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혼(黃昏). 직감의 소유자-5화 (5/211)

00005  第 1 話  =========================================================================

第 1 話 “1일째”

“54회? 얼마 안 되네.”

고개를 갸웃거리며 망치를 든다. 이대로 철괴를 두드리면 된다는 말이겠지? 아무것도 모르니 죄다 어설펐지만 그래도 망치질은 시작하기로 했다.

깡, 깡, 깡-

시작한 망치질은 의외로 쉬웠다. 하긴, 뭔가를 제대로 맞추는 것이 아니라 그저 두드리기만 하면 되는데 쉬울 수밖에 없다.

깡-

그리고 정확히 54번의 망치질이 끝나는 순간.

[망치질이 끝났습니다. 완성하시겠습니까?]

“……응? 당연히 해야지. 완성한다.”

파밧!-

내 대답과 함께 모루 위에 있던 모든 철괴가 빛으로 변해, 검의 형태를 취했다. 또 그 빛이 사라지자…….

[장검이 완성되었습니다.]

한 자루의 장검이 모루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거참, 신기하단 말야.

“아무튼 확인.”

[장검] (Normal)

설명:순수한 철로 만들어진 평범한 검. 뛰어난 기술로 만들어진 듯싶지만, 미숙한 대장장이의 실력으로 평범 이하의 무기가 되었다.

<근력(2), 민첩(1)>

공격력:22  마법 공격력:0

내구력:14/14

“으음…….”

이게 좋은 건가? 능력치가 붙었으니 분명 좋은 거 같기도 한데? 뭔가 비교 대상이 없으니 이 검의 가치를 알아낼 방법이 없었다.

‘아니지? 비교 대상이라면 바로 옆에 있잖아?’

문득, 나는 시선을 옮겨, 여전히 무기가 비싸니 어쩌니 하는 플레이어들을 보았다. 아니, 정확하게는 그들이 가진 무기를 보았다. 그러고 보니 여긴 대장간이었지?

새삼스레 이곳이 어디였는지 떠올렸다. 그럼 저 무기만 확인하면 되겠네.

이곳에서 제일 싼 장검이 4실버. 난 그 장검을 확인해보았다.

[장검] (Normal)

설명:순수한 철로 만들어진 평범한 검. 실력이 있는 대장장이가 만들었지만, 최선을 다해 만들진 않았다.

<근력(1)>

공격력:15  마법 공격력:0

내구력:10/10

‘호오? 이거 봐라? 이걸 4실버에 팔고 있단 말이지?’

대장간에서 파는 장검을 확인한 나는 절로 올라가는 입꼬리를 감출 수가 없었다.

‘으하하하핫! 돈 벌기가 엄청 쉽구나!’

내가 하는 일은 간단했다. 일단 처음 만든 무기는 이름도 모르는 플레이어에게 팔았다. 그것도 6실버에 말이다. 그리고 6실버로 철괴를 30개를 구입한 다음, 다시 두 자루의 장검을 만들어 또 팔아버렸다.

그렇게 벌어들인 금액은 12실버. 남은 철괴는 9개.

처음에 노아에게서 받은 자금 10실버와 비교하면 그야말로 순식간에 2실버를 더 벌어들인 것이다.

물론 여기서 만족할 내가 아니다. 난 12실버로 60개의 철괴를 구입한 다음, 이번에는 다섯 자루의 장검을 만들었다.

깡, 깡, 깡-

팟!-

‘응?’

문득 마지막 다섯 번째 장검을 마무리하던 도중, 이상하게도 푸른빛을 비추던 모루가 연한 노란색 빛으로 변하는 것이 보였다. 이게 갑자기 왜 노란색으로 변하는 거지? 의아했지만 일단 망치질도 얼마 남지 않았기에 마저 남은 횟수를 채웠다.

덧붙여 모루는 남은 횟수를 전부 채웠음에도 여전히 노란색을 띄고 있었다.

“완성한다.”

파밧!-

[단련된 장검이 완성되었습니다.]

[띠링!~ C랭크 스킬 '드워프식 무기 제작'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능력치 근력 2, 체력 2, 기술 3 증가합니다.]

“오? 레벨업이다. 그런데…….”

고작 8자루 밖에 만들지 않았는데도 스킬은 2레벨로 상승해버렸다. 그런데 이런 스킬 레벨의 상승보다 더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단련된 장검?’

바로 메시지 창의 내용.

지금까지의 메시지 창에는 단순히 '장검'이라는 단어가 전부였는데, 이번에는 '단련된 장검'이라는 단어가 생겨났다. 또한 그 내용은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일단 확인.”

[단련된 장검] (Normal)

설명:순수한 철로 만들어진 평범한 검. 뛰어난 기술로 완벽하게 만들어진 무기다. 미숙한 대장장이의 실력을 한계까지 이끌어냈다.

<근력(4), 민첩(1)>

공격력:31  마법 공격력:0

내구력:19/19

“아싸! 이건 10실버에도 팔리겠는데?!”

지금까지 만든 장검보다 훨씬 좋은 능력치를 지녔다. 근력만 보더라도 2배나 상승하지 않았는가? 공격력 또한 지금까지 만든 무기보다 높다. 아마 이런 무기라면 10실버에도 충분히 팔리지 않을까?

“그런데 이런 무기가 뜬 조건이 뭐지?”

아까 노란색 빛이 원인이었던 거 같은데…….

잠시 고민한 나는 스킬을 다시 보기로 했다.

“상세 정보. 드워프식 무기 제작.”

[C랭크 드워프식 무기 제작 효과] (LV2)

-제작 시, 기본 품질 20→23 효과.

-제작 시, 기술을 추가 품질로 적용.

-제작 시, 5→5.1% 확률로 완벽한 무구를 제작.

-제작 시, 완벽한 무기에 품질 10→12 추가 효과.

-제작 시, 완벽한 무구의 특수 품질 1→2 추가 효과.

-제작 시, 완벽한 무기에 1→1.1% 확률로 제작 레벨 +3 효과.

*사용 시, 지구력 소모 1%.

“5% 확률로 완벽한 무기를 만든다라…….”

아무래도 노란색 빛은 5% 확률로 생긴 모양이다. 지금은 스킬 레벨이 오른 탓에 5.1% 확률로 만들어진다지만, 역시나 낮은 확률임을 부정할 수 없었다.

그래도 그렇지, 고작 0.1% 올라가다니.

‘이것도 내 직감이 통하면 좋을 텐데.’

한 가지 예상이 가능한 건, 완벽한 무기를 만들면 스킬 경험치가 상당폭 늘어난다는 점이다. 만일 이걸 이용할 수 있다면 그 누구보다 빠르게 스킬을 올리는 게 가능하겠지만…….

“뭐, 그건 나중에 확인하면 되니까.”

어쨌든 지금은 만든 다섯 자루의 장검을 팔아야만 했다. 난 대장간 앞에서 장검을 내려놓고는 장사를 시작했다.

“대장간에서 파는 장검보다 더 좋은 장검을 팝니다! 딱 다섯 자루만 있습니다!”

솔직히 생각하면 그렇다. 현실에서 이렇게 당당히 외칠 수 있을까? 그러나 가상에서의 내 외모는 거짓이다. 어차피 현실에서 마주칠 일도 없을 텐데 지금과 같이 행동한다고 해서 무슨 상관이야 있겠는가?

그때 몇 명의 플레이어가 내게 다가왔다.

“한 번 확인해봐도 될까요?”

“물론이죠. 그렇게 하세요.”

어차피 '거래' 시스템이 아니라면 내 아이템은 가져갈 수 없다. 때문에 나는 흔쾌히 허락했고, 플레이어들은 내가 만든 무기를 하나씩 살펴보는 행동을 취했다.

“오, 꽤 좋네요. 얼마죠?”

“그건 6실버입니다. 옆에 검은 제 역작이죠. 10실버에 팔고 있습니다.”

“10실버라…….”

고민하는 플레이어. 당연했다. 저 플레이어의 입장에서는 가진 모든 재산일 테니까. 그럼에도 난 가격 따위는 깎지 않았다. 팔리지 않는다면 내가 써도 되니 말이다.

“……어차피 랜덤 스킬북으로 검술 스킬을 얻었으니 구입하죠.”

“탁월한 선택입니다.”

“거래 시작.”

“거래 시작.”

팟-

플레이어와 나는 '거래 시작'을 말했고, 각자의 오른손은 노란색으로 은은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여기서 빛나는 오른손으로 악수를 하면 자동으로 거래창이 생겨났는데, 그 거래창에 장검만 집어넣으면 끝이었다.

“거래 완료.”

“거래 완료.”

플레이어가 10실버를 넣은 것을 확인한 나는 그대로 거래 완료라는 말을 했고, 플레이어 역시 거래 완료를 말하여 모든 거래를 마칠 수 있었다.

“그럼 수고하세요.”

“예~ 감사합니다.”

단련된 장검이 정말 10실버에 팔렸다. 이어서 나머지 장검들도 각각 6실버에 팔렸고, 이로써 내 자금은 34실버가 되었다.

‘벌써 34실버라니~ 최고군.’

순식간에 다섯 자루의 장검을 팔아버린 난 다시 제작에 대해 생각했다.

내가 가진 34실버로 철괴를 구입한다면? 170개다. 내게 남은 철괴가 9개 더 있으니 도합 179개. 여기서 또 장검을 만든다면 14자루를 만들 수 있었다.

‘14자루를 6실버에…… 아니지? 스킬 레벨도 올랐으니 7실버로 팔면 돈이 얼마지? 98실버?’

98실버라면 내 장비를 웬만큼 다 맞출 수도 있을 거 같았다. 내가 이 게임을 시작한 계기를 떠올린다면 굳이 장비를 맞출 이유는 없지만, 일이 이렇게까지 잘 풀리니 한번 제대로 플레이를 해보고 싶은 마음도 생겼다.

‘왠지 재미있을 거 같기도 하고.’

혹은 직감을 사용할 수 없을 경우를 대비해야만 했다. 직감을 사용할 수 없다면 캡슐을 판매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직감을 제외하고 다른 방법으로 돈을 벌 수 있다면 그럴 필요가 없을지도 몰랐다.

“뭐, 일단 검이나 만들까.”

어차피 지금 당장은 직감에 대해 뭐라 말할 수 없다. 그러니 시간을 두고 다시 확인해야만 될 듯싶었다. 또 그 생각을 한 나는 너무 조급해하지 않으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기로 했다.

“일단 대장간에서 철괴를 더 구입한 다음에…….”

“미안하지만 남아있는 철괴가 45개 밖에 없군.”

“예?”

이번에도 철괴를 구입하기 위해서 대장간으로 온 나는 황당한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철괴가 45개 밖에 없다니? 내가 지금까지 구입한 철괴가 총 105개였으니, 대장간에서는 150여 개의 철괴만 가지고 있단 소리였다.

“45개 밖에 없다고 말했네. 자네가 전부 구입하는 바람에 말이지.”

“허, 그럴 수가.”

“없는 걸 있다고 말할 수는 없지 않나. 뭐, 굳이 철괴가 필요하다면 자네가 직접 만드는 건 어떤가?”

“제가요?”

“강요하지는 않겠네. 자네 선택이지.”

[NPC 의뢰가 생겨났습니다.]

NPC 의뢰?

“의뢰 정보창.”

대장간 주인에게는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말한 나는 곧 내 앞에 생겨난 의뢰 정보창을 볼 수 있었다.

[철괴를 직접 만들자.]

설명:대장간 주인 데론은 철괴를 필요로 하는 당신에게 작은 도움을 주려고 합니다. 그의 도움을 받고 싶다면 의뢰를 승낙하세요.

<퀘스트 수락:곡괭이. F랭크 스킬 '광석 채광' 습득.>

<퀘스트 거절:없음.>

<퀘스트 완료:경험치 200. F랭크 스킬 '철괴 제련' 습득.>

<퀘스트 실패:데론의 호감도 15 감소.>

‘이런 식으로 스킬을 얻는 건가?’

의뢰 정보창을 본 나는 작게 감탄했다. 이 퀘스트를 수락하는 것으로도 하나의 스킬을 얻을 수 있었고, 완료를 하면 또 하나를 얻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나의 대답도 뻔하다.

“좋습니다! 해보죠.”

[의뢰를 받았습니다. '철괴를 직접 만들자.']

[지도에 특정 위치가 표시됩니다. '지도 확인'이라는 명령어로 그 위치를 파악하실 수 있습니다.]

“시원해서 좋군. 먼저 이 곡괭이를 받게.”

[띠링!~ 곡괭이를 획득하셨습니다.]

데론은 곡괭이를 건네주며 위치와 사용법에 대해 말해줬다.

“이곳 하르페에서 서쪽 성문으로 나가면 작은 산이 하나 있네. 그리고 그곳에는 광산이 있지. 그 광산에서 철광석을 구해오게나. 자네에게 준 곡괭이로 광물을 내리치면 얻을 수 있을 거네.”

[F랭크 스킬. '광석 채광'을 습득하셨습니다.]

[스킬을 습득함에 따라, 능력치가 올라갑니다.]

[근력이 1 상승합니다.]

[체력이 1 상승합니다.]

응? 뭐야? 이걸로 스킬을 배운 거야?

뜬금없이 스킬 습득의 메시지가 올라온 것을 눈치챈 나는 뭔가 황당하다는 눈빛으로 데론을 봤지만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이었다.

“왜 그러는가?”

“아, 아뇨. 그런데 철광석은 몇 개가 필요한데요?”

“보통 제대로 된 철괴를 만들기 위해서는 4~5개의 철광석이 필요하네. 그러니 넉넉하게 구해오는 편이 좋겠지. 아, 참고로 그곳에는 마물도 있으니 어느 정도 준비를 하고 가는 편이 좋을 걸세.”

“…….”

순간, 아… 내가 장검을 잘못 팔았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단련된 장검을 가지고 있었더라면 몬스터와 싸울 때 좋았을 텐데 말이다.

‘그러고 보니 지금 내 능력치가 어떻지?’

생각난 김에 확인해본다.

[이름:루딘]

[칭호:없음]

[레벨:1]

[명성:0]

[생명력:160/160]

[마나력:110/110]

[지구력:32.6%]

[공격력:6] [마법 공격력:1]

[방어력:0] [마법 방어력:0]

[능력치]

근력(6) 지능(1) 민첩(1)

체력(5) 기술(6)

[습득한 스킬:2/30]

‘으음. 확실히 처음보다는 능력치가 상승하긴 했는데…….’

무엇보다 생명력이 160으로 되어 있었다. 어째서 50이나 올라간 걸까? 어렵게 생각할 것도 없이 체력 때문이다. 능력치의 숫자도 맞아 떨어졌고, 체력이 높을수록 생명력 또한 올라간다는 설명이 있었으니 말이다.

‘생명력이 160. 그래도 준비는 제대로 하는 편이 좋겠지?’

생명력이 높아져서 좋긴 하지만 사냥은 또 다른 문제다. 제대로 된 장비를 맞춰야 어떻게든 사냥을 할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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