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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재벌 강태준-70화 (70/361)

70화 독도 해전

옆으로 거리를 좁혀서 승선하려는 순시정에 갑판장이 소리를 질렀다.

“좌측에 배 온다! 타륜 돌려!”

“적함 발포합니다!”

슈웅~!

그 순간 큰 소음과 함께 다시 물보라가 일었다. 한참을 뒤쫓던 일본 순시선이 어선을 멈춰 세우기 위해 탄두를 쏜 것이다.

순간적으로 방향을 조절한 강태준의 센스에 전속력으로 달아나던 지평호가 방향을 지그재그로 틀었다. 그 순간 쿵 소리가 나더니 사달이 일었다. 근접 접근한 순시정이 그만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부딪힌 것이다.

쿵!

배가 충돌하기 무섭게 큰 소음과 함께 잔물결이 일었다. 충돌한 소형 순시정이 뒤집히며 일본 요원 중 1명이 실수로 바다에 빠졌다.

순시선 요원들이 때에 맞추어 지평호에 뛰어들었지만, 2명만 승선에 성공했다.

승선 후, 총구를 겨누는 모습에 학갓대를 든 선원들이 마주 위협을 가했다. 해경으로 보이는 녀석들이 선장에게 총구를 겨누며 소리를 지르자 선원들도 움찔했다.

"止マレ! (멈춰라)!”

“선장님!!”

“명령이다. 무시하고, 그냥 계속 달려!”

당황한 경관이 총구를 다시 갖다 대며 서투른 한국어로 중얼거렸다.

“경고한다 멈춰!! 멈추지 않으면 쏘겠다!”

“말 듣지 마라. 무조건 전진한다!!

배에 탑승한 해경들이 위협했지만, 양재문은 끝까지 말을 듣지 않았다.

총구를 겨눈 녀석이 선장을 조준하는 순간 강태준이 타륜을 강제로 꺾었다.

탕! 소리와 함께 다시 허공으로 날아오른 총 흔들리는 배 위에서 중심을 잃은 해경들이 쓰러지자 순간을 놓치지 않은 선원들이 한꺼번에 달려들었다.

“제압해!!”

“시발놈들! 여기가 어디라고!”

아무리 무장을 한 해경이라지만 이쪽도 죽기 살기일 수밖에 없었다. 갑판장과 함께 달려든 오재갑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육탄전을 벌였다. 반면 아까 빠진 요원에 해쿠라호는 지평호와 거리를 둔 채 요원을 구하기 위해 조명을 바다 쪽으로 비추는 중이었다.

위험한 순간, 갑자기 총성이 울려 퍼졌다.

투타타타타타타!!

갑자기 나타난 기관총을 바다에 긁는 모습이 들리고, 움찔한 일본군이 시선을 돌리자. 함정 세 척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해군이다!”

“독도 경비대도 왔습니다!”

펄럭이는 깃발에 한국함정 907호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200톤급 경무장 초계함인 863호에 울릉경찰서에서 나온 29톤급 대성호도 함께였다. 배에 탄 순라반들은 일제히 자동소총, 카빈총, 경기관총 등으로 무장하고 있었다.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지자 용기백배한 선원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경고한다. 아국 영해에서 물러나라! 신속히 퇴거하지 않는다면 발포하겠다.”

“선원이 바다에 빠졌다.”

“구호 조치는 아국이 알아서 할 것이니. 귀선은 신속하게 퇴거하라.”

“불가!”

꿈지럭대는 헤쿠라호가 강경하게 나오자, 세 척의 배가 달려오며 기관총을 겨누었다.

투타타타타 하는 소리와 함께 다시 바다에서 물보라가 튀었다.

재차 경고사격을 실시했지만 여전히 듣지 않자 함장의 눈썹이 가늘게 경련했다.

“거, 말이 통하지 않는군. 그럼 좋다. 침몰해도 좋으니 쏴!”

“조준! 사격 개시!”

말이 끝나기 무섭게 조준을 마친 20mm 포신에서 기다렸다는 듯 불을 뿜었다. 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온 포탄이 헤쿠라의 선수 옆을 뒤흔들었고 순간을 놓치지 않은 대성호는 쾌속으로 질주했다. 그렇게 600m 거리. 이제 상대는 M1 소총 유효 사거리에 들어왔다. 특무 상사 하나가 곧바로 박격포를 집어 들었다.

펑~~~!

신호와 함께 독도가 떠나갈 듯한 총성이 울려 퍼지고, 박격포 1발이 함에 명중하여 뱃머리에서 몇 사람이 나가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헤쿠라는 함정은 불의의 충격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우왕좌왕했다.

수비 대원들은 사격 자세를 갖추고 2차로 총기를 난사하자 노시로의 선미에도 구멍이 뚫리며 연기가 피어올랐다.

“선미 피격당했습니다!”

“빠가야로! 퇴거, 퇴거하라,”

세 척이나 되는 배가 한꺼번에 달려들자, 당황한 일본 순시선들도 더는 버티지 못했다.

하지만 한국의 반격은 집요했다.

치명상을 입은 헤쿠라가 먹구름 같은 연기를 뿜어내면서 동쪽으로 도주했다.

추격은 장장 30km나 쫓아간 뒤에야 추격을 멈추었다.

패잔병처럼 퇴각한 순시선들이 배가 지평선 너머로 사라진 뒤에야 출동한 해경 병력이 표박 중인 지평호로 접근했다.

짧게 인사를 마친 경찰관들이 배 위로 올라와 문제가 없는지 점검했다.

“울릉경찰서 소속 경정 박승호입니다. 무사하십니까?”

“걱정해 주신 덕인지 전원 무사합니다. 이 녀석은 괜찮은 거 같지 않지만요.”

강태준이 인사를 올리며 한쪽을 가리켰다. 나포하려 승선하려다 물에 빠진 일본 해경들과 포로가 된 녀석들이 꽁꽁 묶인 채 굴비처럼 엮여 있었다.

개중 하나는 눈 한 짝이 퍼렇게 멍이 든 채 신음을 흘리고 있었는데 팔 한쪽이 퉁퉁 부은 것이 딱 봐도 상태가 좋지 않아 보였다.

“저런, 저쪽은 상태가 안 좋아 보이군요?”

“제압하는 과정에서 약간의 불가피한 사태가 있었습니다만 목숨엔 지장 없습니다.”

“뭐, 자업자득이군요. 아무튼 대한민국을 대신해서 감사드립니다. 너무 늦지 않아 다행입니다.”

속초 부근에서 임검 활동을 하다 긴급한 전보를 타전받고 달려온 것이다. 배를 다시 정박하고 선체를 조사한 결과 왼쪽 뱃전에 있는 2호 보트의 뒤쪽 뱃전을 관통해 대빗(Davit) 로프에 총알이 들어간 것과 왼쪽 뱃전 수구 위 2피트에서 탄흔을 발견되었다.

“이야, 지독한 놈들이군요. 비무장한 어선에 대고 총을 갈기다니. 이런 개념 없는 놈들을 봤나.”

“덕분에 살았습니다. 물대포라도 없었으면 큰일 날 뻔했습니다.”

아까 눈이 멍든 녀석이 팔을 덜렁거리며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에 쌤통이라는 듯 말했다.

“저 자식은 정신 잃지 않게 아편이라도 물려 놔야겠군. 심문해야 하니 말이야.”

“빠가야로[email protected]#$$$%$!!”

그 말에 랩처럼 속사포처럼 지껄이는 일어에 인상을 쓰는 경찰들. 일본어를 잘 모르는 경찰 하나가 강태준에 통역을 요구했다.

“죄송한데, 저 자식 뭐라는 겁니까?”

“자기는 일본해역에서 임무를 수행했을 뿐 잘못이 없다네요. 해상보안청 소속 해경이니 국제법상 조난자 대우를 해 달라는데요.”

눈을 부릅뜬 경찰 하나가 녀석을 보며 인상을 썼다.

“조난자 대우? 임마, 너는 엄연한 한국해역을 불법 침입한 범죄자야. 전시면 너 같은 놈은 바로 총살이야. 당장 수장시켜도 무방하다고.”

“아직 정신 못 차린 것 같은데 바닷물이라도 맥여 보는 건 어떨까요? 대가리 굴리는 거 보십쇼.”

같이 탄 독도 수비대원 하나가 도끼눈을 뜨며 볼을 툭툭 쳤다.

“어이, 이봐 존만 한 자식아. 거 먹물 좀 먹었다 이거냐?”

“触らないで(내 몸에 손대지 마)!”

“이 자식 눈깔 좀 보게. 뭘 꼬라 봐. 확 파버리기 전에 거 안 깔아?”

해경이 시끄럽게 떽떽거리자 잠자코 지켜보던 강태준이 아구창을 후려갈겼다. 퍽 소리와 함께 턱이 돌아간 녀석이 엉덩방아를 찧더니 이쪽을 바라보았다. 실수인 양손을 내미는 강태준이었다.

“어이쿠야 죄송합니다. 제가 발이 미끄러지는 바람에. 하필 여기 물웅덩이가 있지 않겠습니까?”

“거 조심 좀 하지 그랬나. 이보게 갑판장 여기 물 좀 닦아! 사람 다치겄다!”

“예이. 항해사님.”

뚜둑 소리와 함께 손아귀를 풀던 선원들이 실실 웃으며 이쪽으로 다가왔다.

“칙쇼! 아악!”

“웁스! 죄송하오. 그러게 왜 거기 발을 둬 가지고.”

물걸레를 가져온 선원들이 그를 둘러싸더니 청소를 빙자한 구타를 가했다. 죽는다고 비명을 지르던 녀석의 두들겨 맞는 모습에 함께 잡힌 직원이 격하게 항의했다.

“これ明らか過酷行為だ! (이건 명백하게 가혹행위요.)”

“아 새끼, 혀 겁나 기네. 뭐라는지 모르겠거든? 항의를 하려면 한국어로 해.”

“私は 海上保安庁 所属 (나는 해상보안청 소속…….)”

“아가리 닥쳐! 셧 다운! 알아들어? 스피크 코리안! 통역 부를 테니 개소린 취조실에서 하자고.”

질질 끌려가던 해경이 다시 반항하자 화난 경사가 거세게 뒤통수를 후려갈겼다.

근해에서 여기까지 오는 데 꼬박 반나절이 넘게 걸렸던 만큼, 신경이 날카로워진 상태. 도저히 예의를 갖출 사이가 아니었던 것. 거칠게 끌고 가는 부하들에 염일우가 혀를 찼다.

“에그, 객기는. 한번 거하게 조 맞아야 정신 차리지.”

“그러게 말입니다. 그보다 신고식 한번 거하게 했군요.”

“다사다난한 하루였군. 뭍 내리면 한잔하자고.”

다행히 다소 스크레치가 난 것을 제외하면 피해가 없었기에 지평호는 다시 부산항으로 향했다.

한바탕 푸닥거리를 마치고 난 일행이 숨을 돌릴 무렵, 무력 충돌을 보고받은 언론에서는 너나 할 것 없이 대서특필했다.

[초계함 노시로호, 한국 영해 침입 후 어선에 발포!]

[일본 해상보안청 소속 포로 선제공격 실토. 일본 침략 야욕 드러내.]

대통령 이만승은 격양된 어조로 성명을 발표했다.

“보십시오! 이번 일본의 독도 침범은 주권 침탈 야욕을 드러낸 것이며 명백한 평화협정 위반입니다. 만약 일본이 독도를 침탈한다면 한국 해군은 언제든지 무력으로 응할 준비가 되어 있으며, 영해를 침범하는 어떠한 종류의 위협에 대해서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입니다. 동 사건은 매우 유감으로 생각하며 독도 해역에서의 일본 관헌의 즉시 철수, 정식적인 사과와 함께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는 바입니다.”

사건이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할 기회라 생각한 이만승은 동시에 순라반을 파견해 일본이 몰래 설치한 영토 표주를 제거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일본이 독도에 세운 표주를 빼낸 다음 한국 표석을 설치하는 사진이 일간지에 실렸다. 전투모를 착용한 순라반들이 ‘다케시마(竹島)’라고 쓴 표주를 산산조각내는 모습도 함께였다.

아사히 신문 역시 이번 충돌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중의원 의원이며 전 대장성 육군 참모였던 쓰지 마사노부가 침통한 어조로 이렇게 적었다.

“나는 작금의 현실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 다케시마는 빼앗겼고 리라인도 졌다. 다음은 쓰시마 차례가 아니겠는가. 자위권 없는 민족의 비참한 모습이 바로 이것이다!”

일본 내 책임론이 비등하자 일본 해상 보안 청장은 경비정 퇴거에 대한 책임으로 사의를 표명하였다. 자민당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이시바시 단잔 일본 총리는 임시국회 첫날인 15일 중의원을 해산한다 선언했다.

취임 2개월여 만에 기시 노부스케 외무대신을 자민당의 새 총재로 지명한 것이다. 탁상 위에 앉은 광필이가 혀를 차며 말했다.

“조기 총선을 22일 날에 시행하겠다니. 엄청 서두르는 분위긴데요.”

“난리도 아니네요. 중의원 해산이라니. 초강수인데요. 이건.”

오재갑의 말에 샥스핀 수프를 먹던 강태준이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남이사 정치를 후지게 하든 말든, 너무 신경 쓰지 말자고. 우리 살기도 바쁜데 말이야.”

“맞습니다. 그보다 형님, 이 정도 공이면 표창이라도 줘야 되는 거 아니요? 적어도 뭐 금일봉이라도 줘야지. 거 겁나 인색하네.”

툴툴대는 광필이의 말에 강태준이 그를 달랬다.

“임마, 이런 곳에서 주목받아서 좋을 게 어딨어. 여기저기 불려 다니기나 하지. 표창은 대표로 양 선장이 받겠지. 대신 대통령 금일봉이 내려왔단다.”

사안의 민감성을 감안해 대통령 표창은 고사했지만, 하사금과 특전을 받기로 했던 것이다.

-다음 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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