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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천재 딸이 생겼다-179화 (179/200)
  • 제179화

    드래곤 로드의 도발에 화염의 지배자가 미간을 찌푸렸다. ‘어디 한번 덤벼 봐라’니. 참으로 오만하기 짝이 없는 발언이었다.

    적어도 화염의 지배자가 느끼기에는 그러했다. 그녀는 아직 눈앞에 있는 여자가 드래곤 로드라는 생각을 안 했기 때문이다.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마력이 느껴지지 않아.’

    화염의 지배자.

    그녀의 등 뒤에는 지금 형형색색으로 빛나는 수십 개의 마법진이 자리를 잡고 있다.

    그 말은 즉 눈앞에 있는 드래곤 로드를 향해 하나하나가 무시할 수 없는 최상위급 마법들을 쏟아부을 수 있다는 뜻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눈에 드래곤 로드는 아무 행동도 안 하는 것처럼 보였다.

    마치 마법에 ‘마’자도 모르는 사람처럼 말이다.

    “연기는 거기까지 하시지. 그 이상 했다가는 정말 다칠 수도 있어.”

    그래서 화염의 지배자는 드래곤 로드인 그녀에게 진지하게 경고했다. 자신을 도발하는 게 목표였다면 이제 진실을 토하라고 말이다.

    “흐음… 날 이길 자신이 없는 건가?”

    그러나 그녀는 화염의 지배자의 경고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오른쪽 귀를 손으로 파면서 그녀를 명백하게 무시했다.

    “그래 가지고 마탑주라고 할 수 있는 건가. 그 자격에 의문이 드는군.”

    그리고 한발 더 나아갔다.

    다른 이들이 들었다면 기겁을 하고 입을 당장 막아버릴 정도로 엄청난 도발이 그녀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후우….”

    하지만 화염의 지배자는 바로 마법을 발동시키지 않았다. 아직 그녀의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낸 상태가 아니기 때문이다.

    ‘참아야 한다.’

    지금 그녀는 초월적인 인내심을 발휘하고 있었다. 지금 여기서 마법을 날리면 저 여자는 죽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마법에 ‘마’자도 모르는 사람처럼 느껴졌으니까.

    “됐으니까 얼른 마법을 날려라. 내가 네 녀석의 마법에 죽어버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건 개미가 사람을 걱정하는 것과 똑같은 이치니 말이다.”

    하지만 이어지는 드래곤 로드의 도발에.

    뚝!

    그녀의 남아있던 마지막 인내심이 끊어지고 말았다.

    파아앗!

    동시에 그녀가 만들어낸 마법진에서 황금빛이 뿜어져 나왔다. 이 전투를 단번에 끝내겠다는 의지가 느껴질 정도로 강력한 빛이었다.

    “장난 아니네.”

    “화난 거 같아요.”

    “무서움!”

    이 모습을 멀리서 보고 있던 에탄. 아린이. 뇽뇽이가 각자 한마디씩 툭 내뱉었다.

    이들에게 있어 화염의 지배자는 그동안 자신들을 잘 봐주는 마탑주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지금 그녀의 모습은 전장의 귀신과 같았다. 잔뜩 커진 힘줄과 붉어진 그녀의 얼굴이 얼마나 화가 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콰아앙!

    그렇게 마법진들에서 빛이 나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안에서 거대한 불덩어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나만 잘못 떨어져도 마을 하나는 소멸하고도 남을 정도로 위력이 거대한 놈들이었다.

    “흐음….”

    이런 화염의 지배자의 공격에 드래곤 로드가 턱을 쓸어 만졌다. 그리고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불덩어리들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재밌군.”

    거기에 마법을 피해야 한다는 생각이나 못 막으면 어쩌나 같은 두려움은 없었다.

    그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불덩어리들을 향해 오른손을 뻗고는.

    […….]

    용언을 중얼거릴 뿐이었다.

    웅!

    그 순간 드래곤 로드의 앞에 거대한 방패가 모습을 드러냈다. 붉은빛을 띤 방패.

    하지만 그 방패는 단순히 붉다로 표현될 수 없을 만큼 묘한 색깔을 가지고 있었다.

    “무슨?”

    화염의 지배자가 그걸 보고는 미간을 찌푸렸다.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해지던 그녀가 당혹감에 물들었다. 마나에 ‘마;자도 느껴지지 않던 여자가 용언을 중얼거리고, 거기에 방패를 만들어 내다니.

    ‘뇽뇽이가 하는 게 아니었다고?’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결과가 벌어졌다. 그렇기에 그녀는 상당히 크게 당황했다.

    에탄의 말이 사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무슨-”

    그래서 이게 무슨 일이냐고 말하려는 순간.

    화르륵!

    드래곤 로드가 만들어낸 방패에서 불이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그 불들이 순식간에 화염의 지배자가 만들어낸 불들을 집어 삼키고는.

    화르륵!

    빠른 속도로 커져 나갔다.

    드래곤 로드를 향해 날아오는 모든 공격 마법을 집어삼킬 정도로 말이다.

    “저게 도대체….”

    화염의 지배자가 그걸 보고는 자신도 모르게 손을 늘어뜨렸다. 순식간에 자신의 공격 마법들이 모두 무력하게 막혀버리고 말았다.

    아니. 정확히는 저 정체불명의 방패에게 모든 게 집어삼켜졌다.

    “마법이… 맞아?”

    거기서 한 가지 의문을 느꼈다.

    그녀의 입장에서 저런 무지막지한 마법은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아니. 정확히는 이 정도 수준의 공격 마법들을 저렇게 막아내는 방어 마법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마나는 여전히 안 느껴진다.’

    게다가 방패에서는 마나의 흐름이 보이지 않고 있었다. 드래곤 로드 또한 여전히 마나가 없었다.

    그렇기에 화염의 지배자는 저것을 아티팩트라고 여겼다.

    “고작 그런 물건으로…!”

    그래서 이를 바득 갈면서.

    “메테오!”

    그녀가 할 수 있는 가장 최고의 공격을 선사했다.

    …쿠쿠쿠쿵!

    화염의 지배자가 메테오를 외치는 순간 순식간에 하늘이 어둡게 변해버렸다.

    “호오. 메테오라. 그런 것도 할 줄 알다니. 생각보다는 많은 재주를 가지고 있구나.”

    드래곤 로드가 그것을 보고는 턱을 쓸어 만졌다. 흥미로운 마법이었다.

    아니. 정확히는 인간이 메테오를 쓴다는 것에 재미를 느꼈다.

    하지만 거기에 놀라움은 없었다.

    “그렇다면 나도.”

    드래곤 로드인 그에게 메테오는.

    […….]

    그렇게 까지 어려운 마법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우웅!

    드래곤 로드인 그녀가 용언을 외웠다. 그 순간 어둡게 변했던 하늘이 순식간에 붉은색으로 바뀌었다.

    “뭐야….”

    화염의 지배자가 그걸 보고는 당황했다. 무언가 일이 이상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걸 직감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것에 의문을 품으려는 순간.

    쿵… 쿠우웅!

    구름 위에서 거대한 충돌들이 벌어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힘이 얼마나 큰지 땅에 있는 화염의 지배자와 다른 이들이 느낄 정도였다.

    “거대한 돌을 무조건 땅에 떨구라는 법은 없지.”

    드래곤 로드가 영문 몰라하는 화염의 지배자를 향해 지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설명했다.

    따악!

    그리고 이어서 손가락을 튕기는 순간.

    후웅!

    순식간에 붉은 구름들이 걷히고 위쪽에 있는 것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화염의 지배자가 만들었던 메테오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거대한 운석들이 허공에 떠있는 현상.

    그 현상이 세상에 드러난 거였다.

    “….”

    화염의 지배자가 그걸 보고는 입을 멍하니 벌렸다. 그리고 그녀의 입에서 처음으로.

    “패배를 인정하겠다.”

    자신의 패배를 인정한다는 말이 나왔다.

    * * *

    그렇게 드래곤 로드와 화염의 지배자의 대련은 드래곤 로드의 승리로 끝이 났다.

    당연한 결과였기에 에탄은 크게 놀라지 않았다.

    “어땠습니까?”

    하지만 화염의 지배자가 무엇을 느꼈는지를 모르기에, 에탄은 그녀를 따로 찾아갔다.

    그 후 여전히 하늘을 쳐다보고 있는 그녀에게 물었다.

    “드래곤 로드의 힘.”

    드래곤 로드랑 대련을 해 보니까 어떻냐고 말이다. 그런 에탄의 질문에 화염의 지배자가 하늘을 쳐다보던 시선을 아래로 움직였다.

    “압도적이었어.”

    그리고 덤덤하게 자신이 느낀 점을 말했다.

    “거대한 벽을 돌멩이로 때리는 느낌이라고 하면 맞으려나. 아니 어쩌면 돌멩이가 아니라 종이로 베려고 한다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네.”

    “그 정도라고요?”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일 수도 있지. 모든 힘을 드러낸 게 아니니까. 심지어 성체 드래곤 상태도 아니었어. 우리로 치면 변장을 하고 가면을 쓰고 무기도 안 들고 싸운 거랑 똑같아.”

    “….”

    화염의 지배자의 대답에 에탄이 침을 꿀꺽 삼켰다. 그렇게나 압도적인 차이가 날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었다.

    드래곤 로드는 한 종족을 이끄는 최상 중에서도 최상위 존재니까.

    “그래서 참 신기해.”

    그때. 화염의 지배자가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에탄을 빤히 쳐다봤다.

    “어떻게 설득한 거야. 저런 무지막지한 존재를.”

    그녀의 입장에서는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저런 드래곤 로드가 자신들과 함께 마족을 물리친다는 게 말이다.

    “그냥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거기서 서로 이해관계가 떨어졌고요.”

    에탄이 그런 화염의 지배자의 물음에 어깨를 으쓱였다. 굳이 이 모든 걸 세세하게 답해줄 생각은 없었다.

    그러려면 자신이 회귀했다는 사실을 밝혀야 하니 말이다.

    “…후. 그 대답 마음에 안 들어.”

    이런 에탄의 빠져나가기 대답에 화염의 지배자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걸 본 에탄이 본능적으로 입을 열었다.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이지만 마법은 쓰시면 안 됩니다. 제 입은 마법에 열릴 정도로 가볍지 않으니까요. 괜한 화풀이도 금지입니다. 어떤 책임도 물지 않겠다고 서명하셨잖아요.”

    그건 생존을 위한 움직임이었다.

    에탄은 드래곤 로드처럼 그녀의 마법들을 방패로 막아 내거나, 메테오를 메테오로 부술 수 있는 능력은 없었기 때문이다.

    “걱정하지 마. 그럴 생각은 없으니까.”

    화염의 지배자가 그런 에탄의 대답에 재밌다는 듯 픽 웃었다. 그 후 자신을 쳐다보는 에탄을 빤히 바라보면서.

    “한 가지 제안할 게 있는데.”

    이번에는 그녀가 먼저 다른 주제로 말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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