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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천재 딸이 생겼다-191화 (191/200)

제191화

제국의 황제가 데이른 공작의 영지에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알아차리건 황제가 건물 근처에 도달한 뒤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황제라는 자가 호위 병력도 몇 명 데려오지 않고, 이곳으로 찾아왔기 때문이다.

심지어 마차 또한 황금 마차가 아닌, 평범한 자들이 타고 다니는 나무로 된 녀석이었다.

“위험합니다.”

그래서 에탄은 황제를 만나자마자, 자신도 모르게 그에게 훈계를 했다. 하지만 주위에 있는 그 누구도 에탄의 자세를 지적하지 않았다.

“음. 위험한 행동이기는 하지.”

저 말을 들은 황제 장본인부터가, 에탄의 말에 화를 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에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사과하지. 그렇게까지 크게 놀랄 줄은 몰랐네.”

에탄에게 고개를 숙이면서 사과를 표했다. 제국의 황제가 북부에 있는 일개 사람한테 말이다.

도무지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하지만 에탄은 그러려니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황제라는 사람이 대충 어떤 인물인지 깨달은 지 오래였기 때문이다.

후룩.

그래서 앞에 있는 따뜻한 차를 들이마시고는.

“본론으로 바로 들어가죠.”

황제에게 이곳에 온 이유를 말하라고 했다. 안 그래도 에탄도 그 부분에서 참 많은 것이 궁금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북부인과의 화합을 생각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북부인과의 화합.

황제가 데이른 공작에게 말했던 그것. 에탄은 그걸 다시 한번 황제에게 말했다. 그러면서 이게 진심이냐는 눈빛으로 물었다.

“정말입니까?”

심지어는 황제에게 대놓고 물었다.

자신이 들은 게 사실이냐고 말이다.

그만큼 황제가 하겠다고 한 내용은 에탄조차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어지간하면 평온한 반응을 보이는 에탄이 저렇게 물을 정도로 말이다.

“그래. 사실이다.”

황제가 이런 에탄을 보고는 입꼬리를 올렸다. 그러면서 자신은 북부와의 화합을 꿈꾸고 있다고 덤덤하게 답했다.

“하지만….”

에탄이 그 말을 듣고는 복잡한 감정을 느꼈다. 북부와 중부의 화합, 그건 에탄 또한 바라고 있던 일 중 하나였다.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꿈과 현실은 다르다고 에탄은 생각하고 있었다. 북부와 중부의 화합은 더더욱 그렇고 말이다.

“제국의 황제폐하께서 이해를 하신다고 해도, 그 밑에 있는 다른 자들이 납득을 하지 않는다면… 이번 건은 의미가 없을 겁니다.”

황제가 선언을 한다면 중부에서도 어느 정도 따를 것이다. 하나 그들의 마음을 진심으로 움직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그래서 이번 건은 포기하는 게 어떻냐고 물어보려는 찰나.

“자네가 있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 같은데.”

황제가 에탄을 빤히 쳐다보면서 뒷말을 이었다.

“제가요?”

에탄이 황제의 말에 두 눈을 끔뻑였다. 갑자기 여기서 자신이 나타나는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것에 의문을 가지려는 순간.

“제국 황궁에 와서 작위 하나만 받아주게. 거기서 자네가 해온 모든 공적을 발표할 생각이야.”

“…….”

황제가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뒷말을 꺼냈다.

“네?”

에탄이 그 말을 듣고는 벙찐 표정을 지었다. 작위라니? 저게 도대체 무슨 소리일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해가 잘 안 가는 발언이었다.

“그게 무슨….”

그래서 의아함을 가지려는 순간.

“내가 자네를 위해서 특별 작위를 하나 만들었네.”

제국의 황제가 싱긋 미소를 지었다.

“아 너무 걱정하지는 말게. 절 때 드래곤들과 함께 제국 황궁에 나타나서 내 심장을 덜컹 가라앉게 한 대가를 치르게 해줄 겸, 겸사겸사 자네를 곤란하게 하려는 게 아니니까.”

그리고 짓궂은 얼굴로 뒷말을 이었다. 그동안 담아왔던 ‘한’을 조금 담아서 말이다.

“…….”

에탄이 그 말을 듣고는 벙찐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가 이내 깨달았다. 자신이 그동안 뿌려왔던 걸 거둘 시간이 왔다는 걸 말이다.

* * *

그렇게 황제는 에탄에게 새로운 작위를 주겠다는 말을 하고는 제국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맨손으로 가지는 않았다.

그는 떠나기 전 에탄에게, 제국의 상징이나 마찬가지인 반지를 에탄에게 내놓고 갔다.

황제의 인장이 각인되어 있는 반지를 말이다.

“내 살다 살다 황제한테 반지를 받는 북부인을 보게 될 줄은 몰랐는데.”

데이른 공작이 그것을 보고는 재밌다는 듯 낄낄 웃었다. 이런 경우는 태어나서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축하하네.”

하지만 질투가 나거나 욕심이 나지는 않았다. 전쟁을 통해 큰 공을 세웠던 데이른 공작도 에탄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에탄 덕분에 마족을 미리 섬멸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제가 정말 이런 걸 받아도 되는 걸까요?”

하지만 에탄은 아직도 얼떨떨했다.

게다가 자신이 과연 이런 반지를 받을 자격이 되는지도 의심이 갔다. 자신이 모든 일을 해낸 게 아니니까.

“제가 한 건 그저 북부를 하나로 통합하고, 제국과 남부를 설득해서 마계 원정군에 합류시킨 것뿐인데.”

그래서 에탄은 진심으로 자신이 한 게 별 게 아니라는 듯 데이른 공작에게 말했다.

“음….”

데이른 공작이 그 말을 듣고는 묘한 눈빛으로 에탄을 쳐다봤다. 그러면서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늙어서 대검을 잡을 힘조차 없다고 했을 때, 나를 쳐다보던 녀석들의 기분이 이런 느낌이겠구만.”

자신이 그동안 해왔던 말을, 남이 들었을 때 어떤 기분이었을지에 관한 거였다.

특히. 조금 전 에탄이 한 말을 통해 그걸 확실하게 깨닫게 됐다.

“재수 없다는 소리 들어본 적 없나?”

“예?”

“방금 진심으로 머리를 한 대 때리고 싶었는데. 그것도 있는 힘껏 다해서 말이야.”

“….”

데이른 공작의 말에 에탄이 미간을 찌푸렸다. 저 사람이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싶었다. 하지만 데이른 공작에게 더 이상에 의문을 표할 수는 없었다.

똑똑.

누군가 에탄과 데이른 공작이 있는 집무실 방문을 두드렸기 때문이다.

끼익…

방문을 두드리고 곧바로 문이 열렸다. 에탄과 데이른 공작이 들어오라고 말하지 않았지만 그건 문제 삼지 않았다.

“아빠. 머해요?”

“흐응!”

이 저택에서 가장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두 어린이가 주인공이었기 때문이다.

우르르!

아린이와 뇽뇽이가 방 안으로 들어오면서 한마디씩 입을 열었다. 그 후 대화를 나누고 있는 에탄을 빤히 쳐다봤다.

“왜. 무슨 일 있어?”

에탄이 그런 두 사람의 모습에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갑자기 자신을 찾아온 이유가 무엇인지 감이 안 잡혔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려는 순간.

“아빠. 저희가 아빠에게 보여줄 게 있는데.”

“흐음! 얼른 오셈!”

아린이와 뇽뇽이가 활짝 웃으면서 뒷말을 붙였다.

“보여줄 거?”

에탄이 그 말을 듣고는 두 눈을 끔뻑였다. 자신에게 보여줄 게 있다니? 딱히 무언가를 준비하는 모습도 보지 못했는데? 같은 생각이 머릿속에 떠올랐기 때문이다.

“얼른 가봐라.”

그때. 데이른 공작이 멍하니 앉아있는 에탄의 어깨를 툭 건드렸다. 그 후 빤히 서 있는 아린이와 뇽뇽이를 뒤따라가라고 고개를 까닥거렸다.

“하지만… 아직 처리할 일이 많은데요.”

에탄이 그런 데이른 공작을 향해 난감하다는 듯 머리를 긁적였다. 아직 이 방에서 업무를 볼 게 산처럼 많았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데이른 공작과 앞으로 어떻게 북부를 이끌어야 할지에 대한 이야기도 포함되어 있었다.

“어지간한 서류들은 내가 알아서 처리하겠다. 그러니 아린이와 뇽뇽이를 따라가. 어서.”

하지만 이어지는 데이른 공작의 말에 에탄은 다시 한번 당황했다. 데이른 공작이 절대 일을 할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게 무슨.”

그래서 그게 도대체 무슨 말이냐고 물어보려는 순간.

턱! 터억!

아린이와 뇽뇽이가 에탄의 양팔을 잡았다.

“가요.”

“흐음!”

그리고 에탄을 질질 끌고 방을 빠져나갔다.

“아니… 어.”

그 와중에 에탄은 당황한 표정으로 아린이와 뇽뇽이를 쳐다봤다. 그러다가 마지막에는 데이른 공작을 향해 시선을 돌렸지만.

씨익.

데이른 공작은 조용히 입꼬리를 올린 채 웃고만 있을 뿐, 아린이와 뇽뇽이에 의해 끌려가는 에탄을 붙잡지는 않았다.

끼익.

그렇게 에탄이 두 사람에 의해서 방에서 빠져나가지고, 방문이 닫히게 되었다.

“거 자식. 말 한번 참 안 듣는구만.”

그제서야 데이른 공작이 고개를 저으면서 입을 열었다.

“가끔은 쉴 때도 있어야지.”

그리고 책상에 있는 서류 더미를 계속 처리하던 에탄의 자리를 보면서 뒷말을 이었다.

* * *

그렇게 에탄은 아린이와 뇽뇽이의 손에 의해 어딘가로 계속해서 끌려갔다. 아니 정확히는 건물을 빠져나와 숲이 울창하게 있는 산으로 잡혀갔다.

“어디까지 가는 거야?”

에탄이 두 사람의 손에 이끌린 지 약 40분이 지났다. 그동안 에탄은 군말 없이 계속 아린이와 뇽뇽이의 손길을 따라 걸었다. 하지만 한참이 지나도 나오지 않는 목적지에 의문을 가지려는 순간.

“거의 다 왔어요.”

아린이가 에탄을 향해 환하게 웃으면서 답했다. 그 후 산 정상을 가리키면서 저기가 목적지라고 말했다.

“…흐음.”

에탄이 그 말을 듣고는 두 눈을 끔뻑였다. 저 산 위에 뭐가 있을지 감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뭘 준비했냐고 물어보려고 했지만.

타탁!

아린이와 뇽뇽이가 계속해서 손을 잡고 올라가는 바람에, 그런 질문을 하지도 못했다. 그렇게 에탄은 계속해서 산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마침내 정상에 도착하는 순간.

“…?”

에탄은 자신도 모르게 두 눈을 크게 뜨고 말았다. 산 너머로 보이는 풍경이 평소 자신이 알고 있던 광경과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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