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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천재 딸이 생겼다-169화 (169/200)

제169화

시간은 계속해서 흘러갔다.

그리고 그 시간동안 한 사람은 자신을 끊임없이 담금질 했다.

칼라사르 가문의 기사 단장인 빌헬름이었다.

“후우….”

빌헬름이 뜨거운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감았던 눈을 천천히 떴다.

아무것도 없는 동굴.

빌헬름은 이 동굴에서 무려 한달 가까이의 시간을 보냈다.

아무것도 먹지도 마시지도 않은체 말이다. 심지어 누군가와 만남을 가지지도 않았다.

빌헬름은 그저 동굴 안에서 끝없이 수련을 했다. 눈을 감고 자기 자신과의 싸움을 무한으로 반복한 거였다.

그리고 그 결과.

“드디어… 젊은 시절의 경지를 되찾았다.”

빌헬름은 자신의 전성기 시절의 힘을 되찾게 됐다. 무려 기사 단장 현역으로 활약을 하던 그 시절로 말이다.

탁!

빌헬름이 수련을 끝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콰직!

그 순간 빌헬름이 디딛고 있던 땅에 금이 쩌적! 하고 갈라졌다. 새롭게 바뀐 그의 육체가 압도적인 힘을 뿜어내고 있었다.

“이런. 힘 조절을 못했군.”

빌헬름이 그걸 보고는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지금의 자신은 더 이상 늙은 노기사가 아니다.

그렇기에 그때처럼 힘을 주면서 걸었다가는 가문 바닥이 성하지 않을게 분명했다.

‘전성기라….’

전성기.

빌헬름은 두 번 다시 이런 때가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굳이 이 정도로 자신을 몰아세울 필요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에탄이 변하기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아니. 정확히는 북부가 대통합되고 마족을 대비하는 움직임을 보이기 전까지만 해도 그러했다.

“이 모든 게 도련님 덕분이라니. 과거의 나한테 이 사실을 말해주면 미쳤다고 하겠어.”

누가 알았을까.

망나니 도련님이 자신을 이렇게 몰아붙일 줄은.

빌헬름이 그 사실을 상기하고는 픽 웃었다. 이미 경험을 하고 있는 스스로가 생각해도 어처구니없는 상황이었다.

하나 빌헬름은 더 이상 에탄을 무시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을 뛰어 넘는 무인이라고 평가를 하고 있기에.

“도련님과 대련을 할 날이 얼마 멀지 않았다.”

빌헬름은 자신의 칼을 더더욱 날카롭게 세우리라 다짐했다.

그리고 언젠가는 에탄과 한판 붙을거라는 야망도 품었다.

* * *

그렇게 빌헬름이 다른 수련을 이어 나갈 때.

“그러고 보니 빌헬름 할아버지는 언제 와요?”

에탄은 아린이와 뇽뇽이를 데리고 북부 산 꼭대기로 발걸음을 움직였다.

“음….”

그 과정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빌헬름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그리고 아린이는 에탄에게 빌헬름이 언제쯤 나타나는지 물었다.

“글쎄. 그건 아빠도 모르겠네.”

에탄이 그런 아린이의 물음에 머리를 긁적였다. 다른 질문들은 모두 자신 있게 답할 수 있었지만 이것만큼은 예외였다.

그도 그럴게.

빌헬름이 에탄이나 지오반에게 조차 언제쯤 돌아 오겠다는 기약을 남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디가서 죽을 사람은 아니긴 하지만.’

빌헬름이 비록 나이가 들었다고 하지만, 그 검만큼은 여전히 예리한 상태다. 심지어 한번 각성을 하고 난 이후부터는 어지간한 적들은 상대가 안 될 정도로 경지가 올랐다.

그렇기에 에탄은 빌헬름을 걱정하지 않았다.

“…빨리 와서 아린이와 뇽뇽이를 놀아주면 좋겠는데.”

하지만 빌헬름의 부재가 많이 아쉽기는 했다. 아린이와 뇽뇽이가 제일 좋아하는 대련 놀이.

그 놀이를 해줄 수 있는 대상중 한명이 빌헬름이었으니까 말이다.

“찾아 가고 싶음!”

뇽뇽이도 빌헬름을 좋은 놀이 대상(?) 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에탄의 대답에 빌헬름을 찾고 싶다는 말을 내뱉었다.

“안 돼. 빌헬름 할아버지가 찾아오지 말라고 했어.”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빌헬름이 가문을 떠나면서 에탄에게 말했기 때문이다.

자신이 돌아오기 전까지는 찾지 말라고 말이다.

에탄은 그 약속을 지켜야 했기에 뇽뇽이의 말을 들어줄 수가 없었다.

“흐응. 아쉬움.”

뇽뇽이가 에탄의 대답에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빌헬름과 한판 붙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항상 뇽뇽이의 머릿속에 떠오르고 있었다.

그러나 빌헬름이 떠난 지도 어느덧 한 달을 지나고 있으니 뇽뇽이의 몸이 근질근질 할만도 했다.

“늘 똑같은 사람. 대련 지겨움. 새로운 사람. 필요함!”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아무도 뇽뇽이와 대련을 해주지 않는 건 아니었다. 데이른 공작부터 시작해서 화염의 지배자까지.

무력으로 내놓으라 하는 사람들이 뇽뇽이와 번갈아가면서 놀이를 빙자한 살벌한 대련을 해주고 있다.

하지만 뇽뇽이는 빌헬름과도 한번 붙어보고 싶다는 욕망을 가지고 있었다.

빌헬름에게는 남들과는 다른 날카로움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경험의 차이가 크기는 하지.’

에탄 또한 그 사실을 알고 있기에 빌헬름을 높게 평가하고 있었다.

자신도 비록 회귀를 했다고 하지만, 빌헬름의 경험은 자신을 뛰어 넘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적어도 전투 경험에 한해서는 말이다.

‘수없이 많은 전장을 누볐다고 했지.’

빌헬름은 칼라사르 가문의 가주 지오반과 함께 북부에 있는 많은 지역을 돌아 다녔다.

그리고 무수히 많은 적들을 베어 나가면서 가문의 권위를 단단하게 만들었다고 들었다.

과거 대 전쟁 시절 말이다.

“나중에 빌헬름 할아버지가 돌아오면 셋이서 같이 놀아달라고 하자.”

그렇기에 에탄은 빌헬름과 정정 당당하게 1대1 승부를 할 생각이 없었다.

그건 빌헬름에게 너무나 유리한 조건이라 생각했으니까.

그래서 아린이와 뇽뇽이를 데리고 다 같이 빌헬름과 붙어보리라 다짐했다.

물론 거기에 빌헬름에 의사는 전혀 들어가 있지 않지만 말이다.

* * *

그렇게 빌헬름에 대한 이야기를 끝내고. 에탄은 아린이와 뇽뇽이를 데리고 계속해서 산을 올랐다.

그리고 마침내 북부에서 가장 높은 꼭대기에 도달했다.

“저번에 왔을 때랑 변한 게 없네요.”

아린이가 산 너머 펼쳐진 광경을 보고는 두 눈을 끔뻑였다. 처음에 왔을 때는 녹색이 가득했고.

두 번째로 이곳에 왔을 때는 설원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세 번째로 온 지금도 산 너머는 새 하얀 눈들로 가득 덮여 있었다.

“그러게.”

에탄 또한 그 사실을 알고 있기에 아린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굳이 과거의 이야기를 꺼내지는 않았다.

이 산이 설원으로 변하게 된 계기가 유쾌하지는 않으니 말이다.

“이곳에 뭘 만드실 생각이에요?”

그때. 아린이가 또 다른 질문을 에탄에게 던졌다. 이 설원에 어떤 걸 제작할 거냐는 질문이었다.

에탄이 산에 올라오면서 이곳에 만들게 있다고 했기에 나오는 물음이었다.

“성벽.”

에탄이 그런 아린이의 물음에 덤덤히 대답을 해줬다. 그러자 아린이가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산꼭대기에 성벽을 만들어요?”

자신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답변이었기 때문이다. 아니. 아린이가 아니라 그 누가와도 에탄의 대답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산에다가 성벽을 만드는 경우는 없었으니까. 요새라면 몰라도 말이다.

“거대한 성벽을 만들 거야. 산 전체를 집어 삼킬 만큼 아주 튼튼하고 거대한 성벽.”

“으음… 잘 모르겠어요. 그건 너무 어려운 일 아닌가요?”

에탄의 물음에 아린이가 머리를 긁적였다.

적어도 아린이의 기준에서는 그런 성벽을 만드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 있다고 해도 말이다.

“아린아 세상에는 그런 말이 있어.”

“무슨 말이요?”

“무언가를 할 때 그게 힘들 거 같으면 더 많은 돈을 투자하라는 말이 있어.”

“그래요?”

하지만 에탄은 자신이 계획한 걸 해낼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자신에게는 북부의 모든 경제가 주어져 있으니까.

“게다가 우리한테는 훌륭한 인적 자원도 있지. 화염의 지배자님과 그분이 이끄는 마탑의 마법사들.”

“…저번에 화염의 지배자님이 두 번 다시는 안 도와줄 거라고 하지 않았어요?”

“그거야 설득하면 되는 거고. 세상에 절대라는 건 없단다.”

에탄이 아린이의 말에 활짝 미소를 지었다. 아린이의 말대로 이번 계획을 시도하기 위해서는 화염의 지배자를 설득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저번 사건 때문에 에탄에게 도움을 안 줄 거라고 공언을 한 상태니.

에탄은 이 난관을 해쳐나갈 묘수를 가지고 있어야만 했다.

“걱정 하지 마.”

그리고 에탄은 그것을 가지고 있었다. 화염의 지배자를 설득할 아주 강력한 수단이 말이다.

“하지만… 혼자서는 설득하기 힘들 거 같네.”

에탄이 혼잣말을 중얼 거리고는 아린이와 뇽뇽이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여전히 자신의 말을 착실히 따라주는 착한 두 아이.

그런 녀석들을 향해 에탄이 품속에서 간식거리를 꺼냈다.

달달한 초코가 묻어있는 설탕 사탕이었다.

“이번에도 아빠를 도와주면 새로 만준 간식을 줄게. 어때? 한번 더 시도해줄 수 있겠니.”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맛있는 간식을 이용해 아린이와 뇽뇽이를 포섭하기를 시도했다.

“!”

“!”

아린이와 뇽뇽이가 에탄의 말에 두 눈을 반짝였다. 그리고 뚝뚝 떨어지는 초코를 쳐다보면서 침을 삼켰다.

아직 어린 아린이와 뇽뇽이에게 에탄이 손에 들고 있는 간식은 그 어떤 음식보다 달콤한 녀석이었다.

“좋아요!”

“흐음!”

그래서 아린이와 뇽뇽이는 에탄의 제안을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받아 들였다.

씨익.

에탄이 그런 두 사람의 대답을 듣고 입꼬리를 올렸다. 그리고 아린이와 뇽뇽이를 향해 초코가 묻어 있는 설탕 사탕을 내밀었다.

“아빠 말 잘 들으면 자다가도 간식이 생겨요!”

그리고 이것보다 더 맛있는 간식들도 있다고 말하는 순간.

반짝.

아린이와 뇽뇽이의 두 눈에 빛이 들어왔다. 간식을 얻어 내겠다는 엄청난 의지가 피어오르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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