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9화
거대한 전쟁이 시작됐다.
마왕이 된 존재와 그를 따르는 마계 대공들이 한자리에 모여들었다.
곳곳에서 포탈을 타고 등장하는 마계 군들의 모습에 원정군은 크게 당황했다.
[드래곤의 힘을 무시하지 마라!]
하지만 이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제정신을 차렸다. 하늘에 떠오른 거대한 드래곤. 드래곤 로드가 이들을 향해 용언으로 전했기 때문이다.
[겁먹지 말아라! 놈들은 마기밖에 다룰 줄 모르는 하찮은 놈들이다!]
저런 사악한 존재들에게 밀리지 말라고 말이다.
“돌격!”
“우아아!”
이런 드래곤 로드의 말에 원정대에 있는 모든 사람이 마족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거기에는 칼라사르 가문의 지오반과 빌헬름도 포함되어 있었다.
-우우웅!
지오반과 빌헬름의 검에서 무지막지한 오러가 뿜어져 나왔다.
퍼엉!
그리고 그 오러들이 바로 앞에 모여 있는 마물들을 난도질했다. 순식간에 푸른빛에 휩싸인 놈들의 몸이 갈기갈기 찢어졌다.
“자네랑 이렇게 함께 싸우는 날이 다시 돌아오게 될 줄은 몰랐는데.”
빌헬름이 그 모습을 보면서 픽 웃었다. 동시에 자신의 오른편에 있는 빌헬름을 보면서 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의 말대로 이렇게 전투를 같이 치르는 순간이 다시 올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다.
“저도 그렇습니다.”
빌헬름이 그 말을 듣고는 허실하게 웃었다.
웅!
동시에 왼편에 있는 마물을 향해 오러를 담아서 검격을 뿜어냈다.
쿠쿠쿵!
그러자 빌헬름이 검을 휘두른 곳에 순식간에 지진이 일어났다. 땅이 갈라지고 공기가 뜨거워질 정도로 엄청난 오러의 힘이었다.
“허어.”
지오반이 그걸 보고는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동안 담금질을 하면서 칼을 날카롭게 만들었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예전의 실력을 뛰어 넘었군. 늙은이가 젊은 사람을 이기다니. 이거 참 신기한 일이야.”
하지만 빌헬름은 과거의 자신을 넘어버렸다. 지오반이 봐왔던 그 어느 때보다 검이 찬란하게 빛나고 있을 정도로 말이다.
“흐음!”
지오반의 말에 빌헬름이 재밌다는 듯 입꼬리를 올렸다. 그 후 검을 털어내고는 주변을 살펴봤다.
지오반과 빌헬름이 있는 방향은 두 사람에 의해서 모두 정리가 된 상태였다.
“이제 남은 건….”
그렇게 마물들로부터 한시름 놓게 됐다는 걸 확인하자, 빌헬름이 손에 쥐고 있던 검을 검집에 집어넣었다.
그 후 저 멀리 전투를 치르고 있는 에탄을 보면서.
“에탄 도련님이 있는 방향이군요. 가장 치열하게 전투가 오가는 곳.”
걱정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잘 버티실 수 있으실지.”
빌헬름은 솔직히 걱정됐다.
그가 알고 있는 에탄이 이제는 강한 힘을 가진 존재라고 해도. 에탄에 대한 걱정이 완전히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빌헬름은 계속 그를 지켜오던 기사였으니까.
“믿어라.”
그때. 지오반이 빌헬름을 향해 입을 열었다. 단호하면서도 강단있는 목소리였다.
“이제는 믿을 때가 됐다.”
지오반은 에탄을 믿고 있었다.
누구보다 제일 신뢰하지 않았던 그였지만 이제는 아니다.
검을 휘두르고 다른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치는 것을 통해 지오반은 깨달았다.
“저 녀석은 이 전투에서 우리보다 더 큰 힘이 되어줄 것이다.”
에탄이 자신들을 뛰어넘었다는 걸 말이다.
“….”
빌헬름이 그 말을 듣고는 지오반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에탄을 믿고 있다는 표정과 목소리. 그런 지오반을 보고 있으니 빌헬름 마음속에 있던 불안감이 눈에 씻겨 나가듯이 사라졌다.
“알겠습니다.”
그래서 지오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끼에엑!
또 다른 마물들이 포탈을 타고 이들이 있는 곳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쉬는 시간 끝이다.”
지오반이 그걸 보고는 픽 웃었다.
동시에 다시 한번 검에다 오러를 흘려 보내고는.
“가자.”
빌헬름을 향해 다시 일을 하러 가자고 말했다. 빌헬름이 그 말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동시에 지오반의 뒤에 붙어서.
…쿠쿠쿵!
그와 함께 다시 한번 마물들을 섬멸하기 시작했다.
* * *
두 마리의 드래곤이 마계 하늘을 날아다녔다. 그리고 두 개의 뿔과 날개를 가지고 있는 마왕이 드래곤들을 상대하기 위해 움직였다.
우웅!
거대한 마기가 마왕의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동시에 그 마기가 뇽뇽이와 드래곤 로드를 향해 매섭게 달려 들었다.
하지만.
“제가 있는 이상 뇽뇽이는 건들지 못할 거예요.”
휘이이잉!
뇽뇽이의 등에 타고 있는 아린이가 마기가 뇽뇽이의 몸에 침범하는 걸 용납하지 않았다.
매서운 눈바람이 아린이와 뇽뇽이의 주변을 집어삼켰다.
파지직!
그리고 마왕이 내뿜는 마기를 순식간에 얼려버렸다. 그러자 하얀 결정들이 바닥으로 힘없이 떨어졌다.
놈이 뿜어낸 마기가 모두 얼어서 무력하게 떨어지는 거였다.
“흐음.”
마왕이 그걸 보고는 두눈을 반짝였다.
“못 본 사이에 제법 성장했구나.”
그리고 감탄을 내뱉었다.
자신이 처음으로 뇽뇽이와 아린이를 봤을때와 지금은 차원이 다를 정도로 강함이 달랐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뒤에 있는 너는….”
게다가 마왕은 한 가지 사실에 더 놀랐다.
“아서왕의 영혼을 가지고 있군.”
드래곤 로드의 등에 올라타고 있는 에탄이었다. 또한. 그 에탄이 입고 있는 갑옷에 아서왕의 영혼이 깃들어 있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하!”
자신이 예상했던 수준을 훨씬 웃도는 전력에 마왕이 입꼬리를 올렸다.
“그래. 이거야. 이래야 싸울맛이 나지!”
그리고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마왕에게 있어 지금 이 상황은 너무나 마음에 드는 요소들이 한가득 있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콰아앙!
그것을 깨달은 마왕이 날개를 힘차게 움직였다. 그 순간 공기가 찢어지는 소리가 마계에 울려 퍼졌다.
부웅!
동시에 하늘을 나는 마왕의 손에서 주먹이 뻗어져 나왔다. 드래곤 로드가 그걸 보고는 용언을 발동 시켰다.
쿠쿠쿵…!
그러자 불로 만들어진 막과 마왕의 주먹이 부딪혔다. 그 순간 땅이 흔들리고 사방팔방으로 마기와 마나가 퍼져나갔다.
“호오….”
마왕이 자신의 주먹이 막혔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내심 놀랬다.
“역시 드래곤의 왕이다 이건가.”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드래곤 로드를 향한 공포감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에게 재밌는 장난감이 되어줄 거라는 기대감이 녀석의 눈에 깃들어 있었다.
[나를 무시했다가는 큰코 다칠 것이다.]
드래곤 로드가 그런 놈을 향해서 드래곤의 목소리로 경고했다. 자신을 무시했다가는 목이 날아갈 거라고.
그건 단순한 허언이 아니었다.
웅!
드래곤 로드가 말을 끝내는 순간, 수십 개의 마법진이 허공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화르륵!
그리고 그 마법진들에서 불이 뿜어져 나왔다. 얼마나 강력한지 주변에 있는 마물들이 모두 녹아내릴 정도였다.
“끄으윽!”
이런 갑작스러운 마법 공격에 마왕이 미간을 찌푸렸다.
“지금이야!”
에탄이 그걸 보고는 있는 힘껏 소리쳤다. 동시에 백색 갑옷에 자신의 기운을 흘려보내는 순간.
부웅!
아서왕이 마왕을 향해 영혼의 일격을 날렸다. 기운으로 만들어진 상태였지만 그 힘은 아서왕의 살아 생전과 비교를 해도 전혀 밀리지 않을 정도였다.
[흐음!]
그리고 뇽뇽이 또한 드래곤 로드가 마법을 발동하는 것을 보고는, 용언을 발동시켰다.
동시에 입을 벌리고 뜨거운 브레스를 놈에게 날렸다.
“얼려버리겠어요!”
그렇게 모두의 공격이 마왕에게 날라가고, 아린이가 마지막 대미를 장식하기 위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운을 모두 끌어모았다.
파앗!
그 후 검을 휘둘렀다.
그 순간 새하얀 얼음들이 아린이의 검에서 뿜어져 나왔다.
파지직!
이어서 불에 집어삼켜지고 있는 마왕을 그대로 감싸버렸다. 뜨거운 불길이 아린이의 기운에 그대로 얼어버리면서, 자연으로 만들어진 봉인진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
에탄이 그 모습을 보고는 아무 말 없이 침을 삼켰다. 아린이가 마지막 공격을 함으로써 마왕의 몸이 완전히 얼어버렸다.
쩌적!
하지만 승리의 기쁨을 표출할 수는 없었다. 마왕이 아린이의 힘에 얼려지는 순간, 놈의 몸에서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양의 마기가 뿜어져 나왔기 때문이다.
저저적!
그리고 끝내는 얼음이 완전히 깨져버리고 말았다.
“…이거 잘못하다가는 죽겠군.”
얼음에서 나온 남자가 싸늘한 눈빛으로 에탄과 나머지 존재들을 쳐다봤다. 조금 전 여유 만만했던 그의 자세가 이제는 완전히 바뀌었다.
그에 따라 몸에서 나오는 마기의 양도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많아졌다.
꿀꺽.
에탄이 그것을 깨닫고 침을 삼켰다. 압도적인 강자의 기운이 놈에게서 느껴졌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 놈을 이길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에탄의 머릿속에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우득! 우드득!
그때. 마왕의 몸이 변형되기 시작했다. 인간 형태의 뼈와 근육들이 뒤틀리고 찢어졌다. 그리고 눈 깜짝할 사이에.
펄럭!
-크아아!
거대한 드래곤으로 모습을 바꾸었다. 마기를 뿜어내는 사악한 드래곤. 마왕이 마법계의 최강의 존재로 진화하는 순간이었다.
[…아무래도 내가 나서야 할 때가 온 거 같군.]
그때. 드래곤 로드가 놈을 보면서 입을 열었다. 그 후 자신의 등에 타고 있는 에탄을 향해 뒷말을 붙였다.
[땅으로 내려가라. 내가 해야 할 일이 있다.]
“하지만-”
[어서.]
“…알겠습니다.”
에탄이 그 말을 듣고는 드래곤 로드의 등에서 뛰어 내렸다. 그리고 바닥에 가볍게 착륙했다.
“….”
그리고 아무 말 없이 드래곤 로드를 쳐다보는 순간.
[…….]
드래곤 로드의 입에서 용언이 터져 나왔다.
웅!
동시에 드래곤 로드의 몸에서 붉은빛이 감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