꿔 입는다. 원래 데론에게서 구입했던 가죽 방어구 세트를 따로 분류해보니 갑옷은 방어 11에 체력이 1 올라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자, 그럼 상태 정보창.”
[이름:루딘]
[칭호:없음]
[레벨:4]
[명성:0]
[생명력:167/320]
[마나력:92/140]
[지구력:26.7%]
[공격력:88] [마법 공격력:5]
[방어력:59] [마법 방어력:19]
[능력치]
근력(33) 지능(5) 민첩(7)
체력(13) 기술(11)
[습득한 스킬:4/30]
예상대로 꽤나 상승한 능력치를 볼 수 있었다. 이 정도라면 고블린 대전사와 다시 싸워도 이길 수 있겠는데?
뭐, 그렇다고 실제로 싸우겠다는 말은 아니고.
“마지막은 랜덤 스킬북.”
사실 제일 고민이 되는 순간이다. 내 직감을 사용하면 분명 높은 랭크의 스킬을 뽑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개고생을 하면서까지 스킬을 뽑아야 할 이유가 없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난 내심 S랭크 스킬을 바라며 스킬북을 펼치려고 했다.
[스킬북을 펼치겠습니까? 펼치면 자동으로 스킬이 습득됩니다.]
“아, 미친!”
순간 온몸을 엄습하는 불안감. 그 불안감을 느끼며 즉시 스킬 습득을 취소시켰다. 하긴, 이대로 뜨는 것도 이상하지. 명색이 S랭크 스킬을 바라고 펼쳤는데 말야.
하지만 포기하긴 아깝고.
내겐 분명 S랭크 스킬을 얻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런데 그걸 포기하고 아무런 스킬을 배운다는 것은 아까운 짓이 아닐 수 없었다.
‘에라, 그래. 누가 이기나 해보자.’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스킬 사용! 힘껏 치기!”
[스킬 데미지! 84.]
[전투 경험치 35 획득!]
[레벨이 올랐습니다.]
정말 쉽다! 그토록 짜증나게 했던 코볼트가 단 두 방에 죽어버리니 기분이 째질듯하다. 그리고 위험하지도 않았다. 코볼트 공격력과 내 방어력은 별 차이도 없었으니 말이다.
“그건 그렇고…… 더럽게 안 되네.”
머리를 긁적이며 스킬북을 잡는다. 이번이 200번째 시도인가?
말이 200번이지, 사실상 미칠 지경이었다. 그래도 하나 위안이 되는 점은 계속해서 펼친 스킬북으로 인해 느껴지는 불안감의 강도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죄다 똑같다고 생각했지만, 약간 미묘하게 다르다고 할까?
[스킬북을 펼치겠습니까? 펼치면 자동으로 스킬이 습득됩니다.]
“으음, 이건…….”
불안감의 강도는 약하다. 아마 펼친다면 B랭크 스킬은 나올 거 같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건 B랭크 스킬 따위가 아니었다.
최소 A랭크. 최소 A랭크가 떠야만 한다.
“……문제는 A랭크 스킬을 얻어도 어떤 건지 모른다는 점일까.”
그래, 바라고 바라던 A랭크 스킬을 얻었다. 그런데 이상한 게 나오면 어쩌겠는가? 과감하게 삭제할 수도 없는 노릇……이 아니잖아?
“어차피 난 스킬도 몇 개 없는 상태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