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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천재 딸이 생겼다-168화 (168/200)
  • 제168화

    여명의 눈동자.

    그녀는 데이른 공작과 대화를 끝내고 방을 빠져 나왔다.

    “하아.”

    그리고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지금 자신이 원하는 대로 상황이 굴러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아니. 정확히는 이 모든 게 예측하지 못한 것들이었다. 에탄이 처음 자신을 방문했을 때부터 말이다.

    ‘내 진명을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여명의 눈동자라는 이름.

    그 이름은 과거에 알던 몇몇을 제외하면 절대로 알 수가 없는 이름이었다.

    그녀가 그 이름을 세상에서 묻어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에탄은 그걸 당연하게 알고 있었다.

    심지어 자신이 아닐 거라는 의문조차 품지 않았다.

    ‘내가 이름을 밝히는 순간은 큰 위기가 왔을 때 밖에 없는데.’

    여명의 눈동자라는 이름은 세상에 나타난 이름이다.

    대륙을 위협하는 절대적인 존재가 나왔을 때만 그녀는 그 이름을 이용해서 활약을 해왔다.

    그리고 그런 존재가 사라졌을 때는 그저 제국에서 중개소를 하는 평범한 중개업자로 남아 있었다.

    굳이 큰일에 휘말리면서 많은 관심을 받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여명의 눈동자로 살 때가 아닐 때는 그저 조용히 하루하루를 보내는 게 그녀의 소망이었다.

    “여명의 눈동자….”

    하지만 이제는 그럴 수 없게 됐다.

    데이른 공작이 자신의 진명을 알고 있는 건 아니지만, 그녀에게 건네준 여러 가지 물건들과 조건이 말하고 있었다.

    더 이상 여명의 눈동자라는 이름을 숨길 수는 없을 거라고 말이다.

    데이른 공작이 건넨 거래를 수락하는 순간, 평범한 중개업자로는 살수 없을 거라고 모든 감각이 말하고 있었다.

    “어쩔 수 없지.”

    하지만 그녀는 자신에게 오는 이 운명을 거절할 생각이 없었다. 에탄이 말한 대로 상황이 벌어진다면 어차피 본인 또한 움직여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후우….”

    그래서 앞으로 벌어질 일들을 지래짐작하면서 한숨을 쉬고는.

    “당분간은 일에 파묻혀서 지내야 겠네.”

    데이른 공작이 건네준 아공간 주머니와 함께 자리를 떠났다. 제국에 있는 모든 용병을 필요한때에 모집하기 위한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말이다.

    * * *

    “경제에 조금씩 탄력이 붙고 있어요.”

    그 시각. 에탄은 북부의 경제를 맡긴 베네시슨을 찾아갔다. 그리고 그녀에게서 제법 긍정적인 보고를 받게 됐다.

    “에탄님의 말씀대로 북부에서 나오는 물건들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어요. 거기에 극소수의 물량밖에 없으니까 값어치는 끝을 모르고 올라가고 있고요.”

    “모든 게 계획대로군요.”

    에탄이 베네시슨의 말에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예상했던 대로 일이 흘러가고 있었다.

    북부에 있는 대장간.

    사실 그곳에서는 이미 무수히 많은 장비들이 만들어진 상태다. 당장 마음만 먹으면 중부에도 보급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최대한 비싸게 팔아야 합니다. 극소수의 물량으로. 제 말이 무슨 말인지 잘 아실 거라 믿습니다.”

    하지만 에탄은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더더욱 물량을 줄이고 가격을 높게 불렀다.

    “조금 이기적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최대한 많은 돈을 모아야 합니다. 그래야 북부를 재건할 때 중부와 남부의 영향력을 줄일 수 있으니까요.”

    다가올 마족들과의 전투.

    그리고 그 이후에 있을 복원 작업에 큰 힘을 사용하기 위해서였다.

    ‘대륙이 멸망하지 않는 이상 돈의 가치는 살아 있는다.’

    돈의 힘은 위대하다는 걸 에탄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전생 시절 마족이 대륙을 침공한다는 사실이 퍼졌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때도 경제는 멀쩡히 돌아갔다.

    완전히 박살나고 있는 북부를 제외하고 말이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최대한의 이윤을 남기도록 할게요.”

    베네시슨이 에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상인으로서의 기질을 최대한으로 발휘하겠다고 말했다.

    “돈… 돈… 그 돈 중에 일부를 저한테 주신다는 약속도 지켜주실 거죠?”

    그리고 그런 그녀의 눈빛에는 욕망이 가득 차 있었다.

    당연한 거였다.

    자신이 많은 이윤을 남길수록 본인에게 떨어지는 몫이 크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입니다. 열심히 일하시는 분에게 그 정도 보상은 있어야죠.”

    에탄이 그녀의 물음에 미소를 지었다. 아무리 계약을 통해 많은 돈을 주기로 했다고 해도, 북부의 경제를 휘어잡은 상태에서 얻어내는 수입보다는 클 수 없었다.

    에탄 또한 그 사실을 알기에 그녀에게 한 가지 조건을 걸었다.

    “북부가 대륙의 경제를 집어 삼키면 베네시슨 님에게 얼마나 많은 돈이 떨어질지 상상이 안가군요.”

    북부의 경제가 제국을 뛰어 넘을 때. 그녀에게 북부에 들어오는 수입 일부를 통째로 내어주겠다고 말이다.

    “흐흐… 흐.”

    베네시슨이 에탄의 대답에 음침한 미소를 지었다.

    수많은 돈이 자신에게 떨어지는 상상을 하니 웃음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탁!

    그래서일까.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앞에 있는 에탄을 빤히 쳐다보면서 말했다.

    “최선을 다해 대륙을 집어 삼키겠습니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에탄은 아주 좋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 * *

    북부 대통합을 위한 첫 번째 시설.

    북부 대장간이 지어진 지도 어느덧 세 달이 지났다.

    그동안 에탄은 대장간을 이용해 여러 가지 장비들을 만들어왔다.

    개중에는 자신이 이용할 검도 포함되어 있었다.

    “얼음계곡에 있는 얼음의 정수를 녹인 검입니다.”

    그리고 그 무기를 만들어준 사람은 에탄이 전생부터 알고 있던 에르덴이라는 대장장이였다.

    “반짝반짝 빛나는 게 마음에 드는군.”

    “…….”

    “왜 그런 눈빛으로 날 쳐다봐? 난 검이 빛난다고 말한 건데.”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저 당한 게 좀 있어서 그랬던 것뿐입니다.”

    “크흠.”

    에르덴의 대답에 에탄이 헛기침을 내뱉었다. 그리고 회귀하고 나서 에르덴을 처음 마주쳤을 때를 떠올렸다.

    그때 당시에 에탄은 에르덴의 머리를 가지고 여러 가지 나쁜 언행들을 내뱉었다.

    “으음.”

    그리고 에탄은 그것이 에르덴에게 아주 나쁜 기억으로 남았을 거라는 걸 깨달았다.

    “혹시 그때 일로 그런 거면….”

    “아닙니다. 설마 제가 그렇게 속 좁은 사람처럼 보이십니까?”

    에탄의 말에 에르덴이 쏘아 붙이듯 답했다. 말투는 공손했지만 목소리는 그렇지 못했다.

    에탄이 그것을 느끼고는 침을 삼켰다. 그러나 에르덴에게 무어라 뒷말을 잇지는 못했다.

    “아빠!”

    자신의 뒤에서 아린이가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그 순간 에르덴이 아린이를 보면서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동시에 에탄을 향해 은은하게 드러내던 알 수 없는 기세를 거둬들였다.

    “아린님 오셨군요.”

    그리고 아린이를 향해 살갑게 인사를 건넸다.

    “네! 에르덴 님 안녕하세요.”

    그러자 아린이가 에르덴을 향해 힘차게 고개를 꾸벅였다. 동시에 아주 공손한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다.

    “하하.”

    에르덴이 그 모습을 보고는 함박웃음을 지었다. 에탄이 자신에게 말을 건넸을 때와는 확실히 다른 분위기였다.

    “에르덴. 아까 전이랑 모습이 다른 거 같은데?”

    에탄이 그것을 깨닫고는 에르덴에게 조심히 말을 걸었다. 그러자 아린이와 눈을 마주치면서 싱긋 웃던 에르덴이 에탄을 향해 시선을 움직였다.

    “왜 그렇게 생각하시는지 잘 모르겠군요. 설마 진짜로 제가 그때 일로 마음에 상처를 입어서 도련님에게 안 좋은 감정을 품고 있다고 말씀하시고 싶으신 겁니까?”

    그리고 뒷말을 우다다닥 이어 나갔다.

    “아니… 아니야. 내가 잘못 본거 같다.”

    에탄이 그 말을 듣고는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그의 오래된 감각이 말해주고 있었다.

    여기서 의문을 표하는 건 좋은 선택이 아니라고 말이다.

    “에르덴 님 착한 사람이죠?”

    “그럼요! 제가 얼마나 착하면 도련님을 위해서 무기도 만들어 드렸습니다. 그리고 아린 님을 위한 무기도요!”

    에르덴이 아린이의 물음에 힘차게 대답했다. 안 그래도 그것에 관해 에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아주 잠깐 과거의 일로 이야기가 새기는 했지만 말이다.

    쓰윽.

    에르덴이 대답을 끝내고는 고개를 아래로 숙였다. 그리고 안쪽에 있는 무기 보관함을 향해 손을 뻗고는.

    “이게 아린님을 위한 무기입니다.”

    에탄과 마찬가지로 얼음 계곡의 정수를 이용해서 제작한 검을 빼냈다.

    그렇게 똑같은 길이의 검 두 자루가 에탄과 아린이의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우아….”

    아린이가 자신의 눈앞에 나타난 새로운 검을 보고는 두 눈을 끔뻑였다. 사실 데이른 공작이 이곳에서 대검을 새로 제작했다고 했을 때, 아린이는 내심 그를 부러워하고 있었다.

    하나 이제는 그런 감정을 품을 필요가 없었다. 데이른 공작이 대검을 새로 맞춘것처럼.

    자신 또한 에르덴에게 새로운 검을 받았으니 말이다.

    “아빠랑 똑같은 검이네요.”

    심지어 이번에도 에탄과 똑같은 모습의 검이었으니. 아린이의 기분이 날아갈 듯 좋은 게 당연했다.

    “성능은 확실합니다.”

    에르덴이 그런 아린이를 향해 뿌듯하게 뒷말을 붙였다.

    쓰릉!

    아린이가 그 말을 듣고는 에르덴이 꺼낸 검을 쥐어 잡았다. 그 후 이리저리 휘둘러보고는 감탄을 내뱉었다.

    확실히 지금 사용하던 검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가벼웠다.

    “아빠.”

    그래서 아린이는 이걸 바로 이용해보고 싶었기에.

    “저랑 대련해요!”

    이 검을 이용해서 자신과 대련을 하자고 에탄에게 말했다.

    그리고 에탄은.

    “흐으음… 그럴까?”

    아린이의 부탁을 거절할 만큼 약한 아빠가 아니었다. 게다가 에탄 또한 궁금했다.

    이 검의 한계가 어디까지일지 말이다. 그래서 두 사람은 북부 대장간을 빠져나와 다시 한번 산으로 향했다.

    까아앙!

    그리고 두 사람의 검이 서로 맞부딪히는 순간.

    -…휘이이잉!

    산의 색깔이 하얗게 변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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