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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천재 딸이 생겼다-171화 (171/200)

제171화

산 위에 성벽을 만든다.

그 사실에 데이른 공작은 먹고 있던 차를 뿜을 정도로 엄청나게 놀랬다.

하지만 더 놀라운 건 화염의 지배자와 마탑의 마법사들이 그 제안을 받아 들였다는 점이었다.

“진짜로 만들 생각인가?”

그래서 데이른 공작은 산을 오르는 에탄에게 다시 한번 물었다. 이 말도 안 되는 계획을 정말 실천할 생각이냐고 말이다.

“솔직히 말해서 지금까지는 날 속이는 장난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해보니 사람 한 명 속이자고 마탑까지 올 리가 없지.”

얼마나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으면.

데이른 공작은 에탄이 자신을 속이기 위해 장난을 치는 거라고 스스로 합리롸를 했었다. 하지만 산을 오르면서 깨달았다.

지금 이 모든 건 장난이 아니라는 걸.

그리고 이게 장난이라고 해도 문제가 되는 선이라는 걸 말이다.

“그걸 이제야 아신 겁니까?”

에탄이 뒤에서 중얼중얼 거리는 데이른 공작의 말을 듣고는 고개를 뒤로 돌렸다. 그리고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쳐다봤다.

에탄은 지금까지 데이른 공작에게 장난이라고 말한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저를 도대체 뭘로 생각하시는 건지… 흠.”

에탄이 말을 끝마치고는 묘한 시선으로 데이른 공작을 쳐다봤다. 거기 안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었다.

“진짜 장난을 치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드립니까?”

“!”

에탄의 말에 데이른 공작이 두 눈을 크게 떴다. 저 말에 경고가 담겨 있다는 건 데이른 공작도 어렵지 않게 깨달을 수 있었다.

“크흠. 허. 말이 그렇다는 거지 말이. 아무리 그래도 네가 공작에게 장난을 치겠냐는 물음이었다.”

“뭐… 굳이 못칠 이유가 없기는 하죠. 데이른 공작님도 장난 좋아하시지 않습니까?”

에탄이 말을 마치고는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데이른 공작이 그걸 보고는 몸을 흠칫 떨었다.

“원한다면 다 같이 데이른 공작님을 위한 장난을 쳐드릴 수 있습니다. 화염의 지배자님이 용암을 준비하고… 아린이와 뇽뇽이가 데이른 공작님을 빠뜨리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요.”

하지만 에탄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양옆에 있는 아린이와 뇽뇽이를 쳐다보면서 그렇지 않냐는 표정을 지어줬다.

“좋아요!”

“하고 싶음!”

그러자 아린이와 뇽뇽이가 기다렸다는 듯 에탄의 말에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는군요.”

에탄이 그런 두 사람의 대답을 듣고는 다시 데이른 공작을 쳐다봤다.

“미안하다.”

그러자 데이른 공작이 고개를 숙이면서 에탄의 말에 사과를 표했다. 이 이상 자신이 반박을 했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걸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 그러면 성벽을 만들겠다는 제 말은 이제 거짓이 아닌걸 아시겠군요.”

에탄이 그런 데이른 공작의 대답에 언제 그랬냐는 듯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물론이다! 네가 성벽이 아니라 산에다 요새를. 아니 공중에 떠 다니는 성을 만든다고 해도 믿을거다.”

데이른 공작이 그걸 보고는 다급히 뒷말을 붙였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이 모든 게 장난이 아닌가 의심했던 그였지만, 이제는 진심으로 에탄의 말을 믿게 됐다.

“아주 좋습니다.”

에탄이 데이른 공작의 대답에 흡족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탁!

그리고 산 위를 향해 발을 박찼다.

데이른 공작이 그렇게 시선을 돌리고 위로 올라가는 에탄을 보면서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앞으로는 조심해야겠군.’

그리고 여러 가지 의미로 에탄에게는 조심히 행동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

* * *

에탄과 데이른 공작.

아린이와 뇽뇽이.

화염의 지배자와 마법사들.

북부에 내놓으라 하는 자들이 산을 오른 지 약 10시간이 지났다.

이들은 일부러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하지 않았다.

사실 하염의 지배자의 마법 한번이면 순식간에 산을 돌파할 수 있는데도 말이다.

“야만인들은 이 산을 걸어서 올라올겁니다. 저희처럼 말이죠.”

이유는 간단했다.

에탄이 이들에게 북부에 있는 이 산맥이 어떤 역할을 해주고 있는지를 알려주기 위해서였다.

정확히는 산맥 너머에서 등장할 야만족들. 녀석들을 막아내 줄 거라는 확신을 이들에게 주기 위해서였다.

“확실히 그렇겠지. 놈들은 마법을 사용할줄 모르니까.”

화염의 지배자가 에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 얼어붙은 산맥을 올라오는건 그들에게 힘든 일이니라.

“야만족이 올 때쯤이면 길도 모두 파괴되어 있겠지. 그러니까 녀석들에게 이곳은 넘을 수 없는 천연 요새나 마찬가지일거야.”

심지어 지금은 위로 올라올 수 있는 길이 존재하고 있지만, 전쟁이 시작하는 순간부터는 그런 게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

그렇기에 에탄을 따라 산을 오르는 이들은 산맥의 중요성을 확실하게 깨닫게 됐다.

“하지만… 굳이 여기에 성벽을 세워야 하는 이유가 있나? 없어도 이렇게 잘 막는데.”

그러나 화염의 지배자는 그렇기에 에탄이 성벽을 세우는 이유를 납득할수 없었다.

이 얼어붙은 산맥은 자연 그 상태로도 순수한 요새가 되어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족이 함께 넘어올 겁니다.”

“음?”

“야만족과 마족들이 연합해서 산을 넘을 겁니다. 그러니까 이곳을 철저하게 방비해야 합니다. 무조건이요.”

하지만 에탄은 알고 있다.

이 산맥만으로는 마족을 막아낼수 없다는 것을.

이 험난한 길은 마족들이 지배할거라는 걸. 그리고 그것을 통해 야만족들이 쉴 틈 없이 몰려 들 거라는 걸 말이다.

“무조건이라고?”

“네.”

“그렇게 확신하는 이유라도 있어?”

하지만 화염의 지배자는 여전히 에탄의 대답에 납득할수 없었다.

당연한 거였다.

그녀는 에탄이 어떤 일을 겪었는지 모르니까. 게다가 에탄처럼 회귀를 한것도 아니다.

그러니 이 주장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나는 그렇다 쳐도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확실한 근거가 필요해. 그러니까 이 부분을 명확하게 설명해줘야겠어.”

화염의 지배자의 단호한 태도에 에탄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이 상할 법도 하지만 전혀 그런 생각은 가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가 자신을 배려하고 있다고 에탄은 생각했다.

“마족들 중에서는 공간 마법을 사용하는 자도 있습니다. 이건 개인적인 조사를 통해서 알아냈습니다.”

그래서 화염의 지배자의 물음에 세세하게 답을 해주기로 했다. 다만 거기에는 어쩔 수 없는 거짓이 섞여 있었다.

정확히는 전생 시절 알아낸 정보들을 짜깁기해서 그녀에게 설명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야만족들 사이에서 심상치 않은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소문?”

“예. 암흑의 지배자와 연락이 되는 주술사가 있다는 소문입니다. 이건 확인하는데 얼마 걸리지 않을 겁니다. 야먄족들 사이에 첩자가 있다면 말이죠.”

“넌 그걸 어디서 들은 건데?”

“제국에 있는 유능한 정보 길드원에게 들었습니다. 정확히는 정보 길드장에게 직접이요. 실력은 확실하니 정보가 잘못됐을 가능성은 없습니다.”

“흐음….”

화염의 지배자가 에탄의 말에 턱을 쓸어 만졌다.

“여전히 근거가 확실하지 않아. 그것만으로는 약하다는 거 알고 있지?”

“물론입니다.”

“더 자세하게 풀어줄수는 없나?”

“죄송합니다. 이게 제가 말할 수 있는 것의 한계입니다.”

그러면서 근거의 빈약성을 지적했다. 에탄 또한 그 점을 알고 있지만 더 깊은 정보들을 꺼낼 수는 없었다.

거기부터는 자신이 회귀했다는 사실을 밝혀야하기 때문이다.

“…….”

화염의 지배자가 이런 에탄의 태도에 미간을 찌푸렸다. 짜증나서가 아니었다. 다만 이걸 가지고 나머지 사람들을 어떻게 설득할지에 대해서 고민하는 거였다.

“후. 좋아. 이번에는 내가 힘 좀 써줄게.”

그렇게 고민을 한 끝에 화염의 지배자가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에탄을 빤히 쳐다보면서 뒷말을 이었다.

“명심해. 내 이름값은 상당히 비싸. 그러니까 이 빛은 나중에 제대로 받아 낼 거야.”

그리고 자신이 도와주겠다는 걸 빙 돌려 말했다.

씨익.

에탄이 그 말을 듣고는 입꼬리를 올렸다.

“물론이죠. 이자까지 넉넉하게 해서 드리겠습니다.”

그 후 화염의 지배자를 향해 고개를 꾸벅이며 감사를 표하고는.

탁!

위로 거침없이 올라가던 발걸음을 멈췄다.

“이제 이곳을 어떻게 성벽으로 변화시킬지 고민해보죠.”

그리고 뻥 뚫려있는 산맥 주변을 쳐다보면서 본격적인 성벽 건설 계획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자고 했다.

* * *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다.

성벽 건설에 대한 이야기가 끝나고 본격적인 실천에 들어갈 정도로 많은 시간이 지났다.

-우웅!

화염의 지배자가 마탑에 있는 마법사들을 설득하고, 그들을 이용해 산맥에 거대한 성벽을 짓기 시작했다.

마법이라는 힘을 이용해서 말이다.

“내가 없어도 잘 해낼수 있겠지.”

에탄은 그런 화염의 지배자를 전적으로 믿었기에. 그녀에게 이번 산맥에 필요한 모든 권한을 부여했다.

즉. 에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화염의 지배자가 알아서 판단하고 설치할 수 있는 힘을 준 거였다.

“맞아요. 화염의 지배자님은 똑똑하잖아요.”

“흐음! 믿을만함!”

아린이와 뇽뇽이가 그런 에탄의 결정을 적극 지지했다. 두 사람의 말에 에탄이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럼 우리도 필요한 일을 하러 가볼까?”

그리고 후드를 뒤집어 쓴 두 사람의 머리를 쓸어 만졌다. 산맥에 있는 성벽 건설이 완료되기까지는 약 한달 가량이 걸릴 거라 말했다.

에탄은 그 사이에 아린이와 뇽뇽이를 데리고 한 가지 큰일을 치르기로 마음먹었다.

바로. 뇽뇽이를 낳아준 성체 드래곤을 찾는 일이었다.

“보고 싶음!”

뇽뇽이가 에탄의 말에 고개를 강하게 끄덕였다. 자신을 세상에 나오게 해준 부모를 보고 싶어 하는 게 당연했기에.

에탄은 그런 뇽뇽이를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두 사람의 손을 꼬옥 잡고는.

“좋아. 이제 찾으러 가보자.”

뇽뇽이의 부모 드래곤 찾기 여정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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