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3화
베네시슨은 에탄의 말에 벙찐 표정을 지었다. 아니 정확히는 에탄을 악마처럼 쳐다봤다.
“진짜 저한테 그걸 맡긴다고요?”
이유는 간단햇다.
“전 도시 건설자가 아니라, 그냥 평범한 상인 길드의 사람에 불과한데… 그걸 저한테 맡긴다고요? 진심으로 그렇게요?”
에탄이 자신에게 제2의 북부 건설을 맡기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만히 입을 다물고 있던 베네시슨이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지 않는다면 정말 자신의 손으로 제2의북부를 만들어야 할 판이었으니 말이다.
“진심입니다.”
에탄이 베네시슨의 물음에 진지하게 답했다. 그러면서 그녀를 빤히 쳐다보면서 뒷말을 이엇다.
“지금 북부의 흐름을 제일 잘 파악하고 있는 사람은 베네시슨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까 꼭 제2의 북부를 베네시슨님에게 맡기고 싶은데요.”
에탄의 강력한 의지가 말을 통해서 느껴졌다. 베네시슨이 그 말을 듣고는 눈을 감았다. 이건 현실이 아닌 꿈이라고 믿고 싶을 정도로 베네시슨은 이 상황을 납득할수 없었다.
“…….”
하지만 거절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만약 다른 사람이었다면 지금 당장 욕을 하면서 자리를 파괴했으리라.
하지만 지금 이곳이 어떤 장소인가? 드래곤 로드가 전투를 치루기 이전. 에탄과 남은 대륙의 사람들을 위해서 시간을 투자해서 만든 제 2의 땅이다.
게다가 주위에 있는 사람들 또한 전부 만만치 않은 인물들 뿐이었다.
‘북부 대공에 마탑주에… 내가 있을 곳이 아닌거 같은데.’
베네시슨의 무력은 이곳에서 꼴찌중에 꼴찌를 달리고 있었다. 당장 자신이 1000년동안 검을 휘두른다고 해도, 여기에 있는 모두를 이길수는 없을거 같았다.
“잠시만… 잠시만요.”
그래서 베네시슨은 최대한 시간을 끌기로 다짐했다. 그러면 이중에서 자신에게 맡기는걸 반대하는 인물이 낭나올수도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건 아닌거 같아요. 다른 사람들에 의견도 물어봐야죠.”
베네시슨이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반대를 표했다. 그러면서 그나마 가장 가능성이 높은 방법을 택했다.
“투표해요! 익명 투표로!”
누군가는 자신이 제2의 북부를 건설하는 것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을수도 있다고 생각했기에, 그녀는 에탄에게 이름을 알수 없는 투표를 하자고 권했다.
“만약. 거기서 찬성이 높게 나온다면 군말없이 따를게요. 하지만 반대가 더 높으면 전 안할거에요.”
“흐음….”
에탄이 베네시슨의 말에 턱을 쓸어 만졌다. 투표라. 꽤 귀찮은 일이기는 했다.
‘하지만 이것만큼 확실하게 납득 시키는 방법도 없겠지.’
그러나 지금으로선 에탄도 그녀를 설득하기에 투표보다 더 좋은게 없을거 같았다.
“좋습니다.”
그래서 에탄은 베네시슨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었다.
“그럼 지금 바로 시작하죠.”
그리고 곧바로 투표를 진행했다.
* * *
투표는 순식간에 끝났다.
화염의 지배자가 마법을 이용해 공간은 분리했고, 그 안에서 투표가 진행됐다.
“진실의 방에서 대답을 한것이기 때문에 조작될 확률은 없어. 그러니까 이제 결과를 말하면 모두 납득해야해.”
투표를 총괄하는 사람은 마탑주이자 화염의 지배자라는 이명을 가진 마법사였다.
그녀의 말에 베네시슨과 다른 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법사가 자신의 명예를 걸고 공정함을 얘기했으니까.
심지어 그 상대가 마탑주인 화염의 지배자니, 이들의 신뢰성이 높은게 당연했다.
“결과는 1표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이 모두 찬성을 이야기했어. 거기에는 나도 포함이야.”
“네?”
하지만 이어지는 화염의 지배자의 말에 베네시슨은 자신도 모르게 벙찐 표정을 지었다.
저런식으로 투표 결과가 나올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게 무슨…”
이해할 수가 없는 일이었다.
북부 건설이라는 중요한 일을 상인 길드의 수장인 자신에게 맡긴다니, 다른 사람들이 정말 자신을 그렇게 높게 평가하고 있을 리가 없다고 베네시슨은 생각했다.
“실패할거에요….”
베네시슨이 다른 이들을 보면서 두려움에 가득찬 목소리로 말했다. 자신이 이런 거대한 계획의 대장이 되어도 되는 것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탁.
그때. 에탄이 베네시슨을 향해 다가갔다.
“상관없습니다.”
그리고 베네시슨에게 말했다.
“북부 건설이 망해도 책임을지지 않을거에요. 누구도 화내지 않을거고요.”
가볍게 시작해도 괜찮다고 말이다.
“그게 무슨…”
에탄의 말에 베네시슨이 당황했다.
자신한테 이렇게 큰 일을 맡긴것도 모잘라 실패해도 상관 없다니.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해가 되지 않는 발언이었다.
“그런데 그럴일은 없을겁니다. 제가 봐온 베네시슨님은 항상 성공을 해왔으니까요.”
“네?”
“당장 북부에 있는 상업을 모두 쥐어 잡은것만 봐도 그렇습니다. 이번이 분명 처음 해보는 거였을텐데, 그 어떤 상인보다도 능숙하게 북부를 전부 휘어 잡았죠.”
에탄이 과거 베네시슨이 해냈던 일들을 떠올렸다. 거기에는 제법 놀라운 것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베네시슨이 아니었다면 해낼수 없는 종류의 것들이, 그녀의 손에 의해서 이루어 졌다.
“그리고 끝내는 북부에서 제일 가는 상업 길드의 길드장이잖아요.”
사실 베네시슨또한 어디가서 위축들만한 사람은 아니었다. 이름만 들어도 헉 소리가 나오는 상인 길드의 길드장이기 때문이다.
“…….”
베네시슨이 에탄의 말에 침을 삼켰다. 자신이 정말 할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계속해서 머릿속에 떠올랐다.
“알겠어요. 대신 실패해도 뭐라하지 말아요. 일단 자신이 없는 건 여전하니까.”
하지만 에탄의 말과 믿음에 그녀는 결국 마음을 바꿔 먹었다. 자신이 제2의 북부를 여기에 건설하기로 말이다.
* * *
제2의 북부를 건설하기로 했다.
베네시슨이 모든 권한을 에탄에게 위임 받았다.
그리고 그런 그녀가 제일 먼저 하건 북부에 또 다른 성을 만드는 거였다.
“제 2의 북부를 상징하는 성과 요새를 건축할거에요. 또 다른 외부의 침입에 대비도 할 겸, 중부와 남부에 있는 왕국들에게도 보여주기 좋은 용도로 말이죠.”
“나쁘지 않네요.”
그리고 에탄은 베네시슨이 요새를 만든다는 생각에 반대하지 않았다. 그건 북부에 있는 데이른 공작과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이건 조금 사담이긴 하지만, 드래곤 로드님을 상징하는 동상을 세우면 어떨까 싶어요.”
하지만 베네시슨이 만들고 싶은 건 그 다음에 나오는 이야기였다.
드래곤 로드의 조각상을 제2의 북부 한 가운데에 세우고 싶다는 게 그녀의 의견이었다.
“동상을 세운다라….”
동상을 세운다.
그것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있으리라.
“그래요. 동상도 만들죠. 어차피 이 땅도 드래곤 로드님이 만들어 주지 않았다면 해낼 수 없는 일이었을 테니까요.”
하지만 에탄은 그걸 알고도 동상을 건설하는 걸 허락하기로 했다. 드래곤 로드가 아니었다면 애당초 이 모든 일이 불가능 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평범한 동상은 드래곤 로드님이 다시 나타났을 때 싫어하실 게 분명해요.”
“그럼…?”
“요정들의 힘을 빌려서 동상에 특색을 주도록 하죠.”
“요정이요?”
베네시슨이 에탄의 말에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갑자기 여기서 요정이라는 존재가 튀어나올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그래요… 요정들이 동상을 만든다면 확실히 다르겠죠. 하지만 그들이 동상을 만드는 걸 도와줄까요?”
“예.”
“어떻게 그런 확신을 할 수 있죠?”
베네시슨이 에탄의 물음에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 후 뒤쪽에 있는 아린이와 뇽뇽이를 쳐다봤다.
“왜냐면 저희는 이미 요정들을 한번 만난 적이 있거든요.”
* * *
에탄은 아린이와 뇽뇽이를 데리고 요정들이 있는 요정계로 발걸음을 움직였다.
“오랜만이군요. 에탄. 아린. 뇽뇽.”
그리고 그곳에서 여왕 요정을 다시 한번 마주치게 됐다. 여왕 요정이 인자한 얼굴로 세 사람에게 인사를 건넸다.
“오랜만입니다.”
“오랜만이에요!”
“흐응! 반가움!”
여왕의 인사에 에탄 아린이 뇽뇽이가 활짝 미소를 지으면서 답했다. 그리고 한층 더 얼굴이 밝아진 여왕 요정을 빤히 쳐다봤다.
“여왕님. 무슨 기쁜 일이라도 있으세요?”
아린이가 그런 여왕 요정을 향해 두 눈을 끔뻑이며 말했다. 분명 이전에는 묘한 슬픔이 그녀의 눈에 깃들어 있었다.
하지만 지금 여왕 요정의 얼굴에는 걱정 근심이 전혀 없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여러분들이 마계에서 해냈던 일을 들었기 때문이랍니다.”
이유는 간단했다.
에탄과 아린이 뇽뇽이, 그 외에 마께 원정군이 마계에서 해냈던 일을 요정들도 전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군요.”
에탄이 그 말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소식이 어떻게 들어간 거냐고 묻지는 않았다.
지금은 그래봤자 의미가 없으니까.
게다가 그걸 확인하기 위해서 이곳에 온 게 아니었다.
“한 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에탄이 여왕 요정을 향해 바로 본론을 꺼냈다. 그러자 여왕 요정이 말해보라는 듯 지긋이 에탄을 바라봤다.
“드래곤 로드님의 동상을 만들고 싶습니다.”
“동상이요?”
“네. 북부에 드래곤 로드님이 남기신 새로운 땅이 있습니다. 그 땅에 드래곤 로드님의 동상을 세우고 축복을 내리고 평생 기억을 하고 싶습니다. 그러니까 여왕 요정님이 이번 일을 도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흐음….”
여왕 요정이 에탄의 말에 턱을 쓸어 만졌다. 어지간한 일이 아닌 이상은 인간계에 나서지 않는 게 정상이다.
“좋아요.”
하지만 이번에는 이야기가 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