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해양재벌 강태준-250화 (250/361)

250화 스타 발굴

수소문을 한 결과, 쇼 브라더스 관계자를 통해 한 명을 섭외할 수 있었다.

“그럼 마침 배역 맡을 만한 사람이 하나 있다는군요. 경극 학원 출신이라고. 그쪽에서 꽤나 수련을 오래 쌓았다는데요.”

“오 그게 누굽니까?”

“저도 확인해 봐야 해서 이름은 잘…… 아무튼 이번에 로케 촬영 온 무술팀 소속입니다. 다만 한국어가 서툴러서…….”

“괜찮습니다. 그거야 녹음으로 편집하면 되죠. 그보다 다들 어디 계십니까.”

장소를 확인한 강태준은 곧바로 식사 장소로 찾아갔다. 쇼 브라더스 관계자가 알려 준 집결지는 인천의 선린동 일대 형성된 차이나타운으로 공화춘, 중화루, 동흥루 등 청요리집이 유명세를 띄우던 지역이었다.

강태준이 동흥루에 도착했을 즈음, 고량주를 까고 있는 사람들 사이로 시비가 붙은 모습이 보였다.

‘응?’ 뭔가 되게 익숙한 얼굴인데, 눈을 비빈 강태준이 상대를 확인해 보려는 순간, 고성이 튀어나왔다

“이 짱꼴라가! 지금 말 다 했나?”

“그만들 하시지요. 영업장서 이러시면…….”

“비켜 주인장, 다치기 싫으면…….”

어쩔 줄 모르는 주인장이 울상을 지었다. 이미 장사는 다 텄는지 사람들은 이미 자리를 피해 슬슬 밖으로 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심상찮은 분위기에 곧장 개입하려는 핸더슨이었지만 강태준이 슬쩍 주의를 주었다.

“잠깐만…… 보고 있게.”

“네?”

“괜찮을 거 같아서 그러네. 잠시 조용히 있자고.”

상대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사태가 전혀 위험하다는 판단이 들지 않았던 것.

그러거나 말거나 건달은 자꾸 의자를 툭툭 건들면서 상대에게 시비를 털었다.

“야, 개자식아, 한국 땅에 왔으면 한국어를 해야지. 엉 너 귀먹었어?”

“…….”

“말 깐다고 쫄을 줄 알고. 야 뎀벼봐. 니 무술했다며? 아 가짜 액션이나 하던 자식이라 붙을 자신이 없나?”

“크크…… 그러게. 요 뱃살 좀 보게. 이게 무술한다는 풍채인가.”

주의를 둘러싼 동료들이 클클대는 것이 일부러 도발하는 것이 역력하다.

무술팀 중 하나가 발끈하려는 순간 조롱을 묵묵히 감내하던 남자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육중해 보이는 몸집에 공간 안이 얼어붙었다.

지그시 주시하는 눈빛에 건달이 빽 하고 소리를 질렀다.

“어, 그래 한판 해 볼려고?”

한숨을 쉰 상대가 한심하다는 듯 고개를 흔들더니 말없이 외투를 챙겼다.

“갑시다. 계산은 내가 하지요.”

“뭔 재수가 없으려니…….”

“그냥 넘어가요. 사고 쳐서 좋을 것 없습니다.”

한판 뜰 각오를 했던 동료들도 어슬렁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들 해외까지 와서 역시 쓸데없이 싸우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그런 행동을 명백히 무시로 느꼈는지 건달의 표정은 되려 울그락불그락해졌다.

“야, 이 홍소복이! 어딜 도망가!”

“…….”

“새끼가 날 무시해!!”

계산을 하려던 홍소복이 고개를 돌리는 순간, 술병이 하늘을 날았다.

어어 하는 순간, 번개같이 병을 피한 홍소복이 반사적으로 정권지르기를 했다.

와당탕!!!

가슴팍을 맞고 붕 나가떨어진 건달이 탁자와 함께 바닥을 굴렀다.

가슴을 움켜잡으며 괴로워하는 녀석.

얻어맞은 동료를 본 건달들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 자식들이 감히 사람을 쳐!!”

“저 자식들 다 때려죽이라우!”

그 순간 세 방향에서 세 명의 건달이 동시에 뚱보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 순간 홍소복이 살짝 다리를 걸어 무력화시키더니, 턱주가리를 쳐올렸다.

턱을 맞은 녀석이 비틀대며 신음을 토하자 연이어서 타격음이 들려왔다.

컥!! 끅! 파파팍!!!

육중한 몸집과 달리 놀랍도록 민첩한 몸짓에. 턱주가리를 얻어맞은 녀석이 해롱거리더니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았다.

“야, 쳐!!”

3배 이상 차이가 나는 숫자였지만 상대는 전문 무술팀이었다.

동네에서야 어깨뽕을 넣고 다니는 인간들이었지만 전문적으로 무술을 익힌 프로들에게는 전혀 상대가 되지 않았다. 동료가 일방적으로 얻어터지는 모습을 본 건달들의 눈빛에 당혹감이 어렸다.

“이제 어쩝니까?”

“이런 멍청한 놈들 저런 뚱땡이 하나 상대 못 하나. 스벌!!”

쌍코피가 터진 부하가 허리가 접히고 분리수거를 당하자 슬슬 뒷걸음치는 인원들이 눈에 띄었다.

“어딜 도망가? 이 자식들…….”

그러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었는지 행동대장 격으로 보이는 덩치가 주방에서 시퍼렇게 간 중식도를 들고 나오더니 등짝을 향해 집어 던졌다.

“헛!”

회전하며 나간 중식도가 등에 찍힐 기세로 날아간다.

엇 하는 순간 허리를 접은 홍소복이 아크로바틱한 묘기를 선보였다.

날아오는 식칼의 날을 양손으로 잡아챈 것이다.

사람들이 얼을 타는 사이, 크게 노한 홍소복이 칼날을 쥔 채 성큼 다가오더니 뒷걸음치는 녀석의 싸다구를 양옆으로 갈겼다.

짜악! 짝!

“이 후레잡놈의 자식이 어디서 무기를! 함부로!”

훈계에 가까운 싸대기에 쌍코피가 터진 남자는 얼이 탄 채로 그대로 얻어맞았다.

코앞에서 칼날을 잡는 묘기를 관전한 깡패들 역시 전의를 상실했다.

“아니, 저런 괴물을 어떻게 이기라는 거야.”

“이런 젠장할!”

체면이고 뭐고 할 거 없다. 삐뽀삐뽀 소리와 함께, 경찰차가 도착했다는 소리가 들렸다.

“왔다!!”

안색이 밝아진 건 오히려 깡패들이었다.

* * *

경찰서 취조실.

좌우로 팬더가 된 채 시립한 건달들이 계란을 하나씩 든 채 눈밑을 굴리는 사이. 무술팀은 곧바로 취조를 받고 있었다.

“아니, 이 구역이 대체 어디라고 패싸움질이야. 여기가 홍콩인 줄 알아? 당신들 깡패야.”

“깡패 아닙니다. 시비는 저쪽이 먼저 걸었습니다.”

“사람이 이 꼬라지가 되었는데,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기물 파손에, 특수폭행에, 당신들 지금 걸린 사안이 한둘이 아니요.”

“아니 선빵은 저쪽에서 먼저 쳤습니다. 게다가 칼까지 썼어요.”

“그래서, 증거 있나?”

“아니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그래서 니들은 어디 출신인데? 삼합회, 흑사회?”

“지금 저희를 범죄자 취급하시는 겁니까?”

눈썹을 꿈틀이는 홍소복에 형사가 버럭 윽박질렀다.

“이 자식들아, 여기가 니들 본진이야? 여기 대한민국이야. 대한민국.”

“그러게요. 외국인 노동자 주제에…… 아아!! 아야…… 이빨 다 나갔네. 이 자식 콩밥 먹어야 합니다요!”

“저 자식들은 본때를 보여 줘야 합니다. 선량한 시민을 이렇게 패다니 세상 말세지 뭡니까?”

계속되는 도발에 참다못한 무술팀 중 하나가 살벌한 눈빛으로 상대를 노려보았다.

“허, 어쭈 날 죽인다고? 개눈깔 봐라. 사람 담글 거 같이 생겨서는. 아 앞으로 무서워서 살겠나.”

“그러게 어디 남의 나라에 와서 행패질이야. 이런 개아들놈들은 추방해 버려야 합니다.”

오리발을 내미는 건달들에 무술팀이 하소연했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눈물이 날 만큼 억울한 무술팀이었지만 사태는 일방적으로 흘러갔다.

무엇보다 군사정부로서는 설립 당시부터 화교에 호의적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게 사태가 불리하게 진행되는 와중 구원자가 하나 나타났다.

“어이구야, 그렇게 일방적으로 한쪽 말만 듣고 판단하면 안 되지 않겠습니까? 뒷돈 처먹은 게 아니라면.”

“누구십니까?”

양복을 쏵 빼입은 남자들의 등장에 형사들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남자가 명함을 주었다.

“백경그룹 법무실장 설인욱, 우병철 변호사입니다. 여기는 저희 법무팀이 맡겠습니다.”

“백경그룹이요? 아니 갑자기 백경이 왜?”

전혀 관련성이 없어 보이는 등장에 형사들의 표정이 움찔했다.

아니 여기서 백경그룹 법무팀이 왜 튀어나온다는 말인가.

그 말에 설인욱이 당연하다는 듯 대꾸했다.

“아 그게 우리 백경그룹이 쇼 브라더스와 협력사 관계거든요. 그래서 해외 로케 촬영과 관련한 법률 문제는 우리 백경 쪽에서 처리하기로 되어 있어서 말입니다.”

“네? 설마 그럴 수가?”

“예. 사고가 터졌다고 해서 왔습니다만 무술팀 배우들이 부당한 차별을 받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주변 상인들과 목격자들의 진술과 들어보시고 가해자가 누군지 확인할 필요할 거 같습니다만?”

낭패감에 표정이 변한 건달들의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그러자 뒤따라온 형사반장이 누군가를 알아본 듯 거하게 건달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야 용식이 이 짜식, 여기서 또 보네. 이거 이거 상습범 아녀?”

“아니 갑자기 왜 때립니까? 아! 아, 귀 뜯어져!”

“쓸데없이 입 털지 말고 당장 따라와 임마!”

귀가 잡힌 채 끌려가는 건달을 본 형사들이 서로 시선을 교환했다.

변호사가 개입했다면 이야기가 다르지 않나.

태도가 돌변한 형사들은 우악스럽게 변했다. 몇 시간에 걸친 취조 끝에 사건은 전원 구속으로 결론지어졌다.

“전부 구속조치하고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습니다. 보아하니 전과가 있는 놈들이더군요. 무전취식에 협박에 보통 양아치들이 아니더이다.”

“이거 무술팀 분들께 실수했네요. 오히려 표창을 받아야 할 분들인데, 죄송합니다.”

“아니, 뭐 그 정도는 아니고.”

90도로 고개를 숙인 형사들이 정중하게 사과하자 무술팀 인원들은 몹시도 고마워했다.

“감사합니다. 도와주셔서. 두 분 변호사께서 나서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끔찍합니다.”

“감사는 무슨 저 말고 제 의뢰인한테 해야지요.”

강태준이 밖에서 기다리는 모습을 확인한 무술팀들은 황망함을 감추지 못했다.

“사장님이 직접 오시다니. 이런 일에.”

“사소한 일이 아니지요. 캐스팅 때문에 문의드린 게 있어서. 저야말로 사실 액션배우를 찾아다니고 있었습니다. 거기 무술로 유명하신 분이라면서요. 홍소복 씨?”

“저를 말입니까?”

강태준이 꼭 집어 말하자 퉁퉁하게 생긴 남자가 얼떨떨했다.

“아니 절 어떻게 알고?”

“쇼 브라더스 쪽에서 소개해 주더군요. 우연찮은 기회에 찾아갔다가 직접 관전 기회까지 얻었네요.”

“아 그런. 볼썽사나운 꼴을 보였군요.”

몹시도 민망해하는 홍소복에 강태준이 빙그레 웃었다.

“아닙니다. 정당방위 아니겠습니까? 그보다 이제 어쩌실 겁니까?”

“물의를 빚었으니 일단은 자숙해야죠. 원래 이쪽 바닥이란 게 소문이 빨리 퍼져서.”

“그렇다면 저희 영화에 출연 제의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네? 저를 말입니까?”

“아까 그 무술 실력에 반해서요. 마스크도 꽤 화면발이 잘 받으실 거 같은데, 어때요 마침 저희가 액션 영화를 찍는데 한 자리가 비어서요. 이참에 주연 한번 맡아 보는 건?”

깜짝 놀란 홍소복은 부담감에 몇 번을 고사했지만, 강태준의 거듭된 설득에 결국 넘어갔다.

홍소복의 영입과 더불어 액션을 도울 스턴트 맨들도 모두 잔류하기로 했다.

처음엔 육중한 몸매에 과연 액션 소화가 가능할지 의구심을 가졌던 감독이었지만 무술을 시연하는 모습을 보고 그 우려는 순식간에 불식되었다.

되려 액션을 주문할 때마다 궤가 다른 액션을 선보이는 모습에 신이 난 정 감독이었다.

“좀 더 고난도 액션은 가능합니까?”

아크로바틱한 묘기를 보여 주는 모습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육중한 체격 때문에 멋진 동작을 선보이기가 쉽지 않은 다른 근육돼지들과 다른 몸놀림이 날쌔기 그지없었다.

-다음 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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