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했더니 천재 딸이 생겼다-186화 (186/200)

제186화

갑작스러운 드래곤 로드의 등장에 베네시슨이 기절했다.

“으으….”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기절에서 깨어났다. 드래곤 로드가 그녀에게 마나를 부여하면서 정신을 차리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또 기절하면 어떡합니까?”

“걱정하지 말아라. 신경을 안정시켜주는 마법까지 각인시켰으니까.”

“…베네시슨의 동의는요?”

“필요 없다. 어차피 거절하지 못할 테니까. 드래곤 로드의 행동을 막는 사람은 세상에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드래곤 로드와 에탄이 베네시슨을 사이에 두고 대화를 이어 나갔다. 베네시슨이 그 말을 듣고는 눈을 떴다. 그리고 양옆에 있는 에탄과 드래곤 로드를 번갈아 쳐다봤다.

“…꿈이 아니군요.”

그러면서 이게 현실이라는 걸 다시 한번 자각했다. 차라리 이 모든 게 꿈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었다.

아무리 자신이 경제적으로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드래곤 로드를 돈으로 이길 수 없다는 걸 그녀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걱정하지 말아라. 널 죽일 생각은 없다.”

드래곤 로드가 그런 베네시슨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베네시슨이 그런 드래곤 로드의 얼굴을 보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만약 허튼 생각을 한다면 그때는 이야기가 달라질 것이다. 드래곤의 분노를 황금이 막아 줄 거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큰 오산이라고 미리 경고하마.”

그러나 이어지는 말에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키면서 히익! 소리를 냈다.

드래곤 로드의 살벌한 경고가 그녀의 영혼을 벌벌 떨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 그런 생각은 전혀 안 했습니다!”

드래곤 로드의 말에 베네시슨이 자신도 모르게 즉각 대답했다. 황금으로 대륙을 지배한다니.

그녀 기준에서는 이제 말도 안 되는 목표가 돼버렸다. 드래곤 로드의 강함을 눈으로 목격했으니 말이다.

“그래?”

드래곤 로드가 베네시슨의 말에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리고 자신이 서 있었던 텅빈 공간을 쳐다봤다.

“내가 분명히 그런 비슷한 말을 들었던 거 같은데… 내 착각인가. 에탄?”

그러면서 에탄에게 물었다.

“글쎄요. 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군요. 요즘 이런저런 일들을 많이 해서 그런지 중요한 대화가 아니면 까먹습니다.”

에탄이 드래곤 로드의 말에 어깨를 으쓱였다. 지금 이 현장에서 긍정을 했다가는 자신도 공범이 될 거라는 걸 에탄 또한 잘 알고 있었다.

“아마… 베네시슨이 혼자서 이상한 음모를 꾸민 게 아닌가 싶네요. 그게 아니라면 제가 모를 리가 없죠.”

그렇기에 에탄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베네시슨과 거리를 두게 됐다.

“에. 에탄 님?”

베네시슨이 그런 에탄의 모습을 보고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설마 여기서 자신을 버릴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다.

“절 버리지 마세요!”

그래서 에탄을 붙잡으려고 했지만.

터억.

드래곤 로드가 베네시슨의 앞을 가로막았다. 동시에 그녀를 쳐다보면서 싱긋 미소를 지었다.

“….”

그 순간 베네시슨은 깨달았다.

자신이 여기서 쉽게 벗어날 수 있는 일은 없을 거라는 걸 말이다.

* * *

그렇게 드래곤 로드는 베네시슨과 대화를 끝내고 방에 있는 에탄을 찾아 왔다.

“다행히 말길은 잘 알아 먹는 인간이더군.”

그리고 베네시슨과 대화를 잘 했다고 말했다. 물론 그건 어디 까지나 드래곤 로드인 그녀의 기준이었다.

“그렇군요.”

하지만 에탄은 그것에 신경쓰지 않았다. 어차피 드래곤 로드인 그녀가 자신의 말을 들을 리가 전무하니까.

그리고 그녀와 지내면서 한가지 사실을 더 깨달았다.

‘생각보다 인간에게 호의적이다.’

드래곤인 그녀가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지낸다는 거였다. 지금 같은 경우도 그러했다.

어찌 보면 드래곤 로드를 뒤에 두고 이야기를 서로 주고 받았지만, 그녀는 그것에 대해 화를 내지 않았다.

오히려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풀어 나가면서 베네시슨에게 주의를 줬을 뿐이다.

“그런데… 정신력이 많이 약한 거 같더군.”

“?”

“내가 대화를 하자고 하자마자 다시 한번 기절했다. 덕분에 쓰지 않아도 되는 마나와 마법을 또다시 사용하게 됐다.”

물론 그 주의가 조금 과격하기는 하지만 익숙해지면 괜찮을 거라고 에탄은 생각했다.

“괜찮습니다. 원래 그런 사람이니까요.”

“그래? 그러면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대화를 이어 나가면 되는 건가.”

“예. 그래도 큰 문제는 없을 겁니다.”

베네시슨의 의견은 그렇지 않을 거지만 말이다.

“그건 그렇고… 모든 대화를 끝냈는데도 저를 찾아오신 이유가 무엇입니까? 설마 심심해서 그런 건 아닐 테고요.”

에탄이 자신을 찾아온 드래곤 로드를 향해 입을 열었다. 다른 사람들이 들었으면 기겁할 내용이었을 것이다. 감히 드래곤 로드에게 왜 왔냐고 물어보는 거니까.

“예의가 없구나.”

“뭐. 한두 번도 아니지 않습니까.”

“쯧.”

하지만 드래곤 로드는 이런 에탄의 행동을 지적하지 않았다. 그냥 그러려니 하면서 넘겼다.

이유는 간단했다.

에탄이 아린이와 뇽뇽이를 돌보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부모와도 같은 위치에 있으니, 드래곤 로드인 그녀도 에탄을 자연스럽게 존중하게 된 것이다.

“마계 정벌에 필요한 텔레포트 마법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려고 왔다.”

멈칫.

드래곤 로드의 말에 에탄이 몸을 멈췄다. 그리고 눈앞에 있는 찻잔에 있는 차를 마시고는 드래곤 로드를 빤히 쳐다봤다.

드디어 올 게 왔다는 표정으로 말이다.

“그래. 네 생각대로 거의 다 준비가 됐다.”

드래곤 로드가 그런 에탄을 향해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 말하는 건 단순한 농담이 아니라 모든 게 진실이라는 걸 담아서 말하기 위함이었다.

“그럼… 이제 곧 시작이군요.”

에탄이 드래곤 로드의 말에 침을 삼켰다. 마계 침공을 향한 준비가 거의 다 되었다는 건, 사실상 마지막 준비만 하면 된다는 뜻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에탄은 그 마지막 준비가 무엇인지를 잘 알고 있었다.

“북부로 모든 병력을 집합 시켜야겠네요.”

북부. 중부. 남부.

대륙에 있는 칼라사르 가문부터 시작해서 남부 끝자락에 있는 왕국까지. 마계 원정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을 북부에 있는 요새로 집합 시키는 것.

그게 에탄이 마지막으로 해야 하는 일이었다.

“지금 당장해도 늦지 않는다.”

드래곤 로드가 에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사실상 그것만 행하면 마계 원정이 시작된다는 말을 붙였다.

꿀꺽.

에탄이 그 말을 듣고는 침을 삼켰다. 이제 모든 게 준비된 상태다. 마계로 침공해서 마족들을 섬멸하고 평화를 찾아낸다면, 그 다음부터 에탄이 해야 하는 일은 없다.

‘실패하면….’

하지만 여기서 마계 원정이 실패로 돌아간다면, 그 다음부터는 전생보다 더 끔찍한 일이 벌어질 게 분명했다.

모든 걸 건 전투에서 패배를 하고 전쟁을 이길 확률은 아주 낮으니 말이다.

“두려운 건가.”

드래곤 로드가 그런 에탄의 생각을 알아차리고는 턱을 쓸어 만졌다. 에탄은 지금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감정을 비치는 것도 드래곤 로드에 한해서였다.

다른 사람들에게 에탄은 자신의 감정. 특히 그중에서도 공포나 두려움을 보인 적이 전무했다.

언제나 앞장서서 이들을 이끌어야 하는 역할이었기 때문이다.

“두렵지 않다고 하면 그건 또 거짓말이겠죠.”

하지만 드래곤 로드에게도 그런 역할을 할 생각은 없었다. 애당초 그런 걸 바라고 드래곤 로드가 에탄의 곁에 있는 게 아니기도 하고 말이다.

“….”

드래곤 로드가 그런 에탄을 아무 말 없이 쳐다봤다. 그러다가 이내 오른손을 에탄의 어깨에 올리고는.

“내가 그대와 함께 한다.”

그 어떤 말보다 든든한 말을 내뱉었다.

“그러니까 겁먹지 않아도 된다. 두려워할 필요도 없다. 드래곤이 함께 하는데 그 무엇이 막을 것이냐.”

“그건 드래곤 로드니까 할수 있는 말 아닙니까?”

“부정하지는 않겠다.”

에탄의 반박에 드래곤 로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녀가 말하고자 하는 건 자신이 있으니 안심하라는 게 아니었다.

“그런 드래곤의 마음을 움직인게 바로 너다. 그러니까 너 자신을 좀더 믿어라. 그리 한다면 지금보다 더 높은 경지에 오를수 있을 것이 분명하니 말이다.”

그녀는 에탄에게 스스로를 믿으라고 말하고 있었다. 드래곤들의 왕인 자신을 움직이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하면서 말이다.

“…….”

에탄이 그 말을 듣고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설마 드래곤 로드인 그녀가 자신에게 저런 말을 할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저 말을 듣는 순간 에탄의 마음속에 있던 불안감이 눈에 녹듯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알겠습니다.”

그래서 에탄의 얼굴에는 더 이상 두려움이 보이지 않았다. 그 대신 그것이 있던 자리에는.

반짝.

그 어떤 보석보다 환하게 빛을내는 빛의 힘이 깃들어 있었다.

“음.”

드래곤 로드가 그런 에탄을 보고는 흡족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해줄수 있는 모든 역할을 에탄에게 해줬고. 그 결과가 지금 빛나는 눈동자를 통해 돌아오고 있었다.

“역시 네 녀석은 가르치는 맛이 있다.”

드래곤 로드가 그 사실을 깨닫고는 입꼬리를 올렸다. 그 후 진지한 눈빛. 아니 정확히는 탐욕에 가득 찬 눈빛으로 에탄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이 전투가 끝나면 네 녀석에게 검술을 알려주겠다. 그러니까 마계에서도 죽을 각오를 하고 싸워야 할 것이다. 그러지 않는다면 돌아 와서 수련을 하다가 죽을 테니 말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