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1화 렛 고!
언론에선 계속 김필중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최한규 총리의 직무가 정지됨에 따라 대통령 권한 대행은 차기 서열에 따라 외교부 장관인 김필중 총재에 승계됩니다. 김 총재는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며 차관 지원과 관련한 협상을 마무리하는 대로 직을 내려놓을 것임을……
최한규의 실각과 동시에. 국회에서 월성 재단 설립에 법규상의 문제점이 있었음을 이유로 특검법을 발의했다. 이번 새 법안에는 거제 출신의 장성량 의원이 총대를 멨다.
“이제껏 성과가 매우 부진한 만큼 합수본이 수사를 계속하는 것은 몹시도 비효율적입니다. 폭탄 테러와 관련해 제대로 된 원인 규명조차 못 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수사에 문제가 있는 듯합니다. 특검팀을 구성해서, 원점에서부터 수사를 재검토해야 합니다.”
“지극히 공감하는 바입니다. 그럼 수사를 지휘할 사람은 누구를 선임하면 좋을까요?”
“추천을 통해 선정하도록 하지요. 상황이 상황인 만큼 강단 있는 인사가 필요합니다.”
여야가 인원을 추린 결과, 특검을 지휘할 사람으로는 설인모가 유력한 물망에 올랐다. 군 검찰 출신이라는 점, 그간 민간에서 꽤 오랜 경력을 쌓아 온 점을 고려한 것.
국회에서는 서둘러 구성한 특검팀에 당부의 말을 전했다.
“이번 일은 국가의 명운이 걸린 일인 만큼 성역 없는 수사를 부탁드립니다.”
“걱정 마십시오. 공조 수사를 통해 사건의 진상을 신속하게 규명하겠습니다.
특공선 밀수처럼 굵직굵직한 사건을 해결하며 명성을 떨친 신명부도 이번 특검에 참가했다.
합수부를 폐지하고 별도 입법을 통과시키기까지 고작 사흘.
한국 최초의 특검이었지만 입법은 일사천리로 이루어졌다.
그만큼 여야가 계엄사령부를 견제해야 한다는 데 의견의 일치를 보였던 것이다.
-특별검사는 20일 동안의 준비 기간을 거쳐 늦어도 다음 달 중순쯤이면 의혹과 관련된 수사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추가 일정은 여야가 특검법을 수정하지 않는 한 그대로 진행되게 될 것으로……
특검의 수사 대상엔 원전 테러의 배후 조사는 물론 월성재단 설립과 관련한 비리도 포함될 것이라고 했다. 계속되는 공격에 계엄사령부 쪽은 그야말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여수에 침몰한 유조선까지 수사선상에 포함될 것이라고 합니다.”
“설마 그쪽까지 파고들겠다는 건가?”
“아무래도 백경 쪽 입김이 작용한 것 같습니다. 징계 수위에 따라서는 재판에 회부될 가능성이 있다고…….”
강철완은 손을 쓰려고 했지만 이미 늦었다. 청와대와 정부청사, 광화문 일대는 물론, 합참본부 지휘관들까지 죄다 수사 선망에 오르면서 정직 명령을 받았던 것이다.
법규를 이용한 수작에 강철완이 부들거렸다.
“이 비열한 놈들. 이런 식으로 나오다니.”
“이제 어떡합니까?”
“이건 정치 보복이 분명하다. 김필중이 귀국한다면 우리는 완전히 끝장이야.”
국회가 시시각각 목을 조여 오는 상황. 머리를 싸매고 살 길을 고민하던 그때 노우태가 전보를 알렸다.
“강태준이 무슨 카드로 빠져나갔는지 알아냈습니다.”
“뭔가?”
“그게…….”
노우태가 귀엣말을 소곤거리자, 강철완의 표정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
“그게 정말인가? 핵이라고?”
“예. 도청을 통해 확보한 내용입니다. 사흘 후, 묵호항 쪽에 상륙한 후에 23사단 쪽으로 인계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호위 병력은?”
“대략 30명 미만이랍니다. 아무래도 선거 문제로 나라가 혼란한 틈을 타 비밀리에 운반할 생각인가 봅니다.”
보고를 접한 강철완은 잠시 침묵하더니, 미친 듯이 껄껄 웃었다.
“왜 그러십니까?”
“하늘이 우릴 도와주시는군. 당장 핵부터 탈취해야겠어.”
“예? 핵을 말씀입니까?”
“핵을 손에 쥐면 제 놈들도 우릴 어쩌지 못한다. 당장 병력을 모으게.”
“그렇다고 저놈들이 속겠습니까?”
“이유야 어떻든, 어떻게든 틈을 만들어 봐야지.”
비록 손발이 묶여 버린 상황이긴 해도, 명색이 계엄사령관이 아닌가. 여전히 카드는 있다.
강철완은 계엄을 해지하고 군부대를 원대 복귀하겠다는 의사를 타진하자, 소식을 들은 육본에서는 한시름 놓았다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이미 게임은 끝났네요. 평화롭게 이양받는 것도 나쁘지 않지요.”
“그래, 굳이 항복한 사람의 피를 볼 필요는 없지.”
상대가 백기를 들었다고 생각한 육본은 온건한 타협 쪽으로 기울었다. 아무리 미워도 제 식구 아닌가. 불필요한 유혈 사태 없이 끝난다면 다소 양보해도 좋다는 주의.
하지만 강태준의 의견은 달랐다.
“그건 희망 사항이지요. 강철완이 이렇게 나오는 건 시선을 돌리려는 개수작이 분명합니다.”
“그게 무슨 소리인가?”
강태준이 눈짓하자 말없이 춘삼이가 들고 있던 봉투를 뒤집어 쏟아내었다.
내용물을 확인한 장군들의 표정이 굳었다.
“이건…….”
“육본 내부에 설치된 도청장치들입니다. 보시다시피 강철완은 절대로 권력을 포기할 인간이 아닙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
“떡밥을 뿌려 놨으니, 어떻게 나오는지 보면 알겠지요.”
운명의 날, 예정대로 수도방위사령부 병력이 야밤을 틈타 거사에 돌입했다.
강철완이 공수부대를 이끌고 핵 탈취를 위해 묵호항으로 향한 것이다.
두두두두두~!
“저기 보십시오.”
“정말이군.”
땅거미가 진 새벽, 항구에서 배 위에서 무언가 수상한 물건을 하역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한 강철완이 서둘러 명을 내렸다.
“저항하면 무력 진압하라! 무기 사용을 전면 허가한다!”
약 300명에 달하는 공수부대가 순식간에 사방을 포위하자, 하역을 맡은 선원들이 웅성거렸다.
“아니, 이게 무슨 짓입니까?”
철컥철컥!!
“닥쳐, 저항하면 쏜다!!”
“쏘지 마십시오. 쏘지 마세요!”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한 선원들이 손을 들자, 헤드라이트가 켜지더니 사방에서 숨어 있던 병력이 모습을 드러냈다.
강철완이 데려온 병력의 거의 세 배는 될 법한 병력이 등장한 것이다.
“너희들은 포위되었다. 순순히 투항하라!”
“젠장, 함정이다!”
“그냥 쏴!”
강철완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무력 충돌이 벌어지려는 찰나였지만 뒤가 조용했다.
이상함에 돌아보자, 등 뒤의 노우태가 총구를 겨누고 있는 것이 아닌가.
놀란 강철완이 떠듬거렸다.
“어떻게 자네가 날?”
“미안하네. 근데 나도 살아야 하지 않나?”
강철완이 체포된 날, 강철완과 쿠데타를 획책했던 육사 11기들도 대거 체포되었다. 일각에서는 수도경비사령부 병력을 동원, 국회를 장악하고 육군참모총장 공관에 기습적으로 난입할 계획을 짰음이 밝혀졌다.
내부자의 폭로로 인해 육본 장악이 실패로 돌아가자 반란이 허무하게 끝장나버린 것이다.
[쿠테타 모의 폭로, 군 내 정치세력 일소 목표]
[김필중 총재. 부실기업 리스트 발표. 구조조정 절차 서두르기로.]
거칠 것이 없어진 김필중은 귀국 즉시 내부적으로 숙군작업을 서두르는 한편, 산업합리화라는 이름의 경기 부양책을 내놓았다. 특별차관으로 공적자금을 투입해 살 기업은 살리되, 부실업체는 과감히 퇴출시키기로 한 것이다.
강도 높은 개혁 예고에 재계가 들썩이는 가운데, 발해원양 쪽 재무팀은 그야말로 비상이 걸렸다.
“아니, 지금 여신을 조기 회수하겠다니 말이 됩니까?”
“은행장님, 그간 저희가 기여한 게 얼만데 좀 봐주십시오. 수출대금이 들어오면 바로 갚겠습니다. 저 은행장님?”
산업합리화 정책이 발표되기 무섭게 발해그룹에서는 전방위로 자금 압박이 들어왔다. 첫 시련은 금융권에서 300억 원이 넘는 여신을 회수해 가기로 하겠다는 소식이었다. 서둘러 회장실을 찾은 이억기가 호들갑을 떨었다.
“형님, 큰일입니다. 정부에서 발해그룹에 대한 완매채 대환 지원을 철회하겠다고. 아니 형님,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형의 모습에 아연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억수가 짐을 싸고 있었던 것이다.
“이 시국에, 어디 외유라도 가십니까?”
“국내에서 돈 빌리는 게 어려우면 밖에서 꿔 와야지.”
“아니, 그게 가능하겠습니까?”
“배를 담보로 삼으면 되지. 당분간 네가 운영 좀 맡아야겠다.”
이억수는 뜨악했지만 돈 빌리러 간다는 말에 차마 말리지 못했다.
그러나 그건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차량에 탄 순간, 그의 표정은 마치 딴 사람처럼 변했다.
“어디로 모실까요?”
“김포…… 아니다, 인천항으로 가지.”
차량이 움직이는 동안 이억수는 연신 속으로 욕을 쏟아내었다.
‘강철완, 이 멍청한 놈. 역시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닌데 말이야.’
다른 회사에는 긴급 자금을 수혈해 주면서 발해 정도의 대기업을 쏙 빼놓았다는 것은 발해를 살생부에 올렸다는 증거.
줄을 잘못 선 게 후회막심이긴 했지만 이억수는 그래도 믿는 구석이 있었다.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매입해 두었던 것.
거기다 혹시나 이럴 때를 위해서 모처에 은신처도 마련해 두었다.
‘당분간 돈 빌리는 척하다가 슬쩍 잠적해야지.’
그러나 항구에 도착해 막 배를 타려는 순간, 사방에서 형사들이 튀어나오는 것이 아닌가.
이억수를 발견한 신 검사가 투덜거리며 지갑을 꺼냈다.
“아 젠장, 진짜 여기로 왔네?”
“내가 뭐랬습니까? 공항은 안 간다니까요. 출국 금지라도 때릴 줄 알았나 보지.”
뭔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천 원짜리 지폐를 주고받는 일행에, 이억수가 말을 더듬었다.
“다, 당신들 뭐야?”
“하암, 이보슈. 기다리다 목 빠지는 줄 알았어.”
“뭐긴 뭐야. 그쪽 잡으려고 왔지. 자, 영장. 이거 보이지? 이거 빨리 받느라 아주 힘들었지 그래.”
수갑을 채우려는 형사에 다급해진 이억수가 애걸복걸했다.
“제발, 안 돼. 돈을 주겠네, 돈.”
“돈? 허. 얼마?”
“100만 달러. 그래 100만 달러면 되겠나?”
그 말에 신명부가 주위를 슬쩍 돌아보더니 쯧쯧거렸다.
“하, 이런 등신 같은 놈을 봤나. 그런 소리는 단둘이 있을 때 해야지. 그보다 대체 얼마를 꿍쳐 놨기에 그런 소리가 나와?”
“그런 거 알아서 뭐 합니까. 어차피 빵 가면 돈 쓸 일도 없을 텐데.”
강태준의 목소리였다. 오재갑을 비롯한 백경그룹 임원진들이 포진해 있다 흠칫 놀란 목소리가 갈라졌다.
“너! 네놈이 여긴 어떻게?”
“이 회장님 덕분이지. 내가 이번에 무지 고생했거든요. 유조선 사고 낸 범인을 찾느라 전 항구를 뒤졌지 뭡니까?”
“그게 무슨 소린가?”
“아니 또 모른 척하신다. 연기 그만하십쇼. 이미 다 뽀록 났습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고개 숙인 남자가 앞으로 걸어 나왔다. 눈 한쪽에 멍이 들고 이빨이 반쯤 빠져 퉁퉁 부은 상태였지만 대충 인상은 알아볼 수 있었다.
“회, 회장님.”
겁에 질려 더듬거리는 모습을 보니 단단히 혼이 난 모양.
말문이 막힌 이억수가 부들거리는 사이, 형사가 다시 수갑을 채웠다. 그 꼴을 본 광필이가 자화자찬했다.
“제가 숨는 데는 일가견이 있어서. 예전 빡빡이 시절 하도 숨어다니다 보니, 척하면 척 아니겠습니까. 그보다 이 회장님. 왜 이렇게 감당 못 할 일을 벌이고 그러시는지. 목숨이 한 열 개쯤 되시나?”
“그러게요. 살인교사에 재물손괴, 국헌 문란, 뇌물수수, 횡령, 사기…… 범죄 혐의가 몇 개야. 특가법까지 적용하면 이거 형량이 장난 아니겠는데?”
뒤에서 중얼거리는 소리에 강태준이 시니컬하게 대꾸했다.
“뭘 그렇게 세세하게 따지고 그래. 이제부터 죗값 치를 텐데. 뭐. 평생 빵에서 나올 생각은 안 하는 게 좋을 테지만 말이야.”
그 말에 이억수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 * *
치이익…….
-오늘부로 1년간 법정관리에 들어갔던 발해그룹이 전격 해체되었다는 소식입니다. 발해출판을 시작으로 발해원양, 대륭방직, 발해물산, 발해통운 등 계열사 수십 개를 거느렸던 발해그룹은 이제 역사 속으로 완전히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발해그룹의 창업주인 이억수 회장은 저번 유조선 참사의 주범으로 징역 30년 형을……
1년 뒤. 한국에서 1만 2,000km 떨어진 뉴펀들랜드 해역.
“포트 파이브, 포트 텐!”
쉼 없이 움직이는 하얀 물결을 따라 배가 곡선을 그리며 내닫는다. 2,500미터 길이의 초대형 그물이 펼쳐지자 시작한 원위치로 내달리는 선망선.
눈 깜짝할 사이, 모선은 직경 1,000미터가 넘는 포위망 구축을 완료되었다.
한바탕 원을 그린 선망선이 어군을 감싸 안자 그물 하단부의 와이어로프가 조여 들어가며 윈치에서 끼릭거리는 소리를 냈다. 부하에 놀란 선체가 기울어지는 순간, 강태준이 외쳤다.
“윈치맨 전속력으로 감아! 네트, 오른쪽 전속력으로!”
고막을 찢는 듯한 해머 소리에 탈출의 기회를 엿보던 고기떼들은 우왕좌왕했다. 그물이 조여지며, 16톤가량의 와이어 로프에 매달린 참치 그물을 분당 60~70미터의 속도로 감아 들였다.
“센터 피스 업!”
퍼싱을 시작하고 20분째. 사방에서 죄어오는 그물 벽에 터질 듯 딸려온 참치 떼들. 가득 싸인 그물 위에서 걸레를 짜듯 바닷물이 후두둑 떨어졌다.
“오야, 월척이구만!”
“그러게. 요새 조황이 무지 좋구먼.”
이번에 잡아 올린 고기는 약 150톤. 작업을 끝낸 갑판 위에서 그물을 정리하는 동안, 곁에 다가온 김요한이 슬쩍 물었다.
“그보다 형님. 그거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뭐 말이야?”
“그, 핵무기 말씀입니다.”
“미사일 개발한다고 애쓰더라고. 지금 열심히 뺑이치고 있겠지.”
열심히 개발 중이라는 하지만, 아무런 베이스도 없이 맨땅에 헤딩하는 셈인만큼 아마 꽤 시간이 걸릴 듯하다. 졸지에 방산 사업까지 떠맡게 된 강동기는 울상이었지만 어쩌겠는가. 그만큼 능력 있는 사람이 몇 없는데. 그러자 김요한이 쯧쯧거렸다.
“그놈의 무기 개발이 뭐라고. 그렇게 난리들인지. 싸우지 않고 평화롭게 살면 안 됩니까? 전 가늘고 오래 살고 싶습니다요.”
“그럴 것 같으면 산에 들어가서 혼자 살아야지 인마. 원래 평화를 지키려면 힘이 필요한 거야.”
“하긴, 그건 그렇네요.”
강태준이 어깨를 툭 쳤다.
“쓸데없는 생각 말고 이번 항차 끝나면 이 배는 네가 맡아라. 난 본사에 좀 들어가 봐야겠으니.”
“제가요? 진짜입니까?”
무려 8,000톤급 선망선을 맡기겠다는 말에 눈이 휘둥그레진 김요한이었다.
“그래. 배울 건 다 배웠으니 혼자서도 잘할 거다. 딴생각 말고 한 우물만 파. 바나나 같은 데 투자하다가 말아먹지 말고.”
“아니, 그건 다시 안 한다니까요? 왜 아픈 얘기 또 합니까?”
연신 투덜대는 김요한의 투정에 강태준은 피식 웃었다. 이제 발해원양을 인수하려면 대출 원리금 상환부터 조세 문제까지, 처리해야 할 문제가 산더미다.
차라리 이렇게 밖에 나와서 현역으로 뛰는 것이 속 편한 것이다.
‘어쩔 수 없지. 유하가 배 너무 나오기 전에 결혼식도 서둘러야 하니.’
신혼여행지는 괌이 좋을까. 다시 만나러 갈 생각을 하니 가슴이 뛴다.
그때, 조타실에서 연신 소나가 울리기 시작했다.
“백파입니다!”
고공 30미터, 중앙 마스트 위 코파에서 목소리가 울렸다.
코앞에 좌현 500미터 거리로 잔물결이 일며 수면 위에서 거대한 물결이 요동치고 있다.
“스탠바이!”
배는 완만한 항적을 그리며 천천히 전진했다.
백파의 크기를 본 기관장은 눈에 띄게 흥분한 기색이었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선원들도 덩달아 흥분했다. 상황을 지켜보던 강태준이 무전기를 들었다.
“스키드 보트, 렛 고!”
쿵 하고 해머를 내려치는 순간, 보트가 풍덩 소리를 내며 입수했다.
그물 한쪽을 문 스키퍼가 고기떼를 향해 기세 좋게 달려나갔다.
-[해양재벌 강태준] 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