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06 第 1 話 =========================================================================
第 1 話 “1일째”
“일단 남은 철괴 45개 전부 주세요. 또 방어구도 보여주시고요.”
무기는 내가 만들면 된다. 하지만 방어구는 아니다. 단순히 무기만 믿고 사냥터로 갈 생각이 없었던 나는 방어구를 보여 달라고 했고, 그런 내 말에 데론은 뭔가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마물이 나오는 장소에 맨몸으로 가는 것도 무모한 짓이지. 잠시만 기다리게나.”
그렇게 구석에서 뭔가를 뒤적거린 데론이 들고 나온 것은 갈색의 가죽으로 된 전신 방어구였다.
“내가 예전에 만든 가죽 방어구네. 투구, 조끼, 무릎 보호대, 장갑, 신발로 되어 있지. 어떤가?”
“보기에는 좋네요. 확인.”
[전신 가죽 갑옷] (Normal)
설명:동물의 가죽으로 만들어진 방어구. 가죽 자체를 몇 차례 가공하여 만들어졌기에 기존의 가죽보다 더 단단하고 질기다. 또한 전신 갑옷이기에 투구, 조끼, 바지, 장갑, 신발. 이 다섯 부위로 이뤄져 있고, 원한다면 따로 분류해서 입을 수도 있다.
<근력(3), 체력(1), 민첩(1)>
방어력:35 마법 방어력:10
내구력:35/35
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괜찮다. 데론이 보여준 가죽 방어구를 감탄한 눈빛으로 보고 있자, 그런 내 눈빛을 읽은 데론이 흔쾌히 말을 꺼냈다.
“자네가 방어구를 필요로 하면 이걸 주겠네.”
“정말요?”
“20실버에 말이지.”
“…….”
20실버? 지금 내 전재산이 34실버…… 아니, 25실버겠군. 남은 45개의 철괴를 구매하면 9실버가 날아갈 테니. 여기서 20실버를 쓴다면 5실버가 남잖아? 그래도 방어구가 있으면 싸울 때 도움이 될 텐데.
“어떻게 할 건가?”
이 인간이 설마 일부로 퀘스트를 준 거 아니겠지?
뭔가 의심스럽지만 아쉬운 건 내 쪽이었다.
“……구입하죠.”
“잘 생각했네.”
난 한숨이란 한숨은 모조리 내뱉으며 가죽 방어구를 구입했다. 고작 F랭크 스킬을 얻기 위해서 20실버를 소모해야 되다니. 어차피 사냥을 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그럼 다녀올게요.”
“조심하게.”
대장간에서 나온 나는 대충 NPC에게 서쪽 성문이 어디냐고 물어보며 곧장 그 길로 향했다. 그런 식으로 마을 밖으로 나서자 꽤 많은 플레이어들이 사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그 숫자는 몬스터보다 많았다.
‘저럴 거면 차라리 인원을 모아서 다른 몬스터를 잡는 게 좋지 않나?’
몬스터 한 마리를 잡기 위해서 몇 분이나 기다려야 된다면 무슨 시간 낭비인가? 하지만 맨손…… 혹은 목검으로 사냥하는 플레이어들을 보니 조금은 이해가 갔다.
“그런데 몬스터가…… 푸딩?”
분홍색 빛깔로 된 귀여운 형태의 몬스터였다. 반질거리는 푸딩 같은 피부에 매서운 눈빛(?)이 있다는 게 특징이랄까? 어쨌든 무릎까지 오는 크기의 푸딩은 자신의 몸을 날려 플레이어를 공격하고 있었다.
“…….”
설마 광산에도 저런 몬스터가 나오진 않겠지?
팟-
“어?”
문득, 내가 보고 있는 바로 앞에서 한 마리의 푸딩이 생겨났다. 이거 혹시 리젠인가? 나는 별생각도 없이 들고 있던 장검을 휘둘렀다.
퍽!-
[적중 데미지! 39.]
[전투 경험치 2 획득!]
한 방이다. 단 한 방에 푸딩은 몸이 터지며 경험치로 산화했다. 이 푸딩의 생명력은 대충 40 이하인 모양이군. 그런데 왜 데미지가 39였지? 내 무기 데미지는 27 밖에 안 되는데?
잠시 고민을 한 나는 그 원인을 알 수 있었다.
‘아, 근력도 데미지에 추가 되는구나.’
현재 내 근력만 12였다. 27하고 12를 더하면 39. 계산이 딱 들어맞지 않은가? 불과 튜토리얼에서 배웠는데도 잊어버리다니. 어쨌든 단 한 방에 푸딩을 없앤 모습을 본 몇몇 플레이어는 놀란 표정으로 수군거렸다.
“방금 봤어? 푸딩을 한 방에 보냈어.”
“장비를 봐라. 철검이랑 가죽 방어구를 입고 있잖아. 대체 어떻게 구입한 거지?”
“가서 물어볼까?”
“아서라. 너 같으면 가르쳐주겠냐?”
후후, 내 레벨은 1 밖에 되지 않는데 고수의 포스가 흐르는 모양이군. 실컷 떠들어라! 난 이딴 푸딩보다 더 강한 몬스터를 잡으러 갈 테니까!
물론 모든 플레이어들이 다가오지 않는 건 아니었다.
“저기…… 혹시 사냥하러 오셨나요?”
“그럼 이…….”
그럼 이 모습이 소풍 나온 모습으로 보여?! 라고 말을 할 뻔했지만, 눈앞에 등장한 미녀를 본 나의 대답은 말문이 막혀버린 채 고개만 끄덕이는 것으로 끝날 수밖에 없었다.
‘어? 어?’
농담이 아니라 일순간 말문이 막혀버릴 정도의 미인이 내 앞에 서 있었던 것이다.
누, 누구지?
내가 그런 식으로 그녀의 얼굴에게서 시선조차 떼지 못하고 있을 때, 여자는 부끄럽다는 듯이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살짝 숙였다.
“…….”
보호 본능이 절로 생겨나는 행동이었다. 설마 일부로 한 행동인가? 어찌 됐든 그녀의 모습은 사진으로 담고 싶을 정도로 예뻤다.
‘이대로 몰래 화면 캡처 기능을 사용할까?’
라는 생각까지 했지만 이내 고개를 젓는다. 내가 뭔 도촬범도 아니고.
“사냥하러 온 거 맞아요. 그런데 왜요?”
그리고 잠깐 내 머릿속을 스친 생각이 있었다. 여긴 가상이니 저 외모도 고쳐서 나온 게 아닐까? 솔직히 고치지 않고서야 어떻게 저런 외모가 나오겠는가? 애써 그녀의 외모를 부정한 나였지만…….
“아, 실례가 안 된다면 저도 같이 사냥할 수 있을까요? 제게 회복 스킬이 있거든요.”
이런 부탁에는 익숙하지 않은지 어색한 미소를 띠며 말하는 그녀.
분명 어색한 미소임에도 빛이 나는 거 같았다.
‘먼저 친구부터 시작을…… 아, 아니지. 그것보다 회복 스킬?’
황급히 정신을 차린다. 사냥? 하지만 그녀의 외모와는 별개로 같이 사냥하자는 말은 내키지 않았다. 사실, 사냥이 아니라 퀘스트를 해결하기 위해 가는 것이지 않은가?
‘어쩔 수 없지. 아쉽지만 이대로 거절을…….’
덥썩-
거절하려는 그 순간, 그녀는 두 손으로 내 손을 감싸 쥐었다.
“부탁드려요! 지금까지 아무것도 하질 못하고 있어요. 네?”
젠장! 놔! 놓으라고! 이런다고 내가 넘어갈 거 같아?!
“고마워요. 거절하면 어쩌나 했어요.”
“……뭐, 예.”
결국 이렇게 됐다.
나는 내 손을 감싸던 부드러운 손길과, 애원하는 그 눈빛을 이기지 못한 채, 같이 사냥을 가게 된 것이다. 이쯤 되니 과거의 나 자신이 한심스럽게 느껴졌지만…… 어쩌겠는가? 이미 엎질러진 물인데.
“아, 맞다. 전 유아라고 해요.”
“……루딘입니다.”
“예. 루딘 님. 그런데 어디로 가시는 거예요?”
“광산으로요. 그곳에 퀘스트가 있거든요.”
퀘스트의 사실을 숨길 필요는 없었기에 솔직히 말한다. 또 이런 내 대답에 유아라는 플레이어는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렇고 예쁘기는 진짜 예쁜데…… 전투에는 도움이 될까?
‘뭐, 회복 스킬이 있으니 도움이 되겠지.’
덧붙여 지금의 내겐 회복이 가능한 수단이 없었다. 돈도 없는데(?) 포션까지 구입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래도 맞춘 장비가 있으니 어떻게든 되겠지만.
“끼에엑!”
그때 왼쪽 방향에서 한 마리의 몬스터가 이쪽을 향해 괴성을 질렀다.
“고블린 정찰병?”
녹색 피부로 덮인 몬스터 머리 위에 뜬 이름을 읽은 난 일단 전투부터 준비했다. 키는 한 120cm 될까? 들고 있는 무기는 나무로 된 몽둥이 정도? 그 이외에는 딱히 특징이 없었다.
“그나저나 참 친절하네.”
전투를 시작하기도 전에 위치를 알려주다니.
“와라.”
“끼엑!”
내 말을 알아듣는 건 아닐 텐데도 고블린 정찰병은 즉각 내게 달려들었다. 난 애써 침착하게 달려드는 고블린을 주시하다 곧 타이밍에 맞춰 검을 찔러 넣었다.
스각-
[경감 데미지! 6.]
‘피했다?’
예상외로 고블린 정찰병은 내가 찌른 검을 옆으로 피해냈다. 감히 내 검을 피하다니! 그래도 완벽하게 피한 것도 아닌지라 약간의 데미지를 입힐 수 있었지만.
“끼익!”
퍼억!-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5.]
내 공격을 피해낸 고블린 정찰병은 재빨리 몽둥이를 휘둘렀다. 급한 대로 팔을 올려 공격을 막아낸 난 내 데미지가 깎여나가는 메시지를 읽어냈다.
‘젠장. 이딴 고블린 따위에게!’
“죽어!”
왼손으로 고블린의 공격을 막은 뒤, 오른손에 든 장검을 있는 힘껏 휘두른다. 고블린은 공격을 시도한 탓에 내게 최대한 접근한 상태였고, 그렇기에 내 공격을 피할 수는 없었다!
서걱!-
“키에엑!”
[적중 데미지! 24.]
“아직이다!”
피하지도 않고 비명만 지르는 고블린 정찰병에게 난 다시금 공격했다.
푹!-
[관통 데미지! 39.]
[전투 경험치 12 획득!]
‘후, 이겼다.’
마지막에 찌른 내 검으로 고블린 정찰병은 반짝이는 은빛 가루로 변하며 사라졌다. 그나저나 이런 전투를 펼쳤는데도 고작 12 경험치라니? 굳이 비교하자면 푸딩 6마리 잡은 것과 동일했다.
“치유해드릴게요.”
‘……푸딩 6마리가 아니었군.’
생각해보니 지금은 파티 상태였다. 경험치가 반토막이란 뜻이다. 그렇다면 고블린 정찰병의 경험치가 20이라는 뜻인가? 파티 인원이 1명씩 늘어날 때마다 경험치가 20% 추가 획득이 된다는 사실을 인터넷에서 본 것도 같았다.
[파티원 '유아' 님께서 치유의 손길을 시전합니다.]
[생명력이 12 회복합니다.]
“……12?”
현재 내 생명력은 170이다. 그런데 채워지는 생명력이 12? 그런 내 중얼거림을 들은 유아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그…… 스킬 회복량이 10이고, 신앙 능력치가 2라서 12가 채워지는 거예요.”
“…….”
친절한 그녀의 설명에 할 말을 찾지 못했다. 물론 내가 고블린에게 죽을 일은 없다. 데미지가 거의 들어오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기대했던 회복량보다 한참 못 미치는 그녀의 스킬에 절로 한숨이 나왔다.
“일단 계속 가죠.”
“예.”
뭔가 실망한 내 기색을 알아차린 탓일까? 그녀는 조심스레 물었다.
“저기, 실망하신 건 아니죠?”
“아뇨, 오픈된 지 몇 시간 밖에 안 된 게임인데 실망할 이유는 없죠.”
이런 내 대답대로 황혼은 불과 몇 시간 전에 시작된 게임이었다. 더군다나 접속자도 상당수 존재했다. 아마 나처럼 고블린 같은 몬스터를 잡지 못한다면 다들 레벨 올리기가 힘들 정도로 말이다.
‘생각해보니 방어구를 입지 않으면 위험하겠는데.’
조금 전 고블린의 공격은 내 방어로 인해 감소된 데미지였다. 그럼 방어구가 없는 플레이어는 어떨까? 30이 넘는 데미지가 들어간다는 뜻이다. 황혼의 방어 시스템을 몸 전체에 적용이 된다는 내용 또한 얼마 전에 읽었던 기억이 났다.
이 말은 장갑만 끼더라도 몸 전체에 장갑 방어가 적용이 된다는 뜻이었는데, 보통 RPG 게임을 생각하더라도 이게 맞는 듯했다.
뭐, 역시 게임은 게임이랄까? 그리고 내 입장에서도 이게 편했다. 만일 부위별로 적용이 되면 난 조끼로만 막으란 말인가?
누군가 내 팔에 칼침을 놓더라도 '아! 난 상의 방어구의 방어가 더 높으니 배때기에 맞겠다!' 이럴 수도 없잖은가? 그러니 방어구는 몸 전체에 적용되는 편이 좋았다.
“끼에엑!”
“또 나왔나?”
생각이 끝나갈 무렵, 다시 나타난 고블린 정찰병을 보며 전투를 준비했다. 이번에는 먼저 공격을 시도해볼까? 전투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선빵이라고 생각한 나는 그대로 고블린 정찰병에게 달려들었다.
“키익?”
“키익은 무슨!”
서걱!-
[적중 데미지! 23.]
계산해보면 푸딩 때도 적중 데미지가 떴지만 그건 39의 데미지였다. 반대로 이 고블린도 적중 데미지로 떴지만 수치는 23. 이걸 본 나는 고블린 정찰병의 방어가 15 정도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경감 데미지! 13.]
‘아, 조금 얕았다.’
두 번째 공격은 고블린 정찰병이 몸을 비틀어버린 탓에 데미지가 부족하게 들어갔다.
“키에엑!”
퍼억!-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6.]
“칫.”
서걱!-
[적중 데미지! 24.]
[전투 경험치 12 획득!]
[띠링!~ 파티원 루딘 님께서 '고블린 마비침'을 획득하셨습니다.]
[띠링!~ 파티원 유아 님께서 '고블린 몽둥이'를 획득하셨습니다.]
“어? 아이템?”
아무래도 아이템은 자동으로 획득하는 방식인 거 같은데? 나는 일단 고블린 마비침이란 아이템을 확인하기로 했다.
[고블린 마비침] (Normal)
설명:고블린이 비상용으로 가지고 다니는 침이다. 침 끝에는 마비 효과가 있는 약초가 발려져 있다. 찔리면 마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찌르면 50% 확률로 마비.
-1회용 소모품.
‘1회용 소모품이라…… 딱히 좋지는 않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