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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이 능력을 숨김-285화 (285/301)

< 외전27. 마지막 얼굴 >

40분 전.

남 팀장은 속리산을 향해 이동하던 중 전화를 받았다.

“네, 회장님. 전화 받았습니다.”

[어, 남 팀장. 아무래도 상황이 급박해서 나 먼저 들어갈 테니까, 바로 캠핑장으로 와.]

“네? 지금 두 분 아니십니까? 너무 위험하실 것······.”

지혁은 작전 중에 불필요한 말 하는 걸 싫어했다.

그의 말을 끊고 말했다.

[내가 들어가서 적들 한곳에 모을 거야.]

“먼저 가 계신 분들과 합쳐서 4명일 텐데. 어떻게 그게 가능합니까?”

[쓸데없는 질문 하지 말고. 그냥 들어.]

“알겠습니다.”

남 팀장은 입을 다물었다.

[포위망을 넓게 하여 접근해. 내가 신호 주면 일제사격 하는 거야. 한 놈도 빠뜨리면 안 돼.]

“그물망처럼 포위하라는 말씀이십니까.”

[맞아.]

남 팀장은 생각했다.

‘그럼 위치를 잘 잡아야 하니, 도착해서도 시간이 좀 걸릴 텐데.’

[질문 없지?]

남 팀장은 뭔가 물어보려 했으나, 지혁은 시간을 주지 않았다.

[현장 상황 잘 살펴서 지혜롭게 해라. 믿는다.]

뚝.

전화는 끊겼다.

남 팀장은 잠시 생각한 후, 특임대원들에게 지시했다.

“전속력으로 이동!”

“네!”

남 팀장은 오토바이 속도를 올렸다.

설명이 많지 않았지만, 위급한 상황이라는 건 느낄 수 있었다.

40분 뒤, 캠핑장 주변.

- 죽여! 죽여!

- 왜 한 놈을 못 죽이냐!

- 으악!

- 미친놈들! 그만 찔러! 개새끼야!

남 팀장은 캠핑장 상황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회색 군복을 입은 네 사람이 서로 등을 맞대고, 수십 명의 적들을 상대하는데.

처절함. 그 자체였다.

‘아, 일제사격 해서 몰살하라는 게.’

이제야 지혁의 의도를 눈치챘다.

네 사람 주변을 적들이 모두 둘러싸고 있었다.

즉, 한 번에 몰살시키기 위해, 지혁은 스스로 미끼가 된 것이다.

남 팀장은 특임대원들에게 지시했다.

“지금부터 포인트로 이동하여 캠핑장 전체를 포위한다.”

각자의 포인트로 이동하려는데.

“큭!”

회색 군복 4명의 무리 중 한 명이 화살을 맞고 쓰러졌다.

이 모습을 보고, 특임대원들이 소리쳤다.

- 팀장님! 아군 1명이 등에 화살 맞았습니다.

- 빨리 구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 쓰러진 분도 문제지만, 셋이면 못 버팁니다. 순식간에 무너집니다.

팀원들은 곧바로 소총 안전장치를 풀었다.

남 팀장도 나서야 할지 망설이던 순간.

파파박.

회색 군복의 한 남자가, 화살을 쏜 괴한을 향해 달려갔다.

‘회장님?!’

지혁의 얼굴을 모르는 선도그룹 직원은 없다.

남 팀장뿐만이 아니라, 팀원들 모두 놀랐다.

‘저렇게 무모하게?!’

“개새끼야!”

눈이 돌아갈 지혁은 석궁을 쏜 남자의 머리통을 사정없이 내려쳤고.

그와 동시에 상대편 개미 떼 진영이 무너지면서, 공격력도 와해 되었다.

- 팀장님! 지금 어서 투입을!

“기다려!”

남 팀장도 당황했지만, 냉정하게 상황판단을 했다.

‘목표는 몰살이야. 지금 나서면 죽도 밥도 안돼. 기다려야 해.’

쫙!

수박 갈라지는 소리와 함께, 석궁 쏜 남자가 쓰러졌고.

지혁은 곧 다시 진영에 합류했다.

공포에 질려 멈칫했던 괴한 무리는 더 득달같이 달려들었고, 아까보다 더 밀집한 ‘초콜릿에 몰린 개미 떼’ 진영이 되었다.

그 사이 특임대 2팀은 빠르게 위치를 잡았다.

‘우리가 준비됐다는 걸 어떻게 신호보내지. 적들이 도망가지 않게 해야 하는데.’

남 팀장은 궁리하던 중 바위틈이 하나 보였고, 그 안에 총구를 넣고 쏘았다.

텅!

총소리라기보다는 탄약 소리와 비슷하게 산속에 울렸는데.

지혁은 그 소리를 캐치하고 소리쳤다.

“선도그룹! 발사!”

지혁이 큰 소리로 외치며, 몸을 납작 엎드렸고.

번쩍!

남 팀장은 지혁의 신호에 맞춰, 손을 번쩍 들고 소리쳤다.

“공격!”

다! 다! 다! 다!

캠핑장을 둘러싼 특임대원들은 화력을 쏟아부었다.

개미사냥이었다.

***

- 사람 살려!

- 뭐야 갑자기!

- 커헉!

갑작스럽게 일어난 상황에 괴한들은 도망갈 생각도 못 했고.

서 있던 자리에서 대부분 죽었다.

“한 놈도 남기지 마라! 민회색 군복만 조심해!”

다! 다! 다!

서 있는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을 때쯤, 남 팀장은 앞으로 나가며 지시했다.

“모두 앞으로 전진! 확인 사살하라!”

수풀 속에서 사격하던 특임대원들이 일제히 밖으로 나왔고.

그들이 가까워져 오자, 엎드려서 죽은 척하던 적 일부는 일어나 줄행랑을 쳤으나.

탕!

오래 가지 못했다.

- 사, 살려주세요!

개중엔 투항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사격을 멈추지 않았다.

탕!

‘이번 작전은 몰살이다. 더 많은 사람을 살리기 위함이니까, 사정 두지 마라.’

사전에 지혁은 투항도 받지 말라고 지시했었다.

확인 사살까지 끝난 뒤.

비명과 고함이 만연하던 캠핑장에는 고요가 찾아왔다.

“회장님, 안녕하십니까.”

남 팀장은 엎드려 있던 지혁에게 다가갔다.

“다 끝났냐?”

“네, 일어나셔도 됩니다.”

지혁, 심우민, 특임대원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손정진은 일어나지 못했다.

그가 쓰러져 있는 모습을 보니, 지혁은 다시 화가 치밀어 올랐다.

‘어디 더 죽일 새끼 없나.’

부웅-

그때 거친 엔진음 소리가 들렸다.

- 트럭이다!

- 뭐해! 어서 쫓아야지!

지혁은 보나 마나 추 이사일 거로 생각했다.

전투를 벌이는 내내 뒤에서 구경만 하고 있었으니까.

지혁은 곧바로 일어나 따라가려는데.

“회장님.”

심우민이 그를 막았다.

“뭐야, 비켜.”

“제가 잡아 오겠습니다.”

“······.”

“지금 손 팀장님 신경 쓰이시잖아요. 옆에 계셔 주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지혁과 손정진이 각별한 사이라는 건, 선도그룹의 직원들은 다 안다.

“제가 반드시 잡아 오겠습니다.”

지혁은 피가 배어 나오는 화살 꽂힌 손정진의 등을 보았다.

“반드시 생포해 와.”

“숨만 붙여와도 되죠?”

지혁은 천천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 최대한 멀쩡하게.”

심우민은 미간을 찌푸렸다.

‘아······ 그건 어렵겠는데. 일단, 서두르자.’

“알겠습니다.”

심우민은 오토바이를 향해 달려갔다.

***

부아앙-

심우민은 오토바이를 몰고 산속 고갯길을 전속력으로 달렸다.

추 이사 또한 트럭을 거칠게 몰았으나, 오토바이의 속도에는 어쩔 수 없었고 금방 따라잡혔다.

심우민은 오토바이를 운전석 가까이 붙인 뒤 소리쳤다.

“차 멈춰!”

추 이사는 대답 대신, 심우민 쪽으로 핸들을 돌렸고.

끼이익-

심우민은 급하게 브레이크를 잡았다.

타탕-!

트럭은 절벽과 살짝 부딪힌 후 제자리를 찾았다.

“큰일 날 뻔했네.”

조금만 늦었어도 심우민의 오토바이는 절벽과 트럭 사이에 낄 뻔했다.

심우민은 권총을 꺼내었다. 이제는 들킬 염려를 안 해도 되니, 총을 못 쏠 이유는 없었다.

트럭을 따라가다가, 길이 좀 넓어졌을 때.

‘차가 전복되지 않는 한 죽진 않겠지.’

트럭 가까이에서 타이어를 조준했다.

탕! 탕!

피슈욱-

타이어에 펑크가 나면서 절벽에 여러 번 부딪힌 뒤, 트럭은 멈췄다.

심우민은 가까이 다가가서 운전석 문을 열고, 추 이사에게 총구를 겨누었다.

“안 다쳤지? 나와.”

“······.”

추 이사는 피식 웃고는 차 밖으로 나왔다.

두려워하는 기색은 없었으며, 손도 들지 않았다.

“오지혁한테 데려가려고?”

“맞아.”

“그냥 죽여라.”

“못 죽여.”

“······.”

“꼭 살려서 데리고 오라고 하셨어. 하고 싶은 게 많으신가 봐. 기대해도 좋을 것 같아.”

추 이사의 표정이 굳었다.

자신의 미래를 직감한 것이다.

얼마 전 통화에서 지혁에게 끔찍한 얘기를 들었던 게 떠올랐다.

“손 이리 내.”

음흉한 인간이라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 손은 묶어서 가려 했다.

“그 인간의 실체를 아나?”

추 이사는 손을 내미는 대신 이상한 말을 했다.

“뭐?”

“세상의 종말을 가져온 사이코라고. 이게 다 그 인간 때문에 생긴 일이야.”

“무슨 개소리야.”

“저주를 퍼부어도 시원치 않을 놈을 도대체 왜 따르는 건가?”

심우민은 청주 쉘터에서 추 이사가 떠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그때와 비슷하네.’

“혼자만 미래를 준비하여 모든 걸 자기 손맛대로······.”

“뭘 혼자만 준비해. 직원들 다 살렸는데.”

“그게 다 자기 목적을 위한 포석으로······.”

추 이사는 미친놈처럼 중얼거렸고.

심우민은 사이비 종교 같은 이야기를 더 듣고 싶지 않았다.

그는 갑자기 왔던 길을 돌아보며 소리쳤다.

“어? 회장님?”

“뭐?”

추 이사가 같은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빠각!

총으로 대가리를 후려쳤다.

철퍼덕.

추 이사는 그 자리에 쓰러졌고.

심우민은 맥박부터 확인했다.

“너무 세게 때렸나?”

심우민은 추 이사를 들쳐메서, 오토바이에 실었다.

***

지혁은 손정진의 상태를 살폈는데, 맥박이 약했다.

‘생각보다 심각한데.’

남 팀장에게 물었다.

“여기서 구미 쉘터가 가장 가깝지?”

“네, 빨리 가면 1시간이면 도착합니다.”

지혁은 생각했다.

‘지금 과천까지 가기엔 너무 멀어. 3시간은 넘게 걸릴 테니까.’

“남 팀장.”

“네.”

“손 팀장 데리고 구미 쉘터로 가. 지금은 빨리 응급처치하는 게 좋을 것 같아.”

각 쉘터에는 의료시설이 갖춰져 있다.

“자네가 가족 만나고 싶어 하는 거 아는데, 내가 부탁 좀 할게. 손 팀장 살려야 해.”

남 팀장은 고개를 숙이며 대꾸했다.

“그런 말씀 마십시오. 당연히 사람부터 살려야죠.”

지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일단 응급조치만 하고, 몸 좀 추스르면 손 팀장과 함께 과천으로 함께 와”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남 팀장은 팀원들에게 바로 지시했다.

“어서 들것 만들어라.”

-네!

지혁이 말했다.

“들것은 됐고, 이럴 땐 그냥 빨리 가는 거야. 오토바이 뒷자리에 동여매고, 전속력으로 가.”

남 팀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회장님. 지시 따르겠습니다.”

지혁은 오토바이 뒷자리에 걸쳐진 손정진을 보며 마음속으로 빌었다.

‘정진아, 죽지 마라.’

“어서 출발해!”

“네!”

부아앙-!

특임대 2팀은 구미 쉘터를 향해 출발했다.

오토바이가 멀어진 걸 본 뒤.

지혁은 ‘그 세계’ 살던 습관대로, 죽은 자들의 옷가지를 뒤지고 있는데.

부우웅-

점점 오토바이 소리가 가깝게 들렸다.

심우민이었다.

‘못 잡아 왔기만 해봐.’

지혁은 멀리서 심우민의 뒷자리부터 살폈는데, 한 남자가 널브러져 있었다.

끼익-

오토바이가 앞에 멈추자마자, 지혁은 바로 물었다.

“뒤에 뭐야?”

“추 이사입니다.”

“상태 왜 이래? 멀쩡하게 데려오라니까.”

“그게, 시끄럽게 굴어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심우민은 개울가로 가서 쓰고 있던 헬멧에 물을 담아와, 추 이사의 얼굴에 끼얹었다.

쫘악-!

“어푸!”

그는 깜짝 놀라 눈을 뜨며, 몸을 바르르 떨었다.

“보십시오. 멀쩡합니다.”

지혁은 추 이사의 코앞에서 그를 뚫어지게 보았고.

추 이사는 눈을 파르르 떨었다.

“추대웅, 너무 보고 싶었다.”

“······.”

추 이사는 떨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지혁은 칼끝으로 그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나지막이 말했다.

“잘 봐.”

“······.”

“죽기 전에 보는 마지막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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