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09 第 1 話 =========================================================================
第 1 話 “1일째”
그에게 가는 이유는 현재 내 방어 문제였다.
“데론 씨. 혹시 방패 있어요?”
“방패 말인가? 물론 있네.”
데론은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며 방패를 꺼냈다. 하긴, 각종 무기를 파는 이곳에서 방패만 없다면 그것도 이상했다.
어쨌든 데론이 꺼낸 방패는 둥근 모양의 가죽 방패였다.
“5실버네.”
“……비싸네요.”
“사지 않을 텐가?”
그 물음에 난 고개를 저으며 돈을 지불했다. 이번에는 유아와 같은 힐러가 없었으니 최대한 방어를 맞춰야 되는 상황인 것이다. 솔직히 고블린 같은 몬스터를 잡는다면 방패도 필요 없을 테지만.
“확인.”
[가죽 방패] (Normal)
설명:동물의 가죽으로 만들어진 방어구. 가죽 자체를 몇 차례 가공하여 만들어졌기에 기존의 가죽보다 더 단단하고 질기다.
<근력(1), 체력(1)>
방어력:10 마법 방어력:5
내구력:20/20
*방패로 방어 시, 데미지를 추가로 10 감소.
확인해보니 상당히 괜찮았다. 개별 옵션도 있고 말이다. 아무튼 이 방패로 내 방어력은 45가 된 건가? 이 정도 방어라면 고블린 따위는 내게 상처조차 줄 수 없었다.
‘후, 이제 본격적인 사냥을 시작해볼까.’
“잡아랏!”
“이놈의 푸딩은 대체 언제까지 잡아야 되는 거야!”
밖에는 아직도 푸딩을 잡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보아하니 온종일 푸딩만 잡고 끝낼 거 같다. 저럴 거면 마을 안에서 퀘스트나 하는 편이 좋을 텐데 말이다.
뭐, 일단 무시한 채 지나간다.
‘먼저 고블린부터 처리해야지.’
고블린 정찰병 따위가 아니다. 지금의 난 정찰병을 한 방에 보내버릴 공격력을 지녔다. 그런 내가 지금 노리는 건 고블린의 보스(Boss)였다.
‘분명 보스가 존재할 거야.’
“끼엑!”
어느 정도 걸음을 옮겨 고블린의 영역으로 들어선 나는 마치 환영한다는 듯이 반겨주는 고블린 정찰병을 보며 그대로 뛰쳐나갔다.
서걱-
[적중 데미지! 59.]
[전투 경험치 20 획득!]
“쉽군.”
아아, 이것이 장비의 힘이란 말인가? 그땐 최소 3대는 때려야 죽던 고블린 정찰병이 지금은 한 방이라니? 더군다나 민첩이 상승한 탓에 몸도 상당히 가벼워진 느낌이었다.
이젠 내 자신이 두렵구나.
“그나저나…….”
슬쩍 주변을 둘러본다. 곳곳에는 플레이어들이 모여 고블린 정찰병과 싸우는 모습이 보였다. 아무래도 푸딩은 경쟁률이 심하니 이곳으로 온 거 같기도 한데, 나름대로 좋은 생각이었다.
푸딩 경험치는 고작 2. 그런데 정찰병은 20이다. 10배인 것이다. 때문에 조금 무리를 하더라도 고블린 정찰병을 잡는 편이 좋았다.
“물론 난 해당 상황이 아니지만.”
서걱!-
[적중 데미지! 58.]
[전투 경험치 20 획득!]
덤벼드는 고블린 정찰병을 한 방에 끝낸다. 쉬워도 너무 쉽다. 정찰병은 은빛 가루로 변하며 경험치를 남겼고, 이런 내 모습은 근처 플레이어의 눈에 띄기에는 충분했다.
“방금 뭐였지?”
“고블린 정찰병을 한 방에 보낸 건가?”
“말도 안 돼!”
“정찰병을 한 방에 보내려면 데미지가 최소 70은 넘어야 되는데.”
실컷 떠들어라. 난 보스를 잡으러 갈 테니.
왠지 데자뷰가 느껴지지만…… 뭐, 어떤가? 중요한 것도 아닌데. 여기서 중요한 거라면 보스를 찾아내는 거였다.
‘돌아다니다 보면 나오겠지.’
실로 간단한 생각을 하며 걸음을 옮긴다. 어차피 게임이다. 보스가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멀리 있지도 않을 것이다. 한 지역마다 그 몬스터를 대표하는 보스가 존재하기 마련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보스를 찾는 건 쉽지 않겠…….’
“우왁! 보스다! 보스가 떴다!”
“…….”
설마 이렇게 쉽게 발견하다니?! 난 놀란 눈빛으로 위치를 확인했다.
“아, 젠장! 대체 누가 보스를 건드린 거야!”
“도망쳐!”
‘어디보자…… 보스 이름이…….’
[고블린 대전사(Boss)]
아, 보스는 저런 식으로 표시가 되는구나. 나는 기존의 고블린보다 훨씬 커다란 덩치에다가, 나름대로 장비까지 갖춰진 보스를 바라보며 슬슬 싸울 준비를 했다.
큰 덩치라고는 해도 고블린 기준이지, 나보단 좀 작은 정도였던 탓에 그렇게 위압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키에에엑!”
“아악! 살려줘!”
그 사이, 한 명의 플레이어가 그대로 즉사한다. 즉사한 플레이어는 회색으로 변한 채로 쓰러졌고, 다른 플레이어들은 도망가기 바빴다.
“일단은 선빵이지. 스킬 사용. 힘껏 치기!”
웅웅!-
동시에 달린다.
다들 도망치는 중이라 그럭저럭 수월하게 고블린 대전사에게 접근한 난 즉시 푸른색으로 빛나는 검을 휘둘렀다.
“죽어랏!”
[스킬 데미지! 34.]
‘스킬까지 시전했는데 이건 뭐…….’
상당한 방어다. 추측하건데 녀석의 방어력은 50 정도 지닌 거 같았다. 나도 대장간에서 무기를 만들지 못했더라면 데미지를 줄 수 없을 정도의 방어력인 것이다.
“키에엑!”
퍼억!-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32.]
큭, 방패로 막았는데도 이런 데미지라니? 그러나 이게 끝이 아니었다.
“키엑! 키엑! 키에엑!”
“무슨 미친…….”
[고블린 대전사가 자신의 동료를 부릅니다.]
[고블린 전사가 소환됩니다.]
“……아놔, 진짜 미치겠네.”
고블린 대전사의 옆으로 두 개의 마법진이 그려졌다. 그러더니 순식간에 고블린 전사라는 몬스터가 나타났는데, 그 광경을 본 나는 순간 황당한 눈빛으로 중얼거렸다.
“쉽게는 공략할 수 없다는 뜻인가.”
상관없다. 일단 뒤로 잽싸게 물러나며 달려드는 고블린 전사를 찌른다.
[적중 데미지! 44.]
그리고 반대편에서 휘두르는 다른 고블린 전사의 공격을 방패로 막아내고는 스킬을 시전한다.
쾅!-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14.]
“스킬 사용! 힘껏 치기!”
서걱!-
[스킬 데미지! 52.]
‘다행히 고블린 전사는 약하다.’
물론 생명력은 좀 되는지 스킬 데미지로도 죽지 않았다. 그렇다고 이 약한 데미지로 내가 어떻게 되지는 않을 테니, 보스만 제대로 공략하면…….
“우와! 저기 봐봐! 보스와 싸우고 있어!”
“씨파, 공격해! 잘하면 저 보스 먹을 수 있겠다!”
뭐? 지금 이것들이 미쳤나?!
처음에는 도망가기 급급했던 플레이어들이 내가 버티는 모습에 겁이라도 상실했는지 멀리서 각자 스킬을 시전하기 시작했다.
‘젠장. 그런 식으로 나오겠다면…….’
서걱!-
[적중 데미지! 43.]
[전투 경험치 50 획득!]
[띠링!~ '고블린 부족의 팔찌'를 획득하셨습니다.]
도망이다!
소환된 고블린 전사를 죽인 나는 그대로 몸을 돌려 달리기 시작했다. 어차피 플레이어들이 보스를 죽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죽이기는커녕, 데미지는 줄 수 있을까? 어쨌든 내가 바라는 건 단 하나다.
“우와왁! 저 새끼 갑자기 왜 도망쳐!”
“보스가 이쪽으로 온다!”
예상대로 보스는 신나게 공격하던 플레이어에게 눈을 돌렸다. 당연히 플레이어는 도망쳤다. 하지만 민첩이 생각보다 낮은 모양이었다.
“키에엑!”
촤아악-
“아아악!”
“사, 살려줘!”
보스는 엄청난 속도로 플레이어를 따라잡아 학살했고, 난 느긋하게 구경했다.
잘 죽인다~
문제는 플레이어들이 죽기 시작한 시점으로 나머지 플레이어들이 공격을 멈췄다는 사실이었다. 아마도 내가 공격하면 같이 공격을 하겠지? 나는 그 생각과 함께 다시 고블린 대전사에게 달려들었다.
“스킬 사용. 힘껏 치기!”
[스킬 데미지! 33.]
“키, 키엑!”
“다시 붙어볼까?!”
솔직히 이 녀석의 속도는 빠르다. 겨우 방패로 막아낼 정도랄까? 피하는 건 애초에 무리였고, 방패로 방어한 뒤에 생기는 틈을 찔러야만 했다.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35.]
[적중 데미지! 23.]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31.]
[적중 데미지! 21.]
‘이거…… 내가 불리한 거 같은데?’
잠깐의 공방으로 내 생명력은 절반 정도로 줄어들었다. 이제 남은 생명력이 고작 180 정도? 그에 비해 이 고블린 대전사는 대체 얼마 정도의 생명력이 남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 순간.
“불꽃 화살!”
콰쾅!-
근처에 있던 어떤 플레이어가 마법을 날렸다. 또 방해라니! 하지만 덕분에 고블린 대전사는 몸을 비틀거렸고, 그 틈에 난 스킬을 시전했다.
“스킬 사용. 힘껏 치기!”
[스킬 데미지! 34.]
“키에엑!”
‘지금까지 준 데미지만 100이 넘는 거 같은데 왜 안 죽어!’
생각하며 뒤로 물러나 찌른다. 지금까지 상대했던 몬스터에게는 잘 통하는 방법이기도 했고, 견제로도 충분히 쓸만했지만…….
채앵!-
고블린 대전사는 그걸 쳐내고 접근했다.
‘미친.’
빤히 보면서도 맞을 수밖에 없는 절정의 공격 기술이었다. 공방일체! 내 공격을 막아냄과 동시에 공격을 행하니, 이 어떻게 피할 수가 있겠는가?!
……나도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퍼억!-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44.]
“크윽!”
고블린 대전사의 몸통 박치기를 맞은 난 뒤쪽으로 나뒹굴렷다. 데미지도 장난 아니잖아? 이제 남은 생명력도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
쾅! 콰쾅!-
“키익! 키에에!”
그리고 내가 쓰러지든 말든 플레이어들은 각자 원거리 공격으로(죽기 싫은 건지 근접은 아무도 없다) 계속 공격을 시도했고, 그 덕분에 고블린 대전사는 수차례 공격을 허용하고 말았다.
그렇다고 죽는 건 아니겠지?
물론 죽여야 된다. 하지만 그걸 해야 되는 사람이 나였다. 만일 다른 사람이 잡으면 난 뭐가 되는가? 남은 생명력은 얼마 없었지만, 난 다시 무기를 휘둘렀다.
“스킬 사용. 힘껏 치기!”
[스킬 데미지! 34.]
“키익!”
‘정말 더럽게도 안 죽네!’
솔직히 나 혼자서 이 녀석을 잡을 수 있을까? 무리다. 방금 전처럼 유아나 회복 포션이 없다면 혼자서는 잡을 수 없다는 게 내 판단이었다.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32.]
“스킬 사용. 힘껏 치기!”
[스킬 데미지! 34.]
이쯤 되니 슬슬 후회도 된다. 차라리 광산으로 가서 코볼트나 잡고 노는 건데~ 하고 말이다. 광산에서 코볼트를 잡으면서 철광석만 모아도 꽤나 이득일 것이다.
그때.
[띠링!~ F랭크 스킬 '힘껏 치기'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능력치 근력 2 증가합니다.]
‘레벨 증가?’
콰쾅!-
“키에…에에…….”
“어?”
힘껏 치기의 레벨 증가 메시지를 보는 사이, 고블린 대전사는 힘을 잃은 듯이 풀썩 쓰러졌다.
[보스 몬스터 '고블린 대전사'가 쓰러졌습니다!]
[전투 경험치 217 획득!]
[레벨이 올랐습니다.]
[띠링!~ 13실버를 획득하셨습니다.]
[띠링!~ '고블린 대전사의 목걸이'를 획득하셨습니다.]
[띠링!~ '고블린 대전사의 가죽 갑옷'을 획득하셨습니다.]
[띠링!~ '랜덤 스킬북'을 획득하셨습니다.]
엄청난 양의 메시지가 쉴 틈 없이 올라온다. 내가 잡은 거였나? 아마 내가 가장 많은 데미지를 준 듯싶다. 어쨌거나 은빛 가루로 변해 사라지는 고블린 대전사를 물끄러미 바라본 나는 곧 고개를 돌려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자! 봤어?! 내가 잡았어!”
“뭐가 떴는데?”
“고블린 대전사의 가죽 장갑. 아마 비싸게 팔리겠지?”
“이야~ 부럽다.”
뭐지? 나만 얻은 게 아닌가?
이건 나중에야 깨달은 사실이지만, 보스 몬스터의 아이템은 공적치에 따라 따로 지급을 했다. 즉, 데미지를 가장 많이 준 순서대로 1,2,3등에게만 아이템을 준다는 뜻이다.
물론 아직 그 사실을 모르는 나로서는 이상하다는 생각만 했지만.
‘그렇다고 해도…….’
나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원하지도 않았던 아이템을 얻었기 때문이다.
바로 랜덤 스킬북.
솔직히 랜덤 스킬북이 나올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냥 괜찮은 아이템만 얻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랜덤 스킬북이 나오다니?
‘이걸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모르겠네.’
그래도 직감이 가능하니 최강의 스킬을 뽑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나저러나 보스를 잡았으니 이곳에서의 볼 일은 끝났다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보스를 잡고 나온 아이템은 나 혼자 확인하고 싶었다. 여긴 아무래도 보는 눈이 많으니 말이다.
‘그럼 코볼트 광산으로 가볼까.’
어차피 철광석도 모아야 되는 상황이기에 망설이지 않았다.
“그런데 저 사람 대단하지 않아?”
“혼자서 보스랑 상대했으니 대단하겠지.”
“오늘 오픈된 게임에서 어떻게 저 정도로 키운 거지?”
“버그 아냐?”
쑥덕거리는 플레이어들은 무시한다. 솔직히 내 직감은 정말 버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좋다. 하지만 실제로 버그냐고 물어본다면? 아니라고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다.
시스템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만약에 내 능력이 시스템으로 문제가 있다면 난 2억이라는 돈을 모으지도 못했을 것이다.
‘억울하면 니들도 능력 가지던지.’
그렇게 생각할 무렵, 내 앞으로 하나의 메시지 창이 생겨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