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3화
에탄이 베네시슨과 계약을 한지 한달이 지났다. 그동안 북부는 에탄과 데이른 공작의 감독하에 계속해서 대통합 시설 건설을 이어 나갔다.
“마침내 제가 할 일이 생겼네요.”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시설이 계속 건축되다보니, 드디어 베네시슨이 해야 하는 일이 생겼다.
바로, 북부 대통합 대장간에서 나오는 무기중 일부를 중부와 남부에 판매하는 사업이었다.
“그런데… 정말 이렇게 소량만 뿌려도 괜찮을까요?”
하지만 베네시슨에게는 한가지 걸리는 점이 있었다.
바로. 이 질 좋은 무기들을 소량으로 판매할시 나오는 문제점들이었다.
그중에는 누군가 무기를 노리고 북부를 쳐들어 온다는 가정도 포함되어 있었다.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하지만 에탄은 이런 베네시슨의 걱정에 미소를 지을 뿐, 심각한 표정을 짓지는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이곳 북부에는 실력 좋은 사람들이 상당히 많으니까요. 게다가 그렇게 간 큰 도둑도 없을 겁니다. 대통합 시설을 공격한다는건 북부 전체를 적으로 돌리겠다는 뜻이나 마찬가지니까요.”
북부 대통합시설을 건드는 순간, 모든 북부인들이 무기를 들고 그 당사자를 찾아갈게 뻔했기 때문이다.
“하긴… 그것도 그렇겠네요.”
베네시슨이 에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어지간한 일에 긍정을 하지 않는 그녀이기는 했지만, 에탄의 저 말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아린이도 함께 할거에요!”
“마찬가지임!”
그때. 가만히 대화를 듣고 있던 아린이와 뇽뇽이가 옆에서 한마디씩 거들었다.
베네시슨이 그런 두 사람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북부에서 지내면서 활기참을 자신에게 부여해준 아린이와 뇽뇽이.
보기만 해도 미소가 절로 지어질 정도로 아린이와 뇽뇽이는 사람에게 힘을 내게 해주는 원동력을 부여해주고 있었다.
자신들의 미소로 말이다.
“그래. 그래. 두 사람도 함께 하자.”
그래서 베네시슨은 아린이와 뇽뇽이의 말에 다시 한번 함박 미소를 지었다.
‘이 두 아이를 위해서라도 사업을 번창시킬 필요가 있겠어. 내가 잘못하면 아이들이 굶을테니까.’
사업을 잘못하면 아린이와 뇽뇽이가 굶는다. 사실 그건 베네시슨의 과한 걱정이었다.
막말로 북부가 쫄딱 망한다고 해도 에탄은 두 아이를 먹여 살릴 자신이 있었다.
아린이와 뇽뇽이의 힘도 상당하고 말이다.
하지만 에탄은 그녀에게 그런 사실들을 말해주지 않았다.
사업에 대한 의지를 화르륵 불태워 주기 위해서였다.
“저 최선을 다할게요!”
그래서 베네시슨이 주먹을 불끈쥐고 의욕을 표현할 때.
“아주 좋습니다. 저희 아이들의 생계를 잘 부탁드립니다.”
에탄은 베네시슨을 향해 진실을 말하지 않았다. 그저 잘 부탁한다면서 힘껏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 * *
그렇게 북부 대사업이 시작되었다.
에탄은 데이른 공작과 나머지 사람들을 데리고 북부 대장간이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움직였다.
“무기가 상당히 많군요.”
그리고 에탄은 다시 한번 혀를 내두르게 됐다. 북부 대장간에 있는 무기가 저번에 왔을때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늘어나 있었기 때문이다.
“아빠! 저기 엄청 큰 대검이 있어요!”
“뇽뇽이보다 더 큼!”
그리고 대장간 한 가운데에는 아주 특별한 무기가 제작되고 있었다. 척 봐도 범상치 않은 황금 대검이었다. 남들이 봤을 때 눈에 띄어 단번에 먹잇감으로 전락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화려한 대검이 북부 대장간 한 가운데에서 만들어 지고 있었다.
“으음! 아주 좋군!”
그리고 그 무기의 주인은 에탄의 옆에서 흡족하다는 듯 콧방귀를 끼고 있었다.
바로. 북부 대공작이자 대검을 주로 휘두르는 데이른 공작이었다.
“안그래도 새 무기가 필요했는데 말이야. 때 마침 운좋게도 북부 대장간에서 내걸 제작해준다고 했지.”
“…저 없는 사이에 권력을 남용하신 겁니까?”
“권력 남용이라니. 난 먼저 얘기 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대장간에 있는 대장장이들이 내 낡은 대검을 보고는 혀를 차더라고. 그러면서 자신들이 새로 만들어주겠다고 먼저 말한거다. 그러니까 그런 눈빛으로 나를 쳐다 보는건 금지다!”
데이른 공작이 에탄과 나머지 이들의 뜨거운 시선을 느끼고는 단호하게 말했다.
“흐음….”
“의심….”
하지만 아린이와 뇽뇽이는 데이른 공작에게 보내는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오히려 정말 그렇냐? 라는 눈빛으로 그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아니….”
데이른 공작이 그런 두 사람의 태도에 금붕어처럼 입을 뻐끔뻐끔 거렸다. 그리고 다시 한번 억울함을 표하려는 순간.
“데이른 공작님!”
북부 대통합 대장간에 있는 대장장이중 한명이 데이른 공작의 이름을 부르면서 다가왔다.
“오랜만이십니다!”
그리고 데이른 공작을 향해 해맑은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다.
“오. 자네!”
데이른 공작이 그런 남자를 보고는 반갑다는 듯 두눈을 크게 떴다.
“마침 잘 왔네. 나를 믿지 않는 이 불순한 녀석들에게 내가 대검을 어떻게 얻게 됐는지 말해주게!”
그리고 남자에게 자신의 억울함을 해소해달라고 말했다.
“음? 그거 데이른 공작님이 먼저 부러운 눈빛으로 저희가 만드는 무기를 쳐다보지 않았습니까.”
그 순간 남자가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이 두눈을 꿈뻑였다.
“워낙 눈치를 주시니 저희가 그냥 지나칠수가 있어야죠. 결국 데이른 공작님의 그 눈치주기는 저희가 대검을 만들어주겠다고 말하면서 끝나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데이른 공작이 무어라 답하기도 전에 빠르게 뒷말을 붙였다.
지잉…
이런 대장장이의 말에 에탄과 베네시슨을 포함한 나머지 사람들이 데이른 공작을 빤히 바라봤다.
“…….”
그리고 모두의 시선 집중을 받게 된 데이른 공작은.
“급한 일이 생겨서 먼저 가보겠다!”
빠르게 현장을 벗어났다.
*
그렇게 평화로운 나날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지오반과 빌헬름은 데이른 공작가에 머물면서 아린이와 뇽뇽이를 돌보는데 혼신의 힘을 다했다.
“빌헬름. 날이 갈수록 몸집이 점점 커지는 거 같다?”
그리고 빌헬름은 의도치 않게 전성기 시절의 육체를 되찾고 있었다. 하루하루가 혹독한 아린이와 뇽뇽이 돌보기를 꾸준히 해낸 결과였다.
“이게 다 도련님 덕분입니다.”
빌헬름이 에탄의 말에 허실하게 웃으면서 답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몸을 이리저리 살펴보고는.
“조만간 도련님이랑 대련을 해도 괜찮을 거 같군요. 몸 상태가 예상했던 시기보다 훨씬 빠르게 돌아오고 있습니다.”
자신의 몸에 흡족함을 가졌다.
그럴 만도 했다.
뇽뇽이가 수련이 끝나면 빌헬름에게 자신이 가지고 있는 마나의 일부를 나눠주기 때문이다.
“뇽뇽이한테 고맙다고 해.”
“하하! 물론입니다!”
빌헬름이 에탄의 말에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진지한 표정으로 에탄을 쳐다봤다.
“도련님과 아린이 님과 뇽뇽이 님. 이 세분은 제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목숨을 걸고 지키겠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목숨을 희생하는 한이 있더라도 세 명은 지킬 거라 말했다.
“죽지는 말고.”
에탄이 그 말을 듣고는 픽 웃었다.
그리고 묘한 눈빛으로 빌헬름을 쳐다봤다.
전생 시절의 기억이 빌헬름의 말을 들으면서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때는….’
목숨을 다해 가문을 지키려던 빌헬름. 그런 빌헬름을 에탄은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쉴 새 없이 몰려드는 마족들을 처리하기 바빴으니까.
빌헬름뿐만이 아니다.
가문에 있는 다른 이들을 구할 여력이 없었기에. 에탄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검을 미친 듯이 휘두르는 게 최선이었다.
그때 당시에는 검이었던 ‘아린’을 말이다.
‘지금은 아니다.’
하지만 이젠 다를 거라고 에탄은 생각했다. 자신이 지금까지 이루어 온 게 있으니까.
게다가 이제는 마물을 죽일 수 있는 힘도 보유하고 있다.
칼라사르 가문의 멸망을 막을 정도로 말이다.
‘게다가 북부인들도 함께 하고 있어.’
거기에 전생에는 흩어져 있던 북부를 하나로 뭉치게 하는 데까지 성공했다.
“도련님? 무슨 생각을 그리하십니까?”
그래서 이젠 과거를 바꿀 수 있다는 마음을 가지는 순간, 빌헬름이 에탄을 향해 조심스럽게 말을 걸어왔다.
“아.”
에탄이 그 말을 듣고는 상념에서 빠져나왔다.
“아무것도 아니야.”
그리고 빌헬름에게 아무것도 아니라면서 손을 휘저었다. 아무리 시간이 지났다고 하지만 자신이 회귀했다는 사실을 밝힐 생각은 없었다.
“빌헬름. 몸을 계속 단련하는 게 좋을 거야. 대륙이 평화로워 보여도 언제 일이 터질지 모르거든.”
그러면서 빌헬름에게 수련을 꾸준히 하라고 말했다.
“흐음….”
빌헬름이 그 말을 듣고는 에탄을 빤히 바라봤다.
“꼭 무슨 일이 벌어질 걸 알고 계시는 것처럼 말씀하시는군요.”
그리고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 뒷말을 붙였다. 에탄이 그 말을 듣고는 속으로 흠칫 놀랬다.
다행히 겉으로 반응하지는 않았다.
“기분 탓이야.”
그렇게 놀람을 감추면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마무리했다. 그러자 빌헬름이 씨익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도련님의 말대로 수련을 게을리 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계속해서 강해지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뒷말을 붙였다.
* * *
그렇게 에탄은 빌헬름과의 만남을 끝내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아린이와 뇽뇽이는 지오반과 한참 놀고 있기에 아직 방에는 아무도 없었다.
“후우.”
그렇게 혼자가 되자 에탄이 침대에 몸을 내던졌다. 그리고 멍하니 천장을 바라봤다.
이렇게 혼자서 휴식을 취하는 경우도 극히 드물기에, 상당히 낯설었다.
“…….”
그렇게 천장을 바라보면서 멍을 때렸다. 지금 이 순간 굳이 무언가를 하려고 노력하지는 않았다.
에탄은 이미 많은 걸 해내고 있었으니까.
그러니 가끔은 이렇게 멍을 때릴 때도 필요하다고 스스로 생각했다.
쓰윽…
그러면서 눈을 감고 잠에 빠져들려는 순간.
타타탁!
누군가 에탄의 방을 향해 급하게 달려왔다.
끼익!
그리고 방문을 있는 힘껏 열고는.
“에탄 도련님! 황제 폐하께서 오시고 계십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소식을 붙였다.