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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재벌 강태준-68화 (68/361)

68화 빅 피쉬

입가가 꿰인 상어는 어떻게든 상황을 벗어나 보고자 머리를 흔들었다.

춤을 추듯 요란하게 움직이는 행동에 사방으로 바닷물이 튄다. 하지만 낚싯바늘은 오른쪽 주둥이 가장자리에 단단히 틀어박힌 상황에 그런 행동은 오히려 역효과.

하지만 놈은 위협하듯 몸을 흔들어 대었다.

“줄을 있는 힘껏 끌어당겨! 안 그러면 위험해!”

“조심해. 튈지도 모른다. 이빨이 엄청 날카로우니까!”

상어가 아직 저항할 힘이 남은 이때가 가장 위험한 순간.

구부러진 쇠막대를 든 사람들이 상어의 입을 강제로 벌렸지만, 상어는 그렇게 쉽게 올라오지 않고 몇 번이고 버둥거리기를 계속했다.

“호이스트 체인 내려! 호이스트!”

“요비를 더 내려!”

파도가 출렁이는 바다 위에서 물보라가 튀지 배가 좌우로 흔들린다. 선원들의 고함이 파도 소리에 묻혀 있다. 주둥이가 꿰인 상어는 풍차처럼 몸을 돌려 대며 발악했다.

두 다리에 힘을 잔뜩 준 강태준이 줄을 붙잡고 뻗어 나간 방향을 노려보았다.

포식자와 정면으로 마주 보는 자세가 된 강태준.

어지간한 담력이라도 움찔할 상황이었지만 강태준은 한치도 움직이지 않았다.

‘제아무리 바다의 제왕이라 해도 한 번 바늘에 걸린 이상, 어획물일 뿐.’

강태준은 심호흡을 하며 다시 줄을 감싸 쥐었다. 브랜치 라인을 움켜쥔 강태준이 상어를 놓치지 않게 단단히 쥔 사이 서둘러 작업을 마친 오재갑이 소리를 질렀다.

“요비 연결 완료!”

“당장 호이스트 체인 올려!”

숨 가쁘게 작업이 진행되고 잠수를 택한 상어가 해수 속으로 잠겨 들자 줄이 다시 팽팽히 당겨졌다. 찢어질 듯한 손아귀에 순식간에 풀려 나가는 줄이 면장갑 속을 갉아 먹는 듯싶었다. 손바닥이 찢어지는 고통에 인상을 썼지만 놓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줄이 팽팽해지면서 강태준의 팔뚝에 경련이 일었다.

낚싯줄에 입가가 꿰인 상어는 길게 대양 쪽으로 뻗어가려고 시도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자 뱃전 아래로 휘어져 들어가는 녀석. 포물선을 그리며 움직이는 줄에 힘겨루기하는 강태준. 엄청난 힘에 혀를 내두르는 강태준이었다.

“이거 미쳤구먼. 아직도 힘이 팔팔하다니. 이거 엄청난 놈인데…….”

“독이 바짝 올랐군요.”

새벽부터 미끼와 사투를 벌였을 것을 생각하면 아직껏 체력이 남았다는 것이 기적적일 정도. 어지간한 물고기는 힘이 빠지고도 남을 시간이었지만 상어는 필사적이었다.

그렇게 몇 번을 반복했을까.

그 순간 멈칫했던 상어가 갑자기 미친 듯이 배를 향해 달려드는 것이 아닌가. 물속에만 버티던 녀석이 잠수함처럼 부상하자 발밑에 있던 여러 가닥의 줄이 순식간에 감겨들었다.

“이봐! 발밑 조심하게!”

쿵!

경고가 끝나기 무섭게 전속으로 선측에 부딪힌 상어가 다시금 몸통 박치기를 하는 순간 배가 다시 출렁였다. 하마터면 체인을 놓칠 뻔한 강태준이 겨우 다시 일어나 자세를 잡는다.

팽팽하게 당겨진 실이 장갑 낀 살 속에 파고들자 절로 손바닥이 쓰려 왔다.

하프 현 마냥 팽팽히 당겨진 실톱이 피부를 찢으며 상처를 낸 것.

어깨가 지진이 난 것처럼 떨리고 이마의 힘줄이 불거져 나왔지만 강태준은 이를 악물었다.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지 않나.

젖먹던 힘까지 다하는 강태준에 사람들도 침을 삼켰다.

“조금만, 힘내게!”

“줄 나간다!! 붙잡아! 어어!! 어!!”

“조심해!!”

찢어지는 비명 소리. 갑자기 손끝이 가벼워지더니 허공으로 거대한 물체가 날아올랐다. 거대한 상어가 갑판 위로 덜컹 내려앉은 것이다.

뾰족한 송곳 이빨을 드러낸 상어가 온몸을 뒤흔들며 꿈틀대자 기겁한 선원들이 혼비백산했다.

“이런 미친!!”

“저리 가!!! 가지 못해!”

조업은 뒷전이고 순식간에 패닉에 빠진 사람들. 틀니처럼 이를 딱딱이던 상어의 이빨이 오재갑에게로 향했다. 기겁한 오재갑이 거리를 벌리려 발버둥 쳤지만 사정은 여의치 않았다.

“헉! 3항사!”

“재갑아!!”

물웅덩이에 발을 헛디딘 오재갑이 미끄러지면서 상어 아가리 속으로 떨어져 내린 것.

몸통을 들이미는 듯한 행동에 날카로운 이빨을 벌린 상어가 먹잇감을 향해 덤벼들었다.

일촉즉발의 순간, 강태준이 재갑이의 목덜미를 잡아채며 거세게 밀쳤다

어느 새인지 작살을 움켜쥔 강태준이 상어의 콧잔등을 향해 있는 힘껏 기합을 내질렀다.

“뒈져!”

밀려드는 힘에 의해 강하게 뻗어 나간 작살이 상어의 콧잔등을 정확하게 꿰뚫는 순간 퍽 소리와 함께 급소를 꿰뚫린 상어가 입을 쩍 벌렸다.

마치 감전된 것처럼 푸들푸들 떠는 상어가 마지막 발악을 하듯 물어뜯으려고 했지만, 재차 기합을 넣은 강태준이 작살을 밀어 넣는 순간 연골이 두부처럼 갈리는 듯한 느낌이 났다.

푹 들어간 작살이 그대로 뇌를 꿰뚫어 버린 것이다.

급소를 관통당한 상어가 축 늘어지더니 눈동자에서 빛이 사라졌다.

상어가 즉사한 것을 확인한 강태준이 얼이 빠진 채 널브러진 오재갑에게 손을 내밀었다.

“괜찮아? 안 물렸나?”

“예. 그럭저럭…….”

“거, 욕봤군.”

오재갑을 잡아 일으키자 정신을 차린 선원들이 다시 몰려들었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 듯 탁해진 눈동자를 뒤집은 갑판장이 상어를 보더니 혀를 차며 말했다.

“이야, 다시 봐도 무지하게 크구먼.”

“이렇게 큰 녀석은 건 첨 봐. 얼마나 오래 묵은 놈이지?”

선원들은 상어의 덩치에 모두 신기함을 감추지 못했다.

길이 6m, 무게 1톤에 달하는 백상아리의 몸통에는 크고 작은 흉터들이 나 있다.

저런 놈과 사투를 벌였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엄청난 덩치에 얼떨떨해진 오재갑이었다.

“이거 진짜로 죽긴 죽은 겁니까?”

“죽었겠지. 운 좋게 급소를 맞았군.”

강태준이 찌른 로렌치니병은 상어에게는 꼭 필요한 감각기관이지만 신경이 모두 몰려 있는 만큼 엄청난 급소이기도 하다.

남자로 치면 낭심을 터트린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에 뇌까지 그대로 썰려 버렸으니 제아무리 큰 놈이라도 죽을 수밖에 없는 것. 몸에 튄 피를 닦아 낸 강태준이 주변을 돌아보며 주의를 환기했다.

“자자…… 이놈은 이 정도로 하고 나머지 일부터 끝내야죠. 이걸로 끝난 게 아니잖습니까?”

그렇게 엄청난 사투가 끝난 뒤 선원들은 첫날 작업에서 200마리 이상을 끌어올렸다. 낚싯줄에 딸려 든 오징어가 쏜 먹물에 얼굴이 온통 먹물투성이가 된 사람도 있었지만 고기를 많이 잡았다는 기쁨으로 충만한 얼굴이었다.

긴장했던 선장의 얼굴에도 마침내 웃음꽃이 피었다.

“성과가 좋아서 정말 다행이야. 본업도 시작 전에 적자가 더 커지면 어떡할까 걱정했는데 이대로 조업을 계속하면 본전치기는 되겠어.”

“이번에 잡은 어획물은 어떻게 처리합니까?”

“지느러미는 바람에 말렸다가 중매인을 통해 전량 일본에 수출할 걸세. 60kg 정도 기준 환도상어 한 마리분 지느러미는 이백 환 내외, 다른 종류의 지느러미는 70~80환 정도 받을 걸세.”

지느러미를 제거한 돔배기는 도민들에게 제사용으로 팔린다. 가격이 큰 건 한 마리에 30~50환. 대형은 두 배의 가격에 거래된다.

어묵은 길이 1척 5촌, 1촌 5분의 사각형으로 깍두기처럼 잘라 소금에 절인 후 햇볕에 5일 정도 말린 다음 전량 일본으로 팔려 나간다고 했다. 양재문이 다시 말했다.

“상어는 버릴 것이 없는 물고기지. 간유가 비리긴 하지만 면역력 증진과 눈 건강에 아주 좋아. 불에도 잘 타서 점등용으로 그만이야.”

“그런데 지느러미가 확실히 비싸긴 비싸네요. 샥스핀이란 게 사실 아무 맛도 없던데…….”

“돈지랄에 딱히 이유가 필요한가. 걍 비싼 맛에 먹는 거지.”

사실 지느러미는 식감을 제외하면 별다른 맛이 없는 부위다. 그런 부위를 왜 비싼 돈을 주고 먹는지 여전히 의문이었지만 암튼 돈이 되니 더 생각할 필요는 없지 않나.

보합제로 한몫 두둑하게 챙길 선원들의 표정도 한결 가벼웠다.

망망대해를 두 시간여 배로 달리자 다시 독도가 가시거리에 들어왔다. 어둑한 구름 아래, 수직으로 치솟은 서도가 보였다. 바다 위에 돌출해 한층 웅장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파랑이 일자 너울이 허연 거품을 앞세워 밀려 들어왔다.

“일단 울릉도에서 1차로 정비 마치고, 복귀하자고.”

간만에 목 때를 벗길 생각에 근질근질해진 사람들이었다.

헌데 마침 굳은 얼굴의 항해사가 안으로 들어왔다. 숙취에서 벗어난 초사의 표정이 이상하기 짝이 없었다.

“무슨 일인가?”

“저, 선장님. 레이더에 배 한 척이 떴습니다. 헌데 움직임이 좀 이상합니다.”

바로 레이더를 확인해 보니 과연 배는 독도를 주변을 천천히 돌고 있었다.

“뭐야 이건, 항로 이탈인가?”

“아닙니다. 배가 선회하고 있습니다. 속도는 10노트.”

“거기 무전 때려 봐.”

강태준은 남동단 수평선에 걸려 있는 선박의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 무전을 넣었다. 몇 번을 계속 불러도 응답이 없자, 조타실 오른쪽 대형 망원경 덮개를 벗긴 강태준이 선박을 확인했다. 잠시 후 시야에 상대의 모습이 모습을 드러냈다.

“서치라이트 왼쪽으로 비춰 봐!”

그러자 저쪽에 있던 상대도 이쪽을 인지한 것인지 불빛이 반짝였다.

양 선장이 초조하게 물었다.

“무슨 배인가?”

“저, 그게 일본 순시선입니다.”

상대의 정체는 다름 아닌 해상보안청 소속 순시선이다. 흰 페인트를 깨끗하게 칠하고 선수 양편으로 일장기가 선명하게 찍혀 있는 것이 딱 봐도 한국 배와는 다르다. 깃발을 확인한 강태준의 이마가 좁아졌다.

“아무래도 좋은 의도로 온 것 같지는 않은데요. 곤란하게 되었습니다.”

“요사이 순시선들이 독도 해역에 출몰한다 들었는데 정말이군.”

양재문은 이 상황이 맘에 들지 않았다. 일본 시마네현이 조례를 제정한 이후 일본 순시선은 기상이 좋으면 이틀에 한 번꼴로 독도 해역에 출현하곤 했다.

순시선이 나타나는 시간에는 어떤 일정한 규칙이 없었고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은근슬쩍 연안에 불쑥 나타나 그저 내키는 대로 독도 주변을 선회하는 것이다.

그야말로 위력 행위.

하지만 영해까지 직접 들어온 것을 직접 목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만큼 사태의 심각성을 직감한 사람들의 표정에 긴장이 어렸다. 1등 항해사인 김정욱이 초조한 기색을 보였다.

“어떻게 할까요? 상대는 순시선입니다.”

“쫄지 말고 침착하라고. 일단 순라반부터 연결해.”

무전을 틀자, 치직 소리와 함께 말소리가 들렸다.

“상황실입니다. 말씀하세요.”

“여기는 지평호다. 위치는 북위 37도 14분 30.6초 동경 131도 51분. 1.5마일 거리에서 배 두 척이 접근 중. 일본 순시선이 영해를 침범했다.”

“지금 당장 가겠다.”

짤막한 대화를 끝으로 무전이 끊어졌다.

별빛조차 찾아볼 수 없는 어둠 속에 적의가 도사리고 있다. 불빛을 식별하기 쉽도록 전등을 모두 꺼 놓은 조타실 안 레이더망에서 노란 불빛이 점멸한다. 천천히 시계방향으로 원을 그리며 도는 순시선의 모습에 계기판을 응시하던 당직자들의 몸에서 긴장감이 배어 나왔다.

-다음 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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