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2화
뇽뇽이의 부모 드래곤 찾기 작전.
그 작전을 실행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에탄이 화염의 지배자와 약속을 한게 있기 때문이다.
산맥에다가 성벽을 건설하는 작업에 마법사들을 투입하는 대가로. 성체 드래곤을 만나게 해준다고 했다.
그 거래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에탄은 뇽뇽이의 부모 드래곤을 찾을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드래곤도 전력에 포함시키고 싶어서.’
하지만 단순히 그런 이유 때문에 에탄이 이런 행동을 하는 건 아니었다. 다가오는 미래의 마족들.
놈들에게 대항하기 위해서 에탄은 성체 드래곤을 합류시키고 싶었다. 그러면 훨씬 빠르고 쉽게 마족들을 전멸 시킬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뇽뇽이만 해도 이정도로 강력한데. 여기에 성체 드래곤들까지 합세를 한다면… 정말 위기를 아무도 죽지 않고 넘길수 있어.’
북부로 넘어오는 마족과 야만족들.
놈들을 제거하기 위해서 전생 때는 수없이 많은 북부인들이 희생을 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북부는 결국 밀렸고, 에탄과 칼라사르 가문또한 잿더미가 되어 사라졌다.
‘그때랑 같은 운명을 맞이할 수는 없지.’
그 시절만 생각하면 에탄은 아직도 마음이 저렸다. 후회와 슬픔이 그 자리를 가득 채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칼라사르 가문의 사람들이 죽어가던 광경이 눈앞에 아직도 선했다.
그러나 에탄은 그것에 슬픔을 크게 느끼지 않았다.
어찌된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자신은 지금 회귀를 했으니까.
그 덕분에 예전보다 훨씬 나은 인생을 살고 있으니 말이다.
“아빠.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세요?”
그때. 아린이가 에탄을 빤히 쳐다보면서 질문을 던졌다. 에탄이 그 말을 듣고는 움직이던 발걸음을 멈췄다.
“과거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어.”
그리고 아린이에게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말했다. 하지만 거기서도 한가지 사실만은 말할수 없었다.
바로. 에탄 자신이 회귀를 했다는 거였다. 같이 일생을 함께 했던 아린이 마저 전생의 기억은 자리를 잡고 있지 않았으니까.
그렇기에 이 기억은 오로지 에탄의 머릿속에만 있는 과거일 뿐이었다.
“으음. 눈빛이 슬퍼요.”
아린이가 그런 에탄을 빤히 쳐다보면서 걱정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당장이라도 눈에서 눈물이 나올 것만 같은 표정을 에탄이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에탄은 아린이의 생각처럼 눈물을 흘릴 마음이 없었다.
이미. 그것을 후회하고 바로 잡기 위해서 지금 움직이고 있는 거니까.
씨익.
그래서 아린이의 말에 환하게 미소를 짓고는.
“아린아. 뇽뇽아. 설탕 사탕 먹을래?”
자신의 품속에서 달달한 초코 설탕 사탕을 꺼내 들었다.
“네!”
“흐응!”
아린이와 뇽뇽이가 그것을 보고는 두 눈을 반짝였다. 동시에 에탄이 꺼낸 설탕 사탕을 각각 하나씩 집어 들고는 입에 삼켰다.
“조금만 더 있으면 남부에 도착할 거야.”
에탄이 그런 두 사람을 쳐다보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전환 시켰다. 두 어린아이에게 우울한 과거 이야기를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건 자신만 겪은 일로 하기에 충분하니까.
그래서 마차 너머에 있는 남부의 넓은 바다를 쳐다보면서 뒷말을 이어 나갔다.
“여기서 뇽뇽이의 부모님을 찾을 수 있으면 좋겠네.”
에탄과 아린이, 뇽뇽이.
세 사람은 북부에서 마차를 타고 남부를 향해 끊임없이 움직였다.
그렇게 흘러간 시간이 어느덧 5개월을 넘기고 있었다.
‘북부와 중부에서는 찾을 수 없었어.’
에탄이 마차를 타고 남부까지 온 이유는 간단했다. 번거롭기는 하지만 그게 대륙에서는 제일 찾기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마차를 타면서 이동만 하는 게 아니었다. 계속해서 뇽뇽이의 기운을 대륙 곳곳에 퍼트리면서 움직였다.
성체 드래곤이라면 무조건 알아차릴 수밖에 없을 정도로 강력한 기운들을 말이다.
“남부… 있을지 모르겠음.”
하지만 그럼에도 뇽뇽이의 부모 드래곤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하지만 속상하지 않음!”
그러나 뇽뇽이는 그것에 개의치 않아했다. 오히려 해맑은 표정으로 에탄을 쳐다봤다.
“뇽뇽이는 지금으로도 충분함!”
뇽뇽이의 말에 에탄과 아린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뇽뇽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거 같았다.
굳이 부모 드래곤을 찾지 못하더라도 자신들과 함께라면 즐겁다고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최대한으로 노력해보자.”
에탄또한 그런 뇽뇽이의 마음을 깨닫고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를 올렸다. 하나. 여기서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성체 드래곤을 찾아내는 건 에탄에게 아주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특히 곧 있으면 일어날 야만족과 마족들의 침공에서 큰 역할을 해줄 게 분명했다.
“알겠음!”
뇽뇽이가 에탄의 말에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덜커덩!
그 순간 에탄. 아린이. 뇽뇽이를 태우고 움직이던 마차가 멈췄다. 이들이 도착한 곳은 이전에 한 번 방문했던 페르세르크 라는 왕국이었다.
“도착했습니다.”
마부의 말에 에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후 마차문을 열고 아린이와 뇽뇽이와 같이 바깥으로 빠져 나왔다.
“오랜만이군. 에탄 경.”
그러자 페르세르크 왕국의 국왕이 에탄을 보면서 함박웃음을 지었다.
“폐하. 굳이 마중을 나오시다니.”
에탄이 그것을 보고는 의외라는 듯 두 눈을 끔뻑였다. 설마 국왕이 왕성 입구까지 직접 행차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우리 에탄 경이 온다는데 마냥 기다리고만 있을 수는 없을 거 같아서 말이지. 내 이렇게 직접 움직였네.”
하지만 국왕은 그것을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이 행동한 것에 만족감을 느끼면서 미소를 지었다.
“허허… 감사합니다.”
에탄이 그런 국왕의 말에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까지 극진한 대접을 받을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게다가 살짝 부담스럽기도 했다.
자신의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상대는 한 나라의 국왕이니까.
“자. 이렇게 밖에만 서 있지 말고 안으로 들어오지. 안 그래도 자네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 연회를 준비했네.”
“예?”
“미리 말을 안 해서 미안하기는 하지만… 연회를 열겠다고 하면 자네가 도망칠 거 같아서 말이야. 그래서 지금까지 꽁꽁 숨기고 있었네.”
“아니.”
에탄이 국왕의 말에 두 번째로 당황했다. 첫 번째 당황은 자신을 마중 나온 순간이었고.
두 번째는 지금 이어지는 국왕의 폭풍 발언이었다. 설마 저렇게까지 자신을 위해 여러 함정을 준비했을 거라고는 에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었다.
“…알겠습니다. 이제 와서 도망칠 수도 없는 노릇이니 순순히 붙잡혀드리죠.”
하지만 에탄은 도망가지 않았다.
자신이 잘못을 해서 끌려온 게 아니니까. 그렇기에 국왕의 말에도 재밌다는 듯 미소를 지으면서.
“안으로 들어가죠.”
모든 걸 포기한 표정으로 연회장을 향해 발걸음을 움직였다. 물론 이런 에탄의 뒤를 따르는 아린이와 뇽뇽이는 연회라는 말에 신나게 웃기만 할 뿐. 그 어떤 공포감도 느끼지 않았다.
* * *
페르세르크 왕국의 연회가 열렸다.
그리고 이 자리의 주인공은 국왕이 아닌 페르세르크 왕국을 한번 자신의 손으로 구해냈던 에탄이었다.
수호 기사부터 시작해서 여러 가지 칭호를 수여 받은 에탄.
그가 연회장 안으로 들어오자 연회장 안에 있는 모든 귀족들이 경외하는 눈빛으로 에탄을 쳐다봤다.
‘부담스럽구만.’
에탄이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이들의 눈빛에 머리를 긁적였다. 이런 시선은 여전히 익숙할 수가 없었다. 전생 시절 에탄은 어딜 가도 항상 미움받기 일상이었기 때문이다.
망나니로 다니던 시절에는 말이다.
“수호자 에탄이 도착했다!”
그래서 조금의 뻘쭘함을 느끼려는 찰나. 국왕이 연회장에 있는 귀족들을 향해 힘차게 에탄의 등장을 밝혔다.
“모두 마시고 즐겨라. 수호자의 재방문을 기념하면서!”
그리고 바로 옆에 있는 포도주잔을 거침없이 들이켰다. 그걸 본 다른 귀족들이 국왕을 따라 잔을 들어 올렸다. 그 후 한잔씩 입안에 털어내고는.
“에탄 경!”
“손 한번만 잡게 해주시오!”
“나는 눈 인사좀!”
에탄을 향해 우르르 몰려 들었다.
“어어?”
에탄이 그것을 보고는 당황했다.
보통의 연회장에서는 귀족들이 이렇게 기품 없는 행동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걸 어찌해야 하나 싶었지만.
“즐기게! 수호자여! 오랜만에 돌아온 댓가를 치루는거라고 생각하고!”
이어지는 국왕의 말에 에탄은 깨달았다. 이 남부 왕국이 자신이 재 방문 하는걸 얼마나 벼르고 있었는지를 말이다.
* * *
“허어… 후.”
연회는 아주 화려하고 정신없게 진행됐다. 그리고 에탄은 3시간 동안이나 귀족들에게 붙잡혔다.
자의가 아닌 타의로 그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면서 말이다.
그렇게 3시간이 지나서야 연회가 끝이 났고, 연회장에 왔던 귀족들은 모두 자신들의 영지로 되돌아갔다.
‘고작 3시간을 위해 모두가 이곳에 모였다니.’
3시간.
모두가 에탄을 보기 위해서 연회장에 모였다. 그리고 3시간이 지나자 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라졌다.
오직 에탄을 보기 위해서 모이고 에탄이 없어지자 사라진다.
그 사실을 에탄이 상기하고는 침을 삼켰다.
‘내가 생각보다 이들에게 큰 역할이구나.’
자신의 영향력이 상당히 크다는 걸 실감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게 에탄이 없었다면 애당초 열리지도 않았을 연회다.
그런데 국왕이 손수 연회를 열 정도라면 왕국에서 에탄의 지위가 어느정도인지 눈감아도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후우….”
그래서 왠지 모를 압박감을 느끼고 한숨을 내쉬는 순간.
똑똑.
누군가 에탄의 방문을 두드렸다.
“들어오세요.”
에탄이 그 사실을 깨닫고는 방문쪽을 쳐다보면서 입을 열었다.
끼익.
그러자 닫혀있던 문이 천천히 열리고.
“폐하?”
그 안에서 조금 전 에탄을 봤던 국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연회 때는 아무 이야기도 나누지 못했으니. 여기서 편안하게 나눠보자고.”
양손에 두 개의 잔을 든 채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