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했더니 천재 딸이 생겼다-184화 (184/200)
  • 제184화

    드래곤 로드와 뇽뇽이가 제국에 나타났다. 그리고 에탄이 그들과 함께 천공에서 뛰어내렸다.

    덕분에 에탄은 공중에서 땅으로 떨어지는 빗방울의 인생을 아주 잠깐이나마 체험할 수 있었다.

    ‘죽는 줄 알았네’

    다만 그렇게까지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다. 하늘에서 땅으로 떨어지는 동안 에탄은 자신의 몸이 붕 떠버리는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전생과 현생을 통틀어 처음이었기에 에탄은 제법 겁을 먹었다.

    “처음치고는 생각보다 얌전하구나.”

    그런 에탄을 향해 드래곤 로드가 픽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그녀는 등에 타고 있는 에탄에게 이제부터 땅으로 떨어질 거라는 말을 한 뒤, 자신의 폴리모프를 공중에서 풀어 버렸다. 그리고 땅으로 떨어지는 에탄을 보면서 이게 정말 재밌는 일이라고 하하호호 웃으면서 말했었다.

    “다음부터는 미리 말씀이라도 해주시죠. 아니면 제가 땅으로 떨어져도 무사할 수 있게 해주는 마법을 저한테 알려주시던가요.”

    에탄이 그런 드래곤 로드를 향해 미간을 찌푸렸다. 두 번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았다. 마법사가 아닌 검사에게 하늘에서 땅으로 추락하는 건 사망선고나 마찬가지인 일이니까 말이다.

    “뭐… 생각해보도록 하마.”

    그런 에탄의 말에 드래곤 로드가 어깨를 으쓱였다. 그 후 에탄과의 대화를 끝내고는 주변을 둘러봤다.

    “그나저나 황제는 우리를 언제까지 여기서 기다리게 할 셈이지?”

    이들은 지금 황제가 머물고 있는 황궁에 들어온 상태였다. 하늘에서 떨어지면서 제법 큰 소란이 일어났었다.

    제국에 있는 마법사들과 기사단들이 두 드래곤과 에탄을 보고 크게 놀라는 건 물론이고.

    개중에는 전투를 치르기 위한 자세를 취하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제국과 에탄이 맞붙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제국의 황제가 땅으로 내려온 에탄을 알아보고는 그들을 물렸기 때문이다. 에탄을 자신의 친구라고 하면서 말이다.

    “흐음! 초콜릿 많음!”

    그리고 그런 황제의 말 덕분에 에탄과 드래곤 로드. 뇽뇽이는 호화로운 황궁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초콜릿 분수는 물론이고 아늑한 소파와 따뜻한 황금 잔으로 만들어진 차까지. 사치에 절정이라 불리는 황궁의 대접이었다.

    “의미 없는 배려다.”

    하지만 드래곤 로드는 이런 황제의 대접에 큰 감동을 받지 않았다. 당연한 거였다. 당장 자신의 둥지에 굴러다니는 아티팩트 하나가 이것보다 더 귀한 값어치를 하기 때문이다.

    아니. 정확히는 이것이 아니라 황궁에 있는 모든 보물을 합쳐도 그것과 값이 같지 않을 거라 드래곤 로드는 확신했다.

    “내가 준 보구가 몇 배는 더 비쌀 거다.”

    “그건 맞습니다. 세상에 마법을 못 쓰는 사람에게 불의 마법을 이용할 수 있게 해주는 아티팩트는 없으니까요.”

    드래곤 로드의 말에 에탄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한 동의였다. 단언컨대 그 어떤 보구도 드래곤 로드의 것보다는 값어치를 못 할 거라 확신했다.

    “분수! 맛있음! 초콜릿!”

    그때. 뇽뇽이가 초콜릿 분수에서 내려오는 초콜릿들을 입으로 크게 집어삼켰다. 물론 그 분수에 입을 완전히 가져가 댄 건 아니었다.

    앞에 있는 쫀득한 설탕을 통해 초콜릿을 뭉치고 그것을 덩어리로 만들어 한입에 집어삼키고 있었다.

    “애는 애다 이건가.”

    드래곤 로드가 그것을 보고는 픽 웃었다. 초콜릿을 입가에 묻히면서까지 먹어가는 뇽뇽이의 모습이 재밌게 보였다.

    “너무 많이 먹으면 이가 상할 겁니다.”

    “용언으로 이를 보호할 수 있다.”

    하지만 드래곤 로드는 그런 뇽뇽이를 주의시키지 않았다. 용언을 통해서 충치를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굳이 그럴 필요도 없었다.

    용의 이빨은 초콜릿을 먹고 양치를 안 한다고 해서 상하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뜨거운 브레스도 견뎌내는 이빨이기에 세균이 번식할 수 있는 환경일 리가 만무했다.

    “아린이가 많이 억울해 하겠는데요.”

    에탄이 그것을 상기하고는 아린이를 떠올렸다. 아린이는 검에서 인간으로 환생한 상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뇽뇽이처럼 튼튼한 이빨을 가진 건 아니기에, 초콜릿을 대량으로 먹을 수가 없었다.

    “뭐. 그게 인간의 숙명이겠지. 그 아이도 그 정도는 감내할 수 있을 거다. 아마도 말이야.”

    “아마도라니….”

    “원래 어린아이들의 의지는 상당한 힘을 가지고 있지. 자네가 잘 통제하지 않는다면 아린이도 이빨이 빠질 게 분명할걸.”

    “에휴.”

    에탄이 드래곤 로드의 대답에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아린이에게 군것질을 왜 많이 하면 안 되는지를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골머리를 앓는 순간.

    끼익.

    에탄과 드래곤 로드. 뇽뇽이가 있는 방문이 열렸다. 동시에 황복을 입은 황제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다만 그 황복이 예전처럼 화려하지는 않았다. 그저 제국의 문양이 각인되어 있는 수수한 흰옷을 황제는 입고 있었다.

    “드래곤 로드님을 뵙습니다.”

    심지어 그 상태에서 황제가 드래곤 로드를 향해 고개를 꾸벅이며 먼저 인사를 건넸다.

    대륙에서 제일가는 권력을 가진 자의 인사였다.

    “그래.”

    하지만 드래곤 로드는 크게 놀래지 않았다. 오히려 그게 당연하다는 듯이 오른손을 휘저으면서 황제의 인사를 받아냈다.

    “내가 무슨 용건으로 여길 찾아왔는지 알고 있나?”

    그리고 황제에게 질문했다.

    반말에다가 오만한 말투가 참으로 환상적이라고 에탄은 생각했다.

    하지만 황제는 그런 드래곤 로드의 태도를 지적하지 않았다. 오히려 인자한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조아리고는.

    “잘 모르겠습니다.”

    드래곤 로드에게 자신은 질문에 대한 답을 할 수가 없다고 답했다. 그러자 드래곤 로드가 마음에 안 든다는 듯이 미간을 찌푸렸다.

    “쯧. 귀찮게 하는구만.”

    그리고 마음에 안 든다는 눈빛으로 황제를 째려봤다. 에탄이 그걸 보고는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이 세상에 어떤 사람도 할 수 없는 짓을 하고 있네.’

    그리고 드래곤 로드의 대단함을 새삼 느꼈다. 만약 드래곤 로드가 아니라 자신이 저런 식으로 황제를 대했다면, 진작에 황제를 모욕한 죄로 목이 잘려 나갔으리라.

    “흐음! 괴롭히지 마셈!”

    그때. 뇽뇽이가 황제를 째려보는 드래곤 로드를 향해 한마디를 툭 던졌다. 황제를 괴롭히지 말라는 말을 하면서 말이다.

    “내가 언제 괴롭혔다고 그러냐?”

    “째려 보는것! 나쁜 행동임! 나쁜 행동은 나쁜 사람이라고 했음!”

    “난 사람이 아닌데.”

    “…그럼 나쁜 드래곤임!”

    “허어.”

    뇽뇽이의 말에 드래곤 로드가 입을 멍하니 벌렸다. 설마 저런 대답이 나올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같은 드래곤끼리 그러면 나쁜 것이다.”

    그래서 뇽뇽이에게 배신감을 느꼈다. 설마 동족인 자신에게 나쁜 드래곤이라는 말을 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신은 드래곤들 중에서도 모두에게 인정받는 최상위 드래곤 로드다. 그런데 그런 자신의 행동을 뇽뇽이가 지적하고 있으니 드래곤 로드의 얼척이 없을만도 했다.

    “하지만 아이의 말을 무시할 만큼 나는 멍청하지 않다. 네가 그렇게 느꼈다면 자세를 조금은 바꾸도록 하지.”

    그러나 드래곤 로드의 입가에는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뇽뇽이가 당당하게 말하는 태도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쓰윽.

    그래서 한층 더 부드러워진 눈빛으로 황제를 쳐다보면서.

    “그래. 우리가 온 용건을 말해주마. 몇 번 더 구박을 주고 말하려고 했지만 저 아이가 저리 말하고 있으니 이번만큼만 친절을 베풀도록 하겠다.”

    그러면서 부드러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 조금 전과 비교를 하면 확실히 말에서 친절이 느껴질 정도로 큰 변화였다.

    “우리는 마계를 먼저 쳐들어갈 것이다.”

    드래곤 로드가 그런 말투로 황제에게 자신들의 목적을 말했다. 그러자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황제가 벙찐 표정을 지었다.

    동시에 내가 지금 무슨 말을 들은 건지? 라는 눈빛으로 드래곤 로드의 옆에 앉아있는 에탄을 쳐다봤다.

    “제대로 들으신 거 맞습니다.”

    에탄이 그런 황제를 향해 못을 박았다. 지금 드래곤 로드가 한 말을 제대로 들은 게 맞다고 말이다.

    “마계를 먼저 쳐들어간다….”

    황제가 그 말을 듣고는 덤덤히 드래곤 로드가 했던 말을 중얼거렸다.

    마계를 먼저 쳐들어간다.

    황제인 그 조차 상상도 하지 못했던 계획이다. 하지만 그것을 무모하다고 말하지는 않았다.

    눈앞에 있는 드래곤 로드라면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렇게 말씀하시는 걸 보면… 이미 어느정도 이야기가 진행된 상태겠군요.”

    거기에 지금은 에탄과 뇽뇽이를 데리고 자신을 찾아왔다. 그 말은 즉 다른 이들을 설득하는 작업 또한 착실히 진행되고 있다는 뜻일 게 뻔했다.

    “맞다.”

    이런 황제의 추측에 드래곤 로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제국의 최고 권력자인 너를 설득한다. 그러면 나머지 왕국과 종족들은 자연스럽게 합류하게 되겠지.”

    “종족이라 하면은….”

    “요정들이 있겠군. 참고로 요정은 옆에 있는 이 아이를 통해 합류시킬 생각이다. 요정과 안면이 있는 아이니까 매정하게 내치지는 않겠지.”

    그러면서 제국의 황제를 빤히 쳐다봤다. 이미 필요한 일들은 모두 진행되고 있다고 말이다.

    “하아….”

    그렇기에 황제는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자기를 쳐다보는 드래곤 로드를 향해.

    “어차피 선택을 거절할 길을 없지 않습니까?”

    자신이 해야 하는 대답은 정해져 있는 게 아니냐고 물었다. 그러자 드래곤 로드가 씨익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 본 황제가 픽 웃었다.

    그리고 드래곤 로드를 향해.

    “좋습니다. 제국도 함께 하겠습니다.”

    계획에 합류하겠다는 답을 내놓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