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해양재벌 강태준-340화 (340/361)

340화 사업 연계

남의 위기는 곧 기회. 강태준은 곧장 강산건설 장원영을 찾아가 사안을 논의했다.

“미래건설과 연결해 달라고? 왜?”

“비싼 종로 한복판에 직원 식당을 운영하는 건 아깝지 않겠습니까. 저희 쪽에서 밥차를 보낼 테니, 식당 공간은 임대해서 별도 수익을 얻는 게 어떨까 싶군요.”

“허허, 고작 그거 때문에 그런가. 강 사장은 별 시시콜콜한 것까지 다 신경 쓰는군. 그 밥차라는 게 관리가 그렇게 쉽지는 않을 텐데? 이런 말 하기는 그렇지만 형님은 생각보다 까다로운 분일세. 혹 문제가 생기면 자네도 각오해야 할 거야.”

”하하. 그 점은 걱정 마십시오. 저희도 다 생각이 있습니다.“

강태준도 무지성으로 사업에 뛰어든 것은 아니다. 밥차 배송을 시작한 근본적인 이유 가운데 하나는 식품 사업이 이제 한계에 달했기 때문이다. 분점을 30개까지 늘린 용화루 역시 프랜차이즈가 되느냐 아니면 여기서 성장이 멈추느냐 하는 기로에 서 있었던 것이다.

‘용화루를 이제 와서 일반적인 방법으로 대중화시키기엔 포지션이 많이 애매하다. 고급 음식점을 마구 늘리는 건 브랜드 가치 유지에도 문제가 있으니 다른 부분에서 승부수를 걸어야 돼.’

십수 년이 넘게 운영을 하며 용화루는 특급 호텔의 한식당이나 고급 요정에 준하는 위치까지 올라섰다. 문제는 일반 서민들이 생각하는 용화루의 이미지가 상견례 장소나 아니면 특별한 피로연이 있을 때 가는 곳으로 굳어져 버린 것이다.

‘웃기는 일이지 가격을 낮추면 싸구려라고 안 나가고, 비싸지면 더 잘 팔리니. 사람의 허영심이란 게 참.’

전혀 의도하지 않았지만, 일반인들 사이에서 아무 때나 가는 곳이 아니라는 인식이 강하게 박히다 보니, 실제 매출에도 영향을 주었다. 실제로 용화루 본점에서 최고 수익률을 내는 메뉴는 평범한 기본 요리보다는 한 상에 십만 원이 훌쩍 넘어가는 고급 만찬식이었다.

물론 딱히 이유가 있어서라기보다 그냥 맛있어서 자주 방문한 것이지만 정재계의 거물급들이 자주 오다 보니 뭔가 특별하다는 이미지가 박힌 것이다.

물론 강태준도 굳이 자연스럽게 고급화가 된 것을 나쁘게만 보지는 않았다. 서민적인 이미지로 승부하는 건 쉬워도 고급 브랜드를 키우는 건 쉽지 않다. 애초에 이런 사회적 인식이라는 것이 하루 이틀 만에 형성되지 않는 만큼 이미지를 구축하는 게 얼마나 힘든 건지 알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용화루가 본의 아니게 대중과는 일정 간극을 두게 되면서 확장성 측면에서 고민이 되는 것이 사실이었다. 무엇보다 식품 장사라는 것이 결국 지속성 있는 수요를 얼마만큼 창출하는가에 승부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소수보다 대중을 상대로 한 장사가 더 낫다는 것은 단순 계산만으로도 확실하다. 서울시 인구는 75년도를 기점으로 이미 720만 명이 넘었는데 산술적으로만 봐도 10프로의 직장인들이 점심 한 끼를 시킨다고 해도 72만 개. 대략 1% 정도만 수요를 확보한다고 해도 7만 2천 명.

이런 식으로 전국 시, 도까지 확대하면 30만 명 정도는 충분히 확보 가능한 숫자라는 계산이 나오는 것이다.

한 끼 식대를 500원이라고 쳐도 30만 명이면, 1억 5천만 원이나 된다. 휴일을 제외하고 일 년 동안 창출되는 매출이 300억 이상은 나온다는 뜻. 70년대인 지금 이 정도 액수는 절대 무시할 수 있는 금액이 아니었다.

‘고작 밥장사라고 무시하면 큰코다치지. 캐롯제과가 괜히 껌 팔아서 재벌이 된 게 아니지 그래.’

아무튼 장원영에게 언질을 준 것이 먹혔는지 미래그룹에서도 꽤나 검토해 보겠다는 소리가 나왔다. 강태준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배 실장을 보내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했다.

“밥차 운영이라. 뭐, 우리야 리스크가 줄어서 좋긴 하지만 정말 하루도 펑크 없이 운용이 가능하겠소?”

“물론입니다. 한번 믿어 주시지요. 식중독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겠습니다.”

혹시나 그런 일이 생기면 따로 지불할 위약금까지 마련해 뒀다는 말에 미래그룹도 마음을 움직였다.

“그럼 식대는 어떻게 하겠소?”

“그거야 인원에 따라서 다르겠지요. 500인분이 넘는 경우 저희도 인원수에 따라 기존 가격에서 10%씩 디씨를 해 드리겠습니다.”

“흠. 그러면 그쪽에 별로 남는 게 없을 텐데?”

“네. 대신 디스카운트 비율은 외부에는 대외비로 해 주십시오. 너무 싸게 판다는 게 알려지면 저희도 곤란해지니까요.”

미래그룹으로서는 인건비도 아끼면서 알토란 같은 땅을 활용할 수 있으니 별로 나쁜 제안이 아니다. 사실인즉, 식중독 재방지 대책 차원에서도 좋은 핑계 아닌가.

장고 끝에 미래그룹에서는 종로 본사의 직원식당을 폐쇄하고 외주를 주기로 했다. 대기업 계열사 한 곳의 주문량이 700~800인분을 훌쩍 넘는 큰 규모를 자랑하는 만큼 그 파급력이 상당했다.

“이 정도면 꽤 괜찮은 스타트군. 역시 대기업이 끼니까 이야기가 다르네.”

“그러게요. 생각보다 수요 증가세가 순조롭군요.”

편의를 봐주는 차원에서 마진률을 적게 잡았지만, 미래건설 덕분에 경쟁사와 하청 업체들도 줄지어 고객 리스트에 오르면서 이득을 보았다. 순식간에 한 지역에서 5,000~6,000인분의 주문량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이다.

“초기니까 더 신경을 써야지. 그보다 택시기사들은 수급은 문제없습니까?”

“네. 통운에서 전근 신청자 위주로 선발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택배업보다는 시간 내 배송을 마쳐야 한다는 강박도 적고 상대적으로 널널하다는 인식이 있어서 인기가 있는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비율상으로 보면 경기도나 서울로 배정될 확률이 높으니까요.”

“그거 다행이군. 따로 유인 동기를 제공할 필요가 없으니 말이야. 일단 단신 부임에 전근 기간은 6개월 정도로 정합시다.”

일급식 센터 운영을 시작하면서 강태준은 밥차 전담할 부서를 만들기로 했다. 조리와 반찬을 담당하는 취반과 조리 부서, 주문을 받는 콜센터, 그리고 배송 영업을 담당하는 택배 부서 세 가지로 나누어 센터를 운영하기로 한 것이다.

밥차 배송을 맡은 기사는 배송 경로별로 뽑았다. 고과를 바탕으로 뽑힌 각 팀의 반장들은 미리 강태준에게 언질을 받은 대로 매뉴얼에 따라 각 기사들에게 교육 커리큘럼을 전달했다.

“아니 합숙 훈련을 한다굽쇼? 군대 훈련소도 아니고 이게 말이 되나?”

”아니 배송 하나 하는데 뭔 놈의 요건이 이렇게 빡빡해?”

“영어는 그렇다 쳐도 화술 교육? 이건 또 뭡니까?”

미리 커리큘럼을 확인한 기사들은 의견이 분분했다. 그러자 교육 담당을 맡은 조교가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여러분은 앞으로 담당 지역의 배달을 책임지고 고객들과 만날 것입니다. 앞으로 식사에서 잔반 상태를 확인할 뿐만 아니라 영업일도 분담하게 될 것이니 비즈니스 마인드를 갖고 교육에 임해 주십시오.”

“아니, 그냥 밥만 나르면 되지 굳이 대면 접촉까지 해야 합니까?”

“이번 일은 거래처와 이야기를 나누고 소통하는 것이 핵심이에요. 단순한 수요 예측뿐 아니라 회사 내부의 정보나 돌아가는 흐름에 대해서 빠르게 파악할 수 있어야 하니까요. 구체적인 것은 그때그때 회의를 열어서 취합할 생각입니다.”

그러자 지원자 중 하나가 머뭇거리더니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이건 너무 빡센데요. 매번 구체적인 정보를 가져와야 하는 겁니까?”

“그럴 리가, 강요는 아니니 편하게 생각하십시오. 좋은 정보나 아이디어를 물고 와서 신규 고객을 창출하거나 업무 효율성을 높일 경우에는 건당 보너스는 물론 승진에 인센티브까지 부여할 생각이라고 하니 모두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시기 바랍니다.”

손님들의 진상에 데어 본 경험이 적지 않은 택배 기사들은 처음엔 약간 떨떠름했지만, 보너스를 준다는 말에 눈빛이 변했다.

맨 처음 교육소에서 착수한 일은 취업규칙을 숙지시키는 일이다. 조교들의 훈련법은 단순했다. 조건반사적으로 나올 때까지 취업규칙을 달달 외우게 하는 것이다.

“거기 10번, 취업규칙 1조에서 처벌되는 요건들이 뭡니까?”

“허위 신고나 부정행위로 물품이나 금전을 수령할 경우, 동료에게 업무를 강요할 경우, 폭행, 협박하는 경우, 그리고…… 어어.”

“12번! 요건이 뭡니까? 추가 요건을 말할 수 있겠습니까?”

”고의로 태업을 해서 능률을 저하시키거나 방해한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무단결근하는 경우, 형벌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경우 처벌 조치 합니다.”

“잘했네. 12번. 가점을 드리겠습니다. 10번은 암기방으로 가십시오.”

둘째 주에는 운전 시 에티켓과 매뉴얼에 대해 숙지하는 기간을 가졌다. 실제 운행 연습을 하기에는 차량 운용이나 비용상 문제가 컸기 때문에 상당 부분은 이번에 개발된 차량 시뮬레이션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강태준이 직접 체크했다.

“기사들 훈련 상태는 어떻습니까?”

“대체로 꽤 열심히 따라오고는 있습니다만, 좀 태도가 불량한 사람들이 간혹 있긴 합니다. 머리가 굳어서 버거워하는 사람들도 있고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배울 의지가 있는 사람은 좀 늦더라도 최대한 끌고 가도록 해 보십시오. 하지만 아무리 실적이 좋아도 분위기를 흐리거나 분란을 조장하는 트러블 메이커는 용서할 수 없습니다.”

조교들은 쉴 틈을 전혀 주지 않고 교습소에서 매일 시험을 치렀다. 태도가 불량한 사람들은 바로 퇴소 조치했다. 연차가 높은 기사들이 본보기로 가차 없이 잘려 나가자 남은 사람들도 정신을 바짝 차렸다.

그렇게 스파르타식으로 합동 교육을 마친 배송 기사들은 곧바로 현장에 투입되었다.

배송 기사들은 교육받은 대로 배송을 마친 5시부터 회의실에 일제히 모였다. 고객들을 만나 메모를 적어 온 기사들은 각자 고객에게 받은 정보를 바탕으로 수요 예측을 하고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를 가졌다.

“근래 강북 일대에서 도로 공사가 한창이라 배송 적체가 생길 거라고 합니다. 당분간 우회로를 택하는 것이 더 효율적으로 보입니다.”

“석촌 호수 쪽에 새 공장이 들어선다고 하는데, 미리 수요 조사를 해 보는 건 어떨까 싶습니다. 구내식당이 들어서기 전에 미리 구매 의사를 타진해 보는 것이 어떨까요?”

회의에서 괜찮다고 여겨지는 아이디어는 즉각적으로 반영되었다. 취식반은 물론 다른 팀에도 가타부타 의견의 자유가 주어졌다.

“식감을 보니 튀김옷을 좀 더 얇게 만드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튀김이 얇아야 식감이 좋고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으니까요.”

“전 반대입니다. 내용물의 비중이 50프로가 넘으면 튀길 때 찢어지거나 손상될 확률이 높습니다. 그렇게 되면 재고가 많아질 확률이 높아요.”

“그렇다면 그 부분은 일단 보류하지요. 그렇다면 밥은 반응이 어떻습니까?”

“곤드레가 꽤나 반응이 좋습니다. 다만 들기름을 좀 더 넣고, 간을 세게 해 줬으면 한다네요. 반찬은 불고기에 불맛을 입힌 게 평가가 좋아서 다시 메뉴로 들어갔으면 좋겠답니다.”

강태준은 인식 개선을 위해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행사에도 관심을 아끼지 않았다. 불우이웃 돕기는 물론 공익 행사를 앞둔 기관이나 기업에 이동식 급식 차량을 보내 행사 성격에 따라 맞춤 식사를 제공하기도 한 것이다.

-다음 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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