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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재벌 강태준-155화 (155/361)

155화 해상 전투

“여길 내주면 끝장이다. 절대로 타지 못하게 해!”

총탄이 난무하는 와중에도 선원들의 저항은 극심했다. 칼이 달린 학깃대로 계속 밀어내기를 하니, 도저히 위험해서 탈 수가 없었던 것. 그렇게 시간이 계속 흐르자, 이제 다급해진 것은 강태준 쪽이었다.

“형님! 이러다가 점마들 일본 해역까지 넘어가겠습니다!”

“알고 있어! 생각 중이니 정신 사납게 떠들지 마.”

놈들 목표대로 대마도 해역까지 들어가면 그때부터는 놈들 세상이나 다름없다.

일본에서 단속선이 출동하는 순간, 그대로 놈들 호위선이 되어 버릴 테니.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껌뻑이는 붉은 빛에 강태준이 결심을 굳혔다.

“아무래도 안 되겠어. 내가 위로 올라탈 테니, 키는 맡긴다.”

“예? 뭘 어쩌라고요?”

“예전에 가끔 하던 거 있잖아. 파도타기. 그걸로 미군들 관광지서 상대로 쏠쏠히 돈 벌어먹었지 않았나?”

강태준의 말이 무슨 뜻인지 짐작한 광필이가 기겁하며 소리 질렀다.

“아니, 형님. 보트를 날려서 저기로 올라가자고요? 그러려면 밴드웨건 비스무리한 거라도 있어야지 여기 뒤에 달린 건 군용 보트입니다. 레저용도 아니고 그게 말 같은 소립니까?”

“어차피 바람 받으면 양력으로 뜨는 건 똑같아. 이 배는 모터 힘이 남다르니. 타이밍만 잘만 보자고. 일단 파도에 올라타서 위로 띄우기만 하면 돼.”

“아니, 시펄. 그 짓 하다 만약 충돌하면요?”

“떨어져 봐야 타박상이나 골절상 정도겠지. 겨우 그 정도론 사람 안 죽는다.”

“허이구야. 겁을 완전 상실하셨구만.”

“그럼 다른 방법이 있나? 더 좋은 방법 있으면 말해 보든지.”

할 말을 잃은 광필이가 침묵하자 강태준이 눈을 지그시 마주 보았다.

흔들림 없는 눈동자에는 일말의 두려움도 보이지 않는다. 망설이는 광필이에 함께 탑승한 최 중사가 부추기듯 언성을 높였다.

“성님, 이왕 이렇게 된 거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해 보자고요.”

“그러게, 이렇게 엿 먹어 놓고 저걸 놓치면 분해서 잠이나 잘 수 있겠습니까?”

부하들의 성화에 결국 백기를 든 광필이가 욕설을 뱉었다.

“에라이. 형님이 시키니까 하는 거지. 죽든 다리 하나가 말썽이 되든, 내 책임 아니요. 나중에 욕하기 없깁니다.”

“오키, 내 너만 믿는다.”

“거, 잔말 말고 손잡이나 꽉 잡으쇼! 볼썽사납게 튕겨 나가지 말고.”

강태준과 위치를 바꾼 김광필이 키를 잡았다. 속도를 높인 강철선이 부아앙 소리와 함께 특공선을 앞질러 가더니 크게 우회했다.

어느새 보트 뒤편으로 넘어간 강태준이 방첩대원들을 보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앞에서 오간 대화를 듣고 대충 무슨 짓을 하려는 건지 눈치를 챈 것. 입술을 깨문 광필이가 다시 속도를 올렸다.

흰 물살을 가르며 선회한 무안호가 특공선을 향해 똑바로 직진해 들어왔다.

아까까지는 추격을 포기하는 줄 알고 안도했던 밀수꾼들의 표정이 눈에 띄게 굳어진 것도 그쯤이었다.

“아니 지금 저, 저거 뭐 하는겨?”

“이쪽으로 달려오는데요. 냅다 박아서 세우려는 거 같은데.”

“설마. 미치지 않고서야 아니고, 아니겠…… 지?”

선장의 말투가 불안하게 떨리는 것이 영 자신이 없어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상대는 크기는 작아도 강철을 덮어씌운 철갑선인 반면, 밀수선은 덩치는 커도 헛바람만 든 목선에 불과했던 것이다. 요란한 굉음과 함께 추진력을 얻은 모터보트가 물살을 가르며 달려들자 선원들이 허둥지둥 고함을 질렀다.

정면으로 돌진하는 보트에 선장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이런 미친 자식! 항해사 뭐 하나? 당장 변침, 변침해!”

“지금은 불가능합니다. 전진 속도가 너무 빨라요!”

키를 돌려 방향을 전환하는 것은 경로를 보아 변침을 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이렇게 덩치 큰 배는 쉽게 방향 전환이 힘든 데다 선박에는 애초에 브레이크가 달려 있지 않기 때문. 달리는 열차가 갑자기 뒤로 후진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랄까.

“이런 시부럴! 비켜!”

다급히 항해사를 밀친 선장이 있는 힘껏 키를 돌리자, 마치 약속이나 했던 것처럼 배가 양옆으로 엇갈렸다.

“지금!!”

흘러오는 파도에 광필이가 키를 급선회하는 순간, 무안호의 선수가 배의 측면을 아슬아슬하게 스치며. 양력에 의해 바람을 받은 고무보트가 허공 위로 불쑥 떠올랐다.

슈웅!

바람의 저항을 받아 일어선 배가 마치 고래가 튀어 오르듯 공중으로 솟구쳤다. 넓적한 고무보트가 하늘을 바라보고 눕자, 검은 그림자가 하늘을 가렸다.

공중에 뜬 고무보트의 모습에 밀수꾼의 입이 서서히 벌어지는 순간, 타이밍을 보던 강태준이 서둘러 명을 내렸다.

“뛰어내려!!”

신호가 떨어지기 무섭게 손잡이를 놓은 방첩대원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몸을 던졌다. 자리를 박찬 강태준이 마지막으로 갑판 위에 착지하자, 놀란 밀수꾼들은 뒤로 물러서며 주춤했다. 그 모양을 확인한 밀수선 갑판장이 발작적으로 고함을 질렀다.

“뭐 해 새끼들아, 구경만 하다 잡혀갈 거야? 쳐!!”

그제야 정신을 차린 밀수 선원들이 사태를 파악하곤 안색을 굳혔다.

연장을 집어 든 선원들이 와아아 소리를 내며 달려들자 이윽고 육탄전이 벌어졌다. 방첩대원들은 다들 특전사에 무술 유단자 출신이었지만 험지를 헤쳐나온 밀수꾼들 역시 깡이나 기백은 만만찮았다.

“새끼야, 여기가 어디라고!”

“어디긴, 도둑놈 주제에 왜케 당당하냐. 쫄려서 도망 다닌 주제에.”

“그래. 그 입을 찢어서 포를 떠 주마!”

눈에 뵈는 것이 없어진 밀수선 선원들은 연장을 든 채 흉험하게 달려들고 있다.

마침 긴 회칼을 든 녀석 하나가 강태준의 앞을 막았다.

현란하게 움직이는 칼 놀림이 시선을 교란했지만, 강태준은 동요하지 않고 침착하게 약점을 살폈다.

‘정면! 상단이 목적이군.’

실전에 투입되기 전에 부대원들로부터 강습을 받은 것이 다행이다. 칼날이 코앞을 스치고 지나갔지만, 강태준은 능숙하게 피했다.

기세에 비해 실전경험이 없는 녀석은 지나치게 정면 일변도. 직선으로 날아오는 공격은 측면 방어에 약한 만큼 강태준은 슬쩍 피하며 침착하게 기회를 노렸다.

우악스럽게 휘둘러 대는 칼질에도 강태준이 피하기만 반복하자 완전히 약이 오른 상대가 빠득 이를 갈았다.

“썅, 미꾸라지 같긴. 뒈져!!”

목을 향해 찔러 오는 녀석의 동작이 커지자, 틈이 생긴다. 상대의 손목을 왼손으로 붙잡은 강태준이 서둘러 녀석의 멱살을 당겼다.

정면에 끌려온 녀석이 어어 하는 사이 강태준이 녀석의 팔을 붙잡은 채 반시계 방향으로 몸을 비틀었고 손목을 꺾었다. 이어 아래쪽에서 물을 퍼 올리듯 상대를 업어 올린 강태준이 갑판 위로 녀석을 메다꽂았다.

“끄윽!”

패대기쳐진 상대가 괴로운 듯 가슴을 부여잡고 신음을 흘렸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단숨에 녀석을 제압한 강태준이 팔을 우악스럽게 비틀어 꺾은 것이다. 어깨가 뽑히며 팔이 탈구되자 녀석이 자지러지게 비명을 질렀다.

“끄아아아아아!!!”

“동식아, 이 빌어먹을 개자식이!”

거품을 문 녀석이 발광하자 동료의 비명을 들은 선원 하나가 와락 강태준을 향해 달려들었다.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녀석, 내리찍는 공격을 서둘러 피했지만 그 순간 쇠파이프가 방향을 바꾸었다.

허리가 나갈 법한 타격에 불이 번쩍였지만, 고통을 되새길 여유는 없었다.

녀석이 다시 급소를 향해 풀 스윙으로 파이프를 휘두른 것이다.

충격에 움찔한 강태준이 몸을 새우처럼 구부리며 충격을 완화했다.

다행히 맞은 자리는 방호용 철판을 겹으로 싸맨 부위라서인지 뼈가 부러지지 않았다. 고통을 참으며 타격 효과를 최소화한 강태준이 단숨에 팔 간격 안으로 파고들며 왼 주먹을 뻗었다.

“컥!”

스트레이트로 뻗은 주먹에 정통으로 코를 맞은 녀석이 끄윽 소리를 내며 안면을 감싸 쥐었다.

코가 부러진 듯 코피를 줄줄 흘리는 녀석. 강태준이 하체를 왼손으로 붙잡고 마우트 자세를 취했다.

쓰러진 밀수꾼을 올라타고 인정사정없이 후려갈기는 강태준. 위를 점거당한 녀석이 사정없이 두들겨 맞았다. 떡이 되도록 처맞던 녀석이 그로기 상태가 되기 직전 강태준이 균형을 잃었다.

엎치락뒤치락하는 사이, 용수철처럼 튀어 오른 녀석이 이마를 쿵 하고 박는 순간 동시에 신음이 터져 나왔다.

“끄억!”

“제길, 이런 돌머리가!”

의도치 않은 헤딩을 당하자 빠개질 듯 골이 울린다. 상대의 머리뼈가 어찌나 단단한지 머리가 찡 울리며 정신이 어질했다.

충격에 멈칫한 강태준이 주춤하며 손을 놓자, 얼굴에 피범벅이 된 상대가 갑판을 박차고 몸통 박치기를 가했다.

팔꿈치 공격으로 명치를 찍힌 강태준이 충격으로 난간까지 쭈욱 밀려났다.

미처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양손으로 목을 움켜쥔 녀석이 숨통을 조였다.

“새끼야 뒤져!!!!”

“놔!!”

코피를 흘리는 녀석의 눈은 살기로 번들거렸다. 강태준은 필사적으로 발버둥 쳤지만, 육체노동으로 단련된 선원들답게 약력이 굉장한 수준이었다. 숨이 막힌 강태준의 얼굴이 시퍼렇게 변했는데도 녀석은 멈추지 않았다.

마치 죽일 듯 힘을 다해 손아귀를 조이는 것이 아주 끝장을 볼 기세였다.

“태준 형!”

숨이 넘어갈 듯 말 듯 한 위태로운 순간, 겨우 모터를 몰던 광필이가 발작적으로 소리 질렀다. 난간 위에 대롱대롱 매달린 모습에 도와주고 싶지만 본인 역시 손이 바빠 도저히 그럴 상황이 아니지 않은가. 다시 날아오는 실탄에 회피기동을 하는 광필이. 세 배가 넘는 적과 육탄전을 벌이는 대원들도 쉬이 손을 빌려줄 수 없었다.

숨이 막히자 머리가 띵하고 눈가가 흐릿해졌다. 절체절명의 순간, 배는 벌써 대마도 근해까지 이르고 있다. 전낙근의 얼굴에 생기가 돌아올 즈음, 지축이 흔들리듯 엄청난 어마어마한 충격파가 전해졌다.

쿵~~!!

충격에 균형을 잃은 사람들이 와르르 쓰러졌다. 어느새 뒤따라온 서남현이 있는 힘껏 선측을 들이박은 것. 달려온 모터보트가 왼쪽 뱃전 측면 중앙부를 들이받는 순간 목을 조르던 녀석이 선체 밖으로 튕겨 나가 버린 것이다.

반쯤 못 쓰게 된 모터보트는 충격에 반쯤 쪼개진 채 꼬륵 소리를 내며 가라앉고 있었지만 목표를 달성했다. 본선에 올라탄 서남현 일행이 난간 위에 매달린 강태준을 부축하며 끌어 올리자 숨통이 트인 강태준이 거친 숨을 토했다.

“커헉!!”

“괜찮으십니까?”

“괜찮습니다. 일단 특공선부터 세워야 합니다!”

여기저기 안 아픈 곳이 없었지만 일단 배부터 세우는 게 급선무. 뒤따라온 특전사 대원들이 저항하는 선원들을 때려눕히는 동안 강태준은 조타실로 향했다.

“당장 배 세워!!”

문을 두드려 봤지만 조타실은 단단히 잠긴 채였다. 강태준이 소리를 질렀다.

“새끼야, 문 열어!! 안 열면 곱게 못 죽는다.”

“못 열어 시발!”

“빠루, 빠루 가져와!”

충격에 속도가 느려지긴 했지만, 이 시간에도 배는 대마도로 가까워지고 있다.

더 이상 지체할 틈이 없어지자 총을 뺏어 든 강태준이 단숨에 개머리판으로, 손잡이를 때려 부쉈다. 발로 문을 차며 안으로 짓쳐 들어가자 운전 중인 선장은 움찔했다.

번개같이 총을 겨누는 순간, 전의를 잃은 선장이 손을 들며 항복 의사를 표했다.

“쏘, 쏘지 마시오!!”

“빨리 배 멈춰! 새꺄!”

선장의 행동에 강태준이 자리에 앉으려는 순간. 숨어 있던 인영 하나가 달려들었다.

날이 시퍼렇게 갈린 손칼을 쥔 녀석이 옆구리를 향해 찔러 왔다.

곧바로 반격하려 했지만 격렬한 다툼으로 몸이 둔해진 관계로 제때 대응하지 못했다.

첫 공격은 겨우 피했지만 총을 쏘기 위해 물러서는 순간, 곧바로 역수로 쥔 칼날을 휘두르는 녀석. 찢어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안면에 실선이 그어지며 피가 튀긴다.

잠시 후, 목을 향해 찔러 오는 칼날에 강태준의 눈동자가 찢어질 듯 커졌다.

-다음 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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