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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천재 딸이 생겼다-182화 (182/200)

제182화

마계와 중간계를 연결하는 마법진.

그것이 완성되는 건 드래곤 로드가 합류하고 세 달이 더 지나서였다.

그동안 에탄은 드래곤 로드와 함께 다양한 일들을 해냈다.

-웅!

“이전보다 기운을 다스리는 게 좋아졌구나. 뚜드려 팬 보람이 확실히 있어.”

그중에는 에탄 본인의 성장도 포함되어 있었다. 에탄은 근 세 달 동안 드래곤 로드와 함께 연무장에서 시간을 보냈다.

아주 끔찍하다고 해도 될 정도로 혹독한 수련을 버티면서 말이다.

그리고 결국에는 드래곤 로드로부터 어느 정도 인정까지 받아냈다.

“근성 하나는 쓸 만하구나.”

“감사합니다.”

에탄이 자신을 향해 칭찬 한마디를 건네는 드래곤 로드를 보고 고개를 꾸벅였다.

화려한 미사여구가 붙어있지 않은 무미건조한 칭찬이었지만, 저 말이 빈말이 아니라는 걸 에탄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3개월 동안 드래곤 로드와 붙어 살다시피 했으니 말이다.

“이 주변 정리도 다 끝난 거 같습니다.”

에탄이 바깥으로 뿜어내던 자신의 기운을 갈무리했다. 그 후 검을 검집에 집어넣고는 주변을 살펴봤다.

무수히 많은 마족들이 반으로 갈라져 죽어 있었다.

모두. 드래곤 로드에게 검을 다루는 법을 배운 에탄의 결과물이었다.

깔끔하면서도 화려한 것.

그게 바로 드래곤 로드에게 배운 에탄의 검술이었다.

“마족들이 슬슬 모습을 드러내고 있군.”

드래곤 로드가 죽은 마족과 마물들의 시체를 향해 다가갔다. 예전에는 마물들만 기승을 부리고 있었다면, 이제는 하급 마족들까지 마계를 넘어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드래곤 로드는 아직 마계로 쳐들어갈 수가 없었다. 화염의 지배자가 만들고 있는 이동 마법진이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녀석에게만 이걸 맡기니 조금 답답하기는 하나…지금은 내가 세상을 돌아다니면서 마족들을 죽여야 하는 역할을 해야 하니 어쩔 수 없다.”

만약. 드래곤 로드가 그 마법진을 만들려고 했다면 지금쯤이면 완성이 되고도 남았을 것이다.

하나. 드래곤 로드는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자신이 자리를 비우면 마계에 있는 자들이 그것을 눈치챌 게 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마법진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도 간파당해 마계에서 대비책을 만들 확률이 높다.

그래서 드래곤 로드는 자신은 그런 것에 관심이 없다는 듯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가령 예를 들자면.

중간계를 지키기 급급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움직이는 것처럼 말이다.

“모든 게 계획대로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래. 확실히 그렇지. 놈들은 내가 중간계에만 머물 걸로 생각하고 있는 거 같다. 이렇게 마족과 마물들을 생각 없이 보내는 걸 보면 말이야.”

툭!

드래곤 로드가 말을 끝내고는 바닥에 있는 마족 한 마리를 발로 걷어찼다. 그러자 불에 타버린 녀석의 몸이 잿더미로 변해 버렸다. 마족 중에서도 제법 이름이 있다고 알려진 공작이었다.

이 하급 마족과 마물들을 이끌고 쳐들어온 선봉 대장이라고 할수 있는 존재다.

하지만 그런 건 이제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놈은 에탄과 드래곤 로드에 의해서 생을 마감했으니까.

“다른 녀석들도 일 처리는 잘하고 있겠지.”

“모두 강한 사람들이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중에 제 딸인 아린이와 뇽뇽이는 더 강하고요.”

“흥. 애당초 개들은 인간이란 같은 존재가 아니다. 그러니 두각을 드러내는 게 당연한 거야.”

“그렇긴 하죠.”

에탄이 드래곤 로드의 말에 어깨를 으쓱였다. 아린이와 뇽뇽이는 확실히 사람이 아니다. 아린이는 전설적인 검이고 뇽뇽이는 드래곤 로드와 같은 드래곤이다.

그래서 드래곤 로드는 두 아이의 활약을 당연하다고 말했지만.

‘그러면서도 입은 웃고있네.’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간 게 에탄의 눈에 들어왔다. 두 아이의 활약에 기뻐한다는 증거였다.

하지만 에탄은 그 점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그랬다가는 자신을 향해 화염 덩어리가 날아 올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 * *

마족 섬멸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이 시스템은 점점 체계적으로 변해나갔다.

정확히는 처음에는 뭉쳐서 활동하던 이들이 이제는 각각 팀을 꾸려서 움직이게 됐다.

그중 유난히 두각을 드러내는 팀이 두 팀이 있었으니.

드래곤 로드와 에탄.

아린이와 뇽뇽이였다.

“뇽뇽아! 여긴 다 끝났어.”

아린이가 자신의 검에 묻은 보랏빛 피를 털어냈다. 그러면서 허공을 쳐다보면서 입을 열었다.

“흐응! 다 끝났음!”

그러자 이리저리 하늘을 날아다니던 뇽뇽이가 아린이를 향해 다가왔다. 그 후 공중 부양 마법을 풀고는 손을 가볍게 털었다.

“날아다니는 가고일들. 전부 제거 했음!”

마물 중에서도 하늘을 날아다니는 까다로운 가고일들. 그런 녀석 수십 마리가 뇽뇽이의 손에 의해 제거되었다. 정확히는 뇽뇽이가 만들어낸 파이어볼 수백 개를 맞고 녹아 내려버린 거였다.

“땅에 있는 마물들은 내가 처리했어.”

아린이가 그런 뇽뇽이를 쳐다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 후 자신의 앞에 있는 거대한 마물을 보고는 미간을 찌푸렸다.

“냄새가 독해….”

독한 냄새가 마물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아린이가 미간을 찌푸린 건 아니었다.

‘더 독해지고 있어.’

마물에게서 나오는 마기가 시간이 지날수록 강력해지고 있기에. 그렇기에 아린이는 상황이 점점 심각해진다는 걸 눈치챌 수 있었다.

“냄새남.”

그리고 그건 뇽뇽이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전에 가고일을 상대했을 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강력한 마기가 마물들에게서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기운도 이상함.”

거기에 뇽뇽이는 한 가지 더 이상한 점을 느끼고 있었다. 바로 마족과 마물들이 가지고 있는 기운이 특이하게 변하고 있다는 거였다.

“흐음….”

“심상치 않은 일이네.”

아린이가 그런 뇽뇽이의 말에 미간을 찌푸렸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놈들에게 꿍꿍이가 있는 거 같았다.

그런 게 아니고서야 자신들이 이상함을 느낄 리 없을 테니 말이다.

“이건 아빠에게 보고해야겠어.”

그렇기에 아린이는 이번 사건을 에탄에게 보고하기로 마음먹었다.

근 세 달 동안 활동을 하면서 변화된 것들을 알려줄 겸 말이다.

“아린아. 이제 아빠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자.”

그래서 대륙 중부 끝자락에서 다시 에탄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자고 말하는 순간.

-웅!

이들 앞에 보라색 마법진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순식간에 주변이 검게 물들었다. 아주 어두운 기운이 아린이와 뇽뇽이를 집어삼키기 위해 둘러싼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

“…….”

쓰릉!

아린이가 그걸 깨닫고는 검집에 집어넣었던 검을 다시 빼냈다.

-웅

그리고 뇽뇽이는 폴리모프 상태에서 드래곤으로 모습을 변화시켰다. 이 막대한 마기는 절대 폴리모프 상태에서 이길 수 없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만전의 태세를 갖추는 순간.

“호오….”

이들의 앞에 어둠 속에서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니. 정확히는 두 개의 뿔을 머리에 가지고 있는 마족이었다.

“이거 참 흥미롭군. 하필 여기서 제일 막강한 두 존재를 만나게 될 줄이야.”

마족이 아린이와 뇽뇽이를 보면서 어깨를 으쓱였다. 이런 곳에서 아린이와 뇽뇽이를 만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기 때문이다.

“흐음….”

그래서 곤란하다는 눈빛으로 아린이와 뇽뇽이를 쳐다봤다.

“누구죠?”

그러자 아린이가 찌릿하는 눈으로 놈을 쳐다봤다. 척 봐도 마족으로 보이는 이였으니 아린이의 태도가 좋을 리가 만무했다.

그래서 여차하면 놈을 베어버리기 위해 검에다가 손을 올렸다.

언제든지 전투에 돌입할 수 있다는 의지를 보여줄 겸 말이다.

“누구라고 묻는다면…나는 마족을 이끌 마왕이라고 대답하면 되려나.”

마족이 그런 아린이의 질문에 미간을 찌푸렸다.

“아니. 아직은 마왕이 아니지. 마왕이 되기 직전이라고 하는 게 맞겠군.”

그리고 자신을 향해 잔뜩 날을 세운 아린이를 쳐다봤다.

“재밌네.”

녀석의 입꼬리가 초승달처럼 휘었다. 인간의 미소라고는 할 수 없을 만큼 입이 위로 올라가 있었다.

기괴하기 짝이 없는 얼굴.

아린이가 그런 녀석을 보고는 불쾌하다는 듯 눈썹을 꿈틀거렸다.

“…….”

그리고 그건 뇽뇽이 또한 마찬가지였다.

-…

뇽뇽이가 드래곤으로 변한 상태에서 남자를 빤히 쳐다봤다. 뱀의 눈과 같은 그것이 남자의 얼굴을 꿰뚫 기세였다.

놈이 그런 뇽뇽이의 시선을 느끼고는 혀를 내둘렀다.

“지금 당장 두 사람을 상대할 생각은 없어.”

그리고 두 손을 들어 올리면서 의사를 표현했다.

“아직은 내부적으로 할 일이 있거든.”

그 후 앞에 쓰러져 있는 마족과 마물들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그럼 이만. 오늘은 여기서 물러나도록 하지.”

-웅!

순식간에 마기를 뿜어내면서 다시 모습을 감추어 버렸다.

* * *

“마왕이 될 자라고 했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린이는 뇽뇽이와 함께 에탄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자신들이 겪은 상황을 그대로 이야기해줬다.

“네.”

“확실히 그랬음.”

아린이와 뇽뇽이가 에탄의 반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똑똑히 들었다.

녀석이 스스로를 마왕이 될 자라고 말했다는 걸 말이다.

“마왕이라….”

에탄이 그런 두 사람의 증언에 미간을 찌푸렸다.

마왕.

전생 시절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인물이다. 정확히는 마계에서 마왕이 나타나기도 전에 북부는 멸망했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이건가.’

그러나 이제는 새로운 마족이 이들 앞에 나타났다. 심지어 그냥 마족도 아니고 마왕이라는 칭호를 얻기 직전인 남자다.

“심상치 않은 기운을 가지고 있었어요.”

아린이가 에탄을 향해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놈이 뿜어내던 마기는 아린이가 검을 빼 들게 만들 정도로 강력했다.

“맞음.”

그리고 폴리모프를 하고 있던 뇽뇽이가 본 모습을 보일 정도였다. 그것만으로도 에탄은 상대가 만만치 않은 인물이라는 걸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이건 드래곤 로드님을 찾아가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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