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해양재벌 강태준-253화 (253/361)

253화 업체 담합

[북미, 루나큐브 돌풍]

[루나큐브 올해의 게임상 수상! 유력!]

“Run!”

“God damn it!”

루나큐브는 출시 직후부터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인기몰이를 했다. 군내에서 처음으로 보급이 이루어진 루나큐브는 출시 즉시부터 완판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증판에 증판을 거듭했던 것이다.

달 모양이 새겨진 받침대 위에 타일들을 세워 놓은 것은 이제 아주 흔한 일상이 되었다.

몇 달새 전 부대에 루나 큐브가 없는 곳을 보지 못할 정도가 되어 버린 것이다. 강태준으로서도 놀랄 노 자였다.

“이야, 코쟁이들이 이딴 게임에 환장할 줄이야.”

“체스 같은 것보다 머리도 덜 아프고 훨씬 쾌적해 보이니까 말이죠.”

“솔직히 좀 웃기긴 하네요. 사실 근본을 놓고 보면 비슷하지 않습니까. 블랙잭이나, 훌라나 비슷한데.”

“무슨 소리를 이렇게 건전한 게임을 가지고 그런 말을 하다니. 뇌에 마구니가 끼었구먼.”

어린 아이들을 전면에 광고모델로 내세워 건전한 이미지로 접근한 것도 게임의 흥행에 한몫했다. 사실 고작해야 카드가 타일로 대체된 것에 불과하지만, 포커 등과 같은 카드 도박의 이미지랑 차별성을 둔 것이 주효했던 것이다.

실적을 확인한 광필이도 혀를 내둘렀다.

“판매량이 거의 미쳤는데요. 고작 3달 만에 무려 40만 장이 나갔습니다.”

“이야, 인기가 좋아서 뿌듯하구먼. 뭐가 잘 팔리나?”

“기본형으로 만든 플라스틱이 제일 무난하지요. 근데 나무 타일이 생각보다 인기가 좋습니다. 용당 쪽에서 나온 목재 큐브가 묵직한 게 손맛이 그만이라더라고요.”

“흠. 그럼 받침대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모델도 만드는 게 좋을 거 같아. 타일을 두껍고 견고하게 만들어 보게. 혹시 잃어버리면 낱개로 구매할 수 있도록 규격을 통일하는 게 좋겠어.”

“알겠습니다. 한국에서 문의가 들어오고 있는데. 언제쯤 국내 시판을 할까요?”

“아무래도 급하게 들어가는 것보다 입소문을 탈 때까지 좀 기다리는게 좋을 거 같아. 일단 게임이라는 인식이 편견이 있지 않나? 재갑이 자네 생각은 어떤가?”

그러자 잠시 고민하던 재갑이가 의견을 올렸다.

“그럼 교육용으로 접근해 보는건 어떻습니까? 한국 아줌마들은 교육용이라면 환장하니까요.”

“학교에서 시범 사업으로 보급해 봐라? 예를 들면?”

“홍보용 만화나 책자도 만들어서 배부해서 지능 개발에 좋다고 홍보하는 거죠. 전문가들 모셔서 대담도 열고. 교육부 공무원들한테 시연도 하고.”

“그거 괜찮은데? 자녀들 두뇌개발에 좋다면 뱀꼬리도 고아서 먹이는 게 한국인이니 말이지.”

사실 루나큐브는 ‘모노폴리(Monopoly)’와 ‘스크래블(Scrabble)’ 뒤를 이어 세계에서 3번째로 많이 팔린 제품 아니던가. 흥행이 담보된 제품인 만큼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다.

“좋아, 그건 그렇게 진행하고. 멀 로빈스는 찾았나?”

“네, 찾았습니다. 오하이오 주에서 미용사로 재직 중이더군요. 말씀하신 대로 원카드랑 비슷한 류의 게임을 거의 만들었는데 아직 완벽하게 상품화는 못 한 거 같습니다”

“그 양반한테 얼마를 줘도 좋으니, 게임이 완성되는 대로 바로 판권 사들여. 저작인접권이나 상표권이나 뭐든지 다 말이야.”

해즈브로에 모노폴리가 있다면 마텔에는 우노가 있다고 할 정도니 선점효과가 중요하지 않은가. 강태준의 구상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번에 국내에서 영화 개봉할 때 이번 게임 CF를 짧게 넣어 주는 것도 방법일 거 같군. 숨은그림 찾기 같은 건 어떤가. 영화표 구입 고객에게 뽑기 형식으로 경품권 주는 것도 고려해 봐. 1등은 선풍기, 2등은 통조림 세트 3등은 MSG, 설탕 세트 4등은 루나 큐브 이런 식으로 말이야.”

“오…… 그거 아이디어가 쌈빡합니다.”

“코리아에서 출시하는 김에 국가별 버전 특별판을 만들어 보게. 아예 앞으로 출시할 때 지역별로 약간씩 특색을 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은데…….”

“한정판을 만들어 수집욕을 자극하자 말씀이시죠?”

“그래, 원래 상품이란 건 사소한 부분에서 차별성이 생기는 법이지. 만년필처럼 색깔놀이도 좋은 거 같아.”

“오, 그거 좋을 거 같습니다.”

“그보다 영화는 아직 촬영이 다 끝났나?”

“짜빈동 같은 경우는 일단 로케 촬영이 남아서 조금 더 걸릴거 같고, 거의 끝났다고 들었습니다. 곧 방영이 얼마 안 남은 영화들은 빠르게 편집 중입니다.”

“아직 끝이 아니면 가능하면 한 커트 더 찍어서 영화에 게임 플레이 장면도 끼워 넣도록 하라고 하게. 바둑만 넣지 말고, 그 장면을 넣는 게 좋을 거 같구먼.

“그래도 되겠습니까? 영화 흐름이랑 어울릴지…….”

“이 감독이 그거 하나 못 녹여내겠나. 한 커트에 10만 원 더 줄 테니 의향이 어떤가 주문해 봐. 딱 잘라 거절하면 어쩔 수 없고.”

“예. 알겠습니다.”

노골적인 PPL이지만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방법인 만큼 분명히 반향이 있을 것이 분명하다.

유부녀와의 불륜과 결혼식 도피라는 희대의 파격적인 스토리로 이미 매출 1억 불을 넘긴 졸업은 그야말로 고공행진 중이었다.

‘더스틴 호프만 그 양반이 광고해 주면 굉장히 잘 어울릴 거 같은데…… 혹시나 싶어서 광고 계약을 체결해 둔 게 다행이군.

법률 자문을 맡으면서 연기력을 확인한 설유하가 영화 계약 전 무려 3건의 광고계약을 이끌어낸 것이다. 영화가 히트하면서 처음에는 캐스팅에 혹평을 아끼지 않았던 언론들도 어리버리한 사회 초년생을 실감나게 표현해 낸 배우의 호연에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덕분에 더스틴의 몸값은 그야말로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었다.

그야말로 신의 한 수.

어디 넣으면 좋을까 행복한 고민을 하던 그때 노기철이 나타났다.

“오 돌아왔구먼. 통조림 군납 건은 어떻게 되었나?”

“그게…… 실패했습니다. 선정에서 탈락했답니다.”

“아니 그게 무슨 소리야. 우리가 대체 왜 심사에 떨어졌다는 건데?”

“그걸 모르겠습니다. 저도 노 이사님이랑 최창렬 부사장님에 어떻게든 해 보시겠다고.”

잠시 당황하긴 했지만 사태 파악이 우선이다.

23개 선정업체들 중에 백경그룹 산하 업체가 배제되었다는 말에 강태준은 비상회의를 열었다.

서둘러 보고서를 접한 광필이가 분통을 터트렸다.

“58개 업체중에 절반이 우리 건데 어떻게 우리만 쏙 빼놓을 수가 있습니까. 이건 명백한 저격입니다.”

“어떻게 된 건가?”

그 말에 서류를 보던 노기철이 핵심을 짚었다

“식품 공사 설립 과정에서 잡음이 있었던 듯합니다. 정부 출자로 만들어진 종합식품 주식회사에서 선정된 이사진들 상당수가 형평성 문제로 반대를 표하는 바람에. 아무래도 업체들 사이에 담합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부분은 천경물산 이원준 대표가 해결한다 하지 않았나?”

“그게 박홍근이랑 허관회 같은 보급장교들이 적극 반대했답니다. 군수품 수송을 전담회사가 보급품까지 전담해 버리면 너무 한쪽에 힘을 실어 주는 것이 아니냐고. 안보적인 차원에서 비합리적이라 강변했다는군요.“

“오성이랑 미래에선? 그냥 침묵했다고?”

“네, 말없이 사태를 관망한 것 같습니다.”

강태준이 불편한 듯 책상을 두드렸다. 설마하니 여기서 일격을 먹을 줄이야.

심지어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까지 동원했다는 말에 광필이가 불만스럽게 중얼거렸다.

“하…… 이놈들 아주 짝짜꿍이 잘 맞았구먼요. 이제 혼자서 안 되니 쪽수로 덤빈다는 건가?”

“허, 오성 놈들도 괘씸하네요. 같이 보조 맞추기로 해 놓고 방치라니. 이건 누가 봐도 그냥 엿먹으란 건 아닙니까?”

“이재무 그 좀생이야 원래 기회주의자니 새삼스러울 거 없어. 군부 쪽은 누가 개입했지?”

“허관회는 그거 강철완계니 아마 강씨도 연루되었을 확률이 높습니다. 옥관열 쪽이랑 이억수가 입김을 불어 넣었을 정황이 높고요.”

“하 이억수, 그 자식 아주 지겹네. 또 그놈인가? 어떻게 하는 것마다 안 끼는 데가 없어요.”

“애초에 국내에서 저희와 대등한 규모로 통조림을 만들 만한 회사가 얼마나 있겠습니까? 군부 쪽이랑 연계할 만한 인간은 그 인간만큼은 없습니다. 강철완 그 인간 동생도 이번에 이사로 선임되었다는군요.”

“강철완이 이 빡빡이 자식이 감히. 지 용돈 뺏겼다고 화풀이라니. 머리 가죽을 확 벗겨 버려야 합니다요.”

분노하는 직원들의 행동에도 강태준의 눈이 깊이 가라앉았다.

“일단은 침착하게 판단하자고. 감정적으로 행동해서 좋을 건 없네. 지금 당장 공장설비를 다시 전용하려면 얼마나 걸리지?”

“최소 6개월입니다. 이미 투입된 공장시설을 다시 개조하려면 해체 후 신규설비 납품일정을 고려하면 개조시간이 더 걸립니다.”

“최악의 사태를 가정할 때 매몰 비용은?”

“재심사가 통과되지 않으면 투자비 포함해서 최소 500만 불 정도라 예상하고 있습니다.“

“500만 불? 너무 큰데, 딴 데 팔 수는 없나? 아니면 음식점 쪽으로 돌리던지.““필레트나 주입액도 그렇고 소모품들이 많아서요. 일단 원재료를 장기 보관할 창고가 없습니다. 원묵공장으로 원재료를 돌려도 소화가 불가능한 물량인데다. 유통기한이 짧아서 시간이 갈수록 어려워질 겁니다.”

“거 돌아가시겠구만. 이제 와서 판을 뒤엎으면 대체 어쩌라고.”

스트레스를 받는지 광필이가 머리를 벅벅 긁었다. 생산일정을 고려해 인력까지 새로 뽑았던 만큼 이대로 시설을 놀려 두었다가는 손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 뻔했다. 고심하던 강태준이었지만 결단은 빨랐다.

“그렇다면 그냥 예정대로 만들도록. 시간 내에 월남 수출허가가 나지 않아도 통조림 생산은 강행한다.”

“예? 그게 무슨 소립니까? 판매처가 없는데 어떻게 합니까?”

“수요야 만들면 되는 거지. 일단 밴 캠프나 다른 업체 통해서 거래처는 알아보도록 하도록. 정 안되면 재외미군에 납품하면 돼.”

“미군에 말입니까?”

“어차피 제조판매자가 모두 동일회사라야 할 필요 없지, 제조원으로 다른 업체에 납품하지 않나. 결국 제도적 허점을 이용하자는 거지.”

강태준의 구상을 들은 직원들의 표정이 떨떠름해졌다.

“아니, 그렇게 되면, 한국 정부 입장이 굉장히 난처해질 텐데, 걸리면 곤란한거 거 아닙니까?”

“상공부가 난처한 게 아니라. 식품수출공사 잡놈들이 난처해지겠지. 애초에 그럴 거 같으면 심사를 잘했어야 하지 않나. 불량식품을 만들어서 장병들한테 배급하는 게 더 나쁘지.”

“그렇긴 합니다만…….”

“통조림이 하루이틀에 졸속으로 될 일인가. 수출 심사한 놈들이 제대로 된 가공품이 만들 리 없어. 녹물로 범벅하지 않으면 다행이지.”

“그렇긴 하지만, 심사관 놈들이 가만있지 않을 텐데요? 식품위생위반이니 하며 싸움을 걸어 올 텐데.”

“그럼 여지를 안 주면 돼. 제조공장 위생관리랑 생산직들 위생상태 철저히 대비하고 공장가동 강행한다. 우순해 박사는 지금 어딨지?”

“강원도에서 배추 연구 중이었지 않습니까? 최근 교잡종 시험에 성공했다고 합니다.”

“잘 되었구먼. 그럼 지금 즉시 이쪽으로 소환하게.”

“아니 왜요?”

“이왕 뒤통수칠 거면 제대로 해야 하지 않나. 되로 받았으니 말로 갚아 줘야지.”

-다음 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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