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사원이 능력을 숨김-185화 (185/301)

185. 비난 (2)

『오 부회장 폭행 사건 1』

『오 부회장 폭행 사건 2』

『돈 먹여서 너튜브 영상 내린 전말 1탄』

『돈 먹여서 너튜브 영상 내린 전말 2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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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팀장은 갤러리에 있는 오 부회장 관련 글을 계속 클릭하여, 빠르게 읽어나갔다.

‘재벌 2세 마이너 갤러리’의 존재 자체도 신기했지만, 그곳에 오 부회장 얘기로 꽉 차 있는 게 더 놀라웠다.

‘이거······ 잘못하면 큰일 나겠는데.’

홍 팀장은 미래기획실의 커뮤니케이션팀. 즉, 그룹 홍보팀의 수장이다.

언론에 관련한 웬만한 플랫폼은 모르는 게 없었고.

‘재벌 2세 마이너 갤러리’는 생소해도, 인사이드 갤러리를 모르지 않았다.

그 커뮤니티의 여파도 말이다.

‘이 정도면 벌써 일이 벌어졌을지도 몰라.’

끝도 없이 이어지는 게시글. 클릭하는 홍 팀장의 손끝이 떨리고 있었다.

‘어쩌지, 어떻게 해야 할까.’

선도그룹 회장의 장남이자, 선도전자 대표이사인 오 부회장에 관한 일.

몰랐다면 모르겠지만.

그룹의 홍보를 담당하는 팀장으로서 무시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기에도······.

“팀장님.”

화들짝!

홍 팀장은 놀라서, 재빨리 노트북을 닫았다.

팀원은 멀뚱히 홍 팀장을 바라보았다.

“뭘 그렇게 놀라세요?”

“······.”

“업무 시간에 노트북을 다 닫으시고.”

팀원은 우연히 홍 팀장의 심각한 표정을 보고, 걱정되어 다가온 거였다.

“무슨 일 있으세요? 안색이 안 좋으신데.”

홍 팀장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서, 이마에 살짝 식은땀도 맺혀 있었다.

“별일 아니야.”

시선을 외면하고 말했지만, 팀원은 아무리 봐도 홍 팀장이 안 좋아 보였다.

“컨디션 안 좋으시면 잠깐 병원에라도 다녀오시는 게······.”

“······.”

“요즘 무리하셨잖아요.”

톰쿡 방문 건 때문에 최근 무리했었다.

하지만, 지금 팀원의 걱정 섞인 말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를 어쩐다.’

섣불리 보고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무시할 수도 없는 일.

“팀장님?”

그때, 홍 팀장 머릿속에 한 남자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래, 그분이라면······.’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 잠깐 나갔다 올게.”

“네? 갑자기요?”

“무슨 일 있으면 알아서 처리하고, 웬만하면 연락하지 마. 오래 안 걸리니까.”

팀원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네, 알겠습니다.”

***

선도본관 1층 현관 앞.

황 차장은 맑은 하늘을 보고 있었다.

“황 차장님~”

정문에서 지혁이 나왔고.

황 차장은 활짝 웃으며 말했다.

“어디 좀 들렀다 내려오신다더니, 진짜 빨리 오셨네요?”

“아, 네. 마우스만 몇 번 클릭하면 되는 일이라.”

“집무실에 갔다 오신 거예요?”

“하하. 뭐 그럴 만한 일이 있습니다.”

지혁은 얘기하지 않으려는 듯 얼버무렸고.

황 차장은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더 궁금한데요?”

“하하. 갑시다. 오랜만에 우리 구역에서 시간 좀 갖죠.”

“네! 저야, 언제든 환영입니다.”

아지트.

지혁이 웬일로 어디 갈 데가 있다며 나가자고 해서,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지금처럼 바빠지기 전, 매주 한 번은 와서 대화를 나누던 아지트였다.

“담배 피셔도 돼요.”

“아, 괜찮겠습니까?”

“물론이죠. 하하.”

흡~ 휴우~

황 차장은 담배 연기를 깊이 들이마셨고.

지혁은 캔 커피를 땄다.

“이 여유 좋네요.”

지혁이 웃으며 말했다.

한창 전투 중에 총탄에서 벗어난 곳에서의 휴식은 꿀맛 같다.

“네, 저도 좋습니다.”

황 차장은 빙그레 웃으며 담배 연기를 연신 내뿜었고, 지혁은 빌딩 숲 사이로 보이는 파란 하늘을 보며 쓸쓸한 미소를 지었다.

“황 차장님.”

“네?”

“혹시, 제가 심하다고 생각하세요?”

“······.”

지혁라인은 지금 지혁이 오 부회장을 상대로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

최 부회장이 이 일을 거론했을 때 날카롭게 대꾸할 정도로 신경 쓰는 일이었지만.

황 차장에게는 먼저 물었다.

“네. 심하다고 생각합니다.”

“······.”

“하지만, 분명 비서실장님께서는 뜻이 있을 거로 생각합니다.”

“뜻이요?”

“네.”

황 차장은 활짝 웃으며 말했다.

“전 지금까지 비서실장님께서 보여준 모습들을 믿거든요.”

“······.”

“때론 거칠고 공격적이시지만.”

“······.”

“그 행동에는 분명한 뜻이 있었고, 좋은 결과를 가져오셨잖아요.”

지혁은 피식 웃었다.

“고단수시네. 하지 말라고 말리는 것보다 더 부담되는데요?”

“하하.”

황 차장은 크게 웃고는 담배 연기를 마셨다.

“그리고 전 비서실장님이 마음이 따뜻한 분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아~ 그건 아닐 텐데.”

지혁이 장난스러운 얼굴로 말하자, 황 차장은 싱긋 웃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몰라도, 전 봤습니다.”

“······.”

“누가 뭐래도 저에게는 따뜻한 분이십니다.”

지혁은 물끄러미 황 차장을 보다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이상하게 황 차장님께는 약해진단 말이야.”

그리고 한숨을 쉬고는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저도 사실 이번 일 쉽지 않아요. 오 부회장님과는 남처럼 살았지만, 어쨌든 남은 아니잖아요.”

“그렇죠. 형제 사이시니까.”

지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가만히 있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런데······.”

그의 눈에 결연한 빛이 돌았다.

“지금의 나로서는 이럴 수밖에 없어요.”

“······.”

“그렇다면, 해야 하는 거예요. 망설이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황 차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비서실장님께서 그렇다면 그런 거죠.”

“······.”

“나아가야 할 때와 멈출 때를 아시는 분이잖아요. 전 잘해나가시리라 믿습니다.”

“고맙습니다. 힘이 되네요.”

황 차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전 무조건 비서실장님 편입니다. 하던 대로 밀고 나가십시오. 화이팅입니다.”

지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그럴게요.”

지혁은 푸근한 황 차장의 얼굴을 보며, 그가 옆에 있어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

늦은 오후.

후유-

홍 팀장은 비서실장실 앞에 서서 크게 숨을 몰아쉬었다.

‘이게 맞는 건지 모르겠네.’

‘재벌 2세 마이너 갤러리’의 오 부회장 이슈를 비서실장과 상의해야겠다는 생각에 사무실을 나섰지만.

막상 비서실장실 앞에 서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다.

미래기획실과 비서실이 있는 선도본관 27층을 몇 바퀴를 돌았는지 모를 정도니까.

‘이게 최선이야. 모른 척할 수는 없는 일이고.’

똑똑.

[네.]

막상 비서실장의 목소리를 들으니 화들짝 놀랐다.

“흠! 비서실장님, 커뮤니케이션팀 홍지원 팀장입니다.”

[들어오세요.]

삐거덕-

홍 팀장은 문을 천천히 열었다.

“안녕하세요?”

비서실장은 웃으며 말했다.

“뭘 그렇게 조심스러우세요? 어서 들어와요.”

“아, 네.”

홍 팀장은 쭈뼛거리며 안으로 들어갔고.

지혁은 소파를 가리키며 말했다.

“앉으세요. 오랜만에 뵙네요.”

“네, 비서실장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지혁은 그녀 앞에 마주 보고 앉았고.

홍 팀장은 그런 지혁을 멍하니 보았다.

“······.”

지혁 또한 그녀의 눈을 가만히 마주치다가, 먼저 물었다.

“뭐, 하실 말씀 있어서 오신 거 아니에요?”

“아······ 네.”

홍 팀장은 우물쭈물하다가.

한숨을 쉬고는 어렵게 입을 열었다.

“오 부회장님 관련 글로 인사이드 갤러리라는 커뮤니티가 불타고 있는데요······.”

오늘 노트북에서 봤던 ‘재벌 2세 마이너 갤러리’에서 봤던 글들을 요약하여 보고했고.

지혁은 모르는 척, 묵묵히 그녀의 말을 들었다.

“재벌 2세에 관한 건은 대중들 관심이 높아요. 이 정도로 말이 나올 정도면 언론에서도 이슈화되는 건 시간문제입니다.”

“아직 해당 건 관련되어 기사화된 건 없고요?”

“네. 좀 전에 확인해 봤을 때는 없었습니다.”

“흠······.”

지혁은 잠시 생각하고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

“그런데요, 홍 팀장님.”

“네, 비서실장님.”

“그 일을 왜 저한테 말씀하시죠?”

“네?!”

“제가 계열사 대표의 윤리경영 문제를 보고 받아야 할 사람인가요?”

홍 팀장은 당황했다.

“통상 이런 경우엔 어떻게 해야 합니까?”

더듬거리는 목소리로 홍 팀장은 답변했다.

“대표이사 등 주요 임원과 관련된 윤리적 문제는 윤리경영위원회 소집하여, 정식으로 회장님께 보고드려야 합니다······.”

“그런데요?”

지혁은 그녀를 빤히 보며 물었다.

“왜 규정대로 안 하세요?”

홍 팀장은 더듬거리며 말했다.

“오, 오 부회장님 건으로 윤리경영위를 소집하라고요?”

“그분은 선도그룹 직원 아닙니까?”

“······.”

“고민하지 말고 규정대로 하세요.”

꿀꺽.

홍 팀장의 목울대가 움직였다.

‘이걸······ 나보고 공론화하라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지혁의 말에 뭐라 대답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서, 더듬거리기만 했다.

“제, 제가 그걸 어떻게······.”

“그럼, 제가 해요?”

비서실장이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하지만, 그건 비서실장이 앞에서 나설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더욱이 지금 지혁은 한창 오 부회장과 날을 세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비서실장이 이 이슈를 제기하는 건 모양새가 좋지 않다.

송골송골.

홍 팀장의 콧잔등에 땀이 뱄다.

지혁은 그녀를 향해 몸을 숙이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좀 전에 말씀드렸잖아요. 하시라고.”

“······.”

“아무 걱정 안 하셔도 돼요.”

“네?”

홍 팀장이 고개를 들어 바라보자.

지혁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뒷배가 되어 주겠다는 뜻이었다.

“저 빈말 안 합니다. 아시죠?”

그제야 홍 눈에 안도하는 기색이 돌았다.

“알겠습니다.”

***

저녁 6시.

퇴근 시간이 막 지났을 무렵.

똑똑.

[회장님, 고 차장입니다.]

오 회장이 말했다.

“들어오게.”

고 차장은 빠른 걸음으로 회장실 안으로 들어왔는데.

그답지 않게, 꽤나 다급한 표정이었다.

“죄송합니다. 늦은 시간에.”

“아닐세. 무슨 일인가?”

고 차장은 대답 대신 보고서를 내밀었다.

“이게 뭔가?”

“그게······ 직접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오 회장은 못마땅한 얼굴로 말했다.

“비서실장은 뭐하고, 왜 자네가 가지고 와?”

“······.”

고 차장은 어떻게 말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솔직하게 말했다.

“비서실장으로부터 대신 보고 해달라고 부탁받았습니다.”

“뭐? 왜?”

“본인도 사람이라면서······.”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오 회장은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신경질적인 얼굴로 보고서를 펼쳤다.

‘윤리경영 위원회. 소집회의. 오전 9시······.’

오 회장은 미간을 찌푸렸다.

“윤리경영위?”

“······.”

“나보고 참석하라는 건가? 누가 사고 쳤어?”

오 회장이 보고서를 넘기고 있었기에, 고 차장은 난감한 얼굴로 지켜보고만 있었다.

‘참석자 : 회장님, 미래기획실장, 미래기획실차장, 비서실장, 선도생명 대표이사, 선도증권 대표이사, 미래기획실 전략팀장······.’

윤리경영위는 그룹의 주요 임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근데······ 왜 진양이 이름은 참석자에서 빠져있지?’

불길한 기분에 오 회장은 빠르게 다음 장으로 넘겼고.

‘오진양 부회장 폭행 건으로 윤리경영위 소집합니다.’

부릅!

오 회장의 크게 떠진 눈두덩이 파르르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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